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331화 (331/507)

최흉의 대마왕 3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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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과 소문을 들은 사람들, 주로 무림인들이 청두에 서성이기 시작했다.

아마 소문의 중심은 나겠지. 용하연은 애들 돌봐주기만 할 뿐 정체를 드러내진 않았으니까.

그나마 하오문 쪽에서도 여파를 생각하여 숨기고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용하연을 마룡후의 제자라고 둔갑시켜서 퍼트렸을지도 모른다. 만병왕이나 천살제와는 다르게 용하연은 천년만의 귀환이니까.

"요즘 애들 수준이 너무 떨어졌군. 스승님을 뵙고 나면 돌아다니면서 전체적으로 수준이나 끌어올려야겠어"

"어떻게?"

"굴ㄹ.....아니, 적당히 가르쳐주면 되겠지"

"굴린다고 했어! 굴린다고 했다고! 너 그거 지겹지도 않냐!"

모여드는 무림인은 많지만 쉽사리 접근하지 않는다. 일부러 우리가 그런 기색을 보이기도 했고 애들 가르치느라 시간이 나지 않아서 그렇기도 했다.

게다가 놈들이 원하는건 대충 눈에 보인다. 호승심, 호기심, 보다 강한 무공, 전설의 확인 등등등. 하지만 나는 놈들 의중을 맞춰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대결은 이제 내일인가?"

"그러지 뭐"

"나름 재미있겠군. 내기라도 걸어볼까"

"물주가 나인데 어디다 꼬라박으려고? 도박 같은데에는 돈 한푼도 못쓴다?"

집에서는 가챠도 안하는 내가 도박 같은데 쓸 돈을 줄것 같냐. 아무리 이기는게 눈에 보이는 대결이라도 그렇지. 만약 그런걸로 돈 버는거 좋아했으면 지구에서 진작에 비트코인 사뒀다.

돈은 열심히 일해서 버는게 최고다. 사기치는 새끼? 팔다리 잘라다가 햇빛에 말려서 뒤질때까지 걸어둔다.

딱히 몸 쓰는 일만 일한다고 생각하는건 아니다. 머리 쓰는 일도 일이니까. 하지만 남 등쳐먹는 새끼는 그래도 싸다. 화성에 이주민 오면 사기죄는 죽느니만 못하게 처벌해야징.

"선이야, 다 됐냐?"

"아, 됐어요"

선이 덕분에 요즘 계속 마파두부만 먹고 있었다. 적게 만들어도 맵고 얼얼한 요리라서 그런지 밥이 잘 들어간다.

용하연이랑 동동이는 좀 질려하는 눈치지만.....뭐, 내가 먹으면 되니까.

"음, 실력이 늘어났네. 나름 봐줄만한 정도야. 며칠간 이 정도로 만들 수 있는 것 정도면 할 만큼은 한것 같다"

"정말요?"

"난 요리에서는 입에 발린말 같은거 안해"

차라리 램쥐썬더 아저씨처럼 '네놈이 끓인 버섯 스프는 너무 덜 익어서 씹을 때 포자가 터져나오겠다!'같은 소리를 할지언정 거짓말로도 맛있다고는 안한다.

시온이 만들어도 맛없는건 맛없다고 하는데 어딜!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할것 같아요. 저번에 국하루에서 먹었던 마파두부는 이것보다 맛있었던걸요"

"맛도 중요하지만 맛만 중요한건 아니라고 했지?"

"중요한건 거기에 담긴 의미.....말씀하시는거죠?"

"그러면 이번에 요리할 때 뭐가 필요할까?"

"음......"

선이는 생각에 빠졌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재능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부분이니까 고민할만도 하다.

요리는 맛만이 전부가 아닌 만큼 인간도 재능이 전부가 아니다. 재능만으로 판단하는 세상이 온다면 그건 나도 심판 안건이겠지.

