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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32화 (332/507)

최흉의 대마왕 33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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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식후에는 항상 차가 빠질 수 없다. 차 문화는 중국인에게 중요한 것이며 설령 차가 없어도 뜨거운 물을 마실 정도로 중국인은 차를 사랑한다.

뜨끈한 차를 마시면서 올라오는 매운 맛과 열을 달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독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결의 승패가 났구나!"

양윤채는 굳은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선이를 노려보았다.

"이 대결의 승자는 국하루의 마지막 핏줄, 최선이다!"

"납득할 수 없습니다, 대인!!!!"

양윤채는 독왕에게 으르렁거리면서 소리쳤다.

"왜 제가 만든 마파두부가 저 꼬맹이가 만든 것보다 못하단 말입니까! 저 꼬맹이의 부모는 국하루에서도 요리가 아니라 잡일이나 하는 사람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딸년이 어떻게!"

"울 부모님 욕하지마!!!!"

"내가 주방에서 지낸 시간만 합쳐도 네 평생보다 훨씬 많을거다! 그런데 어떻게 네가!!!!"

겉으로 보기에는 납득할 수 없다. 확실히 십수년을 요리로 보낸 사람과 고작해야 열댓살짜리 어린 여자아이의 대결에서는 결과가 뻔히 보일 정도로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와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납득할 수 없다. 그들도, 보는 사람들도.

"네놈이 진 이유를 모른단 말이냐?"

"예! 대인!"

"그렇다면 네놈은 먹는 사람을 신경도 쓰지 않는 녀석이 분명하구나!!!!"

"대인?!"

독왕은 양윤채를 똑바로 노려보면서 말했다.

"비록 어리고 미숙하나 아 아이가 만든 마파두부는 국하루의 존장께서 나에게 만들어주시던 맛과 같았다. 다른 것을 빼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 승패가 갈릴 여지는 충분했다!"

"제 마파두부가 어디가 부족한 것입니까! 도대체 왜!"

"단순히 맛만 본다면 네놈의 것이 위였다. 허나 요리는 맛만이 전부가 아닌 법!!!!"

독왕은 상 위에 남은 마파두부들을 보았다.

양윤채가 만든 마파두부는 잔뜩 남아 있었지만 선이가 만든 마파두부는 밥이랑 같이 싹싹 긁어먹어서 그릇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네놈이 만든 마파두부는 확실히 맛은 있었다. 허나 그것은 나이든 내가 먹기에는 너무 맛이 강했지. 더군다나 매운 맛 또한 강렬했고"

"그건......"

"그에 비해서 이쪽의 여아가 만든 것은 매운맛이 덜했다. 본디 마파두부란 매운 맛과 얼얼함이 강할수록 맛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모르고 만들었을리는 없었겠지"

당연한 소리다. 매운 맛은 중독성이 있고 자극적이다. 한국에서도 불닭볶음면 같은게 유행했던게 왜 그럴것 같나?

그리고 더 매운 불닭 시리즈도 나오고 그러는건 사람들이 더 자극적인 것을 찾기 때문이다. 마파두부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또한 이곳은 매운맛의 본고장인 사천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선이가 매운맛을 줄인건 한편으로는 과감한 선택이였다.

"한가지 묻자꾸나. 왜 너는 마파두부를 덜 맵게 하였느냐?"

"그건.......너무 매운건 할아버지 몸에 안좋을것 같아서요. 마파두부는 매운게 좋지만 그래도 너무 매우면 몸에 안좋다고 해요"

"허허허, 할아버지라니"

독왕은 간만에 들어보는 호칭인지 기분 좋게 웃었다. 아무래도 집에 손자는 있어도 손녀는 없는 모양이다.

"국하루의 존장께서도 만드신 마파두부는 딱 이 맛이였지......그리고 그건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요리였기 때문이다!"

"하, 하지만 대인! 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제 요리가, 제 요리가 더 맛있지 않습니까?"

"맛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맛이 있더라도 먹기 힘든 요리는 편을 들어줄 수 없는 법이다"

"네? 대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선천적으로 위가 약한 체질이라서 매운 음식은 잘 먹지 못했다! 지금이야 좀 나아졌다만 네놈이 만든 것처럼 너무 매운 것은 몇입 먹지 못한다는 뜻이다!!!"

"........!!!!"

그래, 그랬다.

사천은 매운맛의 본고장이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고 다 김치를 좋아하는건 아니듯이 사천에서도 매운걸 못먹는 사람은 있었다.

어린시절의 독왕은 체질 때문에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국하루를 운영할 당시에는 그에게 따로 매운 맛을 조절한 마파두부를 내어주었다.

지금은 선이도 그걸 알아차린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그리고 그걸 통해 요리를 하는 방법을.

"먹는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 요리사는 환자를 배려하지 않는 의원과도 같다! 무엇이든 과하면 모자람만 못한 법! 맛만 있다고 한들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대인!!!!!"

