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3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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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형 적성종은 무지막지하다고 표현할법한 근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그 뿐이였다. 덩치와 비정상적으로 발달된 팔 때문에 뒤에서 공격하는 것에는 속수무책이고 잠깐 시간만 끌 수만 있다면 충분히 대처가 가능했다.
사회를 이루고 분석하여 타파할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의 강함의 근원이였다.
"꼭 무슨 공성병기 같은 느낌이네요"
"뭐, 울트라리스크? 좀 아니지 않냐?"
"누가 그거라고 했어요? 막 스타 비유 드는건 아니거든요?"
힘 빼고는 볼게 없지만 반대로 힘 하나만큼은 정말로 상식을 넘는다. 백리의 보강 특성만 아니였다면 정면에서 대처할 사람은 마스터 유저나 폭격 외에는 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돔 안쪽, 폭격을 할 수 없으니 자연적으로 마스터 유저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놈이 있다면 전차도 찌그러트리겠는데........다른 것도 있겠지?"
"아마도 그렇겠죠"
돔의 중심부까지는 앞으로 수 킬로미터 밖에 남지 않았다. 포스 유저인 그들의 시야에도 들어오는 칙칙한 느낌의 옅은 녹빛 건물은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코 앞까지 왔군. 우리만 있었다면 몇분 만에 진입이 가능할것 같은데"
"라프 에너지도 훨씬 짙어졌어요. 숨쉬기 힘들정도로........제가 특성을 쓰지 않았더라면 다른 사람들도 장시간 버티기 힘들었을거예요"
일반인과 다르게 포스 유저는 돔 내에서 장시간 활동할 수 있지만 그건 내성이 있는게 아니라 견딜 수 있다는 것에 가깝다.
대기중에 떠도는 라프 에너지, 엄밀하게 말하면 마그노 레톤이지만 그것은 돔 내부의 대기중에 떠돌면서 평소에도 포스 유저들의 포스 소모를 일으킨다.
물론 수준에 따라서 그 양은 차이가 나고, 설령 가이아 포스를 전부 소비했어도 당장에 죽거나 적성종으로 변이하지는 않겠지만 몸에 좋지 않을거라는건 확실하다.
애초에 그 정도로 포스를 소모한 포스 유저라면 짐이 될 것임이 당연하고 말이다.
"..........."
문득 백리의 머리속으로 한가지 이야기가 스쳐지나간다.
저 멀리 영국에서 최악이 라쿤맨으로 버킹엄 궁전에서 엘리자베스 2세와 영국 총리를 테러에서 구했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 테러범은 아틀라스에서 지원 받은 약품을 사용해 일시적인 도핑으로 적성종과 같은 특성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테러의 주동자가 마지막 발악처럼 그 약물을 사용해 괴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말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최악이 놈과 싸우던 영상도 있었다. 외골격으로 이루어진 괴이한 형태의 괴물의 모습은 적성종도 아닌 다른 종류의 괴물 같았던 것이 꽤나 인상 깊었다.
"여기서 포스 유저가 죽으면 어떻게 된다고 따로 반응이 나오던가요?"
"글쎄, 그런건 없던데. 애초에 죽은 시체를 놈들이 그냥 냅둘린 없었고"
평범한 인간은 이 돔 안에서 죽으면 희박한 확률로 적성종으로 변이한다.
그렇다면 포스 유저는?
일반인보다 포스 유저가 더욱 적은건 당연하고 그렇다면 비교 대상도 적은게 당연했다. 거기다가 연구조차 되어 있지 않으니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애초에 가이아 포스와 라프 에너지는 상반된 힘이다. 충돌하여 폭발하지는 않아도 물과 기름 같은 이능력이며 섞이기 위해서는 다른 매개체가 있어야 했다.
최악이 들었다면 '마요네즈 만들 때 계란 노른자로 유화제 역할 하는 것처럼 뭔가 섞일게 필요할듯'하고 말해줬겠지만 여기에는 없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이상한거라도 있냐?"
"네? 아뇨.....별거 아니예요"
어차피 그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크게 도움이 될 고민도 아니다. 중요한 키워드도 아니고 생각해서 쓸데없이 집중력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저기 도착해서도 문제군. 이런 놈들이 돌아다니면 그것만으로도 대처하기 곤란해지는데"
방금 상대한 녀석만 하더라도 5마리. 대략적인 행동패턴은 알아냈지만 이런 종류의 적성종이 하나만 있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이곳에서 본 조류형의 적성종만 하더라도 공작처럼 생겨서 폭격을 하는 녀석이나 수송선 역할을 하는 거대조도 있었다. 같은 거인형이라도 다른 특화형 적성종이 없는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거 얼마나 유지 가능하냐"
"포스 소모는 한번에 걸어두면 한동안 사용 가능한거니까 딱히......"
