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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18화 (318/507)

최흉의 대마왕 31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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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무림하면 금자, 혹은 금원보를 내밀었다라고 말하기는 하는데 정확이 금원보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보라고 해서 뭔가 넓은 판 같은걸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금원보는 사실 작은 배 모양의 금자다. 장식도 새겨져 있고 꽤나 화려한 느낌이다.

무게도 하나에 400그람 정도 되어서 순수한 무게로 치면 내가 판 금괴로는 두개 반 정도 밖에 만들지 못한다. 사실상 억 단위의 수표 비슷한 느낌이다.

"아, 잔돈이 좀 필요한데 금원보 하나는 은자와 동전으로 바뀌주십시오"

"흠, 그러면 부피가 클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혹시 저희 상단에 계좌가 없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만드시는건 어떤지요?"

"따로 저축을 할 만큼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철혈전장 청두 지부장 배윤은 사람을 불러서 돈을 가져오게 시켰다.

꽤나 묵직한 주머니가 책상 위에 올려졌다. 금원보 자체도 갯수가 수십개지만 은자도 마찬가지였다. 대충 환율은 모르겠는데 그래도 마찬가지로 은자 수십개가 모여야 금원보 하나 값이다.

종이가 아닌 이런 화폐는 이래서 불편하다. 들고다니는데 지장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딱히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가져온 공간 확장 주머니에 싹다 담아다가 넣는다.

"아니, 그것은?!"

"아, 이것도 서역에서 가져온 것인데 먼 서역의 실력 있는 주술사가 만든 것입니다"

"그렇게 작은 주머니가 그 많던 돈이 들어갈 수 있다니! 실로 혁명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부피는 얼마나 들어갈 수 있습니까? 아니, 혹시 파실 마음이 있으십니까?"

"안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그리고 팔 생각 없습니다. 다시 구하려면 서역까지 가야해서 말이죠"

사실 이 행성의 서양 쪽에 마법사가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구라치는거지 뭐.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귀찮으니 그냥 서역에서 왔다고 퉁치는게 낫다. 어차피 용하연이랑 그렇게 말 맞추기로 했으니까.

청두 지부장은 잠시 진정하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시선은 내가 들고 있는 아공간 주머니에 가 있었다.

이런게 있으면 확실히 물류 혁명이 일어나긴 하지. 상인으로서 눈에 불을 키고 탐할만한 물건이다.

"그런 진귀한 물건들을 가지고 계시다니. 대인께서는 서역에서 오신 모양입니다"

"뭐, 그렇긴 합니다. 서역에도 중원인이 없는건 아니니"

"중원에도 색목인이 없는건 아니듯이 말이죠"

이건 넘겨줄 생각이 없다. 내가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다가 없으면 불편해서 그렇다.

이걸 노리고 온다면......뭐, 죄다 박살 내줘야지. 이래서 무림은 편해.

"그럼 저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먼저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귀물에는 언제나 사람이 꼬이는 법입니다"

"걱정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제 물건을 노리는 쪽이여야 할겁니다"

치안이 치안인 만큼 산적도 있고 수적도 있는게 지금 시대다. 관군은 도대체 뭘 하는건지 모르겠다만.

나는 철혈전장에서 나와 용하연을 찾았다. 이 청두에 사람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내가 기억한 사람이라면 설령 지구 반대편에 있어서 뭘 하면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 수 있다.

내가 괜히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으면 달까지 가라고 하는거 아니다. 그 정도 된다면 노력이 가상하고 내 능력도 닿지 않으니까 어지간하면 포기할거다.

시장에서 좌판을 구경하고 있던 용하연이 나를 반긴다. 소란스러움에 선이도 깼는지 그녀와 함께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돈을 바꿔 왔나?"

"존나 벌었음. 아마 당분간은 딱히 돈 걱정 안해도 될껄"

슬쩍 선이를 보니까 시장 구석에 있던 빙탕후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전에 중국 여행 갔을 때 시온이란도 먹은적 있던 그거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귤이나 파인애플 같이 여러가지 과일로 만든 것들은 없고 오로지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것만 있지만 옛날방식 그대로 만든 붉은색의 반짝이는 외견은 눈과 혀를 매혹한다.

"일단 뭐 좀 먹고 이야기 하자, 밥 먹은 뒤에 옷 좀 사고"

"그렇군, 애도 뭘 좀 먹는게 좋을테니까 말이다"

지구에서는 예진이가 있다면 예진이는 21세기 지구의 고등학생인데다 포스 유저다. 내가 크게 돌봐줄 필요 없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대 중국은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다. 한국 어딘가에서 어린애가 쓰러져 있으면 누군가가 119라도 불러서 당장 병원에 가겠지만 여기서는 일상다반사다.

"간식 먼저 먹고 옷 좀 산 뒤에 밥 먹자 선아야. 알겠지?"