"그리고 국하루의 주인이 네놈으로 바뀐 이후 내가 찾아가지 않았던 것이 왜일것 같은가! 애초에 그것조차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자격 부족을 의미하는 것을 알텐데!!! 네놈에게도 기회는 있었는데 그걸 차버리고 무시한건 네놈이다!!!"

".........!!!"

내가 운영할 시절부터 단골이였으면 첫째 사위 시절에도 단골이였을터, 하지만 양윤채가 국하루를 빼앗았을 때 발을 끊었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놈은 아무래도 그냥 매운 마파두부를 내주었겠지. 그걸 두어번 먹다가 독왕은 발을 끊었을것이고.

요리에 대한 의견을 말해주는 손님은 귀한 법이다. 보통은 맘에 안들면 안오는 법이거든.

자기가 돈 내고 먹는데 맘에 안들면 안오면 되는거다. 말 없이 발을 끊는 손님이 제일 무섭다.

"돈을 받고 요리를 파는 요리사라면 응당 손님을 신경써야 할터! 네놈에게는 그런 기본적인 정신부터가 없구나! 더 두고 볼것도 없다! 끌고 가라!"

"예!!!!"

"아니, 아닙니다! 대인! 대인!!!!!"

당문의 무사들이 양윤채를 끌고가기 위해 다가왔다. 당황하던 놈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윽고 선이에게 시선이 닿았다.

아, 곱게 가지 좀.

"네년 때문에에에에에에!!!!!"

바로 앞에는 독왕도 있고 당문의 무사들도 있다. 선이는 무공까지 익혔고 건장한 남성의 주먹이라도 닿기 전에 제압당하거나 선이가 반격할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아무리 가능성이 없어도 몰리면 못할게 없다.

선이에게 놈의 손이 뻗어졌다. 단순한 화풀이인지 원망인지 아니면 인질이라도 잡을건지는 모르지만 이제 내가 나설 차례다.

"어딜"

서걱!!!!

".........어?"

놈이 뻗던 손이 그대로 날아갔다. 손목째로 잘리고 피 한방울 흘리지도 않았다.

나는 지켜보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직접 움직일 필요도 없이 그냥 능력을 써서 대충 참격을 날린것 뿐이다.

"뭐, 뭐지?!"

"검을 휘두르는 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설마......."

"심검지경(心劍之境)!"

엄밀하게 말하면 심검 같은건 아니긴 하다. 이건 능력을 사용한거라 심검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대충 비슷한거긴 하다. 심검이란 마음으로 베는 것이니 나도 베고자 하는 의지로 목표를 베었으니 결과는 같다.

애초에 의지 자체를 다루는 초월자한테 심검 같은건 그냥 걸음마 수준의 기본적인거라고. 그래서 의지를 다루는 무공인 천하삼절의 무공이 천년이 지난 지금도 개쩌는거고.

"끄,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양윤채는 추하게 바닥을 굴렀다. 잘린 손목의 고통이 뒤늦게 전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당문의 무사들이 놈을 끌고갔다. 그는 더 이상 햇빛을 볼 수 없을거다. 대결에서 패배한데다 국하루는 이제 그의 것이 아니고 당문의 핏줄을 이용한 대가를 치르게 될테니까.

아, 예전에 당문에서 독물 같은거 인체실험 하는게 있다고 들었는데.......음, 그건 그냥 소문이겠지?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서 미안하오, 최 대협"

"제가 빨랐던 것 뿐이지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런 녀석에게 심검까지 쓸 필요야 있었는지......."

"마지막 가는 길에 좋은거 하나 보여준 셈 치지요. 아무튼 결과부터 확실하게 발표해서 일을 마무리 짓는게 어떻겠습니까?"

"아, 알겠소"

이윽고 독왕은 확실하게 대회의 승자를 결정지었다.

"국하루는 이제 이 여아의 것이오!!!!"

당문의 공증까지 받았으니 이제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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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났지만 그래도 완전히 끝난건 아니였다. 국하루를 어떻게 하나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문 닫아버려요"

"그럴려고?"

"아저씨는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요?"

"팔아다가 너 나중에 결혼하면 지참금 쓰려고 했지"

"에, 돈 같은거 별로 필요 없는데"

"지금이야 어려서 돈 무서운줄 모르지만 나중에 크면 돈 같은거 엄청 필요해. 특히나 이런 세상에서는 더욱"

무림이 있는 이곳에서는 무력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금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였다. 무공 고수라도 산에서 은거할게 아닌 이상 세상 살아가는데 돈은 필요하다.

게다가 여자면 돈 들어갈 곳도 더 많지......천애고아라면 더 그렇고.

"제가 다시금 국하루를 운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 이름만 바꿔서 운영하게 두고 월세나 받아먹는건 어때?"

"네?"

