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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38화 (338/507)

최흉의 대마왕 33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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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가 도망친건 무서워서 그런게 아니였다.

사람의 시체를 본건 처음이 아니다, 최악이 중국에서 날뛰었을 때도 구조 작업을 하면서 시체는 수백구는 넘게 보았다.

좀 더 처참할 뿐이지 시체인건 다르지 않다. 다만 백리가 도망친건 그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이 죽인 사람에 대한 책임은 최악에게 있다. 하지만 이 사태가 벌어지고 그들이 죽은 이유에 대한 책임은 백리에게 있었다.

책임져야 하는 것과 책임을 지기 이전에 알아차리지도 못한건 다르다. 간신히 버티던 백리의 멘탈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죽자고 놈들에게 달려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중심 건물 인근에서 싸우면 분명히 인간형 적성종을 비롯한 다른 적성종들의 공격을 받아 백리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을게 뻔한 일이였으니까.

백리는 황급히 히비키가 있는 쪽으로 도망쳤다. 히비키는 처음 달려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들켜서 추격자가 붙었나 의심했지만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이 새끼......꼬라지 보아하니 뭐 같은거 보고 왔구만"

히비키는 백리의 얼굴을 보고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인간이 재료로 사용되는 것은 인체실험 따위와 비교될게 아니다.

적어도 인체 실험은 실험체로서 동물 취급을 받더라도 적어도 '살아있는것'이라는 취급은 받지만 재료에게 그런건 상관없다. 애초에 재료에 생사 여부는 의미가 없으니까.

놈들은 인간을 거의 햄버거 패티 반죽마냥 갈아서 거점 확대와 적성종 생성에 써먹고 있었다. 인간의 단백질과 지방 부분을 이용하여 적성종 생산에 사용하여 그런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이였다.

이 세상에 인간보다 많은 동물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적성종은 꽤나 복합적인 구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생물적인 부분이 없는건 아닌데 그 부분을 그렇게 써먹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육체에 남아 있는 공포와 절망 같은 사념을 흡수하여 저장하는건 덤이다. 놈들은 본디 그것이 목적이니까 말이다.

"그 새끼들......그 새끼들이.....!!!"

"일단 진정하고"

뻐어어어억!!!

히비키가 힘차게 백리의 얼굴을 후려쳤다. 묵직한 충격에 얼얼한 느낌이 단숨에 머리까지 전해진다. 백리의 두터운 포스 장벽도 히비키의 주먹 앞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크억?!?!"

"정신 차리고, 해야할 일부터 생각해. 니가 뭘 봤는지 모르겠다만 대충 짐작은 가지. 뭐 사람 가지고 햄버그 스테이크 만들고 그러고 있든?"

"......네"

"최악의 경우는 예상 했었는데 들이닥치니까 느낌이 색다르구만. 참 뭐 같네. 아무튼 그놈들에게 복수하고 싶다면 중요한 일부터 해야하지 않겠냐?"

"........."

"희생이 생겼다면 그 희생을 쓸모없게 만들지 않는게 우리가 해야할 일인 법이야"

도망치는건 그저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희생이 무서워서 고개를 돌려도 그것은 오히려 그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희생이 생겼다면 그 희생에 무의미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과 책임을 지고 이를 악물며 나아가야 하는 법이다.

그걸 견딜 수 있어야 비로소 영웅이 될 수 있는 법이다.

"내가 말했지? 분노를 태우라고. 차라리 한번 크게 열받고 빡친 상태로 움직이는게 때론 더 좋을 때가 있어"

"........"

"너는 너무 착하고 생각이 많아. 그러니까 단순하게 생각해"

놈들은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생명에 대한 존중조차 없었다. 한편으로는 대의를 위해 무고한 사람을 생체실험에 이용했던 알리언 박사와 같았다.

괜히 동향 사람이 아니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것도 그런 환경에 대한 이유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백리는 히비키의 주먹에 얼추 정신을 추스렸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주먹을 쥐고 다시 일어나 바로 섰다.

여기서 질질 짜면 아무것도 안된다. 중요한건 여태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였기 때문이다.

".......네"

놈들은 인류의 적이다.

그러니까 박멸해야 한다.

거기에 대해서만 분노하면 충분했다. 가이아 포스는 백리의 감정에 호응해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뭘 봤냐. 공유는 해야 작전을 짤거 아니냐"

"그게......."

백리는 차차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먼저 놈들이 했던 짓부터 시작해서 돌아가던 인간형 적성종까지.

여러가지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내 히비키는 생각을 정리했다. 상황은 꽤 나쁜 쪽으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최악은 아니였다.

"일단 놈은 비행 특화형이였지?"

"네, 그런데요"

"그럼 아마 폭격 지원을 나왔던 녀석들은 이미 당한 모양이군"

"음......"

