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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22화 (322/507)

최흉의 대마왕 32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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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여성에 대한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리 없었다. 결국 이 시대에서 중요한건 자신에게 힘이 있느냐, 없느냐였다.

더군다나 미모까지 뛰어나다면 어린아이에게 쥐어진 보물과도 같았다. 쉽사리 빼앗고 짖밟을 수 있는 그런 보물이다.

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적어도 무림에서는 말이다. 그렇기에 자기 방어 또한 자기 책임이다.

그러나 좋은 점이 있다면 지구와는 달리 무림에서는 자기방어의 수준이 따로 없다. 덤벼들었다고 사지를 분질러버리거나 죽여버려도 아무도 뭐라 그럴 사람이 없는 것이다!

콰앙!!!

용하연이 대검을 휘두르자 뭔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귀주삼호인지, 귀주삼견(貴州三犬)인지 모를 놈들 중에서 한명을 후려쳐서 객잔 저 끝까지 날려보낸다.

"대형?!"

"아니?!?!"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다. 게다가 모자라던 것까지 채워줬으니 피는 보지 않도록 하지!"

내공을 불어넣지 않아도 그레이 소드의 무게와 반로환동한 용하연의 근력을 생각하면 상대가 절정 고수라도 단숨에 일도양단으로 사람을 세로로 쪼개는게 가능하다.

하지만 오늘은 무림에 돌아온 첫날이다. 미신 같아도 부정타게 피를 볼 생각은 없었다.

대검의 옆면으로 절묘하게 후려친 덕분에 귀주삼호의 대형이라 불린 녀석은 팔다리가 부러진 채 혼절했다. 그만큼 강렬한 일격이였다.

"이년! 보통년이 아니였군!!!! 하지만 그것도 기습을 해서 그런거다!!!!"

"얌전히 술이나 따랐으면 험한 꼴은 당하지 않았을텐데!"

"네놈들 눈은 옹이 구멍인 모양이구나. 내 검이 장식으로 보이다니 말이다"

그레이 소드는 딱 두가지 특징만 있는 검이다.

더럽게 무겁고, 더럽게 튼튼하다.

오죽하면 그레이와 최악같은 초월자들의 대결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시온이 전투 후에 회수해서 이렇게 용하연이 써먹고 있었을까.

하지만 그걸 빼도 그레이 소드는 대검에 속하는 딱 봐도 범상치 않은 검이다.

현대라면 촬영 소품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스티로폼 같은게 존재하지 않는 이 시대에서 겉모습만 흉내낸 검이라도 저 크기면 여자가 한손으로 휘두를 수 없는 무게가 되는건 당연했다.

"무림에서는 안목을 익히지 못하면 죽어도 자기탓인걸 모르나? 요즘 녀석들은 수준이 떨어졌군"

"입만 살았군!"

"오늘 네년의 가랑이를 벌려 찢어놓겠다!!!"

거리를 벌린 나머지 귀주삼호들은 검을 뽑아 그녀에게 겨누었다.

느껴지는 기세로 보아서 세사람 모두 이류에서 일류 정도로 걸쳐 있는 수준. 용하연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서 상대하기도 귀찮지만 간만에 흥이 오른 그녀에게 그런건 상관 없었다.

즐기고 싶은 마음에 따로 수준까지 챙기는건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무림에서 용하연의 상대를 할만한 고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니까.

"이게 무슨......아니! 이놈들!!!!"

그리고 누군가 그들의 싸움에 난입했다.

화려하게 뛰어 중간에 끼어든 남자는 멋드러지게 검을 뽑아 귀주삼호들을 향해 들었다.

"강호의 협의는 어디로 갔는가! 가녀린 여성을 상대로 멀쩡한 남자 둘이 핍박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

용하연은 '이 새낀 도대체 뭐지?'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수준은 대충 일류 끝자락에 속한, 절정을 앞둔 수준의 나름 실력있는 젊은 무인이였다. 잘 정련된 기세나 자세로 보나 괜찮은 스승에게서 사사받은 느낌이 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절정을 넘지 못하면 귀주삼호 셋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다만 지금은 셋이 아니라 둘이다.

고전이 될뿐 충분히 승산은 있었다.

여자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나서는 위선자 협객 나부랭이인가?

"네놈은 또 누구냐!!!"

"흐흐, 우리들이 귀주삼호인걸 알고서 끼어든거겠지?"

"귀주삼호라고? 아니, 그런데 한명은 어디로 갔나?"

"........."

"........."

슬쩍 두놈이 객잔 입구 쯤에 날아가 팔다리가 부러진채 널부러진 귀주삼호의 맏이를 쳐다보았다.

처참한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기절해서 고통은 못느낀다는 점이다.

그에 난입한 남자도 잠깐 얼빠진 모습으로 그놈과 용하연을 번갈아가면서 보았다.

"흠, 흠, 소저.....생각보다 고수셨구려"

".......소저?"

평가 점수 급상승!

