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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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왕이 뿌린 독은 눈에 거의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어서 공기 중에 퍼지면 그냥 분산될 것 같지만 괜히 독왕이란 별호가 붙은게 아닌듯 나에게로 날아왔다.
무언가에 이능력을 담는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게 형태가 없는 분말 같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당문이라 부를 정도로 역사가 깊고 오래 이어졌다면 그만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마냥 쉬운건 아니다.
지구만 하더라도 포스 유저 중에서 총알 같은 것에 가이아 포스를 담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 미국의 마스터 유저인 제이콥 밖에 없었다.
아무튼......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나한테는 의미 없는 일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독이 안통하고 역장도 있으며, 설령 통한다 하더라도 그거 가지고 끄떡할 사람이 아니니까.
내가 아무리 죽기도 하는 초월자라도 독 같은건 의미가 없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상대가 쌓아온 수십년의 세월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금 그 셋째 공자 같은 놈이면 눈 앞에서 할 수 있는거 전부 소용 없다는걸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여태까지 쌓아온 무공을 전면부정해준 다음에 비웃으면서 죽이겠지만 독왕이란 노인은 꽤나 성격이 괜찮았다.
게다가 상대 체면도 있고 그래서......여기까지 왔는데 괜히 반감살 수는 없지. 상대 호감을 사면 오히려 좋으니까 말이다.
"흐으으읍!"
나는 날아오는 분말, 아니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감각'이란 능력을 가지고 강화된 시력을 통해서는 훤히 보이는 분말 형태의 독을 그대로 전부 들이켰다.
그러자 독왕의 눈이 떨린다. 설령 그렇게 할줄은 몰랐다는 눈치다.
"보였나?"
"대협께서는 저를 얕보는것 같소만"
"죽일 생각 까지는 없었으나 칠화전독(七花煎毒)을 그렇게 들이키고도 반응이 없다니, 만독불침이냐?"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패기있는 무림 고수 코스프레도 나쁘진 않지.
"볼수록 마음에 드는 녀석이군. 요즘 애들은 그런 패기가 없어, 쯧쯧.....좋아, 첫수는 넘겼다만 두번째 수는 어떻게 할테냐?"
사람들은 웅성거리면서 소란을 피웠다.
그들의 눈에는 아무런 기척 없이 벌써 첫번째 수를 받아낸 것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독왕의 용독술(用毒術)은 그만큼 뛰어났고 나 또한 반응이 없었으니까.
"내 별호가 독왕이라서 해서 독만이 장기인 것은 아니지! 당문의 암기술을 보여주마!"
독왕은 소매를 휘저어 침을 흩뿌렸다. 철판도 가볍게 뚫을 수준의 침이 수십개, 한사람이 날렸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많고 강하고 정밀했다.
하나하나가 전부 내 급소를 미세하게 피해서 그대로 맞는다면 죽지는 않겠지만 빈사 상태에 빠질것 같았다.
"핫!!!"
티티티팅!!!
하지만 암기들은 그대로 내 몸에 닿자마자 그대로 튕겨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역장을 뚫지도 못했다.
내 역장은 물리적인 공격에서 거의 완벽하게 나를 보호한다. 유일하게 뚫을 방법이 있다면 개념적인 공격, 혹은 의지가 깃든 공격 뿐.
물론 무림인이 무공 익혀서 내 역장을 뚫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경지에 이른 녀석은 내가 알기로 그레이네 제자들 밖에 없다. 그나마도 역장 좀 깍는 수준이고.
"헛! 금강불괴!"
"저 나이에 금강불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독왕께서 날린 암기가 통하지 않다니!"
암기에 담긴 내공은 범상치 않은 수준이였으나 그것 뿐이다. 초월자와 그냥 무공 좀 익힌 인간 사이의 격차는 너무나도 크다.
.......나도 환생자 아니였으면 초월자에 이르지 못했을거다. 그만큼 인간의 일생 한번으로 닿기에는 힘든 곳이다.