폭격 지원을 나온 전투기들은 폭격 이후 비행 특화 인간형 적성종을 유인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놈이 나갔다고 돌아왔다는건 그들이 당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오히려 작전 도중에 귀환했다면 낭패를 봤을테니까 사전에 확인한게 나았다.

"양동작전을 하는 쪽에서도 한놈 정도는 유인하고 있을테고.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라도 6마리는 있다는 소리네"

"......힘들겠네요"

"그거야 나 혼자라면 그렇겠지"

여기 있는 인원들은 나름 정예다. 더군다나 백리의 특성으로 인해서 한동안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백리의 보강 특성은 혼자가 아니라 다수가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개인이 중첩해도 한계가 있지만 다수에게 사용하면 그 효과는 개인에게 사용한 것보다 뛰어나니까.

"단순한 근접 특화형이라면 네마리 전부 상대는 할 수 있어. 죽이는건 별개의 문제겠지만 시간을 끌 수 있다는게 중요하지"

"그래요? 하지만 저번에는......."

"그거야 그놈이 나한테 극상성이여서 그런거고. 그리고 다치긴 했어도 내가 이겼지"

처음으로 인간형 적성종이 모습을 드러냈을 적에 놈들은 각지의 마스터 유저와 극상성인 녀석들로 보내졌다.

원거리 공격이 주된 미국의 제이콥의 경우 근거리 전투형이, 반대로 근거리가 주된 한국의 이경진은 원거리 전투형의 인간형 적성종이 나타났다.

최악이 도와준 미국이나 백리의 도움이 있었던 한국, 그리고 자리에 없는 용하연을 뺀다면 남은건 히비키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상성의 불리함에도 놈을 쓰러트렸다.

"마치 상성 4배짜리 포켓몬이 역으로 이겨버린거랑 비슷한거지. 그러면 반대로 보통놈은 4마리는 상대할 수 있단 소리 아니겠냐?"

"아니, 여기서 포켓몬이?!"

"나도 게임 잘 한다고......이번 세대는 좀 아니지만. 아무튼 나머지 셋이 문제야. 정확히 말하면 그중 하나가 문제지"

백리의 수준이라면 단순히 1대 1이라고 상정했을 때 인간형 적성종은 상성관계 없이 쉽게 격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건물 중앙에 있을 지휘개체다. 지휘관이라고 마냥 강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닌 적성종이다. 못해도 두배 이상의 무력은 생각하고 있어야 했다.

그놈은 오로지 백리만 상대할 수 있다.

"팀을 3개로 나눠야겠군. 하나는 작전을 실행할 팀, 다른 두개는 너와 내 팀"

"여기서도 양동작전인가요?"

"정면승부를 할 수 없으니까 그런 선택이 당연하지. 나라고 뭐 힘으로 다 때려 부순다고 생각하는거냐? 그놈이랑 비교하면 내가 낫지"

"성격 면에서요? 뭐.....이거나 저거나 같은데요 뭐"

"야?!"

최악과 히비키는 비슷한 성격이다. 때로는 이득손실 관계없이 호쾌하게 결정하고는 하지만 거기에는 선이 있었다.

다만 최악은 시온이라는 절대적인 가치가 있기에 그 선만 넘어서지 않으면 돌아갈 여지는 남아 있었다. 반대로 시온을 건드리면 중국처럼 나라까지 통째로 말살하겠지만 말이다.

"양동을 두 팀으로 나눠서 하면 확실히 시선 분산은 될거야. 너는 비행 특화형만 잡은 후에 지휘개체를 상대하면 돼"

"그동안 남은 한팀이 폭탄을 설치한 후에......."

"그래, 그 뒤에 터트리기만 하면 우리의 승리지"

이번 작전의 승패는 단순히 놈들을 박멸하는데 있는게 아니다.

중심부의 시설을 무너트려서 에너지 돔만 무너트린다면 나머지는 하루 종일 폭격을 때리던 해서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다.

놈들을 격퇴하는데 가장 방해되는건 에너지 돔이다. 그것만 없다면 일반인도 얼마든지 놈들의 영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 뒷일은 쉽다.

"기억해. 마냥 쓰러트리는게 능사는 아니야. 죽이면 나중에 더 편해질테니 기회가 있으면 죽여도 좋지만 반대로 위험할것 같으면 시간만 끄는게 제일 좋아"

"알겠어요"

"아마 양동 작전은 이번 한번 밖에 안통할테니까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놈들도 머리가 있다면 두번은 안속겠지"

짙은 에너지가 흐르는 대기중에서 전파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스 유저 중에는 텔레파시와 같은 계통의 특성을 사용할 수 있는 포스 유저도 있었다.