마치 술 사러 나갔다가 민증 보여달라고 들은 30대 아저씨나 아줌마 마냥 기분이 좋아진 용하연은 황당했던 감정을 날려버리고 나름 좋은 평가를 주었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여자한테 잘 보이려는 위선자 협객 나부랭이라고 평가했다면 지금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진짜 협객으로 보였다!

"요즘도 그런 협행을 나서는 녀석이 다 있었나......나쁘진 않군"

사실 여자 꼬시려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짠 일이라면 진작에 눈치 채고도 남았다. 하지만 그런 기색이 없다는건 순전히 우연이라는 소리다.

자고로 무림하면 협객(俠客)이 생각나는게 당연한 일이지만 정작 순수한 의도로 사람을 돕는 바보는 많지 않다. 오히려 천연기념물 수준의 희귀함을 자랑한다. 나머지는 기껏해야 명성을 날리고 싶은 위선자 등등이다.

"무림 정세 들어보려는데 괜찮은 녀석을 만났군. 일단 정리부터 할까"

"소저? 저, 소저?"

"이년! 우리를 무시하는거냐!"

"대형의 복수를 해주마!!!!"

남은 두놈들이 달려들었지만 그보다 빠르게 용하연의 검면이 그들의 얼굴을 후려쳤다. 후발선제(後發先至)의 이치와 같게 먼저 움직인건 귀주삼호인데도 불구하고 용하연의 공격이 먼저 닿은 것이다.

.......사실 깊게 들여다보면 그런거 없고 용하연이 존나 빨라서 그런거였다.

극에 이른 과학과 마법은 별 차이가 없듯이 압도적인 격차의 신체 스펙은 그것마저도 묘리를 품은 것 같이 보였다.

콰아아앙!!!

"끄어어어억?!?!"

"크아아악?!"

두사람은 똑같이 날아가 구르다가 삼형제가 나란히 널부러진 모습이 되었다. 셋 다 기절해서 의식이 없는 상태인데 용하연은 익숙하게 점소이를 불러다가 돈 좀 쥐어주고 사람 치우라고 했다.

부서진 가재기구들이나 귀주삼호를 보고 처음에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던 점소이지만 손에 은자 좀 쥐어주니까 흔쾌히 승낙했다.

어차피 무림인이라도 팔다리가 부러졌는데 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바깥에다가 던져두면 알아서 도망칠 것이다.

그리고 용하연은 난입했던 남자에게 돌아보았다.

아까와는 반대로 남자가 얼떨떨한 기색을 보이며 용하연을 쳐다본다. 고수인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의 고수인 것은 몰랐던 것 같다.

"잠깐 이야기 좀 하지"

"......넵"

그리고 최악이 돌아온건 그 무렵이였다.

*

*

*

*

내가 객잔으로 들어왔을 때는 이마 상황이 끝난 무렵이였다. 널부러진 사람 세명, 그리고 용하연과 그 옆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있는 남자 하나.

환생자 인생 이 정도 되면 눈치 못채는게 등신이다. 대충 상황이 눈에 그려지는군.

그나마 빽 없는 놈들을 조져서 다행이다. 막 상대가 어디 고위직 인사나 무림문파 제자 같은거였으면 귀찮아졌을테니까.

힘들어지는게 아니고 귀찮아지는거다. 현 무림이 정,사,마 연합으로 다 덤벼도 나한테는 안된다. 아니, 용하연한테도 안된다.

"일은 마치고 왔나?"

"대충은, 근데 쟤는 뭐야"

"잠깐 이야기 좀 들어보려고 잡은 녀석이다. 나쁜 녀석은 아니더군"

"그렇긴 하네"

슬쩍 관상을 보니까 나쁘지는 않다. 선이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인상이라서 나름 믿음직한 녀석이다. 내가 여기서 살았던 시절에 알고 지냈다면 오래 알고 지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깽판 치는거 보면 역시 무림은 무림인 모양이다. 아무리 예뻐도 현대 수준의 치안에 수작부리면 경찰 아저씨가 와서 잡아가겠지만 여기는 자기가 하는 것 밖에 방어 수단이 없으니까.

나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 점소이한테 잔을 하나......아니, 두개 더 가져다 달라고 그러고 앉아서 술을 따랐다.

그리고 그녀에게 하오문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대충 보니까 너 죽은지 대충 1000년은 지났다고 하던데"

"수백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꽤 길군"

"네 사제는 500년 전에 활동 했었다더라"

"그런가?"

옆에 있던 남자는 대충 일류 수준의 무사 정도는 되어보인다.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명문가의 후기지수가 아니라면 나름 괜찮은 실력을 가진걸로 보인다.

음, 경지에 대한 설명을 대충 해주자면.....

일류 - 검기씀.

절정 - 검강씀.

초절정 - 어검술이나 심검씀.

이렇게 나뉜다. 물론 그 이상은 절대고수라거나 신화경이라거나 지들 부르는 맘대로지만. 용하연은 보통 절대고수라고 하더라.

"저, 저기....."

"아, 자기 소개부터 해야겠지. 나는 최악이고, 저기 아줌마는 용하연이야"

"누가 아줌마냐"

"거 반로환동했다고 젊은 척 하려는거면 진짜 양심 없는거지. 설마 선이한테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진 않았지?"

