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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28화 (328/507)

최흉의 대마왕 32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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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가 소란스러워진다. 본격적으로 내가 천살제의 제자라는 소문이 퍼지고 더불어서 우리와 관련되었던 독살 미수 사건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 여론을 달래기 위해서는 꼬리를 떼거나 딱잘라서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

사건의 조사가 끝난 후 당문의 초청을 받은 나는 선이와 함께 당가로 향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사람들이 막 저희를 쳐다봐요"

"아마 날 쳐다보는걸껄. 정확히는 내 스승님이 유명한 사람인지라"

무림에 강한 사람은 많지만 복수 하겠다고 세가 하나를 갈아버린 위인은 그리 많지 않다. 있어도 그건 개인의 아니라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군림(君臨)은 모르나 독보(獨步)하는 것은 무림인의 로망이다. 거기서 좀 더 나가면 천하를 발 아래에 두는 것을 바라는거고.

더군다나 천년이 지났어도 천하삼절의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만큼 관심이 쏠리는 소문일 수 밖에.

"어서오십시오 대협!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번과는 다른 대우로 반겨준다. 수많은 당가의 식솔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각각의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존경과 흠모도 있었지만 때때로는 분노도 있었다. 아마 지난번에 나한테 얻어터진 녀석인 모양이다.

이윽고 내실로 들어섰다. 방에 그윽하게 향이 퍼질 정도로 고급스러운 차를 대접해주고 약간의 단 다과를 내오기에 내 몫의 다과까지 선이에게 내어주었다.

"그나저나 요즘 무공 수련은 잘 되니?"

"아저씨가 알려주신 무공을 계속 익히기는 하고 있는데 조금 어려워서 막히고 있어요"

"그래?"

백리와 다르게 선이가 익힌건 낭아유수(狼牙流水)다. 그렇지만 이건 기공이 아니라 개념적인 무공이기 때문에 기공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한 선이에게는 재능이 상식을 초월에서 막힐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노력도 하고 재능도 있는데 깨우치지 못할리 없지.

"몸은 단련하고 있고?"

"네, 막 열심히 뛰고 운동하고 있어요. 물론 내공 안쓰고요"

"내공은......음, 괜찮네"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지 고작해야 며칠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단전에 쌓은 내공이 벌써 1년치에 달한다.

낭아유수 외에 선이에게 알려준 심법은 인피니티 포스 코어의 기반이 되는 탐심무량기공(貪心無量氣功)을 베이스로 해서 약간 개조한 초보적인 심법이다. 별 특징은 없고 내공 모으는 속도만 좀 뛰어날 뿐이지만 그래도 벌써 1년치 내공은 너무 빠르다.

때가 되면 탐심무량기공이라도 가르쳐줄까 생각하고는 있다. 탐심무량기공은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아무나 못쓰는거라 인성 뒤틀린 놈이 배우면 탐(貪)과 같은 괴물이 되어버린다.

그런데도 내가 배울 수 있었던 이유는 최씨 가문은 기본적으로 이타주의자라 가능한 것이다. 나는 내 행복을 바라는 이기주의자지만 그런 나의 행복이 시온의 행복에서 오는 만큼 한편으로는 이타주의자다

나이트로드인 최길현은 그냥 모든 사람들을, 사촌인 최강인은 어린애들을 위하는 그런 이타주의자라서 최씨 가문 사람은 그런쪽으로 면역이다. 아마 세뇌나 그런 것도 안통할껄.

"근데 좀 무섭단 말이야......"

"뭐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탐심무량기공을 익히면 결국에 인피니티 포스 코어를 형상하게 되고 그러면 무한에 가까운 내공을 얻을 수 있다. 선이의 재능이라면 거기까지 닿을 가능성은 지극히 높다.

초월자란 경지가 쉽사리 오를만한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그렇게 발판을 마련하면 남은건 시간 문제다.

개인적으로 나는 선이가 초월자에 오르기 보다는 그냥 이런 작은 무림에서 이름 좀 날리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이나 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행복이란 인간을 초월해 넘은 곳에 있을만큼 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탐심무량기공은 잠깐 보류해두자. 일단 지금 익히는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경지에 이를 수 있으니까.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고 독왕이 내실로 들어와 우리에게 사과를 먼저 건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약간 처리할 일이 있어서 늦었소"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무림에서 쓰이는 하오체는 높임말이다. 그러나 마냥 높이는게 아니라 대충 동등한 상대에게 하는 어법이다.

독왕이라면 무림에서의 연배가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하오체를 한다는건 적어도 나를 자기랑 동급으로 봐주고 있다는 소리다. 그만큼 내 배분을 인정해준다는 뜻이고.

"이쪽에 있는 여아가......"

"조사를 했다면 충분히 아실터, 국하루의 마지막 핏줄입니다"

"최, 최 선이라고 합니다"

선이는 어설프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건냈다. 독왕은 그런 선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어 넘겼다.

