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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27화 (327/507)

최흉의 대마왕 32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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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에게 이론이 아니라 본격적인 심법을 가르쳐주면서 한가지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바로 그녀의 재능이였다.

하루도 아니고 1시진(2시간)도 아니고 1다경(5분)만에 기를 운용하는 법을 깨우쳐서 소주천을 한 선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재미있어요!!! 막 꾸물꾸물하면서 움직이는것 같은게 엄청 재미있어요!"

"..........."

공자가 쓴 논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라고.

그러면 그 셋을 다 합친 즐기면서 노력까지 하는 천재는?

내가 선이 비슷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딱 한명 본 적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 사촌이자, 로드에 오르고 내가 내심 숙적으로 여기고 있던 대영웅, 백귀왕(百鬼王) 나이트로드(Night Lord) 최길현이다.

물론 걔보다는 한수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놈이랑 비견될 정도의 재능이였다.

아니, 생각을 해봐. 사칙연산도 못했던 어린애가 1시간 만에 초등학교 수학 과정을 응용까지 전부 깨우치고 하는 말이 '이거 재미있어요!'야. 뭐야, 그거 무서워.

원래 우리집안, 그러니까 최씨 가문 사람은 각자 특출난 재능이 있으며 그건 평소에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한때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낼 정도로 그냥 보통 인간이랑 별 차이 없는게 우리 최씨 집안이다.

하지만 내재된 잠재력과 재능이 무언가를 계기로 폭발할 때가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첫 살인을 했을 때다. 하지만 선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그러니까 무공을 익혔을 때 같았다.

"이걸 단전에 쌓으면 되는건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운공을 하면 막 주화입마가 일어날 수 있거든, 일단......."

"왜요?"

"외부에서의 충격이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니까 잘못하면 순환하던 기가 엉켜서 역류하면 큰일나는거야"

"그러니까 왜요? 저절로 소주천이 되도록 냅두면 되는거 아니예요? 그냥 두기만 해도 외부의 충격에 상관 없이 알아서 될텐데. 건드리는 정도로는 지장 없을것 같아요"

"..........?"

머임? 대체 머임?

선이의 말은 그거다. 어차피 소주천에 쓰는 집중력이나 외부의 충격에 의한 영향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말하자면 무당의 양의심공(兩意心功)을 익혀 두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과 같았다. 한마디로 분할사고다.

도대체 얘 같은 애가 어떻게 산에서 거지 생활을 하고 있던건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이다. 지나가던 무림인이 말 몇마디라도 걸었으면 얘 재능 알아보고 어디 명문 문파에 데려가서 키웠을게 훤히 보일 정도로 말이다.

".......일단 그걸 단전에 축적하는거야. 일단 네가 어리니까 단전에 쌓을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을테니까 너무 무리 하지는 말고"

"음, 단전에 안되면 다른데다 쌓으면 안되요? 심장이나 머리 같은데요"

"얘는 벌써 중단전이랑 상단전 쓸 생각을 하고 있네. 중단전은 마법사 전용이고 상단전인 초능력자 전용이야. 못쓰는건 아닌데 힘들어"

"왜요?"

"회로, 그러니까 혈도가 다르거든. 중간에 하단전과 중단전을 동시 운용하는데 상충하면 주화입마를 걱정해야 하는게 아니라 볼가 박사마냥 인간폭탄을 걱정해야 하니까"

"그러면 서로 상충되지 않을만큼 별개로 운용하면 되잖아요?"

"보통은 그게 불가능하거든......혈도가 겹치는데도 많고 그렇다고 빼면 효율도 안나오고"

"으음~, 하지만 동시에 쓰면 효율이 두배, 세배로 나올 것 같은데!"

심장에 서클을 만드는 마법사, 그리고 뇌를 활성화 시켜서 초능력을 사용하는 초능력자. 각각 중단전과 상단전을 이용하는 이능력이다.

다만 이건 기 만으로는 쓰기 버겁다. 기는 무공을 사용하기 위한 이능력이지 마법과 초능력을 쓰려는 이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하지만 성질과 영자 함량이 다르다. 제빵 할 때 설탕 한스푼 더 넣으면 망할 수도 있는 것처럼.

"일단 무공만 익히렴. 나중에 그건 시간 나면 알려줄테니까"

"네에!"

선이는 그렇게 대답하고 소주천을 시작했다. 심법을 배운지 얼마나 됐다고, 아직 세맥이 막히지 않은 어린애라고 하지만 벌써부터 소주천을 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이거 뭐야 무서워.

인간은 재능 있는 사람을 보면 질투를 하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상식을 뛰어넘은 것을 보면 질투보다는 경외나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보통 인간들이 대마왕인 우리를 보고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하다. 나도 지금 그런걸 느끼고 있었다.

내가 괴물 새끼를 키우는거 아닐까 깊은 고민이 생긴다. 그래도 심성이 착해서 다행이지.......

"그런데 아까 아저씨가 동동이 아저씨랑 설명 하실 때 단전이란건 고밀도의 기의 결정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그러면 검기나 검강도 단전이랑 비슷한건가요?"

