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2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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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으로 돌아온 나는 식사를 마치고 차 한잔 걸치고 있는 용하연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일 하고 왔는데 내 밥은 미리 안시켰어?"
"지금이라도 주문 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리고 언제 올지 모르는데 미리 시키면 밥이 식는다"
"어차피 금방 끝날거 알면서 뭘 그러냐"
"갔던 일은 잘 됐나?"
"계획대로.....!!!"
나는 죽어서 천국도 지옥도 못가며 가루☆바나나를 외치는 모 데스노트 사용자 마냥 웃었다. 아, 이러면 나도 합성소재로 써먹는거 아닌가 몰라.
아무튼 의외로 당문에서의 일이 빨리 끝났으니 일 터지려면 금방 반응이 올거다.
"고생하셨습니다, 대협. 헌데 지금 당문에는 가주인 칠절진독(七絶眞毒)이 아닌 독왕 대협께서 계실터인데....."
"그래서 한 따가리 하고 왔다. 그래도 꽤 강직해서 마음에 들던데? 자기 핏줄이라고 엄하게 처벌하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
예로부터 가장 어려운게 자식농사란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자기 자식에게는 그렇게 엄하게 대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왕은 처벌을 확실하게 하겠다고 약조했다. 물론 그게 거짓말이 아닌건 진작에 알아봤고.
요즘에도 그런 강호의 도리를 아는 사람이 남아 있었을 줄이야......게다가 얼굴도 어디서 본적 있는것 마냥 익숙한데, 예전에 봤나?
전생의 인연이면 익숙한 것도 당연한데 어디서 봤더라......당문, 당문. 아, 혹시?
"그런데 세가주가 집에 없으면 어디로 갔다냐? 어지간한 일 아니면 자리 뜰 일은 없을텐데"
"맹(盟)의 일 때문에 저리를 비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림맹?"
"네"
무림맹이라, 또 전형적인 이름이 나왔군. 아니, 그래도 나쁘진 않다. 오히려 맹이란건 유지할 정도로 정파의 세력이 강맹하다는 뜻이니까.
위선자라 욕해도 하지 않는 선보다 위선이 나은 법이다. 그들로 하여금 사파나 흑도 무리들로 인한 범죄가 처벌 받고 치안이 유지되고 있으니 오히려 좋은거지.
나는 정파던 사파던 흑도던 마교던 딱히 상관하지 않는다. 그냥 내 성질 건드리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대협......저는 어째서 여기에?"
"뭐가?"
"그게 아니라 최근 무림에 대한 정세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도 될 터인데 어째서 저에게 그러시는지......"
"불만 있냐?"
"아아아, 아닙니다!"
"농담이야"
동군영......아니, 그냥 동동이로 계속 부르자. 이름 부르면 자꾸 그거 생각나서 그렇단 말이야. 그거보단 차라리 동동이가 낫지.
내가 이 녀석을 계속 잡아두는 이유는 그거다. 내가 떠난 이후에 선이의 보호자가 필요하니까.
내가 선이를 돌봐주고 무공을 가르쳐줘도 어린애에게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몇년을 주구장창 있는게 아닌 이상 길어야 1년인데 그거 가지고는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데......만병왕은 금분세수하고 알콩달콩 신혼 생활중에 애 맡기는건 그렇고, 여기서 믿을만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와중에 내가 봐도 좋고 용하연이 봐도 괜찮은 녀석이 동동이다. 팍팍한 요즘 세상에 순수한 협객이 얼마나 있겠어, 있으면 무공 좀 가르쳐주고 잡아야지.
무림은 착하면 뒤통수 맞고 뒤지기 딱 좋은 성격이지만 그래도 애를 맡기려면 착한게 낫다.
선이랑 지내는거 보면 서로 잘 맞는 것도 같고.
"선이 너도 슬슬 무공 교습 좀 해줘야겠다. 몸 만드는거 겸해서 기공 좀 알려주고"
"대협, 설마 천살지기를.......?"