"........네"

아직도 내가 친인척이란게 믿기지 않는건지 선이는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공이나 무림에 대한걸 말할 때는 그런 기색이 없더니 의외로 숫기가 없구나.

각자 손에 빙탕후루 하나씩 들고 먹으면서 시장을 둘러본다. 길에서 파는 요리들도 처음 보는 것이 많고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아, 이런 느낌 좋다. 지구에서는 전통 시장을 가도 이런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북적북적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가끔 소매치기도 있고.

우득!!!!

"끄악?!?!"

"뒤지기 싫으면 꺼져라 새끼야. 어디서 소매치기야?"

내가 본보기로 한놈의 손목을 부러트려 쓰러트린 후에 걷어차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다가 이윽고 관심이 사라진다. 누군가 혀를 차면서 소매치기범을 보는걸 보니까 이 근방에서 알려진 놈인것 같다.

아, 이래서 좋아. 지구였으면 이렇게 잡지도 못하고 경찰 부르고 지랄 한바탕 했겠는데 여기서는 즉결 심판 해도 소란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좆 같은 새끼를 무력으로 보복해도 트러블 일어나지 않는다는게 참 좋다.

"꽤나 얕보이는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라 저놈들이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모양이지. 내 눈매는 어딜 가도 먹히는데!"

"인상 험악하기로는 제일가니까 말이다. 사람 한둘 죽여본......아니, 그 수준이 아니군"

선이는 오물오물 빙탕후루를 입가에 물엿이 범벅이 될 정도로 먹고 있었다. 설탕이 귀한 시대에서 단것은 사치품이니까 말이다.

한동안 거지 생활을 했다면 그동안 이런건 먹어보지 못했을거다. 애는 잘 먹어야 하는데 말이지.......

"다음은 옷부터. 돈지랄이 뭔지 한번 해보자"

"슬슬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이던 때다. 딱 좋군"

"대부분 네 몸매나 보겠지만 말이야. 안봐도 각 나온다"

외모는 10대 후반의 파릇파릇하고 싱그러운 여고생인데 그 아래의 몸은 매력이 묻어 나올것 같은 풍만한 몸매다. 내가 여자일 때의 몸보단 아니지만 그래도 시선이 갈 정도의 가슴과 골반은 남자들을 유혹하는게 당연하다.

아무튼 우리들은 근처에 있는 옷 가게를 찾았다. 여기는 옷을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는데다 한벌 사면 두고두고 입어서 기성복을 찾으려면 시장 바닥보다는 따로 가게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꽤 규모가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바깥에서 부터 형형색색의 옷감을 내보이며 장식해 놓은게 시선을 끈다.

"어서오십시오! 어떤 옷을 찾으십니까?"

나는 대충 은자 한개를 꺼내 건내주면서 말을 걸었다.

"일단 우리들 옷 좀 맞추러 왔는데. 나랑 저기 여자랑, 아이까지. 아, 미리 만들어진 것은 있나?"

"예! 하지만 일단 치수를 잰 후에 만드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희 유가 의류는 50년 전통의 실력을 자랑합니다!"

팁으로 은자 한개를 먼저 주니까 대우가 달라진다.

일단 옷은 갈아 입을 것도 생각해야 하니까 하나 맞추기로 했다. 그 전에 당분간 입고 다닐 것도 필요해서 미리 만들어진 옷도 구매했다.

나는 흑색의 현무 자수가 새겨진 장포를 구입하고 용하연은 다홍색 주작의 자수가 새겨진 치파오 같은걸 골랐다. 몸에 달라붙어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데다가 다리 옆이 트여서 슬쩍슬쩍 각선미가 눈에 띈다.

"이 아줌마야, 그런거 입으면 나이가 부끄럽지도 않아?"

"외모는 젊으니 상관 없다. 그리고 곱게 차려 입어야 스승님도 날 다시보겠지"

"와......예뻐요"

선이도 감탄할 정도로 꽤나 잘 어울렸다. 별호가 마룡후라서 검은색 옷만 입고 다닐것 같은데 의외네.

주문 제작한 것도 있어서 대금으로 은자 몇개를 주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제야 좀 사람들의 시선이 적다.

대신 용하연에게는 다른 의미로 시선이 쏟아지지만......

"너 때문에 트러블 생기는건 네가 책임져라. 알겠지?"

"걱정마라, 그런 놈들 줘패는건 내가 제일 잘한다"

여기는 현대의 지구 같이 인권이니 하는 개념이 없다. 특히나 여자의 위치는 낮아서 어디선가는 애 낳는 기계로 밖에 안보는 곳이다. 더군다나 무림도 있어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이치를 따르기에 힘이 없으면 강간 당하는 일도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그건 상대가 약할 때의 일이고. 현 무림에서 용하연을 때려눕히고 제압해서 강간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있겠냐? 저어기 천마가 대오각성 해서 와도 무리다.

