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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19화 (319/507)

최흉의 대마왕 31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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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는 세명의 자식을 보았다. 셋다 딸이지만 그래도 아쉬움 없이 길렀다.

첫째는 국하루에서 일하면서 후계자로 점찍은 녀석이랑 결혼했다. 둘째는 작은 상단을 꾸리는 상인이랑 결혼했고 셋째는 선이 이야기 할 때 했던 것처럼 특이할것 없이 표사랑 결혼했다.

시집간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국하루를 잇지 않은 둘째는 저쪽 집안에 갔다 한들 셋째는 남편과 함께 국하루의 일손을 도우면서 살았다.

딸만 셋이라서 지참금 벌려고 한동안 뼈빠지게 일했었는데 첫째랑 셋째는 데릴사위 비슷하게 들어와서 둘째 사위쪽에게만 지참금 챙겨줬기 때문에 돈 벌어놓은게 개고생이였다.

그거 생각하면 좀 빡치는군.

"양 주방장은 어릴적에 절 귀여워 해주신 양 할아버지의 손자예요. 광주에서 요리를 배워서 돌아왔다고 처음 들어왔을때는 기대가 컸었어요"

"그놈을 양 주방장이라고 하는데 이름은 뭐야?"

"양윤채예요"

"잡채같은 이름이군"

편들어주려고 해서 그런건가, 이름부터 곱게 들리지 않는데.

젋고 재능있는 사람이, 그것도 멀리서 요리까지 배워 온 녀석이 주방에 들어왔다면 마찰이 생길건 당연했다. 아니, 애초에 그건 놈이 노렸을지도 모른다.

첫째의 사위로 들인 녀석은 다른건 몰라도 주방을 이끌 재목은 확실하고 또 내가 그렇게 키웠다. 더했으면 더했지 부족하진 않았을거다.

"저도 몇번 봤는데, 큰아버지랑 양 주방장이랑 자주 싸웠어요. 그러다가 양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본색을 드러냈다?"

".....네"

무림인이 서로 의견 차이가 생기면 무공으로 겨루듯이 요리사들이 마찰이 생기면 마찬가지로 요리로 승부를 하는 법이다.

국하루를 건 첫째 사위와 양윤채라는 놈의 요리 대결이 펼쳐졌다. 심사관은 매수의 여지가 없이 공정하게 이루어 졌지만.......만장일치로 우승자는 양윤채였다.

"큰아버지가 못한게 아니예요! 큰아버지의 요리는 엄청 맛있다고요!"

"알아, 알아. 나도 그놈 실력 잘 알지. 그런데 졌다고?"

아무래도 양윤채라는 녀석 듣기보다 실력이 좋은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가르친 첫째 사위를 요리로 이길 수 있을리가 없었다.

응? 근데 잠깐만. 만장일치?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가르친 놈인데 만장일치로 졌을리가 없는데? 못해도 한두표차이로 졌어야 정상이다.

뭔가 냄새가 나는군......

"대결 메뉴는 뭐였니?"

"마파두부요"

"아, 질만하겠네"

"네?! 큰아버지의 마파두부는 엄청 맛있는데요! 너무 매워서 조금밖에 못 먹었지만 그래도 맛있었어요!"

"맛으로는 졌을거야. 확실하게"

내가 가르친 맛과 주방을 이끄려면 나름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야 한다. 마파두부로 성공한 가게에서 대결 메뉴가 하필이면 마파두부. 그러면 결과적으로 내가 만든대로 마파두부를 만들

수 밖에 없겠지.

분명 맛은 있다. 하지만 나는 맛만 보고 만든게 아니라서 조금만 궁리하면 훨씬 더 맛있어질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양윤채라는 놈......실력만 있는게 아니라 잔머리도 잘 굴러가는것 같은데"

그걸 파악하고 일부러 요리 대결에서 마파두부로 승부를 본거라면 훨씬 영악한 녀석이다.

아주 그냥 개새끼구만!

정말 정정당당하게 요리 대결로 승부해서 이긴거라면 나도 끼어들 마음은 없었다. 만약 내가 대마왕 이상의 집착하는 직업이 있다면 그건 요리사고, 요리사는 요리로 말을 하는 법이다.

근데 신성한 요리 대결에 개수작을 벌여? 먹을거에 장난친 놈의 바로 아랫단계 수준의 씹새끼인데?

".......그 뒤로 양 주방장이 국하루를 차지하고 나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맛있어졌다고 칭찬했어요"

"첩천산중이네"

맛도 더 좋아졌다면 볼장 다 봤다.

첫째와 셋째는 직장을 잃고 둘째 사위네에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둘째 사위가 운영하는 상단이 상행 도중 산적의 습격을 받아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는 뭐......빚더미에 나앉게 되고 그 불똥이 선이네까지 퍼져서 빚쟁이들을 피해 도망치다 산적을 만나 선이의 양친은 화를 입었다고 한다.

그 뒤로 내 자식들 대는 선이 빼고 다 끊겨버렸고.

아, 들으니까 또 빡치네.

"그런데 사건의 키워드가 둘 다 산적이라니. 뻔한 이야기군"

"............."

