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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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마파두부? 설마! 하고 생각하는 사람 꽤 많을지도 모른다.
요리왕 비룡을 보면 거기서 나온 요리는 한번쯤 만들어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전설의 누룽지탕이나 낄낄 웃는 황금 만두라던가.
물론 직접 만든 적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 어느 정도의 실력(물론 요리 실력 말고 이능력 쪽)없으면 만들기 힘들더라.
애초에 그런건 고증 없으면 상상력의 산물인 만큼 그걸 보충할 힘이 없으면 만드는게 불가능하다. 만들어도 맛이 떨어지거나 할 뿐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그나마 쉽게 성공했던게 바로 이 마파두부였다. 그래서 일부러 가게 이름도 비룡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가게 이름처럼 국하루라 지었던거고.
내가 이름 괜히 그렇게 지은거 아니다. 나름 배울게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지은거지.
"왜 고기가 들어가지 않을까?"
"음......."
이 문제는 선이도 쉽사리 결론을 내지 않았다.
초월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남들과 시야가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이 달라서 인간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설령 아직 어린애라도 선이도 마찬가지다.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적인 녀석은 나이트로드 그 놈 밖에 못봤다.
초월자에 오르고서도 시야가 인간적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다.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아프고 그렇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아프지 않는 것보단 낫다.
지인이 죽어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을 때는 더 그렇고.......
"더 맛있어서요?"
"그런 이유라면 애초에 양가놈이 요리 대결에서 이길리 없었지"
"아, 그러네요. 그러면.......더 편해서?"
"국하루가 그 시절에는 고기가 안들어가는 만큼 더 손이 가고 그랬거든? 콩고기 만드는게 쉬운줄 아니?"
"그러면 싸서?"
"손 가는 인건비랑 그냥 시장에서 고기 사오는거랑 어느게 쌀것 같니?"
고기가 안들어간다, 하지만 다짐육은 필요하다. 그래서 만든 것이 두부를 만들때 남은 부산물들을 이용한 콩고기, 혹은 대두단백이다.
다만 이건 이런 고대 중국에서 쓸일은 거의 없다. 저어기 소림사의 스님들이 아니면 어지간해서 고기 먹는게 좋다.
픽션에서 나오는 요리들은 발상 하나만큼은 기발하지만 맛은 보장 못한다. 요리왕 비룡 작가도 맛 생각 안하고 그냥 되는데로 그렸다고 하니까 더 그렇다. 어지간한 요리 만화는 그래도 따라 만들면 나름의 맛은 나기 마련인데 비룡은 좀.......
일부러 내가 콩고기를 맛있게 만들기에 얼마나 노력했던가......이게 다 우리 마누라 야채 좀 더 먹이려고 그런거다!!!!!!
만약 울 마누라가 초월자만 아니였으면 진작에 살쪄서 피둥피둥거렸을거라고! 오히려 몸매는 약간 마른 체형이지만!
"그러면 건강하라고 그런건가요?"
"정답이야"
"......?"
그 시절의 국하루는 주로 표국에서 일하는 일꾼들 같이 힘 쓰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 가게였다.
피곤하고 지친 위장에 맵고 얼얼하고 기름지기까지 한 것이 몸에 좋을리 없었다. 한번은 괜찮아도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에 나쁘다.
물론 평생 건강한 것만 먹고 살 수는 없는거 잘 안다. 사람이란 보다 자극적인걸 찾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조금이나마 위에 부담이 덜 가도록, 그리고 식감은 더욱 뛰어나게 만들 수 있도록 해서 개량한게 국하루의 마파두부다.
두부부터 콩고기까지 전부 만들어야 하니까 손이 많이 가서 어지간하면 내 방식을 이어줄 후계자를 찾아서 골랐던건데......죽었으니 어쩔 수 없지. 남은건 살아남은 사람의 복수 뿐이다.
"당분간 이 마파두부만 만들도록 하자. 그래야 대결에서 우승할 수 있지"
"하지만 며칠동안 연습해도 한계가 있잖아요. 지지 않을까요? 양 주방장이 주방에 있던 시간만 합쳐도 제가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을텐데요"
"말년병장 먹다 남긴 짬밥에 이등병 빠져죽는 소리냐......뭐, 그렇긴 하지"
한가지만 연습하고 재능이 있어도 요리의 세계는 더 많이 연습한 사람이 유리하다. 양윤채가 승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더군다나 나는 이번 승부를 되도록이면 조건 자체는 공정하게 할 생각이다. 직접 이번 대결의 주제와 메뉴를 알려줄 생각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그 작은 가능성 마저도 빼앗을 생각이다.
