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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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문에 맡긴 일은 소문이 제대로 퍼지는건지 저잣거리로 나가면 은근히 들려오는 소리가 다 그 소리 뿐이였다.
국하루의 핏줄이 나타났다!
복수를 위해 돌아온 것이다!
양윤채! 국하루의 핏줄이 돌아왔소! 국하루를 파멸시키고야 말것이오! 등등등.
아, 마지막 드립은 어쩐지 북유럽 같은 곳에 가서 애 하나 키울것 같은 느낌이군.
여기서 북유럽이라고 해봤자 가까워도 러시아 일부 지방인데 멀다 못해 걸어서 가기도 힘들다. 자동차도 없는 이 곳에서 갈 수나 있겠냐? 잘해야 저 멀리 북해 쪽이겠지. 음, 어쩐지 설득력이 있는데!
"동동아"
"크흠, 선배님. 아무리 그래도 제 이름이 있을진데......."
"거 애칭으로 불러주는 거잖아. 그리고 내가 공짜로 그러디?"
탕수육에 부먹이니 찍먹이니 구분하는건 좋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돈을 내가 낸다는 가정 하에 그러는거다. 남이 사주는데 그거 따지면 안되는거디.
그래서 나도 동군영을 동동이라고 부르는 대신에 더 나은걸 해주고 있다. 무공 좀 봐주는거라던가.
"요 며칠 두분의 행동거지나 언행, 그리고 얼핏 보여주시는 실력 만으로도 충분히 제가 생각하는 그 분인줄은 알겠지만.......그래도 동동이는 좀 아니지 않습니까?!"
"뭐 어떠냐. 귀여운 이름인데"
"스물 넘은 청년을 부르는것 치고는 너무하지 않습니까?! 하다못해 이름으로 불러주십시오!"
"군영이? 아냐, 발음 쌔게하면 그것도 좀 그래"
똥구멍이나 구멍이나. 어느 쪽이던 좀 그렇다. 두가지 단어를 쓸 일은 되도록이면 울 마누라한테만 있었으면 좋겠다. 음......뒤쪽으로 하면 느낌이 달라.
여자한테 그러면 성희롱이고 남자한테 그러면 질 나쁜 장난에 그치겠지만 그래도 남자한테 그런 이름 부르고 싶지 않다. 넌 끝까지 동동이다.
"동동이 아저씨! 무림 이야기 해주세요!"
".........그래"
선이도 그렇게 부르더만.
아무튼 며칠간 선이는 잘 먹고 잘 자다보니까 살이 올랐다. 꼭 말하는게 생선이나 동물 보고 하는 말 같지만 아무튼 보기 좋게 통통해져서 딱 그 나이대의 어린애를 보는듯 하다.
슬슬 여기 일 마무리 하면 무공 가르쳐주기 딱 좋을 시기다. 차근차근 생각하자.
"소문은 어떻지?"
"꽤 괜찮게 퍼지더라. 아마 지금 쯤이면 우리가 여기서 머무르는 것도 알아냈을껄?"
"어쩐지 여길 감시하는 놈들이 생겼더라니"
"아, 그것도 알고 있었으면서 뭘 물어봐?"
만약 이런 소문이 퍼졌는데도 손을 쓰지 않는다면......둘 중 하나다. 신경 안쓰거나, 아니면 조심스럽게 행동하거나. 내가 보기에는 후자겠지만 말이다.
그놈은 정공법으로 오지 않을거다. 자기 실력을 믿었다면 요리 대결에서도 마파두부가 아니라 다른 메뉴를 선택했겠지. 그런 쪽으로 잔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정면으로 덤벼올리 없었다.
"가만히 있을 생각인가? 따로 뒤를 잡아서 추적할 생각은 없고?"
"그래봤자 뭔 의미가 있겠냐. 남 좀 스토킹 했다고 목숨 빼앗을 죄냐? 중요할 때 잡아야 그나마 죽여도 뒤탈없지"
"하긴, 그렇군"
괜히 명분 따지는거 아니다. 그리고 내가 다짜고짜 먼저 선빵치면 사천당가에서 지랄할께 뻔히 보이는데 먼저 손 쓸 수 없다.