"호오......너 같은 고수라면 이름 한번 쯤은 들어봤을터. 방금 전에 무림에 발을 들인게 오래되지 않았다고 함은 무림초출이란 말인가?"
"비슷하오"
"스승의 이름은 어떻게 되지? 너와 같은 녀석이 그냥 솟았을리는 없을테니"
내 입으로 대놓고 설명하면 좀 그렇다. 아니, 이야기는 해야겠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사제지간은 아니니까.
나는 천살제라 불리는 스승에게서 몇가지 몸 쓰는 법을 배웠을 뿐 진신절학인 천살진기(天殺眞技)는 배우지 못했다. 말하자면 속가제자(俗家弟子) 정도이고 내제자(內弟子)는 아니라는 소리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스승님보다 쌔다! 스승님은 능력 하나도 없어서 신 하나 조지는데도 존나 힘들거든!
능력 두개쯤 있으면 신 같은 고위 정신체 조지는건 경험 나름이지만 한개 있으면 힘들고 하나도 없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괜히 그게 위업으로 되는거 아니다.
아무튼 내 입으로 직접 말하면 모양이 안산다. 적당히 추측하게 떡밥을 던져주자.
"스승님께서는 친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남궁세가를 멸문시켰으니, 당가 또한 그런 일을 겪게 되지 않아서 다행으로 생각하오"
"뭐시라?"
"남궁세가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그 남궁세가는 정파의 필두로 속하는 오대세가 중 하나일터, 그런 남궁세가가 멸문이라니!"
"헛소리도 작작해라!!!"
그러나 사실이다. 천년의 시간은 한 세가가 패망했다가 다시 부활하기 충분한 시간일 뿐이니까.
누군가는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자리에도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누군가가 소리쳤다.
"자, 잠깐! 남궁세가가 오래전에 단 한번 멸문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오래전에? 언제적 말이냐?"
"천년전에! 그것도 천하삼절 중 하나인 천살제에 의해서!"
"........!!!"
한순간 싸늘한 침묵이 감돈다.
천하삼절의 이름은 무겁다. 그 스승인 천기자 류천......아니, 그레이 그 새끼의 이름은 더 높지만 그래도 지금 떠도 천하제일인 먹고도 남는 녀석들인데 오죽할까.
애초에 무공의 개념이 다르다. 나중에 설명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남들은 마차타고 다니는데 혼자 스포츠카 타고 다니는 격일까. 대충 그렇다.
"천살제의 제자라고? 그때 부터 무려 천년이나 지났는데!"
"아니! 500년 전에 만병왕 대협과 함께 천살제 또한 모습을 드러냈어! 만병왕 대협은 등선하셨지만 천살제는......"
"설마!!!"
여기는 무림이고 그 어떤 기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수백년 전의 노괴가 튀어나올 수도 있는데 천년은 좀 과한 느낌이 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산 시간도 그 정도 되니까 아무튼 사실임,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살았으니까 과소 포장인가?
현대였다면 '인간이 천년쯤 살았어요'하면 무슨 미친소리냐고 하거나 미국에서 51구역행으로 갈만한 사안이지만 여기는 무림이였다. 덕분에 내 이야기는 신빙성이 더해진다.
"이제와서 수백년 전의 전설 속의 고수의 제자가 나타났다고 한들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단 하나 밖에 없지"
"무인은 실력으로 말하는 법!"
"잘 알고 있구나! 그렇다면 어디 내 전력을 막아보아라! 이번에는 가감없이 가겠다!"
촤차차차착!!!!
허공에 수십, 수백개의 침이 흩뿌려진다. 하나하나가 아까에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으로 느껴질 만큼 웅혼한 내공을 품고 있어서 고작해야 침 주제에 관통이 아니라 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자고로 점은 이어져서 선이 되고, 선이 쌓여서 면이 되는 법이다. 암기의 장점은 자고로 한번에 여러개를 뿌릴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정점에 이른 실력이라면 암기는 탄막이 되어 흡사 미사일 폭격마냥 쏟아지게 된다.