"힌트를 좀 더 주자면......더 필요하다고 해서 뭔가를 더 넣을 필요는 없어"

"네?"

"가끔은 필요하다면 뺄 필요도 있는거지"

".........?"

아, 이건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 하는건가? 그래도 나도 나름 풀어서 설명해준건데.

어차피 이것도 선이가 내일 되면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문제였다. 만약 그러지 못할것 같았으면 진작에 알려줬을테니까.

대회 당일에도 깨우치지 못하면 어쩌냐고?

.......그때는 전음으로 살짝 귀뜸해주도록 하자.

*

*

*

*

대회 당일이 밝았다. 중세 시대 사람들에게는 교수형이 하나의 이벤트였듯이 컴퓨터나 인터넷도 없는 이곳에서는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르는 대결조차도 축제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당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개중에는 일반인들도 있었지만 무림인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인파가 많군"

"대회장으로 가는 것 부터가 문제일것 같습니다만......."

"됐어, 너희들은 천천히 와. 나는 일단 선이부터 데리고 갈께"

"꼭 이기십시오, 대협!"

"그건 내가 아니라 선이한테 해줘야지"

"아, 죄송합니다......그러면 선이야, 꼭 이기거라!"

"네!"

동동이는 선이랑 용하연 아래에서 구르면서 친해졌는지 꽤나 스스럼없이 대했다. 나이 차이는 있어가지고 못해도 남매 사이나 심하면 부녀지간처럼 보이겠지만.

어차피 보호자로서는 나만 가면 그만이고 구경꾼은 천천히 와도 된다. 선이는 대회에 참석해야 하니까 좀 일찍 가야겠지만.

구경꾼이 이렇게 몰린다고는 상상 이상이였다. 아무래도 천살제, 그러니까 천하삼절의 이름값이 생각보다 큰 모양이였다.

아무튼 나는 선이를 무등 태우고 대회장까지 갈 준비를 했다.

"사람이 빽빽한데 어떻게 가시려고요?"

"넘어가면 되는데 뭐"

나는 그대로 가볍게 점프해서 뛰어올라 인파 위로 달렸다.

사람들의 머리나 어께를 밟는다는 소리가 아니라 허공을 밟아 달린다는 뜻이였다. 단순히 멀리 점프하는 경공이 아니라 뭐더라.......

"허업!!!! 천상제(天上濟)다!"

"저렇게 자연스러운 천상제라니! 더군다나 아이까지 데리고!"

"천살제다! 천살제의 제자다!!!!"

"소문이 사실이였군!!"

아, 맞다. 천상제. 한끝만 바꾸면 천살제네. 왜 기억 못했지.

아무튼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파를 건넜다. 사람들의 시선 중에서는 대부분이 선망어린 시선으로 바뀐다.

이윽고 당문 앞에 마련된 요리 대결 장소에 도착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양윤채는 심기불편한 눈으로 선이를 노려보았다.

"양 주방장......!"

"그래도 선이 너 저놈을 주방장이라고 불러주는구나?"

"저런 놈을 주사라고 불러주기는 그렇잖아요"

"아, 그런가?"

내가 기억하기로 어디 요리 시험에서 합격하면 주사라고 부른다. 나야 뭐 동네에서 팔거니까 딱히 딸 필요는 없어서 냅뒀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른 정도의 나이로 땄다면 실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 실력을 믿고 정면으로 부딪혔으면 정말 좋았을텐데.......애초에 그런 성격이였다면 국하루가 그 꼴 나지도 않았을거고.

"양측의 대전자가 도착했으니 지금부터 대결을 거행하겠소!!!"

우렁찬 사자후, 대결의 시작을 알린건 독왕의 외침이였다.

"이번 대결은 국하루의 진정한 주인을 가리기 위해 여는 것이오! 한쪽은 전대 국하루의 주방장과 대결하여 승리한 양 주사! 그리고 다른 한쪽은 국하루의 마지막 핏줄! 누가 더 국하루에 어울리는 주인일지 이 자리에서 가리도록 하겠소!"