내가 바라는건 상대방의 선빵을 바라면서 시비를 거는 짓이다. 현대에서도 막 시비의 여부 상관 없이 선빵 친 놈이 지잖다. 그래서 나도 어지간해서 선빵은 안치고. 기껏해야 시온 관련 일에서 빡쳐서 갈구는 정도지.
한동안 우리들은 객잔의 별실에서 지내면서 시간을 보냈다. 선이는 귀엽고 동동이는 나름 재능은 있어보이고, 여기서는 꽤 좋은 인연만 만나는듯 하다.
"일단 밥이나 먹자. 내가 보기에는 오늘 아니면 내일 사단 날것 같거든"
"대협......그 근거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뭡니까?"
"절세고수의 육감?"
"음, 그렇게 말하면 신빙성이 있습니다. 제가 잘못한것 같군요"
점소이를 불러서 따로 요리를 주문했다. 밥부터 먹은 후에 따로 놀러가던지 하자.
"그놈은 우리가 고수라는걸 모르겠지?"
"음......소문날 꺼리가 없을걸, 하오문에서 내가 한건 걔들이 정보를 다루니까 퍼트리지 않을거고 너는 어디 양아치 정도 팬거잖아"
"귀주삼호라면 세명이서 능히 절정 고수도 상대할 수 있다고 소문난 녀석들입니다만......"
"겨우?"
"무림도 수준 참 많이 떨어졌군. 스승님이 보시면 한탄하시겠어"
"용 선배님의 스승이시라면?"
"알면서 뭘 물어보는건가?"
이윽고 요리가 나왔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요리의 양이 많아서 어지간히 위장이 크지 않으면 밥 먹기 힘들다. 오리나 닭도 반마리는 없고 한마리씩이야.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양은 많아서 좋긴 하지만......현대의 자극적인 조미료에 익숙해졌다면 어지간한 요리 아니고서는 맛있지 않겠지만 말이다. 나야 애초에 그런거 상관없는 미각이라서 그런거고.
"....................어?"
"왜 그러십니까, 대협?"
"야, 먹지 말아봐"
이미 눈치 깠는지 용하연은 식기도 들지 않았다. 나는 동동이와 선이가 요리에 손을 뻗는걸 말리고 모락모락 올리오는 뜨끈한 김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냄새를 맡아보았다.
흔히 무색무취의 독이라고 하는데......과연 그 기준은 어느 기준일까? 고수도 감지 못할 수준? 그렇다면 그건 별 의미 없다. 초월자도 감지 못할 독 같은걸 써도 나한테는 의미가 없는데 하물며 이런 독은 어떨까.
막 독으로 경지에 이르러서 심검이랑 비슷한 심독(心毒) 같은걸 써도 들키는데 그게 통하기나 할까? 그리고 난 인피니티 포스 코어와 탐심무량기공 덕분에 독 면역이다.
"이 새끼들이.......?"
내가 가장 혐오하는 부류가 몇가지 있다면 그 중 하나가 먹을거에 장난치는 놈들이다.
한국에서 시설 생활 보낼 때 김 원장님이 만약 애들 밥 먹는걸로 장난치고 그랬다면 시설이고 뭐고 갈아 엎었을거다. 양으로는 좀 그랬지만.
근데 밥에다가 독을 타?
"이것만 빼고 먹어라. 이건 독 들었어"
"독 말씀이십니까?!"
"어지간한 녀석한테는 들키지도 않고......게다가 악랄하게도 지효성이네. 즉효성이면 오히려 의심을 살테니까"
객잔에서 대놓고 밥 먹다가 뒤지면 누구나 독살을 의심하기 마련이다. 머리가 있는 놈이라면 용의선상을 벗어나기 위해서 즉효성이 있는 독보다 지효성 독을 사용하겠지.
하지만 지효성 독이라도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오래도록 쌓여서 만성독이 되어 어느날 훅 가는거랑, 근시일 내에 훅 가는거. 이건 후자 쪽이다.