"아니, 그거 말고. 그건 내가 전수할 자격이 없어"
배웠던걸 도로 역주행해서 원본을 복원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본의 주인이 되는건 아니다.
정작 창안자인 그레이는 별로 신경 안쓰겠지만 내가 신경쓰인다. 더군다나 함부로 퍼트릴만한 것이 아니고.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무공은 태극나선경......아, 이거는 백리한테 가르쳐줬지. 그러면 낭아유수(狼牙流水)로 할까? 일단 무기는 나중에 고르고 맨손 쓰는 무공부터 가르치자.
"선이는 모르지만 너는 이미 배운게 있어서 그거나 마저 배우는게 낫겠다. 대충 보니까 절정 무공 수준은 되더만"
"예, 저희 유백검문의 진신절학인 유백검결(流魄劍結)은 150년 전 초절정 고수셨던 유백검 동위 대협께서 창안하신 무공으로......."
"너희 무공 역사는 둘째쳐도 일단 그 무공도 내가 선이한테 가르쳐줄 무공이랑 나름 연관되어 있어 보이기는 하거든"
태극나선경이 흐름을 태극의 이치로 다스리는걸 기반으로 하였다면 낭아유수는 흐름 자체를 기반으로 한 무공이다.
극성에 이르면 특징 또한 다르다. 태극나선경은 상대의 공격이나 기공을 모두 상쇄할 수 있지만 낭아유수는.......시간정지 비슷한걸 쓸 수 있다.
시간이란 것도 결국에는 시시각각 변하기만 할 뿐 개념적인 무언가니까 말이다. 정면에서 거스를 수는 없지만 흐름을 잠시 비껴가는건 가능하기에 그러면 시간이 멈춘것 마냥 움직일 수 있다.
"너한테는 따로 가르쳐주긴 할거지만 그래도 선이 익히는거 보고 따로 공부해도 뭐라 하지 않으마"
"감사합니다, 대협!!!!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오냐"
어차피 이번 일과 더불어서 나에 대한 소문이 흘러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애들이나 가르치고 있자.
하지만 난 은근히 스파르타라서 말이야.
재능 없이 여기까지 올라오려면 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도 한정된 니들이 그러려면 빡세게 할 수 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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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남을 가르치는 재능은 별로 없다. 하지만 다른건 몰라도 무론(武論) 강의는 내가 자신 있는 분야다.
이야기가 상반되는데 무슨 개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가르치는데는 강의 실력만 필요한게 아니다. 교수님 강의가 재미있다고 내용까지 잘 이해되는건 아니지 않은가? 그나마 졸지나 않겠지.
물론 무론 강의를 잘하는게 사람 죽이는거랑 요리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재능 없는 녀석이 올라오기 위해서는 그만큼 열심히 해야하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더군다나 나는 문과다. 깨달음이란건 오묘하고 한편으로는 뜬구름 잡는 소리인데......자고로 작가 의도를 파악하시오(5점)! 같은 문제를 가장 답변 잘 하는게 문과 아니겠냐!
그리고 이 경지까지 올라오면 위에서 보이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천천히 깨달음을 잘 설명해서 풀어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재능없는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니 맞춤형 교육도 가능하다.
........다만 가끔 보다 보면 재능충 새끼들은 말 한마디만 해줘도 쑥쑥 크더라. 가끔 그거 보면 자괴감 들고 막 그래.
"아침에는 체력 단련, 저녁에는 무공 수련이다. 나눠서 하면 효율적이겠지"
"저......선이는 아직 아이입니다만. 저희 유백검문에서도 어린아이에게 너무 심하게 체력 단련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애한테 너무 과하게 몸을 단련시키면 오히려 성장에 방해 되는 것도 잘 알아. 그래도 그건 최대한의 효율을 낼거니까 네가 걱정하지 말고"
회원님! 한번 더!
물론 내가 몸 만드는 그런쪽의 직종은 해본적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면 근육이 생기고 발달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일단 두부를 많이 먹으려무나. 이런 세상에서 단백질을 보충하려면 그런 것 밖에 없으니.