아들만 있는 집 사람도 충분히 귀여워 보일테고 딸만 있어도 선이 나잇대의 여자아이는 한창 귀여울 때다. 보기만 해도 흐뭇할 수 밖에.

"조사는 확실하게 끝냈소, 독살 청부자는 국하루의 현 주인인 양 주사. 평소에도 나의 셋째 손자인 당진천에게 유흥비를 지원하면서 친분을 두었다가 그것을 이번에 사용한 것 같소"

"당가의 핏줄을 고작 청부업에나 써먹다니......"

"우리 당가는 은과 원이 확실하오. 양 주사는 그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요리로 흥한자, 요리로 망칠 것이다. 그리고 원한의 선후를 따진다면 당가가 먼저가 아니라 선이가 먼저다.

"귀 가문의 셋째 공자에 대해서는......"

"진천이는 10년 동안 면벽 수련에 들어가기로 했소. 타인의 목숨을, 그것도 어린 여아의 것을 빼앗으려고 한 주제에 고작 10년은 적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그 뒤에 수련을 끝낸다 하더라도 그 아이에게 돌아올 곳은 없을 것이오"

"흐음......."

"만일 직접 손을 쓰길 바라신다면 내어드리겠소"

평소 같았으면 내놓으라고 한 뒤에 직접 뼈와 살을 분리시켜주거나, 아니면 먹을거에 개수작을 부렸으니 굶겨 죽이거나 했을거다.

하지만 10년 동안 면벽 수련이라면 나름 괜찮다. 죽이는건 한순간이지만 살면 고통은 계속된다. 더군다나 10년 동안 벽만 보고 수련해야 하는데......그거 참 고역이지.

현대 사회의 사람에게 핸드폰 없이 화장실가면 심심해서 샴푸 성분이나 읽겠지만 면벽수련은 그것보다 더 지루하다. 아무것도 없는 동굴에서 무공 수련 밖에 못한다. 더군다나 먹는 것도 벽곡단이나 먹고.

쾌락주의적 삶을 살았다면 면벽수련도 못할 짓이다. 오히려 죽이는 것보다 그게 더 고통스러울 것이니 납득하기로 했다. 게다가 무려 10년에 이후에는 세가에서도 무시할거라고 하지 않은가?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대협의 아량에 감사드리오"

목숨만 건지게 해줘서 감사한다는 뜻이지만 나는 살아서 고통받으라고 하는 쪽이니 냅둘 생각이다.

하지만 다음은 양윤채 그놈의 문제다.

"일단 놈은 따로 구속시켜 두었소. 따로 바라는 처벌이 있다면......"

"은원의 선후를 따진다면 당문이 아니라 이 아이가 먼저일 것이오. 그렇게 않소?"

"물론이오"

"그렇다면 우선 국하루의 핏줄이 쓴 오명을 씻어내야 할터"

양윤채는 일부러 마파두부로 요리대결을 하여 승리했다. 하지만 그건 공정한 승리가 아니였다. 국하루의 마파두부는 단지 맛이 전부가 아니니까.

'국하루의 마파두부'라고 한다면 몰라도 '맛있는 마파두부'라는 주제의 승부에서는 양윤채가 이기는게 당연했다.

그런 얄팍한 수작에 만장일치로 지고 죽었다면 나 같아도 개빡쳐서 전생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룰 깨고 쳐들어가서 멱살 잡고 털어버리겠다.

"다시금 요리 대결을 하겠소. 국하루의 오명을 쓰게 만든 것으로 다시금 되찾아야 하는 법이지"

"하지만 누가 그 대결을......?"

"물론 이 아이오"

"이 아이가?!"

"제가요?!?!"

처음에는 내가 나서서 하려고 했다. 국하루 창시자의 맛을 쬐끔만 보여줄 생각이였다.

하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을것 같았다. 나는 전생이였을 뿐이지 지금은 선이와 피가 섞이지 않은 남이였기 때문이다. 남아있는건 단지 마음으로 얇게 이어진 정 뿐.

그리고 복수는 선이가 직접 해야 의미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하면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

요리라면 내가 가르쳐주면 되는 법이다. 필승의 전략이 있으니까.

"흠, 개인적으로 국하루의 대결은 본인도 탐탁지 못한 면이 있었소. 하필이면 그 당시에 가문을 떠나 있어서.......심사관 자리로 앉아 있던 것은 내 아들이자 현 당문의 세가주요"

"왜 독왕 대협께서?"

"오래전 국하루의 존장께서 살아 계실 적에 그곳에서 자주 밥을 먹은 적이 있었소. 진 주사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이지......"

"아!!!!!"

그 순간 나는 기억 한편에 있던 어린애를 기억해냈다.

사천 출신이면서도 체질 때문에 매운걸 잘 먹지 못하던 당가의 소년이 한명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매운 맛을 좀 조절해서 주었더니 콧물 흘리면서도 잘 먹었다.

내가 죽기 전까지 자주 와서 그때마다 따로 매운 맛을 조절한 마파두부를 만들어 주었었는데.......그때 그 코찔찔이가 이렇게 노인이 되었을 줄이야!