"모두 피해라!!!! 태상 어르신의 극에 이른 만천화우(滿天花雨)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도망쳐서 어느새 독왕과 나만 남게 되었다. 나를 중심으로 전방위로 둘러싼 암기들은 그대로 쏟아져 나린다.
무공이란 것은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로 도태되는 기술이다. 호신강기 쓰는 절정 고수에 이르지 못하면 고작 며칠 배운 총기에 죽어나가는게 무공이니까.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경지에 이르면 기술의 발전을 초월하는 법이다. 당장 눈 앞의 만천화우만 하더라도 파괴력만 따진다면 사람을 살점 하나 남기지 못하고 가루로 만들 수 있었다.
"핫!!!!"
그러나 결국 그 기준 또한 초월자에 들지 못한 수준. 나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천살제의 제자라고 했으니 그걸 증명할만한 것을 보여줘야 할터. 그렇다면 가장 좋은 것이 있다.
천살진기(天殺眞技)를 익힌 자만 쓸 수 있는, 마룡후 용하연에게 공간 공명을 통한 공간참이 있다면 천살진기에는 천살진기(天殺眞氣)가 있다.
콰콰콰콰!!!!
내 몸을 중심으로 뿜어진 유형화된 살기 같은 것이 넘실거리며 일어난다. 죄책감이라는 리미터 없이 뿜어지는 짙은 살기를 정제하여 기와 융화하여 만들어지는 천살진기(天殺眞氣)는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방어 수단이고 공격 수단이다.
"저, 저것은!!!!"
"허업! 천살제의 독문무공! 천살진기!"
"떨려올 정도의 짙은 살기를 눈에 보일 정도로 다듬을 줄이야! 초절정 고수다!!!"
의기상인(意氣傷人)이란 경지가 있다. 뜻을 풀이하면 해치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사람을 해한다는 소리인데 좀 더 심화하면 그것은 심검(心劍)이 된다.
베고자 하는 의지 만으로 사람을 벨 수 있으니......라고 해봤자 의지부터 다루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지극하 간단한 일이다.
천살진기(天殺眞氣)는 살기를 정제하여 기와 융화시키고 그걸 통해서 상대에 대한 간섭력을 증가시킨다. 기반이 되는 것이 살기인 만큼 사람의 움직임을 경직시키고 일반적으로 닿을 수 없는 고위 정신체에게도 공격이 통하며.....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힘을 기반으로 내 '감각'에 의한 비상식적인 기감까지 저해지니까 나는 한큐에 행성 인류 전체를 죽일 수 있는 권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근데 정식 제자도 아닌데 어떻게 쓸 수 있냐고?
배운걸 기반으로 역주행하면 닿는 법이다. 만류귀종(萬流歸終)이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니까. 나한테 재능은 없어도 시간과 경험은 충분하게 주어졌으니까!
콰아아아앗!!!
"태, 태상 어르신의 만천화우가.....!!!!"
천살진기(天殺眞氣)에 의해서 수많은 암기들은 그 강대한 힘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닿기도 전에 멈추었다. 살기가 물리적인 힘마저 강제하는 것은 천살진기(天殺眞氣)의 특성이다.
이것 덕분에 천살제는 대대로 '고수를 이기는게 쪽수'라는 말을 유일하게 거스르는 무림인이 되었다. 설령 나라 하나와 싸운다 하더라도 접근하는 순간 죽어버리는 이상 마법같은 원거리 공격이 없는 무림에서는 적수가 없다.
"그것이 천살진기(天殺眞氣)! 천살제만이 쓸 수 있었다던 비전의 무공이.....!!!"
"세 수가 끝났소"
힘을 잃은 암기들은 바닥에 떨어진다. 나는 포권을 쥐고 인사를 건내며 끝을 알렸다.
이걸로 내가 받기로 한 세 수는 끝이 났다. 더 이상 당문은 내가 저질렀던 일에 관하여 더 이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설령 물으려고 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무력 시위를 통해서 덤빌 생각을 접을 것이다.