"음......단전 쪽이 좀 더 안정화 되어 있는거랑 같은거지. 예를 들어서 검강은 얼음 같은거고 단전은 젤리......아니, 행인두부(杏仁豆腐) 같은거지"

"무슨 차이예요?"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냉기(의지)의 필요 유무의 차이"

행인두부는 말이 두부지 실제로는 중국식 두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도 디저트 종류로 존재한다.

얼음과 젤리는 비슷해 보이지만 얼음은 냉기가 있어야만 녹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비해 젤리는 냅둬도 존재한다. 그런 차이인 것이다.

"아! 그렇구나!"

선이는 그렇게 외치고 자신의 손에 쌓은 얼마 안되는 내공을 집중했다.

"으으으으으으으음!!!!!"

선이가 쌓은 내공은 기껏해야 지금의 동동이가 10보 정도의 경공을 쓰는데 필요한 수준의 지극히 미미한 내공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조금, 그녀의 손에 깃든 내공은 뭉쳐지다가 무너졌다.

강기까지는 아니지만 수기(手氣)가 맺히려다가 만 것이다. 실패했다는 것이 그나마 선이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히잉, 안되네......."

"일단 네가 경험과 내공이 부족한데다 신체가 그만한 기를 버틸 수 없어서 그런거야. 아무리 재능이 넘치더라도 재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어"

"그래요?"

"그래, 재능만으로 뭐든 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세상은 한결 평화로워졌겠지"

여태껏 내가 싸웠던 상대 중에서 나보다 재능이 넘치는 상대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 싸워서 승리해 살아남은건 나다. 싸움의 승패는 재능으로 갈리지 않듯이 재능만으로 뭐든 할 수 있는건 아니다.

나는 선이에게 무공보다는 다른 것을 가르쳐주기로 수업의 방향성을 바꾸기로 했다.

대충 기본만 가르쳐주면 선이는 알아서 발전할 타입의 천재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인성 교육부터 제대로 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체력 단련 할 때는 내공 쓰지 마라"

"엑"

사전에 꼼수 방지!

생각보다 너무 재능이 뛰어나서 진작에 제한 걸어놔야겠다.

*

*

*

*

선이의 재능은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포텐셜이 폭발한 재능 있는 사람의 성장은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함을 한다.

물론 내가 아니라 용하연이 그랬다.

"이틀만에 삼류 무사라고? 미친건가?"

"그나마 신체 단련이 안되서 그런거지 몸만 자라면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껄?"

"이러다가 네가 있는 경지까지 오르는거 아닌가?"

"그 정도는 아니야"

초월자는 재능만으로 오를 수 없는 경지다.

50세 이전에 로드에 오른 미친 재능의 소유자인 팬텀이나 선이랑 비슷하다고 했던 재능을 가진 나이트로드나 재능은 뛰어나지만 거기에 걸맞은 환경과 시련이 있었다.

선이가 성장해도 초월자에 이를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다. 용하연 수준만 올라도 잘 했다고 칭찬해줄 만큼 초월자의 경지는 호락호락한게 아니다.

"더군다나 저렇게 쉽게 올라가면 나중에 벽을 만났을 때 고생하지. 무림인들도 보면 막 일류랑 절정, 혹은 절정과 초절정 사이에서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말이야"

"그렇긴 하겠군"

그리고 운도 좀 따라줘야 하고......물론 나야 확률 조작이 가능하니까 별 의미 없지만.

생각을 해봐라, 가챠 돌리는데 돈 많다고 원하는게 잘 나오냐? 운 좋으면 1연차 돌려서 나올수도 있고 운 나쁘면 100만원 돌려서 안나올 수도 있는 법이지. 결국에 운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선이와 동동이는 자습의 시간을 가지고 나는 다시금 연화홍루의 하오문을 들러보기로 했다. 흐르는 소문 좀 확인하고 교통 정리 할거 좀 생각하려고.

"나 잠깐 나갔다 올테니까 둘 다 잘 하고 있어라. 알겠지?"

"잘 다녀오세요!"

한번 갔던 길이라 연화홍루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아직 이른지 기루에는 등 조차 제대로 걸지 않고 있었다.

초저녁이니까 이런데 오기에는 이르긴 일렀다. 하지만 내가 볼일 있는건 여자라기 보다는 정보 쪽이니까 먼저 안에 기별을 넣으니 금방 반응이 돌아왔다.

연화홍루주 이유화가 직접 마중을 나온 것이다.

"다시 방문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최 대협.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흠"

하오문은 하오문인지, 아니면 당문에서 했던 일이 소문이 잘 퍼진건지 몰라도 그녀는 이제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어차피 알려질걸 생각하고 한 일이였으니까. 오히려 모르고 있었으면 실망했을 것이다.

저번과 같은 매화실. 하지만 미리 준비 되어 있던 상은 저번과 같은 기본 술상이 아니라 온갖 요리들과 술이 가득한 상이였다.

흐음......음식 남기지 않는 나를 잡아두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쌓아둔거면 영악하다고 해두지.