우리한테는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까.
*
*
*
*
생각해보니 나는 양윤채라는 놈을 직접 만난적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아, 정작 복수의 대상인데 얼굴도 모르다니. 이건 좀 아닌것 같은데다가 미리 대결 주제를 알려주려고 이번 기회에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왕 가는 김에 시비도 좀 털어주고.
일단 선이랑 동동이는 알아서 연습하라고 하고 국하루로 찾아갔다. 그러자 바깥에서도 들릴만한 수준의 와장창! 하는 가재기구들 박살나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얼마를 상납했는데! 젠장!"
아, 대충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욕을 할 수는 없다.
상대는 당문이다. 욕을 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중독당할거고 도망쳐도 일개 요리사가 도망칠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풀려난 것은 대결 준비를 위해서도 있지만 반대로 언제든 잡을 수 있다는 반증이다.
"거 있습니까?"
"누구요?"
국하루로 들어서자 으르렁거리면서 한 남자가 나를 노려본다.
3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다. 손에는 요리사 특유의 화상 흉터가 남아 있었다. 적어도 재능만으로 올라온건 아니란걸 보여주는것 같았다.
하지만 있어야 할 손의 굳은살은......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돌 만큼 딱딱해야 할 것이 약간 물렁해진 느낌이다. 저건 한동안 주방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뜻이였다.
위치에 오르니 직접 하는건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하겠지. 평소에는 딴놈에게 맡기는거구만.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소, 당장 나가시오!"
"밥 먹으러 온게 아니라 얼굴 붉히고 싸울 사이라 그 얼굴 좀 보러 왔소"
"뭐요?"
"선이한테는 이야기 많이 들었지"
"......!!!"
그는 그제서야 내 정체를 알아차린듯 얼굴을 찡그리다 못해 증오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네놈이!!!!"
"너 말이야, 사람까지 보내서 지랄 해두고 내가 무림 고수인거 까먹은거 아니냐?"
쿠웅!
내가 가볍게 기세를 뿜어내자 국하루 전체가 흔들린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것 같지만 흔들리는건 국하루 뿐이다.
이대로 뭉게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건 일이 마무리 된 후에 선이가 결정할 문제였다. 지금의 내가 해야 하는건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선이를 요리 대결에 내보낼 이유가 없잖아. 내가 나섰겠지.
"크윽?!"
"나름 실력은 있어 보이는데. 그래도 제일 중요한게 빠졌구만. 도대체 어떤 븅신한테 배운거냐?"
"이노옴!!!!"
하다못해 현대 지구라면 이해를 해줄 수 있다. 현대의 지구는 돈이 더욱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니 맛이 더 좋으면 더 돈을 벌 수 있기에 맛만 추구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기는 무림이 존재하는 중국이다. 장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많으며 자기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 많다. 괜히 부자가 대를 이어서 한다느니 아니면 30년 전통의 어쩌구 하는 가게가 길 건너 하나씩은 있다.
"네놈 때문에! 네놈이랑 그 꼬맹이 때문에!"
"말은 똑바로 하자. 개수작부린건 너잖아?"
만약에, 아주 만약에.
놈이 순수하게 요리 실력으로 이긴거라면 나도 딱히 태클 걸 생각 없었을거다. 조금 빡치기는 했어도 복수는 선이보고 알아서 하라고 둔 후에 진작에 사천을 떠났겠지.
나라고 뭐 사람들이 더 맛있는 요리 먹는걸 싫어하는줄 아냐? 내가 아무리 내 지인에게 약해지는 면이 있어도 이런 쪽에서는 딱 자르는 면모도 있다.
"자기 실력을 믿지 못해서 개수작으로 이겨서 국하루를 얻어낸 주제에 네놈이 지랄할 말은 아니지"
"뭐라고?! 웃기지 마라! 그놈은 실력이 없었어! 발전이 없었다고! 그런 놈이 국하루를 잇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백배 천배 나앗지!!!!"
"발전이 없는거랑 전통을 고수하는걸 구분도 못하는 새끼구나"
첫째 사위는 내가 고른 요리사다. 나름의 재능도 있었고 내 방식의 전통을 고수할만한 고집이 있었다.
그래서 정작 요리 대결에서는 마파두부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졌지만.......그것은 미련하기 보다는 자존심이였다. 일평생 마파두부는 그것만 만들겠다는 자존심.
그리고 그 자존심은 자부심으로, 자부심은 전통이 된다.
비유가 어렵다면 무공으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서 화산파의 무공은 매화향이 난다는 가장 큰 특징이 있다. 보다 발전해서 높은 묘리를 품는 것은 발전이라고 하지만 난데없이 매화향을 없에고 이것이 화산의 무공이다! 하고 지랄하는 경우는 없다.
