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3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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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릉, 하고 군용 차량의 진동이 느껴진다. 사실 달린다면 보통의 포스 유저가 달려도 어지간한 차량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최대한 소모는 줄여야 하는데다가 무엇보다 가져가야 할 것들이 많다.
차량은 결국에는 버리게 될 것이다. 지형에 의해서든, 전투에 의해서든. 필요한 물자를 되도록 돔 안쪽까지 가져가기 위함이다.
"이야, 저거 봐봐라, 내가 아무리 몰라도 저 정도로 폭약이 있으면 어디 거대 야구장이라도 날려버릴 수 있을것 같은데"
"뭐, 안에서는 효과가 줄어든다고 하니까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잘못하면 베이징의 일부가 날아가는거 아니야?"
"말이 씨가 된다는데 그런 말은 좀 자제해 주세요"
이제는 히비키와 나름 친해진 백리가 그와 허물 없이 대화를 나눴다.
에너지 돔은 어느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만큼 가까워졌고 저 멀리서 서서히 다가온다. 하지만 가까워질 때마다 느껴지는 짙고도 섬뜩한 무언가는 인간적으로 거부반응이 일어날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괜히 평범한 인간에게는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적성종으로 변이시키는 것이 아니였다. 좀 더 흉악한 방사능과 비슷한 것 같았다. 적성종은 그로 인한 돌연변이고.
"생각보다 뭐 같이 되어먹은거구만....."
"들어가면 저희들을 알아차릴까요?"
"글쎄, 그건 장담 못하겠는데. 하지만 놈들도 바보는 아닐테니까 따로 통신 수단은 있지 않을까?"
이윽고 군용 차량이 멈추고 잠시 대기한다.
아직 공군의 지원이 도착하지 않아서 돔 내부에는 적성종들이 바글바글거렸다. 수십, 수백 단위가 아니라 수천마리는 되어보인다.
그리고 다른 적성종과는 다르게 형태가 균일하다. 늑대와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마치 거대한 무리의 야생 늑대를 보는것만 같았다.
"저 녀석들......뭘 먹고 있는데?"
"금속이나 돌 같은걸 먹는 모양인데요. 아마 자료에 있었던 SCV 비슷한 녀석들 같아요"
"하긴, 놈들도 적성종을 생산하는데 무에서 유를 만들 수는 없었을테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건 절대자에게만 허락된 권능이다. 아무리 초월자가 이룩한 문명이더라도 그건 불가능했다. 만약 그런게 가능한 문명이 있었더라면 진작에 번성하여 지금까지도 이어졌을테니까.
거점을 확대하고 적성종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원은 저런 늑대 형태의 적성종들이 움직여서 수집한다. 보통은 먹어서 위장에 넣어 옮기는 모양이다.
"온다"
"아......"
폭격 지원이 왔다. 하늘에서 전투기 특유의 비행음과 함께 빠르게 날아와 미사일을 떨어트린다.
콰아앙!!!! 콰앙!! 콰아아아아!!!!
다시금 추진장치로 가속하여 돔 안으로 들어간 미사일은 제대로 땅이나 적성종 무리에 닿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허공에서 폭발한다. 돔 내부에는 단순히 위력 감소 뿐만이 아니라 전자기기를 교란시키는 능력도 있는 모양이였다.
하지만 그건 이미 계산한 일이다. 더군다나 아무리 위력이 줄었어도 고작해야 수만 많을 뿐인 적성종에게는 충분히 효과적이다.
키아아악! 카아악! 갸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고깃조각으로 나뉘어지는 적성종들은 생각외로 쉽사리 격퇴되었다. 하지만 내부에는 저놈들만 있는게 아니였다.
"뭐더라, 인간 유닛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게 SCV인가 그러잖아. 치즈 러쉬도 아닐테고 그걸 전투용으로 쓰진 않겠지"
"애초에 저건 자원 캐는거랑 전투를 겸비하는 용도 같은데요. 아니면 일부러 늑대 같은 형태로 할 필요도 없고"
"아무리 돔 내부는 포스 융합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도 위력이 줄어든 미사일 폭격에 찢길 수준의 적성종이라면 귀찮기만 할 뿐이야. 물량으로 밀어붙이지만 않으면 괜찮아"
늑대형 적성종은 파악한대로 자원을 캐기 위한 용도다. 그것이 금속이던, 아니면 인간이던 간에 섭취 후에 거점으로 돌아가 자원을 공급한 후에 다시금 나온다. 덩치가 덩치인 만큼 나름의 전투력 또한 있지만 야생동물에서 좀 더 강한 수준이라면 두고볼 것도 없다.
하지만 돔 내부에는 그런 종류의 것만 있는게 아니였다.
"여태까지는 따로 메뉴얼이 만들어질 정도로 종류가 많아서 귀찮았는데 이건 나름 편하군"
"오히려 안좋을것 같은데요. 규격이 맞춰졌다는 뜻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아무튼 지금 바로 출발한다!"