무림에 프로틴이 있어, 뭐가 있겠어. 있으면 그거대로 무섭겠다. 헬-창 무림이라니.
막 외공 단련한 놈들이 돌아다니면서 '3대 몇 하세요?''아, 2.5톤이요''절정고수시네요'같은 소리를 하면 내가 끔찍해서라도 심판 날렸지.
아무튼 확실하게 말하자면 이거다.
나는 강의는 못하지만 과외(1대1)는 잘한다! 불법으로 잡혀갈법한 말이군!
"가장 먼저 내가 설명할 것은 기(氣)라는 개념에 대해서다"
"본격적인 무론이군요"
"와! 재미있겠다!"
"선이는 의욕이 넘쳐서 다행이네. 아니, 가르쳐준다고 했을 때부터 저러긴 했는데"
물론 의욕이 넘치는건 좋은 일이다. 그만큼 열정이 있으니 진도도 빨리 나갈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기라는건 자연지기가 어쩌구 하는건데 말이야. 사실 별거 아니야. 영자라는 개념이 뒤섞인 이능력일 뿐이지. 그냥 범용적인 느낌이라서 알아서 축적하고 쓰면 돼"
"너무 성의 없는 설명 아닙니까 대협?!"
"사실인데 뭐 어쩌라고. 결국 중요한건 의지, 혹은 의념이거든"
"의념......?"
너무 내 쪽의 비유를 드는것 같지만 누굴 죽이는데 살인 청부를 한 놈이랑 살인을 한놈이랑 두고 보면 근원이 누군지 꼽으라고 할 때는 필시 전자를 꼽기 마련이다.
살인 청부업자는 딴 사람을 골라서 해도 되기 마련이지만 살인 청부한 놈은 같거든. 결국에는 중요한건 시키는 놈이란 뜻이다.
그리고 여기서 시키는 놈이란 바로 의지다. 무림 용어로는 의념이라 하기도 하지.
"이기어검과 허공섭물의 차이점이 뭐냐? 검을 허공섭물로 날리기만 하면 그게 이기어검이 되는거냐?"
"그건.......다르지 않습니까?"
"어디가? 어떻게?"
"음......"
"결국에 그 차이점은 의념이야. 허공섭물이란 그저 물건을 들어 올리고자 하는 의지일 뿐이고 이기어검이란 검과 자신이 연결되어 손이 닿지 않고도 휘두를 수 있다는 의지의 표명일 뿐이거든. 결국 중요한건 개인의 의지일 뿐이지 기가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기가 중요하지 않다는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걸 잊지 말라는 뜻이지 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나 최소한의 출발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말이다.
"여기서 한가지 문제를 내보자. 수십년을 단련한 노고수랑, 겨우 십수년 단련한 너랑, 내공을 전부 소모하고 같은 양의 기를 단전에 채우는데 더 빠른 사람이 누구일것 같냐?"
"그야 당연히 노고수지요"
"왜?"
"음......운기하는 속도가 빠르니까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런 차이도 있겠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겠지"
무협 소설 보면 흔히 몇갑자씩 해서 내공을 채우고 쓰고 막 그런다. 그런거 따지면 삼천갑자 동방삭은 무슨 무리수 쭁쭁 써대는 괴수 새끼냐?
아무튼 내공을 쌓는데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다. 중요한건 기의 순도였다.
"순도요?"
"그래, 금 1근이라도 잡철이 9할 9푼 섞인 것은 별 의미 없잖냐. 노고수와 신진고수의 차이는 기의 순도에서 오는 것이지"
단전(丹田)이란 것은 기를 축적하는 곳임과 동시에 고밀도의 기의 결정이나 다름없다. 특히나 수련과 경지의 여부에 따라 그 밀도는 점차 높아지는 법이다.