놈이 한게 바로 그거나 다름없다. 나와 첫째 사위, 2대를 이어온 전통을 실력이 아닌 속임수로 짖밟고 별 개같지도 않은 것을 내밀고 그걸 국하루의 요리라고 지껄이고 있다.
차라리 국하루의 현판을 내리고 다른 현판을 올렸다면 다른 가게라고 치부했을텐데.......자존심은 높지만 자신감은 없는 놈이다.
"네놈이 선이를 독살하려고 했던 일은 이미 진작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왜 네놈을 냅두고 있다고 생각하냐?"
콰직!!!
나는 커다란 원형 식탁 하나를 그대로 손가락 하나로 두동강내며 놈에게 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양윤채의 안색이 새햐얗게 질렸다.
"그, 그게 무슨......여기서 날 죽일거요?!"
"아니, 넌 해야 하는 일이 있지. 그거 하기 전까지는 죽어도 내가 되살려낼 생각이야"
명예의 회복, 그것은 무림인에게는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며 요리에 한정한다면 나한테도 중요한 것이다.
설령 전생의 일이라도 이렇게 찝찝하게 냅두면 내가 밤에 잠을 설친다. 확실하게 해결을 해둬야 나중에 편하다.
선이는 나를 대신해서 놈과 대결해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국하루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고.
"저번과 같은 요리 대결. 종목은 마파두부. 대충 알만하지?"
"무슨......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어쩔거요?"
"그럴일은 없겠지만 네가 이긴다면 나도 원한은 털어버리고 당문의 보복에서도 변호해주지"
"흠......"
놈이 생각해도 나쁘지 않을 제안이다. 이긴다면 여태까지 저질렀던 일에 대한 면죄부를 받겠지만.....진다면 전부 잃는다.
만약 일이 우리들끼리 연관되어 있었더라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을거다.
몸만 멀쩡하다면 어디 가서 요리를 해먹고 살 수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놈은 당문의 핏줄을 이용했다. 그 죄는 선이의 은원이 먼저가 아니였고 내가 있지 않았더라면 놈은 당장 당문으로 끌려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그 책임은 자기가 져야겠지.
"자존심은 높고 자신감은 바닥인 새끼야. 이번에도 개수작 부리려는건 아니지?"
"........."
놈은 나를 노려보았다. 간이 큰건지, 아니면 허세를 부리는건지 몰라도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에베베베, 그렇게 보면 어쩔건데. 이 상황에 지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있을까? 당문마저도 돌아선 마당에?
"이번에 요리 대결에서 만들어야 할 마파두부는 '국하루의 마파두부'다. 저번처럼 이길 수 없을거란 소리야"
".......뭘 말하고 싶은건지 알겠소"
"아니, 이해 못했을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아보이고"
놈은 지금도 그러고 있을거다. '요리는 어디까지나 맛'이라고. 말로 해서 들을 놈이였다면 첫째 사위 아래에서 일할 때 진작에 듣고 이런 사단이 나지 않았겠지.
요리는 맛만 중요한게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진작에 육식주의자인 우리 마누라에게 고기에 고기로 감싼 고기 같은걸 먹여주고 있었겠지.
껍데기에 치우쳐 중요한 것을 못보고 있구나. 언젠가 사달 낼 인생 여기서 끝내고 가라.
나는 일단 놈에게 표시를 해두었다. 만약의 경우 야반도주를 해도 끌고올 생각이다. 만의 하나의 경우라도 여기는 고대 중국이나 마찬가지니까 달까지 도망칠 염려는 없다.
이 무림에서 나를 적으로 두고 안전할 수 있는 녀석은 그나마 천계의 옥황상제, 즉 이 행성의 관리자 뿐이다.
그나마도 내가 존중해주니까 그런거지 아니면 얄짤없고.
"잊지마라. '국하루의 마파두부'다. 그냥 맛있는 마파두부가 아니야"
"그딴 고리타분한......! 쳇!"
대놓고 혀를 차는 놈의 모습을 보니까 깊은 빡침이 올라온다. 당장 목을 따다가 죽여버리고 싶지만......그건 나중으로 미뤄두자.
어차피 놈에게 이제 도망갈 길은 남아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 작품 후기 ==========
크리스마스인데 할거 없으니까 치킨 먹고 자려고요.
크윽....눈 뜨면 크리스마스가 지나갔겠지.....!!
저와 같은 분들은 오늘의 연참을 보면서 크리스마스 보내시기 바랍니다.
KFC 비스켓 마시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