"그러면 그거 말고 정신력은?"
"........."
"다 좋은데 우리 목표는 이 작전의 성공이란걸 잊지 마라. 그리고 넌 지금 싸워야 할 적이 하나 있고. 여력을 남겨두는게 중요해. 그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이 여기까지 따라온 이유가 없는거야"
이곳에 있는 수많은 포스 유저들은 두사람을 서포트 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들의 힘을 최대한 비축하는데 도움을 주고 그것으로 작전을 성공시키는게 목표다.
지금 그들이 백리를 신경써야지 백리가 그들을 신경쓰면 주객전도가 될 뿐이다.
"봐봐"
히비키의 말에 백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포스 유저들이 저마다 준비를 한다. 누군가는 상처를 응급처치하고, 누군가는 무기를 재정비하며 누군가는 간식을 우겨넣으며 기력을 보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공통된 목적으로 여기 모였다. 그들의 목적은 이 돔 바깥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네가 이끄는거야"
".........."
책임이란 무게가 코 앞까지 다가왔다.
인류란 단어는 단지 말에 불과하지만 눈 앞의 사람들은 현실이였다. 지독한 현실감이 몰아쳤다. 그리고 동시에 어께가 무거워진다.
수백톤의 무게도 들 수 있는 백리지만 그 무거운 책임감 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자기보다 그런 책임감을 수없이 많이 져온 히비키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뭐, 익숙해질 수 밖에 없지. 실수 했을지는 몰라도 앞으로 잘 하면 되는거야"
".........네"
다시금 출발한 채비를 갖춘 그들은 계속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달려가면 닿을법한 거리에 있는 중심 건물은 다가갈수록 에너지의 밀도가 짙어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희미하게나마 눈에 보일 정도였다.
가이아 포스는 포스 유저도 따로 신경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간섭계수가 높은 이능력이다, 라프 에너지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인다는건 그만큼 짙은 농도를 자랑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인간형 적성종과 조우하진 않았는데......"
"저쪽에서 유인을 잘 해준 모양이네요"
"그게 아니야.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몇마리가 남잖아. 러시아의 거점에서는 따로 활동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타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격퇴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국의 정보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었다.
히비키가 보았던 자료에서는 러시아의 거점은 몇기의 인간형 적성종이 나타나 그녀와 교전했다고 들었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소모가 크긴 해도 놈들을 잡을수는 있었겠지만......중국은 다르다.
"설며 지휘개체가 다르다고 행동 방식도 다른건 아니겠지?"
"그러면 더 까다롭지 않아요?"
"그러고도 남지"
지휘를 할 수 있다는건 지능이 있다는 뜻이고 지능이 있다면 그건 자아가 있다는 뜻이다. 자아가 있으면 각자의 개성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개성이 다르면 같은 명령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행하는 방법이 다를 것이다. '거점을 확대해라'같은 명령을 받았다면 인간형 적성종마저 적극적으로 활동시키며 움직이는 놈도 있겠지만 거점의 안전을 중시해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놈도 있을거다.
"놈이 소극적인게 다행인지 모르겠네. 틀어박혀서 우주방어 하고 있는거 아냐. 외곽 부분은 공략할 수 있어도 정작 거점을 못하면 어쩌자는건지......."
"일단 계속 가보죠. 원거리에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으면 더 좋고요. 따로 팀을 꾸려서 먼저 가보고 올까요?"
"할 수 있겠냐?"
"잠깐 겉만 보고 올께요. 문재 생기면 바로 돌아올거고요"
"그러면 너 혼자 다녀 와라. 좀 못미덥긴 하지만 혼자서도 살아 돌아올만한 녀석은 여기에서 너 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최대한 조심해서 다녀올께요"
백리에게 은밀 행동을 위한 특성은 없지만 본인이 기척을 죽이겠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면 그쪽 분야의 포스 유저보다 더욱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여태까지 백리가 가진 특성이 보강과 초재생 두가지 밖에 없는 이유는 대충 해도 어지간한 특성의 효과와 숙련도를 보여주기 때문이였다.
사실상 다른 포스 유저들의 특성은 몇번 보면 쓸 수 있었기에 특성이 적은게 아니라 거의 다 쓸 수 있는 것에 가깝다.
완전하게 취득한 특성과 다른점은 포스 소모량 밖에 없다. 그나마도 백리의 출력 앞에서는 별 메리트가 없었고.
"후우......."
백리는 크게 호흡하고 빠르게 질주했다, 발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오로지 육체 강화에만 집중하고 외부로 새어나가는 포스를 갈무리한 그는 조심스럽게 도심 같은 곳을 거닌다.