군용 차량이 빠르게 돔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긴장한 표정의 포스 유저들이 각자의 무기를 든채 그대로 들어선다.
외곽 지역까지는 일반인 병사도 함께 투입된다. 더 깊숙히 들어간다면 죽거나 적성종으로 변이해서 위험하지만 조금은 괜찮다. 최대한 포스 유저들의 소모를 없에야 하기 때문에 죽을지도 모르는 자리에 들어온 사람들의 안색이 굳어 있었다.
돔 내부는 한바탕 난리를 피웠기 때문에 부서지고 고깃덩이가 가득한 처참한 광경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 고깃덩이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적성종의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설령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로테스크한 광경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남은 녀석들은 집중 사격으로 처리해!"
"알겠습니다!!!"
두두두두두!!! 콰앙! 콰아앙!!!
폭음과 함께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건 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서 일어나는 것이다.
[치직.....현재 인간형 적성종......치직, 치익, 치이이이익, 유인 완료 했다. 반복한다, 치이이익.......]
"통신 상태가 개판이구만"
"돔 내부라서 그럴겁니다. 여기서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면 더욱 그럴테고요"
"라프 에너지 때문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프 에너지의 짙은 에너지 파장이 전파를 흐트러트려서 그런것 같습니다"
통신병이 최선을 다해서 전파를 수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같은 이능력의 영역 안에서 첨단 도구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려면 같은 이능력 영역에 속한 기술이거나 반대로 압도적인 기술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이나 이능력 기술로도 밀리는 지구 인류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너네 형수님한테 이런건 도움 요청 못하냐?"
"........저도 생각 해봤는데 힘들걸요"
"안하는거냐, 못하는거냐"
"후자 쪽이요"
백리도 나름 머리가 돌아간다. 대마왕이 손을 뗀다는건 심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지구가 위기를 겪어도 손대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악의 아내인 시온이 간섭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돌아서 하는 간섭을 봐줄만큼 대마왕은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설령 대마왕을 한명 내치는 한이 있더라도 간섭을 막을게 분명하다. 그걸 아니까 시온이 도와주지 않을거라는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고.
애초에 도와주려고 했다면 진작에 시온이 손을 썼을거다. 하지만 시온은 지금도 화성 이주 프로젝트만 진행 중이다.
"차량은 안쪽에서도 쓸 수 있나? 그게 문제인데"
"아마 정밀기기에만 효과가 미칠테니까 차량은 문제 없을겁니다. 물론 그것보다는 부서질 것을 생각해야겠지만요"
"폭약은 어떻지? 정밀기기를 쓰지 못하면 격발시키지도 못할텐데? 전파가 통하지 않을텐데 어떻게 기폭시킬 생각이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도화선을 준비했습니다. 최악의 경우라도 어떻게든 기폭시킬 수 있을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
그 이야기를 이해한 히비키는 안색을 굳혔다.
적성종 거점을 날려버리기 위해 준비한 폭약을 도화선 같은걸 써서 기폭시키겠다는 소리는 누군가 한명이 남아서 터트릴거란 소리였다.
아무리 위력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폭발물, 도화선이 수십미터가 된다 하더라도 그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정말로 도화선 같은걸 쓸 상황이 된다면 확실함을 위해서 근거리에서 터트릴거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희생이 필요할 수 밖에 없을테고.
"......그래도 괜찮아요?"
"이미 각오하고 있는 일입니다"
담당 포스 유저가 멋쩍게 웃어보였다. 이미 이런 곳에 온 시점에서 목숨을 잃을 각오 정도는 해야 했다.
"전방에 거북이 타입의 적성종 출현! 교전 들어갑니다!"
"단단해 보이는 새끼들이군! 비켜봐!!!!"
쿵! 쿵! 쿵!!!!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거대한 거북이 같은 형태의 적성종이 모습을 드러낸다. 놈의 덩치는 마치 3,4층 크기의 건물을 보는것만 같아서 그 앞에 서기만 하더라도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런 녀석들이 열마리 가까히 모여 있다. 그리고 일자로 모여 그대로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누워서 즉석해서 진지를 만들어낸다.
"저 후방에서 곤충형 적성종도 출현! 원거리 공격형의 적성종입니다!!!!"
"이 새끼들이 전술을 짤줄 안다고?"
일자로 세워진 언덕 같은 거북이 적성종 뒤로, 수십마리의 곤충형 적성종들이 모여들었다. 메뚜기와 풍뎅이를 반반씩 섞어놓은 놈들 같이 생긴 것들은 그대로 꽁무니를 그들쪽으로 치켜들더니 이윽고 점액과 라프 에너지가 뒤섞인 무언가를 쏘아냈다.
피유우우웅, 콰아아앙!!!!!
마치 곡사포처럼 휘어서 떨어지는 점액은 땅에 닿음과 동시에 폭발했다. 점액이라고 우습게 볼 것이 아니라 무언가 화학적, 혹은 이능력적인 반응을 일으켜서 폭발하는 것이라서 심상치 않은 파괴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곤충형 적성종이 수십마리였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번에 수십개씩 쏟아진다는 소리다.