어차피 나야 양윤채 그놈이 국하루 이름 달고 지랄하는게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건데 국하루란 이름만 버리면 딱히 상관없다.

전생의 인연은 선이 하나면 족하다. 더 있으면 관리하기도 귀찮고 어차피 언젠가 국하루도 스러지기 마련이다. 적어도 양가놈 같은 식으로 망하지만 않으면 될뿐.

"양가놈 외에도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많을것 아니야. 국하루의 현판은 내리더라도 맛집으로 장사할 수는 있는거지"

국하루는 위치가 좋아서 팔아도 땅 값은 좀 나오겠지만 가장 좋은건 역시 건물주다. 그건 이 무림에서도 변함이 없다.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러니"

나는 슥슥 선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진짜 딸 하나 키우는 느낌이 나서 좋다.

여기서의 일 또한 마무리가 되었으니 나도 이제 떠날 채비를 해야한다. 선이 데리고 잠깐 그레이 그 새끼 만나러 간 뒤에......뭐, 그 다음에는 이쪽 차원을 떠나는거지 뭐.

"떠날 생각이오?"

"아, 예"

일을 마무리 한 독왕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덕분에 다른 무인들도 우리들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무림 최고 선배끼리 이야기 하고 있는데 끼어들만큼 위치가 있는 놈은 여기 없다.

"대협의 공명정대한 심사에 감사드리오. 덕분에 한 시름 덜었소"

"나야 마음가는 대로 판단한 것이지. 그 시절 국하루의 존장께서 남기신 유지를 이은 아이가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구려"

"국하루는 잇지 못할겁니다. 이 아이는 내가 데리면서 가르칠 예정이라"

"아직 어린 아이가 그럴거라고는 생각 안했소. 오히려 그게 더 잘된 일이겠지"

독왕도 선이가 국하루를 이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녀가 요리사를 지망하지 않는다는걸 아는 모양이다.

아무튼 나머지 일은 당문에게 맡기면 된다. 나중에 선이가 돌아왔을 때도 나 때문에라도 맡긴 것을 돌려줄 것이고. 아니면 조져버릴테니까.

"그래도 그 시절 먹었던 추억의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소. 돌아가신 존장께서도 아신다면 흐뭇해 하실것이오"

".........."

그래, 내가 존장이다(데스노트풍).

이래저래 좋은 인연은 남겨두었으나 그것을 이렇게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무림인이라도 나름 좋은 쪽으로 성장하다 못해 노년에 들어선 것을 보는 기분은 꽤나 묘했다.

가긴 가더라도 한마디 해주고 갈까. 적어도 이후에는 다시 만날 수 없을테니까.

[매운것도 잘 못먹던 녀석이 많이 컸네]

"아니, 무슨.......?"

나는 슬쩍 전음을 날려주었다.

이대로 말하면 그냥 미친소리 같겠지만 나만 통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그래, 코찔찔이야. 요즘도 거미가 무섭든?]

"..........!!!!"

그 시절에도 당문의 핏줄이였던 그를 코찔찔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설령 집안의 어른이라도 그렇게 부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때 내가 매운거 먹을 때 콧물까지 흘리고 먹던 녀석을 놀리는 식으로 부르던 별명이 코찔찔이였다.

그리고 거미는.......당문의 특성상 거미 같은 독이 있는 것을 만져야 하는데 개중에서 유일하게 거미를 무서워 했던 그때의 독왕, 아니 당신혁을 알지 못하면 모르는 이야기다.

인터넷도 없는 이 시대에서 수십년 전 이야기를 알기 위해서는 곰팡이 핀 책이나 그 시절 사람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없다.

그걸 알기에 그의 안색이 변했다.

"설마......!!!!"

"가자, 선이야"

그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하고 공손하게, 포권을 쥐어 나에게 인사를 했을 뿐이다.

"평소에도 이렇게 끝났으면 참 좋으련만......."

이번 일이 잘 풀린건 내가 전생에 쌓은 인연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운명의 절대자가 수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적어도 그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

.......과연 날 어떻게 굴리려고 이렇게 편의를 봐주는거지?

"그러면 이제 할 일은 다 끝난건가요?"

"아직 하나 남았다"

나는 모 전직 특수요원 아저씨처럼 말했다. 음, 캐미는 그다지 안맞지만 말이야.

아무튼 중요한거 아직 하나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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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가의 셋째 공자 당진천은 면벽 수련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행적을 감추었다. 당문에서는 현실을 비관하여 도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뼈와 살이 분리된 시체를 공표할 수는 없었을테니까 말이다.

========== 작품 후기 ==========

한 말은 지키는 우리 주인공.

지구에서 이랬으면 흉악범죄라고 소문나서 귀찮아졌겠죠. 무림이라 가능함.

다음 파트부터는 점차 망해가는 지구로 돌아갑니다.

백리 굴릴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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