남궁세가를 갈아버렸다는 악명아닌 위업을 쌓은 스승님의 반의 반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더라도 어지간한 세가의 4분지 1을 날려먹을 힘을 가지고 있다는걸 예상할 수 있을거다.
무림인이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족속이지만 그래도 세가를 이끄는 사람이라면 계산에 앞설게 당연하다.
감정이 먼저 앞서는 사람이였다면 진작에 세가가 망했을테니까. 요컨데 법정 싸움 가면 누가 먼저 선빵을 쳤느냐가 중요한데 맨날 선빵치는 놈이 머리면 고생할게 뻔하지.
"아, 그렇군. 이 쯤 되면 오히려 상쾌하군. 다른 사람도 아닌 천살제의 제자에게 패한 것이라면 자존심이 상하고 뭐고 없지"
새파란 후배에게 진거라면 모르지만 이건 겨우 세 수를 일방적으로 받은것 뿐이며 나는 배분상 현 무림에서 비교할 사람 없는 대선배다.
게다가 상대의 성격도 담백해서 그런지 별 트러블 없이 끝날것 같다.
"대협의 넓은 아량에 감사드리오"
"그나저나 도저히 그 나이에 오를 수 있는 경지로 보이지 않는데......"
"무림에 발을 들인 것이 처음인 것은 맞으나 나는 보기보다 나이가 많소"
"설마 반로환동을 하였단 말인가!!!"
독왕은 기함을 하며 놀랐다. 경지가 높은건 재능과 시간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반로환동은 그 시간을 연장하는게 가능한 일인데다가 그건 지식의 문제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죽을 때 쯤 된다면 얼마든지 반로환동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건 인간에게는 수명이란 이름의 천명이 있고 그걸 거스르면서 까지 삶을 연장하고 싶지 않아서다.
.......애초에 인생은 수 없이 많이 살아왔는데 쫌 더 산다고 변하는건 없지.
"과연, 그렇다면 보이는 나이에 비해 높은 경지도 설명이 되는군. 더군다나 이미 스승은 수백년을 산 노고수일테니......"
셋 다 팔팔하고 탱탱한 피부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건 비밀로 해두자.
그리고 직접 보면 괴리감 장난 아닐껄, 마룡후는 환생해도 집착하는 얀데레에 만병왕은 오네쇼타......내 스승인 천살제는 가슴이 존나 커.
"흠! 천살제의 제자, 그대의 이름을 듣고 싶소"
독왕은 정중하게 포권을 하고 어투도 윗사람이 하는 말보다는 대등한 입장에서 하는 어투로 바꾸었다. 내 배분과 무력이 있으니 그걸 존중해주겠다는 뜻이다.
물론 힘이 그런거일 확률이 꽤나 높지만.
"최악이오. 별호는 아직 없소"
"그렇군"
이윽고 독왕은 가솔들에게 소리치며 사건의 막을 내렸다.
"들어라! 최 대협은 내 세 수를 받아 그 실력을 증명하였다! 그는 결코 내 아래가 아니며 이로서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은 불문에 부치겠다! 이의 있는가!"
물론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집안의 최고 어른인 사람인데 누가 그의 의견에 반발을 할까.
"셋째 녀석의 처벌을 결정한 후에 기별을 드리겠소, 최 대협"
"알겠습니다"
그렇게 당문에서의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
남은건 국하루의 양윤채를 조지는 일 뿐이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이 일부러 돌아가는 이유.
1. 일 틀어져서 무림인 너무 많이 죽여버리면 관리자가 태클검.
2. 선이는 두고 갈건데 그러다가 자기 은원 때문에 죽으면 찝찝함.
3. 여기서 깽판치면 그레이가 조지러 온다(제일 중요).
자기를 한번 죽였던 사람이 죽이러 올텐데 자중할 수 밖에 없어요. 적당한 수준은 괜찮지만.
여기서 배분 챙기고 소문 퍼지면 나중에 어떤 고수한테 반말까도 문제없음.
근데 슬슬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케빈이랑 보낼 준비 되셨습니까,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