도심이라고 했지만 사람은 없었다. 단지 적성종으로 보이는 무언가들만 돌아다닐 뿐이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늑대형 적성종, 기본적인 자원 수집용도인 만큼 숫자 만큼은 다른 적성종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다. 다른 것들이 수백마리가 있다면 늑대형은 수만마리가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람이 살지 않으니까 구조가 영 아닌데......"
현대 사회의 도시 구조는 인간이 편리하게, 그러니까 거기에서 이동이나 거주가 용이하게 계획되고 건설되는게 당연했지만 여기는 적성종만 있는건지 형태부터가 다르다.
고층의 건물은 있더라도 단단한 석재를 사용하여 만든듯한 건물에 빼곡하게 조류형 적성종이 대기하고 있었다.
폭격으로 부서질것 같지만 중심부에서 에너지 공급을 받는건지 건물 자체에도 흐르는 힘은 백리도 느낄 수 있을만큼 강렬했다.
아무튼 그런 건물이 돔 중심부를 둘러싸면서 수십개씩 존재했다.
더군다나 무언가 심한 이질감이 들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숫자가 엄청난데.......정면으로 싸우면 피해가......."
상대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중국의 포스 유저를 전부 끌고와서 막아야 어떻게든 답이 보일것 같은 물량이였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아직까지 확장이 덜 된 거점의 경우였다. 무서운 속도로 개발하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의 것은 이 이상의 숫자가 있다고 봐야 했다.
"......차원진이 아직 열려있나?"
적성종이 전부 넘어오면 차원진은 닫힌다. 그건 기본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오지 않은 적성종이 있다면 차원진은 닫히지 않는다. 중앙 건물의 중심부에 아직 열려있는 차원진이 있다면 이런 숫자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백리는 다시금 움직인다. 아직까지 놈들은 자기 거점 내부라고 해서 방심하고 있는것 같았다. 특히나 희미하게 들리는 저 먼 곳의 폭음은 아직도 유인 작전이 계속되고 있다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윽?! 인간형 적성종?!"
키이이잉!!
중력을 거스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행 특화 인간형 적성종이 백리가 왔던 방향에서 날아왔다.
황급히 건물에 몸을 숨겼다. 다행히 놈은 백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중심 건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인간형 적성종은 진지 방어가 디폴트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안좋은 소식이다. 인간형 적성종이 한마리라도 더 있다면 작전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니까.
"컹! 컹!"
"크르르르......"
"커엉!!!!"
늑대형 적성종 한 무리가 짖으면서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외부에서 자원을 수집하고 온듯 놈들의 배는 꽤나 불러 있었다.
백리는 놈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소란스럽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묻어갈 가능성이 높았고 적성종들의 주요 시설을 하나쯤이라도 파악해두는 편이 좋았기 때문이다.
예상했던대로 놈들은 중심 건물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늘에 몸을 숨기고 발자국을 따라 나아가자 어느덧 한 공터에 도착했다.
아니, 완전히 공터는 아니다. 물을 뺀 수영장마냥 뭔가 손본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화시설? 하수 처리 시설 같은걸 어디서 본적이 있는데........."
하지만 펼쳐질 광경은 그런게 아니였다.
늑대형 적성종들은 자신이 먹었던 것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동물이 아니니 애초에 육식이나 초식을 구분 없이 돌과 금속 같은 무기물마저 먹은 내용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덩치가 있기에 놈들이 먹은 양이 장난이 아니다. 더군다나 반쯤 소화가 됐는지 냄새 또한 마찬가지고.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의 시체도 당연하게 들어 있었다.
"윽........?!"
그건 마치 지옥도와 같았다.
한두명의 시체가 아니라. 두세마리 건너 한놈은 꼭 사람을 먹은 것처럼 거대한 구덩이 아래에 전부 쏟아진다. 누군가의 허벅지, 팔, 손가락.......그리고 머리. 백리의 눈에는 세세하게 그것들이 전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중에서 딱 하나, 피와 토사물 같은 것으로 범벅이 되어 눈도 채 감지 못한 어린 여자아이의 머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것을 본 백리는 그저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멘탈 바사삭 존맛탱.
백리는 저렇게 죽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신의 죄를 떠올리게 될겁니다.
그걸 보고 일어날 수 있으면 영웅이고 못하면 그냥 분수에 맞지 않은걸 하다가 죽는거죠 뭐.
솔직히 인간 시체 패티를 재료로 써먹고 있는걸 보면 어지간히 고어 내성 있어도 멘탈 나갈듯.
아무튼 새해네요!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