"............."

나는 나이 많아 보이는 척을 할지언정 나이 적어보이는 척은 한적 없다. 설령 여자일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여자는 젊게 보이고 싶은게 당연해도 진실을 속이면 안되는거지.......쪽팔리지 않니?

"아, 저는 청해의 유백검문(流魄劍門)에서 온 동군영이라고 합니다"

"동군영?"

"네, 혹시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아니, 어째 이름이 좀......뭔가 발음을 강하고 빠르게 하면 이상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름이랑 성격은 별개의 문제지만 사람의 인상이란게 있으니까.

"대충 보아하니 시비 들린거에 끼어든 모양인데. 일단 명목상으로도 도와줘서 고맙다. 사람이 한거 이전에 성의란게 있으니까. 거지한테 한푼을 적선하더라도 도와주지 않은 사람보다 나은것처럼 말이야"

"예......그런데 소협께서는 나이가.......?"

"너보다 훨씬 많지"

기왕 코스프레 하는거 반로환동한 노년의 고수 코스프레 할거다. 그러는편이 여기서 사는데 편하니까 말이다.

무림 놈들이 명분 신경쓰는 것만큼 배분도 신경쓰니까. 게다가 겉보기보다 나이가 많은건 사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야, 그리고 여기 무림 수준이 예전보다 떨어졌더라. 강기 좀 뿜어냈는데 그거 가지고 대접이 다르던데?"

".........?"

"겨우 강기 좀 뿌린것 가지고 말인가? 수준 참 많이 떨어졌군. 전대 왕조가 무림 말살 정책인지 뭔지 하는거 해서 그런건가?"

"........?!"

"그런 것도 있겠지. 예전에는 못해도 문파 하나에 초절정 고수 하나쯤은 있어 보였는데 요즘은 그것도 아닌걸로 보이더라"

".......?!?!?!"

동군영은 혼란에 빠진듯한 표정으로 나와 용하연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솔직히 거짓말 한건 없으니까 꺼려질건 없다.

"자세하게 이야기 들어보려고 이놈을 잡아뒀다. 인성도 나쁘지 않다면 나름 합격점이겠지"

"그래, 잘 했다, 잘 했어. 객잔 하나 안에서 끝난걸로도 얼마나 다행이냐. 그치?"

용하연 성격상 수틀리는건 다 부수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파 하나 작살 안내고 끝나는 일이라면 칭찬해줘도 된다.

나는 슬쩍 동군영에게 시선을 주었다.

"우리는 젊어 보이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나이가 많거든. 그리고 용하연은 훨씬 더 많고. 아마 예상할 수 있을텐데 알 수 있겠어?"

"소협께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건지......저로서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이미 알고 있잖아? 빼는건 그만 하자고. 눈치도 꽤나 빨라 보이는데 말이야"

우리가 말한 것으로 약간은 뭔가 알아차린 기색이 보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눈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용하연은 가명도 대지 않고 자기 이름을 쓰고 있다. 전설 같지만 확실하게 남아 있는 이름이라면 누군가는 눈치챌 수 있을테지.

그는 조금 생각하다가 놀라다 못해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용하연을 쳐다보았다.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며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설마.......!!!"

"아까처럼 소저라고 불러라"

"야, 쪽팔리지도 않아?"

내가 타박했지만 용하연은 손가락에서 강기를 뿜어내어 위협처럼 식탁에 죽을 사(死)를 새겨놓았다. 그 모습을 본 동군영이 식은땀을 흘린다.

"제가 무림 초출이라 견식이 부족하오나, 설마 선.....아니, 소저께서 제가 생각하는 인물이 맞으시다면 강호에 큰 흥복입니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게 그게 맞을거다. 적어도 강호에 내 이름 달고 활동한 녀석을 없을테니까"

"자부심 오지는구만. 무림인은 이래서 안돼"

"해볼테냐?"

"에베베베, 사손한테도 지는 주제에 할말은 아니지 않냐?"

우리들에게 필요한건 시간이다. 소문이 퍼지고 앞으로 사건이 벌어지기를 기다릴 시간 말이다.

분명히 소문이 퍼지면 양 뭐시기는 손을 써올 것이다. 그걸 계기로 놈에게 시비를 털어서 요리대결을 펼치고 다시금 국하루를 되찾아온다. 그게 내 목표다.

"술은 사줄테니까 요즘 강호 정세 좀 이야기 해봐라. 동......아니, 이름 부르기도 뭐하네. 정겹게 그냥 동동이로 부르마"

".......?!?!?"

뭐, 왜, 뭐. 성은 오씨가 아니잖아.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있어요, 다시 만나요~

아무튼 오늘은 저보단 제 동생놈에게 명복을 빌어주세요.

휴가 나와서 오늘 복귀임ㅋㅋㅋㅋㅋ

군인은 모두 복귀한다! 복귀하니까 괴로운거야!

크리스마스를 군대에서 보내다니.....차라리 혼자 보낼지언정 바깥에 있는게 나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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