"하필이면 해도 내가 가장 빡치는걸 했네.......?"
한국에서 이 짓 했으면 설령 갈아버리더라도 대놓고 하진 못했을거다. 그건 한국의 형법상 엄연히 불법이니까.
그렇지만 무림에서는 아니다. 상대가 독 먹이려다가 걸렸으면 복수는 정당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는 무림이 좋아! 치안은 개 좆 같아도 힘으로 할 수 있으니까!!!
"이 자식 리미터가 풀려버렸군. 차라리 나 혼자면 있는게 낫지 않았나......."
"잠깐만 기다려봐, 간만에 일 생긴거 후딱 끝내고 올께"
나는 일단 주방에 기감을 펼쳤다. 요리사를 매수.....한건 아니군. 몰래 넣은거다. 그러면 아직까지 이 객잔을 벗어나진 않았을터.
기감을 유지하다가 객잔에서 빠르게 도망가려는 기척을 발견했다. 기척을 죽이는게 나름 괜찮은게 따로 훈련을 받은 모양이다.
"밥 먼저 먹고 있어. 난 나간다"
"잘 다녀오세요!"
"......다녀오십시오, 대협"
"오냐"
나는 객잔에서 빠져나와서 도망간 놈을 추적했다. 뛰어가면 금새 따라잡을 수 있지만 그래서야 별 의미가 없다.
놈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 출신이란걸 알아야지 정보 캐기가 쉬워진다. 잡아서 심문해도 되지만 그러는 것보다 지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편이 훨씬 편하다.
그리고 나는 그놈을 뼈와 살을 발라줄 예정이다. 먹을거에 장난친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여긴.......?"
이윽고 놈의 기척이 한 곳에 도착했다.
높은 담이 세워져 있는 한 저택......아니, 저택이라고 하기에는 더욱 큰 곳, 하나의 작은 마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큰 영토와 부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리고 사천의 땅에서 이런 세력을 자랑할만한 곳은 몇개 없으며 청두에서는 더욱 적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당가(唐家)냐?"
희미하게 본 기억이 난다. 사천의 아미와 더불어서 정파의 필두로 알려진 사천당가, 혹은 사천당문. 독과 암기로 유명한 그곳이다.
내가 일부러 이놈들이 달라붙어서 귀찮아질걸 경계했는데......아무래도 양윤채 그놈이 당가에 끈을 만들어 두어서 이런 일에 써먹는 모양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입구에서는 위사가 나를 가로막으며 물었다. 단순히 용무를 물어보는게 아니라 나를 경계하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예정보다 좀 빠르게 되겠지만.......오히려 잘됐네. 일정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위사를 걷어차 날려서 사천당가의 정문을 깨부수면서 안으로 쳐들어갔다.
"아까 들어간 개새끼 데려와 씹쌔들아!!!!!!"
명분은 이쪽에 있으니까 가즈아아아아아아아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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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끈! 하고 두터운 나무로 이루어진 정문이 박살나면서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린다.
당문에서 일하는 가솔들, 그리고 직계든 방계든 아무튼 당씨 성을 가진 핏줄들과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상황을 파악한 후에 나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이노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사천당가잖아 씹쌔들아!!!! 내가 현판 하나 못읽는 무지렁이인줄 아냐? 알면서도 쳐들어온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지 새꺄!!!!"
누군가 나를 향해 소리친 소리에 내가 화답해줬다.
슬슬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나이대를 가리지 않으며 대부분이 무공을 익힌 자들이다.
희미하게 시큼한 냄새가 난다. 당문 특유의 독공을 익힌 티가 나는 것이다. 누군가는 암기를, 누군가를 독을 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방금 당가로 한 새끼가 들어갔거든? 그놈이 내가 먹을 밥에 독을 탔다. 그 새끼만 데려오면 곱게 넘어가주마"
"네 이놈!!! 감히 당문의 한가운데서 그런 망발을 하다니!"
"살려둘 수 없다!!!!"