나는 죽엽청을 잔이 아니라 병째로 들이켰다.

아마 국하루를 차지하려고 양윤채라는 놈이 산적이랑 붙어먹은 정황이 넘친다. 수명이 다하거나 병에 걸려 죽은 것도 아니고 인재로 죽었다니. 치안 나쁜 이 세상이 확 와닿지만 그렇다고 화를 막 낼 수는 없다.

당장 빡친다고 양윤채라는 놈을 끌어내다가 죽일까?

그러면 분명 국하루를 비호하고 있던 사천당가에서 나설 것이다. 막는 놈들을 다 박살내고 나면 정파 나부랭이들이 또 나올테고, 그러면 무림 절반을 적으로 돌려서 이 여행을 끝내야 한다.

하지 못할건 없지만 귀찮아질게 뻔하다. 그리고 그런식으로 양윤채를 죽이면 통쾌하지가 않지.

가진걸 전부 무너트린 후에야 놈을 죽을 자격이 생긴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나야 스승님을 만나는게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그래도 시간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배려는 고맙게 받으마. 일단 여기서 밥 좀 먹고 국하루로 가보자"

슬슬 요리가 나왔다. 배부터 채운 뒤에 움직어야 제대로 생각이 돌아가는 법이다.

주로 맵고 얼얼한게 대부분인 본고장 사천 요리를 먹으면서 나는 그놈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생각했다.

아니, 아니다.

썩은건 버려야지.

*

*

*

*

점소이가 눈치 빠르게 2층으로 안내해서 사람들 눈이 적으니까 그나마 트러블 없이 식사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도 아니여서 만나는것 자체가 적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무튼 우리들은 국하루로 향했다. 소화가 되게 느긋하게 걸으면서 익숙하면서 다른 풍경을 구경하며 거리를 거닌다.

아직도 장사를 하는 곳도 있었지만 많은게 변했다. 하지만 분위기 만큼은 남아 있는것 같아서 좋았다.

"여, 여기예요"

"이야아, 나 없는 사이에 리모델링 쫙 하고 꽃단장까지 했구만"

"돈 좀 바른 티가 나는군. 가게도 꽤 크고, 정말로 이 정도로 장사가 잘 된건가?"

"손님이 몰리다 보니까 가게를 확장할 필요성이 느껴지더라고"

"........?"

선이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건 좀 너무 의심스러운 이야기인가.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게 자체는 좋아지고 깨끗해졌지만 중요한게 빠져 있었다.

고급화 전략은 좋지만 그것도 가려서 해야하는 법이다. 가정식에서 시작한 내 요리에 고급스러운게 맞을거라고 생각하냐?

"일단 들어가자"

가게 안에 사람은 꽤 많이 있었다. 마파두부로 유명한 가게여서 주로 마파두부를 먹고 있었는데 뜨거움과 매움, 그리고 얼얼함에 혼이 빠져 있었어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냄새에서 나서는 안될 냄새가 난다.

마약류나 그런게 아니라 피자에서 파인애플 맛 나는 그런 느낌.

"네, 손님. 주문하시겠습니까?"

"마파두부 셋"

"예! 알겠습니다!"

날 보고 건성으로 대하던 점소이는 용하연의 외모와 그녀의 등에 매달고 있는 대검을 보고 눈에 휘둥그래지며 반응했다.

쏜살같이 달려가서 주방에 전한다. 익숙한게 무림인 한둘 대한게 아닌 모양이다.

물론 우리 가게에도 무림인 놈들이 오긴 했었지만......그 시절에는 무림 말살 정책 펼치던 와중이라 깽판치면 잡혀갔거든. 막 가게가 박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윽고 빠르게 요리가 나왔다. 수북한 밥과 더불어서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마파두부는 뚝배기 같은 것에 나와서 아직도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꽤 맛있어 보이는군"

"명색의 국하루 이름 달고 맛없게 했으면 망해도 진작에 망했지. 안그래?"

비주얼은 합격이다. 마치 용암처럼 끓고 있는 마파두부는 밥에 얹어 먹는 한국식이 아니라 딱 중국 본고장의 모습이였으니까.

우리들은 수저를 들어서 마파두부에 손을 댔다. 먼저 밥 없이 그냥 한입. 그대로 입에 넣는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매운 맛과 얼얼함이 느껴진다. 혀에 닿는 감촉은 폭발적이다 못해 폭력적이다. 약간 매콤한 수준이라 밥에 얹어서 슥슥 비벼먹는 한국식 마파두부에 비하면 이건 뺨을 후려칠 정도의 매운 맛이다.

안에 들어간 것은 주로 라유, 두부, 그리고 고기, 그 중에서도 돼지 고기다. 질 좋은 돼지 고기를 넣어서 만든 마파두부는 씹을 때마다 고기에서 육즙과 함께 감칠맛이 우러나온다.

"좋군"

용하연은 그렇게 말하고 밥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마파두부 한입과 밥 한입, 그렇게 반복해서 먹으며 조절하다가 못참겠는지 그대로 밥 위에 마파두부를 끼얹어서 먹는다.