그리고 현대인이라면 과학 수업 시간에 한번쯤 들어본 삼투압 현상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모른다고? 너 수업 시간에 졸았구나. 그러면 가장 간단하게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설명해주면 소금물에 배추 넣으면 쪼그라드는 것이랑 비슷한 이치다. 즉, 농도가 작은 것은 높은 곳으로 가려는 성질이 있다.
기도 마찬가지다. 기는 농도가 적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기에 고밀도의 기의 결정인 단전으로 모이려는 성질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고수일수록 내공의 회복 속도가 빠른 것이다.
......물론 삼투압 현상은 이름처럼 사실 압력에 의한 것이다. 반대로 존나 큰 압력(의지)로 반대로 하고자 하면 못할건 없다. 그건 심화 과정이니까 나중에 설명하자.
"경지에 이르는게 먼저인가, 기가 먼저인가는 닭과 달걀의 문제나 마찬가지지만 어느 한쪽을 편 들어줄 수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기에 있어서 중요한건 양이 아니라 순도야. 가끔 그걸 잊는 바보들도 있더라고. 시간을 들여서 순도를 높여야 하는데 내공 모이는 속도만 신경쓰니까 수준이 낮은거지"
"............."
선이는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데 반해 동동이는 어느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서서히 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기는......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동동이는 이미 일류의 끝자락에 향해 있던 나름 실력 있는 녀석이였다. 적어도 현 시대 무림 기준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일류와 절정의 벽은 크다. 검강 하나만 뿜어낼 수 있어도 일류 고수 수십은 학살하고 다니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그 벽은 크고 높다. 쉽사리 넘어갈 수 없지만 그는 아무래도 그것을 뛰어넘을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였다.
이윽고 아직 심법도 익히지 않은 선이도 느낄 수 있을법한 강렬한 기파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선이를 잠깐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서 피하게 하고 잠깐 호법을 서주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점차 동동이의 단전의 기의 양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아진다고 해서 약해지는게 아니라 그만큼 순도는 올라간다. 비교적 탁한 기는 버리고 순도 높은 기만 취하여 응축한다.
그리고 응축한 기를 기반으로 하여 서서히 운기해 축적한다. 방금 전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순수한 기가 단전에 쌓이고 이내 벽을 뛰어넘은 동동이가 눈을 뜬다.
그는 자신의 검을 잡아서 내공을 불어넣는다. 고순도의 기가 결정화 되면서 검기는 이윽고 강기가 되어 뿜어진다.
아직 좀 불안정하지만 그것은 확실한 검강이였다. 그는 절정 고수에 이른 것이다.
"내, 내가! 내가 절정 고수라니!!!!"
"꼭 고자가 된것 마냥 말하네"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태클은 걸어주었다. 자고로 개드립이 일상인 우리에게 그건 당연한 일이다.
"감사합니다 대협!!!! 덕분에 절정 고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끝자락에 이르렀던 네가 계기를 얻은거에 지나지 않아. 아마 시간만 걸릴 뿐이지 충분히 오를 수 있었을껄"
"하지만 겨우 1시진도 안되는 수업 하나로 저에게 깨달음을 주셨지 않습니까? 아마 다른 사람들이 안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겁니다"
".......무림인의 무공 욕심은 쩌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절정 고수 정도로는 선이가 무림행 할 때 보호자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못해도 초절정 고수는 되어야지.......방금 절정 고수가 되었다고 깨달음만으로 초절정 고수가 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이때 필요한건 뭐?
용하연(굴ㄹ......).
========== 작품 후기 ==========
과학 부분에서는 작가가 빡대가리라 응용하는게 쉽지 않지만 이능력 설정이라던가 그런건 작가 마음이니까 설정 짜는걸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막 이걸 배우면 한달만에 천하제일의 고수가 될 수 있다.....! 같은 개연성 말아먹은건 안만들어요.
주인공도 설정만 보면 세계관 최강자 해먹고도 남겠지만 더 쌘놈들이 많아서 의미 없음.
아무튼 슬슬 크리스마스네요. 딱히 해드릴건 없고 연참해드림.
........사실 저도 일정 없어서 연참 하는거예요. 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