"곱게 넘어가려고 해도 그렇게 안하다니. 지들이 잘못한걸 모르나보군"
가족이라고 마냥 편 들어주는건 오히려 폐단을 만드는 일이다. 생각해봐라, 한국의 검찰이 같은 검찰이라고 얼마나 붙어먹고 쎄쎄쎄를 잘 하는지.
고이면 썩는 법이고 썩은건 도려내야 한다. 하지만 문파라는 폐쇄적인 환경 특성상 그게 불가능하다. 애초에 문파란게 편 들어주자고 한거니까 그런걸 진작에 했었으면 정파가 위선자 집단이라고 불리진 않았겠지.
"두고볼 것 없다! 죽어라!!!!"
피슛!!!
누군가 나에게 침과 같은 암기를 던졌다. 빠르고 예리하고, 내공까지 담겨 있어서 사람의 살 따위가 아니라 철판이라도 관통할 수준이였다.
하지만 그 암기는 내 역장에 닿아 그대로 튕겨나갔다. 시발, 현 무림에서 내 역장을 뚫을만한 녀석은 여기서 천하삼절이라 부르는 그레이네 제자들 밖에 없거든? 그나마도 완전히 뚫는건 무리고.
강기로 삼일밤낮을 후려쳐도 끄떡없는 역장에 암기 하나 날려봤자 의미가 없다. 날 어떻게 해보고 싶다면 그레이를 불러오는게 어떨까?
물론 이번에는 저번처럼 간단하게 당해주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흥! 꽤 하는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문을 모욕한 대가를 피할수 있는건 아니다! 흑사대(黑蛇袋)! 쳐라!"
"""예!!!!"""
이윽고 숙련된 무사 몇이 그대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당문이 확실히 암기와 독으로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암기와 독만 쓰는건 아니다. 충분히 검을 쓰는 무사도 있고 전투부대도 편성되어 있었다.
내가 죽은 뒤로 좀 바뀌긴 했을테지만 뱀, 전갈, 거미 등의 독이 있는 생물의 이름을 붙여서 쓰던걸로 기억한다.
마치 뱀의 몸놀림과 같이, 칙칙한 색의 독에 절어 있는 연검을 든 무사들이 서로 연계하며 나를 포위했다.
꽤나 훈련 받은 티가 나긴 난다. 별 의미 없어서 그럴 뿐이지.
"뱀 먹어본 적 있냐! 뱀은 닭고기 비슷한 맛이 난다!"
"뭐라는거냐 이 미친놈이?!"
터업!!!
나는 가장 앞에 있던 녀석을 붙잡았다. 놈은 내 손을 털어내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내가 대충 잡아도 초절정 고수도 뿌리치지 못할텐데 네가?
"니들 조지는건 닭 모가지 비트는것 만큼 존나 쉽다고!!!"
"으아아아아아악?!?!"
콰아아앙!!!!
별다른 기술을 섞을 필요도 없었다. 붙잡은 녀석을 그대로 힘차게 내던져서 나머지 흑사대원을 조지면 그만이다.
무림에서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조질 때 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쪽수다. 예로부터 고수를 이기는게 쪽수라고 했다.
그리고 그 다수가 합격진을 이루면 몇배로 강해진다. 하지만 나는 진을 치기 전에 태클을 걸어서 막았다.
선빵은 필승이랬다! 애초에 나는 쪽수로 못이기지만!!!
"크윽?! 이놈이!!!!"
"아까 내 밥에 독 뿌린 새끼 당장 튀어나와!!!!!"
뼈와 살을 분리시켜주마!!!!
========== 작품 후기 ==========
주인공이 시온 건드리는거 다음으로 빡치는게 있다면 먹을거에 장난치는 새끼입니다.
지구에서 그랬으면 대놓고 줘패진 못해도 어느 순간 심장마비로 훅 갔음.
근데 무림에서는 뼈와 살을 분리시킨다는게 드립이 아닙니다.
요리 경험치가 몇년인데 도축 하나 못하겠습니까. 사람 담가본 것도 그 비슷할텐데.
리미터가 없는 살인귀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