와아아아아!!!!

큰 환호성 소리가 울려퍼진다. 양측에 선 대전자들이 서로 마주보고 섰다.

키 차이 때문에 그림은 나오지 않지만......그래도 선이의 눈은 확실하게 각오하고 온 사람의 눈이였다.

"그리고 심사관은 이 나, 당신혁이 맡겠소! 국하루의 존장께서 살아 계실적에도 그곳의 요리를 맛본적 있으니 이 자리의 심사관으로서 공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오!"

"독왕 대협께서 직접!"

"설마 천살제의 제자 때문에......?"

당문이 심판을 보는 만큼 수작을 부릴 수 없다. 저번 대결도 어디까지나 요리 대결로서 '맛있는 요리'를 중점으로 봤기에 당문도 의심하지 않고 넘어간거지 보통은 그런거 못한다.

재료도 마찬가지다. 공평하게 똑같은 재료를 분배받아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경험 외의 두사람의 차이는 없다.

"이번 요리 대결의 주제는 국하루의 마파두부! 존장께서 하셨던 그 맛을 재현할 수 있는 자만이 우승할 수 있을 것이오! 요리를 만드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반시진! 이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는 순간부터 대결을 시작하겠소!"

독왕은 자신의 앞에 놓인 모래시계를 잡았다.

그리고 뒤집으면서 다시 한번 사자후를 날려 대결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면 시작하시오!"

쿠우웅!

누군가가 시작을 알리는 징 소리를 울린다. 묵직한 금속의 진동이 울리고 대결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먼저 불부터 피우고 웍을 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료를 준비해 다듬는다.

"저 새끼......"

슬쩍 보니까 놈이 다듬고 있는 재료 중에서 콩고기가 눈에 띈다. 맛이 어쩌구 하는 주제에 저걸 쓰는걸 보면 그 높은 자존심도 굽힐 생각인지 상당히 추해 보인다.

차라리 저번처럼 맛있는 마파두부를 만들어서 내왔다면 한결같은 개새끼라고 생각될텐데......

아무튼 달아오른 웍에 라유를 두른다. 치이익! 하고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거기에 잎마늘, 두반장, 간 생강등을 넣고 볶는다.

이후에 얼추 볶아지면 다음에 넣는건 육수, 감칠맛을 넣기 위해서 보통은 굴소스나 그런걸 쓰지만......여기는 애초에 내륙 지방인 사천이다. 현대 지구도 아니고 슈퍼에서 파는 굴소스가 있을리 없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소고기를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고기는 들어가지 않지만 쓰지 않는건 아니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서 있었다.

다만 나름 진국을 우려내어 만든 육수이기 때문에 그냥 마셔도 술이 땡길만큼 맛있다. 그걸 한국자 가득 퍼서 둘러주고 다시금 볶는다.

이 쯤에서 콩고기를 투입. 다진 고기처럼 잘게 썰린 콩고기를 조리한 라유가 듬뿍 베이게 잘 섞고 그 다음에는 간장을 넣어 간을 한다.

그리고 바로 직전에 두부를 썰어서 투입. 두부는 연두부 쪽에 가깝기 때문에 국자를 잘못쓰면 두부가 부스러지기 좋지만 선이는 요 며칠간 계속 그것만 하다보니까 나름 모양새는 잡혔기 때문에 문제 없다.

이윽고 마무리가 되어갈 쯤에는 화자오(花椒).....아니, 여기서는 산초라 불리는 것을 넣는다. 마파두부의 얼얼한 맛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뜨끈하게 만들어지면 바로 완성!

하지만 선이의 요리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따로 준비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완성했습니다, 대인!!!!"

"앗!!!"