폭격이 쏟아진다. 마치 비처럼.
"이 새끼들 꼭 히드라 같군!!!!"
"그보다는 스타쉽 트루퍼스 아닐까요?!"
"이런데서 태클 걸기냐? 왜 네가 더 옛날걸 알고 있어? 아무튼 전진! 길은 내가 뚫는다!!!!"
물러날 수도, 돌아갈 수도 없으니 남은건 돌격 뿐, 군용 차량의 엔진이 거센 소리를 내면서 가속한다.
쏟아지는 점액 세례는 허공에서 격추한다. 포스 유저 중에서도 원거리 계통의 유저는 있으며 방어벽을 전개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날아오는 점액을 막아내면서 전진한 차량은 어느새 쌓여 있는 거북이 적성종 앞에 이르렀다.
차량에서 내린 히비키와 백리는 그대로 그 앞에 서서 주먹을 쥐었다.
"크게 한방 박아주자고"
"뒤에 있는 놈들까지 함께요?"
"아, 그건 더 좋겠군"
하나, 둘, 셋, 소리 없는 구호와 함께 두사람이 주먹을 날렸다.
콰아아아아앙!!!!!
가이아 포스를 가득 머금은 주먹은 그대로 놈에게 꽂히고 그것마저도 모자라 수백톤은 되어보이는 거북이 적성종의 몸뚱이를 튕겨냈다.
"꼭 슈퍼마리오 같네요!!!!"
"밟아서 튕겨야 정석인데 말이지!!!!"
"제가 마리오죠?"
"시끄러워 루이지!!!!"
거북이 적성종이 튕겨나감과 동시에 뒤에 있던 곤충형 적성종은 그 무게에 짓눌려서 여름날의 짓밟힌 매미 시체마냥 분쇄된 느낌의 잔여물이 되었다.
남은 놈들은 존재했으나 결국에는 원거리 형이다. 보통 그런 타입은 근접전으로 몰고갈 경우 전투력이 급감하는게 당연했다.
전투는 빠르게 소강되었다. 비교적 쉽게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꽤 애먹이는데. 기본적인 전술만 하더라도 전력이 몇배는 늘어나니까. 그냥 적성종들은 유인이나 함정에 끌어들이는게 편했는데도......."
"부상자들은......."
"지금 신경쓸 겨를은 없어. 일반 병사들은 돌려보내야 하겠지만 포스 유저는 어지간한 부상 아니면 끝까지 데리고 간다"
현재 침투조의 인원은 포스 유저만 하더라도 200명 가까히 된다. 전부가 나름의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최악이 베이징에서 깽판을 쳤어도 아직도 그 정도 수는 남아 있었다.
인구수가 많다보니 포스 유저 최다 보유국임과 동시에 국가(지금은 분열됐지만)의 특성상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포스 유저는 많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작전에도 백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의 전투로 인해서 몇몇 부상자가 발생했다. 수도 많지 않고 대부분 일반 병사 쪽이지만 그래도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백리는 손가락 두어개가 날아가 긴급하게 응급처치를 한 병사를 보면서 침묵했다.
".........."
"지금부터는 저거보다 더 심한걸 보게 될거다. 벌써부터 기죽으면 안되지"
"기 죽은거 아닌데요"
"저런걸 보면 도리어 분노를 불태워라. 상대에 대한 증오나 분노를 불태우는게 차라리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테니까"
오래전, 아니 오래전이라고 해도 기껏해여 몇달 전이지만 최악의 백리가 한창 포스 유저로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에 그에게 한가지 테스트를 한적이 있다.
최악이 주로 사용하는 이능력인 멸룡(滅龍), 그리고 그 멸룡은 증오를 기반으로 하여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는 힘이다.
그러나 백리에게 테스트 했을 때 그는 그 힘을 제대로 유지하지도 못했다. 백리에게는 증오가 없다는 소리다.
사람의 심성적으로는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에는 남에게 화 하나 잘 못내는 순딩이라는 소리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없는 증오와 분노로 토해내야 했다.
"그런 감정이 나쁘다고 하는 놈들은 평생 억울한 일 한번 겪어본적 없는 등신 새끼들일 뿐이야. 네 앞의 적을 보고 확실하게 감정을 표출해라. 그래야 가이아 포스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니까. 알겠냐?"
".........네"
히비키는 때로는 백리에게 아버지처럼, 혹은 형처럼 알려주고 이끌어주고 있었다. 애초에 그가 여기까지 온 것도 히비키가 있어서다.
그렇지만 아직도 두사람이 갈 길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장해물은 더욱 더 많았다.
========== 작품 후기 ==========
슬슬 낼모레면 새해네요. 2020년에는 원더키디여!
새해 계획 같은거 없습니다. 그냥 집에서 글이나 써야징ㅎㅎ, 어차피 그걸 제일 좋아하거든요.
얼른 조질놈 조지고 굴릴놈 굴리고 이번 파트 끝내야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