"대협께서 저번에 맡기신 일은 확실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하루의 양 주사는 당문의 셋째 공자인 당진천 공자와 함께 연루되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될것 같나?"

"쉽사리 풀려나긴 힘들겁니다. 국하루가 명망 높은 가게라고 하나 결국에는 일개 요리집인 것도 사실. 당문의 이름 앞에서는 위세가 죽는 것도 어쩔 수 없을테지요"

허나 그렇게 하다가 죽어버리는건 내가 바라는 일이 아니였다.

놈은 요리 대결을 통해서 국하루의 모든 것을 넘기고 망해야 했다. 그래야 충분한 복수가 될테지.

"처벌이 결정되면 당문으로 가야 하나......."

어차피 조만간 기별이 올거다. 이미 양윤채까지 조사 받고 있다면 심증과 어느 정도의 물증은 다 나왔다는 소리일테니까.

생각대로 일이 잘 진행되는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다. 인생이 이렇게 잘 풀리면 나도 정말 좋을텐데 말이지.

"아, 이거에 대한 정보값은 따로 줘야 하나?"

"아니옵니다. 이건 그저 저희가 대협께 드리는 호의에 불과하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무료만큼 비싼건 없지"

서비스는 하다못해 산 것에 대한 덤을 주는 것이니까 낫지만 무료는 세상에서 제일 비싸다. 단순한 호의에 가치를 매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다리 부러져라 이렇게 술상을 쌓아두고 무료라고 하면 퍽이나 그렇겠다. 그만큼 투자하는 보람이 있기 때문에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다.

당문에서 일어난 일도 알고 있으니 나에게서 정보 한두개만 얻어도 이득이라고 생각하는거겠지.

어차피 정보란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나에게 별거 아닌 정보도 그들에게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음.....그래도 돈 쓰는 것보다 별거 아닌 정보 몇가지 넘겨주는 편이 나을것 같다. 알아봤자 의미 없는 것도 있으니까 말이다.

근데 얘네들 용하연이 있는거 예측은 하고 있을까? 내가 천살제의 제자인건 대충 천살진기(天殺眞氣)로 증명했다면 용하연은 아니니까.

공간참 한번만 날려도 될텐데 말이지......

물론 나는 길안내 하는 입장이다, 선이의 일에 휘말려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되도록이면 용하연이 힘 안쓰게 하는 편이 좋다.

생각해봐라, 힘으로 다 해먹으려고 하는 무림인이 해결하는게 낫겠냐, 아니면 조금이나마 현대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내가 해결하는게 낫겠냐?

"후우......"

아, 생각하니까 빡치네. 술이나 마시자.

적당히 이야기나 말해주자. 지장 없을만한 것으로.

"대협께서는 서역에서 오셨습니까? 무림에서 행적이 있는 것도 아니며 따로 거주하신 것도 아닐터인데"

"대충 먼데서 오긴 했지. 무림에는 동창회나 하려고 왔어"

"동창회?"

"천하삼절이랑 그 스승이랑 간만에 모이는거면 동창회지 뭐"

"........!!!"

오, 눈치 빠른데..

내가 일부러 눈치 빠르다고 말한 것은 직접적으로 말한 내 말에서 숨겨진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천기자나 다른 천하삼절을 그렇다 치더라도......이렇게 말했다면 객잔에서 애들 굴리고 있을 용하연의 정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는 추측 뿐이였다면 남은건 확신이였다. 괜히 한 지부라도 지부장을 맡는게 아니였다.

"천하삼절 중에서 죽은건 초대 천살제인 진 대협 뿐이지. 나머지는 전부 쌩쌩하게 살아 있는데 뭐"

"등선하신 만병왕 대협은......."

"선계에서 결혼까지 했지. 아마 모인다고 하면 하계로 내려올거다"

그레이는 아무리 천기자란 별호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에는 금발 금안의 색목인 취급이라서 서역 사람이라고 생각할거다.

그러면 내가 서역에서 왔다 그러면 아무도 태클 걸 사람이 없다. 용하연도 그레이 찾으러 떠났다가 동창회 하러 온다고 하니까 중원으로 돌아온거라고 하면 되는거고.

남이 봐도 일리가 있는 변명이고 모르면 쉽사리 거짓이란걸 알아낼 수 없는 변명이다. 적어도 지들이 직접 서역까지 가서 조사하지 않는 한은.

물론 난 그때쯤 여기 없을듯ㅋ.

"이거면 대충 술값 됐지?"

나는 짙은 매화향이 나는 술을 병나발로 불면서 말했다.

이야, 여기 술 맛있네. 나중에 울 마누라한테 사가야겠다.

========== 작품 후기 ==========

선이 재능 = 자기가 좋아하는건 잘할 수 있음.

벨런스 붕괴 같지만 의외로 약점은 존재합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나 살인에 흥미를 느낄 인성파탄자는 주인공 정도이기 때문에 그런 부류의 일이라면 오히려 마이너스 보정이 붙는다는거.

요컨데 PVP에는 못써먹는 스토리 전용캐임.

대신 흥미만 보이면 머리 쓰는 일이던 몸 쓰는 일이던 다 잘함.

그나저나 이제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연참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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