아무리 선이가 무공을 익히고 있었어도 그건 어린애가 어른의 신체 스펙을 따라잡는데 그칠 뿐이였다. 같은 조건이라면 빠른건 양윤채 쪽인게 당연했다.

더군다나 선이는 마파두부 외에도 만들 것이 더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였다.

그렇지만 걱정할건 하나도 없다.

이런 요리 대결에서는 주인공의 요리를 나중에 먹으면 이기는게 당연한 클리셰니까!!!

"호오, 그렇다면 먼저 만든 사람의 마파두부 부터 먹어보도록 하지"

당문에서 일하는 시비가 양윤채가 만든 마파두부를 가져와 상 위로 올렸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그리고 퍼지는 알싸하면서도 매운 향기. 그렇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그 냄새는 꽤나 완성도 높은 마파두부란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근데 고기 냄새가 좀 나는거 보면 아무래도 내것보다 어레인지를 한것 같은데? 자기도 바보는 아니라는건가?

"음! 그러면 어디!"

독왕은 마파두부를 한수저 떠서 잠깐 식혔다.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팔팔 끓던 마파두부를 단숨에 입안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이윽고 한입, 맛을 보던 독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음, 좋군"

다시금 맛을 보려는 듯, 두어번 떠먹고 물을 마신다. 매운 맛이 올라오는지 물컵 가득 따라서 세잔은 마시고서야 진정된 그는 평가를 내렸다.

"훌륭한 맛이군. 강렬한 매운 맛과 얼얼함에도 마파두부의 맛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고기의 맛은......."

"다진 고기와 콩 고기를 섞은 것을 사용했습니다"

"그렇군. 그래서 감칠맛이 훨씬 더했던 것이군"

고기는 맛있다. 채식주의자도 고기 맛 비슷하게 나는거라든지 그런거 찾는거 보면 확실하게 사람 입맛에는 고기는 맛있다.

고기가 안들어가는 곳에 고기를 넣었으니 맛있는건 당연하다.

독왕은 다시금 물을 한컵 마셔서 매운 맛을 가라앉히고 이번에는 선이의 마파두부를 심사하기 위해 준비했다.

"제 것도 다 됐어요"

조금 시간이 지났다지만 아직도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마파두부는 먹음직스럽다. 자극적인 향은 여전하지만 그 냄새는 양윤채의 마파두부보다는 적다.

그리고 꿈틀, 하고 독왕의 눈썹이 반응한다.

"그럼 어디......."

그는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마파두부를 한수저 떠올렸다. 오로지 콩고기만 사용했다는 것 외에는 양윤채의 마파두부와 다른건 없어 보이지만 차이는 겉으로 드러나는게 아니다.

적당히 식혀져 있어서 금새 한입 입에 넣은 독왕은 맛을 음미하다가 손을 떨기 시작했다.

"아니, 이 맛은.......?"

그리고 한입, 두입, 계속해서 입에 넣는다. 아니, 그것으로 모자라서 그는 시비를 찾았다.

"밥! 밥이다! 밥을 가져와라!"

"아, 밥은 여기 있어요"

선이는 마파두부 뿐만이 아니라 밥도 준비했다. 그래서 양윤채보다 요리를 완성하는게 늦은 것이다.

마파두부에는 역시 밥이지. 그리고 국하루에서도 마파두부만 남아 있었다면 밥은 무한리필이였다!

"밥은 얼마든지 있어요!"

"으음.....!"

독왕은 그대로 밥을 퍼다가 마파두부와 같이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이 대결의 승패는 정해졌다.

========== 작품 후기 ==========

왜 이렇게 늦었냐고요? 아, 진짜로 좀 잤어요.....

근데 참 신기하네요. 12월은 어째서 24일 다음에 26일이 있는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잘 가던 단골집이 돈 좀 벌고 주인장 바뀌더니 밥 무한리필 하던거 없에고 맛도 바뀌면 발 끊는게 당연하죠.

이번 파트는 다음으로 끝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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