어디서 본것 같지만 쉽사리 기억나지 않았던 것도 이해가 간다. 수십년이 지나 늙은 얼굴을 보고 젊었을 적을 떠올리는건 어려운 일이니까.

세월의 무상함이란......그리고 인연이란.......

"왜 그러시오, 최 대협?"

"......아무것도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어릴 적 콧물까지 흘리며 밥을 먹던 아이가 어느새 노인이 되어 한 가문의 최고 어르신 대접을 받는 것을 보는 느낌은 오래 사는 사람 말고는 느끼지 못한다.

그나마 나는 전생의 인연을 끊어서 이런 경우는 정말로 드물다. 그리고 나는 환생을 하는거지 오래 사는건 아니니까 말이다.

"양가놈에게 전해주시오. 국하루의 핏줄이 다시금 같은 방법으로 국하루를 되찾으러 왔다고. 만일 그 승부에서 이긴다면 저질렀던 죄에 대한 처벌은 불문에 부쳐주겠다고"

"그래도 되겠소?"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하는 말이오"

상황이 너무 잘 돌아간다. 운명의 절대자가 지금 내 편의를 봐주고 있는건지 되게 순풍을 타고 있다.

저번과 다르게 이번에 심사관은 당문의 세가주가 아니라 독왕이 직접 볼 것이다. 그것도 국하루의 오래전 내가 만들던 시절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이 말이다.

그리고 이번 심사에서는 양윤채가 저번에 썼던 개수작은 통하지 않는다. 설령 매수하려고 하더라도 당가의 어른을 매수할 수도 없을 것이고 남는건 실력 뿐이다.

무엇보다 주제를 확실하게 할거다. 이번에 만들어야 할 마파두부는 '맛있는 마파두부'가 아니라 '국하루의 마파두부'일테니까.

이번에는 경우가 반대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는 된 것으로 알고 이만 돌아가 보겠소. 날짜만 정한 후에 알려주시면 될거요"

"네, 최 대협"

이야기를 마치고 당문에서 나오자 선이가 그 자리에서는 못했던 질문을 나에게 물어왔다.

"근데 제가 요리를 해요?! 저 요리 못하는데!"

"배운적이 없다 뿐이지 배우면 되는거야. 그리고 요리를 잘하라고 배우는게 아니라 딱 한가지만 만들면 되니까"

요리도 하나를 계속 파면 장인이나 다름없지만 그렇다고 한사람만 만들 수 있는 요리라면 그건 그냥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이 만들겠다면 몰라도 가게를 운영하겠다면 그만한 범용적인 레시피가 있기 마련이다. 여러가지 요리라면 몰라도 딱 한가지 요리만 만드는 것이라면 며칠간 열중하면 된다.

더군다나 선이는 재능이 개쩌니까 금방 될거다.

"히잉, 진짜 요리 못하는데......"

"아니, 재능도 그렇게 있는데 왜 못해?"

"요리는 재미 없어요. 예전에 국하루에서 살 때도 계산일이랑 청소만 했는걸요"

"........?"

아니 설마......그렇게 극단적인 성격일리 없지? 아무리 그래도 그런 괴물 같은 재능이면 다른 것에도 두각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여자아이 혼자 산에서 움막 짓고 살고 있던 것만 봐도 대충 각 나온다. 여기가 한국 동네 뒷산도 아니고 고대 중국이나 마찬가지인 곳인데 맹수가 얼마나 많을까. 당장 조선시대 그 좁은 한국 땅에도 호랑이가 수 없이 많이 살았다.

게다가 영물 같은 상식을 초월한 것도 있을테니까 위헙도는 높았으면 높았지 결코 낮진 않다. 그런 산에서 살던 애가 뭐?

"설마 너......편식쟁이니?"

"아! 맛있는건 다 잘 먹어요!"

"편식쟁이란 뜻이잖아!"

맛있는걸 누가 싫어해! 병 있는게 아니고서야 다 먹지!

선이가 한 말은 마치 '안온사람 손들어봐'라던가 '없는거 빼고 다 있습니다'라는거랑 비슷한 말이다.

만약 선이가 자기가 흥미 없는건 재능이 발휘되지 않는거라면 예전부터 그 재능이 남들에게 보였을 가능성이 적다. 게다가 자란 곳이 요리집인데 요리에 관심 없었으면 더 그렇고.

"하이고, 골이야......"

하지만 이제와서 무르기는 못한다.

그렇다면 선이의 흥미를 끌어내서 어떻게 해서든 가르치는 수 밖에.

========== 작품 후기 ==========

어떻게 이브 잘 보내고 계십니까.

전 아니예요......솔직히 케빈은 질려서 간만에 백 투더 퓨처 보고 있음. 지금 봐도 졸잼이네.

아무튼 크리스마스에 봅시다 여러분......몇시간 뒤지만요!

으아아! 착하게 살았으니까 선물 주세요 산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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