다만 그것에도 한계는 있다. 수 킬로미터를 넘는 거리를 무시하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는 이능력 좀 배운 인간이 아니라 준 초월자의 레벨의 기교였으니까.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1킬로미터 안팍이라면 충분히 그들의 의사를 전해서 작전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폭탄은 준비 됐냐?"

"네, 문제 없습니다. 언제든 터트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중국산은 폭탄 빼고 다 터진다고 하던데요"

"아, 그렇긴 하지"

"에이, 이런데까지 군납비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미 사전에 전부 확인한 뒤입니다. 출발 직전에도 확인한거라 꽝꽝 터질테니까 문제 없을겁니다"

그렇지만 이제와서 생각하면 중요한 것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퇴각이 문제다. 적의 중심부에서 거하게 터트리고 도망친다면 그들을 누가 냅둘까, 분명 추격해 올 것이 분명하고 전투 뒤에는 제대로 추스릴 여력도 없을게 분명하다.

"사전에 미리 약한걸로 하나 터트리겠습니다. 그 타이밍에 몸을 빼시면 놈들도 속았다는걸 알고 터진 방향으로 오겠지만 이후에 큰걸 터트리면 됩니다"

"뒤통수를 두번 후려까진 이야기군"

"저희는 잘 도망치고요"

"그게 인간의 장점과 동시에 단점이죠. 뭐, 상대가 적성종이면 장점 밖에 안되겠지만요"

기본적인 계획은 세워졌다. 남은건 실행 뿐이다.

실행하기 전에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가벼운 식사를 한다. 물론 불을 피울 수도 없고 냄새가 나는걸 먹을 수도 없기 때문에 먹는건 기껏해야 에너지바 같은 것들 뿐이지만 그것마저도 여기 있는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만찬이 될 것이다.

백리도 받은 몇개의 에너지바를 먹는다. 처음 먹어보지만 그래도 나름 입에 잘 맞았다.

"오, 괜찮네. 중국이라 요리는 맛있다고 이것도 맛이 좀 다른데"

"원래는 어떤데요?"

"열량 보충용이라서 맛은 그럭저럭이야. 막 건빵 같은데 고소한거 빼면 평소에는 거들떠보기도 싫더라"

"으으으으.....쌀건빵.....부식......큭, 머리가!!!"

"얘는 왜 갑자기 PTSD걸린 군인마냥 저러냐?"

"한국 남자들은 군인으로 징병된다고 하던데 그거 때문에 그런가 봅니다"

단순히 건빵하면 고소해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악몽이다.

특히나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근무했던 백리는 그 건빵을 박스 단위로 접해서 더 충격이 크다. 차라리 딴걸 사먹고 말지 사회에서 일부러 건빵 사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차라리 포스 유저 각성을 하려면 진작에 각성할 것이지 하필이면 군대 다녀오고 나서 각성을 해서!"

"포스 유저는 군대 면제냐?"

"으으으으으!!!!"

"그런가 봅니다"

"그러면 억울할만도 하겠네. 군대가 쉬운 것도 아니고 창창한 청년 끌고가서 2년 부려먹었으면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말이야. 아, 내가 이민할 국가 잘못 선택한거 아닌가 모르겠다. 내 자식도 국적은 한국으로 되서 군대 갈텐데"

".......어? 결혼 하셨어요?"

"청첩장 보내주마"

"아, 아직이시구나. 축의금은 많이 넣어드릴께요"

"슬슬 타이밍 조절을 해야하는데 말이야. 썸도 오래 타고 연애도 해봤으니 이 작전 끝나고 돌아가면 일단 프로포즈부터 할까"

"아니, 자꾸 그런 플래그 박지 말라니까요?!"

"할거면 노골적으로 확실하게 해야 오히려 안죽는다니까? 막 공포 영화에서도 주인공보다 개그 캐릭터가 더 살아남을 확률이 높잖아"

"그건 영화고요!"

"삶은 픽션보다 더 허구가 넘친다고 하잖냐. 기왕이면 이러는게 좋겠지"

우스갯소리로 감정을 푼다. 백리의 마음 한켠에는 아직도 묵직한 짐이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아까보단 한결 가벼워졌다.

그 짐은 앞으로 평생 그거 안고 가야 할 것이지만 지금 당장은 눈 앞에 일에 열중할 수 있게 되었다.

히비키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등을 가볍게 쳐주었다.

========== 작품 후기 ==========

플래그도 살살 박으면 안죽음.

으아아아아아! 그나저나 호쿠사이 보3 만듬! 대신 그 다음 픽업은 물건너갔지만요.....

내 인생에 자발적으로 보3을 만들 때가 올줄이야. 보통 픽뚫로 나온 청밥이나 알테라 보업하는게 대부분인데!

아, 물론 보 5짜리 5성도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 불야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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