듬뿍 들어간 라유 덕분에 여기 마파두부는 걸죽하기 보다는 라유라는 국물에 건더기로 두부가 들어간 격이다. 금새 밥은 라유로 시뻘개진다.

매운맛은 자고로 매운데도 계속 들어가는 중독성이 있다. 일단 나도 맛 자체는 만족스러워서 계속 먹었다.

"맛은 있지?"

"..........네"

선이도 맛은 있었는지 매운데도 잘만 먹었다. 너무 먹으면 나중에 화장실 많이 가니까 밥을 많이 먹으라고 하자.

양윤채인지 뭔지 하는 놈의 실력이 보인다. 확실히 맛은 있었다. 내가 그 시절에 만들었던 마파두부보다 훨씬 맛있긴 맛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사람이 돈만 벌어서 될까? 물론 돈이란 가치가 중요하긴 하지만 돈만 벌자고 스크루지마냥 수전노가 되어서 인간성마저 잃어버리면 되는걸까?

내가 만들고자 하면 이것보다 맛있는 마파두부는 만들고도 남았다. 시간이 지난 뒤라서 그런게 아니라 애초에 그 시절 마파두부는 그렇게 만들었던거다.

"이봐 점소이!"

"넵! 뭐 필요하신거 있으십니까?"

"요즘도 밥은 그냥 무료로 주나?"

"어유, 꽤 오래전에 오신 모양입니다만 요즘은 가게 방침이 바뀌어서......."

"아, 그런가?"

게다가 이 새끼들 내가 밥은 무료로 리필해주던 것도 바꿔놨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개빡치네.

자고로 마파두부는 그냥 먹는 요리가 아니다. 밥은 필수다. 그런데도 나는 국하루를 운영할 때 마파두부를 주문하면 밥 만큼은 무한리필 해줬다. 지금은 그렇게 안한다는게 내가 왜 일부러 그렇게 팔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소리다.

"후우........"

열이 끓어오른다. 마파두부를 먹어서 그런게 아니라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소리다.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게 세상의 이치라고 하지만 이딴 방식으로 바뀐게 마음에 안든다.

"맛은 있는데 그걸로 부족한건가?"

"누가 네 제자랍시고 별 시덥지 않은 무공 가지고 사문 먹칠하는 주제에 승승장구 하는데 기분 좋겠냐?"

"거 이해하기 쉬운 비유군"

"이런 쪽으로는 장기라서"

일단 완식. 음식을 남기는건 내 모토가 아니다. 뜨끈하고 매운 속을 차로 달래면서 시간을 보낸다.

자, 그러면 일단 어떻게 놈을 조져야 좋을까 생각을 해보자. 당장 주방에 '이 요리를 만든 사람이 누구냐!'하면서 시비 털 수는 없잖아.

"어떻게 조져야 그 새끼를 확실하게 파멸로 이끌 수 있을까?"

"자고로 원한을 졌다면 같은 방법으로 복수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요리대결?"

요리대결을 통해서 놈에게서 국하루를 빼앗는다?

나쁘진 않은 방법이다. 지가 했던 방법으로 빼앗는 것은 꽤나 통쾌할테니까.

하지만 내가 여기서 죽치고 국하루를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이는 요리를 배운적도 없고 가게를 운영할 수도 없으니까 결국 국하루는 없에야겠지.

생자필멸(生者必滅) 성자필쇠(成者必衰)라 하였다. 살아 있는 것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고 성한 것은 언젠가 쇠하기 마련이다.

국하루도 이렇게 연명하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없에버리고 말겠다. 내가 만들었으니 내가 부수는 것도 딱히 이상하지 않고 말이다.

문제는 어떻게 놈을 요리대결 자리로 끌어내리냐는 것인데......

"머리 쓰는 일은 내 전문이 아니라서 생각이 돌아가지 않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국하루에 불이라도 지르는거고"

"불이요?!"

"아, 걱정마, 그래도 나름 애착은 있으니까 불까지 지르지는 않아"

선이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진짜로 지를까봐 걱정되서 그러는거면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이 가게에 애착이 있는듯 보였다.

셋째는 가게 일손 도우면서 지냈으니까......어릴적에 살던 곳일테니 당연하다.

못해도 애가 혼자서 살 수 있게 좀 키워줘야겠다. 딸 키우는 느낌 나겠네.

......머지? 프린세스 메이커? 아빠랑 결혼하는 엔딩은 안돼!

"우선 소문부터 내자. 여기 하오문 같은데 어디 없을까?"

========== 작품 후기 ==========

요약 : 요리왕 비룡 1화쯤에서 비룡이 진 느낌.

게다가 가게 이어받은 놈이 가격 올리고 레시피도 바꾸고 가게 방침도 바꾸고 별거 다함. 겉으로만 보면 좋은 변화인데 주인공 입장에서는 환장할 지경.

조져버리고 싶어도 뒤에 당문이 있어서 건들면 귀찮아짐. 정파를 갈아버릴수도 있는데 하면 관리자가 태클 걸어옴.

명분.....존나 큰 명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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