"볼일은 대충 끝났으니까 밥부터 먹자. 이야기도 하고 하룻밤 잘 생각이니까 객잔을 찾자고"

객잔! 객잔!

자고로 무림의 사건 사고 중에서 절반은 객잔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 나머지 절반에서 무림맹, 마교, 구대문파 및 세가 등등등이 서로 아귀다툼하며 비중을 나눠먹는다.

무협 소설인데 객잔 안나오는 소설 봤음? 그리고 거기서 트러블 생기지 않는 객잔 본적 있냐? 있어도 그 반대보다 훨씬 적겠지.

옷가게 주인한테 물어봐서 근처에 좋은 객잔이 없냐고 물어보니까 근처에 있는 용화 객잔이란 곳을 알려주었다. 크고 요리가 맛도 좋아서 인근 주민들이라면 종종 들르는 곳이라나 뭐라나.

추천을 해줬으면 가보는게 도리다. 돈받고 추천해줄 수도 있지만 현지인도 가는 곳이라면 인정이지.

"어서옵쇼! 세분이십니까?"

"오냐"

"그러면 2층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점소이! 점소이다 점소이!

트러블 생기면 항상 덤터기를 씌거나 최악의 경우 목숨까지 잃는게 다반사인 점소이다!

서글서글한 인상이 자기 일에 꽤 충실한 외견으로 보이지만 고생 좀 할것 같은 얼굴이다. 음......대충 비유하자면 자대 막 전입 온 띨띨한 신병 같은 느낌. 고생길이 훤하다.

"여기 처음 오는데 뭐가 유명하냐?"

"옙! 저희 용화 객잔은 우선 매콤한 회과육과 어향육사가 제일 잘나가죠! 인근 주민들이 많이 와서 먹기 때문은 맛은 보장합니다!"

"그러면 그거하고......애도 있으니까 너무 매운건 안되니까 청초육사도 하나 추가. 죽엽청 있으면 하나 줘봐라, 잔은 두개 주고"

"알겠습니다!"

팀으로 은자 하나 건내주자 그랜절을 할 기세다. 너무 준거 아닌가 싶지만 돈은 써야 좋은거다.

요리가 나오기 전에 먼저 술이 나왔다. 도자기로 된 작은 병에 담겨서 나온 죽엽청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따로 보관하는 곳이라고 있는 모양이다.

"한잔 해야지?"

"죽엽청은 오랜만이군"

"거 권룡여제 시절엔 안마셨어?"

"그때는 그때고 말이다"

잔에 죽엽청을 따르자 대나무 잎을 우려낸듯한 빛깔의 술이 모습을 드러낸다. 맑고 약향도 나지만 이거 고량주 쪽이라서 도수가 존나 높다.

안주도 없지만 쭈욱 한잔 넘기니 약향과 대나무 냄새, 그리고 단맛 뒤로 알콜이 느껴진다. 묵직하게 후려치는 느낌은 맥주나 소주에 비할바가 아니다.

"아, 달아서 좋네. 울 마누라 단 술 좋아하는데"

"갈 때 싸가지고 가면 되지 않나?"

"그럴려고. 게다가 이쯤 안되면 술 마시는 느낌이 안나"

아직 요리가 나오려면 멀었다. 이 시간을 활용해서 들어야 할 이야기를 듣도록 하자.

"그래, 선아아. 일단 집안 어른으로서 물어보겠는데 넌 왜 그런 곳에서 부모도 없이 거지 생활을 하고 있었냐? 내가 알기로 국하루는 꽤 돈이 많았을텐데?"

"그, 그게요......"

내가 차렸던 국하루도 여기서 멀지 않다. 필시 아이가 산으로 도망쳐서 살아갈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국하루를 빼앗겼어요"

"누구한테?"

"양 주방장......!"

선이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듯 조막만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알기로 국하루의 주방에 양씨 성을 가진 녀석은 한명 밖에 없었는데. 내 사후 수십년은 지났으니까 무림인이 아니면 어지간한 사람은 수명을 다해서 죽었을거다.

그렇다면 당사자가 아니라 그 핏줄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내 관상보는 능력을 통해서 믿을만한 사람만 국하루로 들였지만 내 사후에 이미 일하던 사람의 자식이라면 두고볼 것도 없었다.

설령 처음에는 그럴 마음이 없었더라도 사람 마음이란게 한치 앞도 모르는거라서 나중에 욕심이 생겼을 수도 있다.

내가 죽기 직전에도 규모가 있던 가게인데 하물며 지금은 어떨까.

"빼앗겼다고 하는거 보니까 대충 짐작은 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이야기 해보렴"

"예전에......"

선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죽고 난 뒤에서 지금까지 이야기를.

========== 작품 후기 ==========

에레쟝! 에레쟝! 에레쟝 뽑았다! 비록 명함이지만 명함이 어디입니까.

그래도 당분간은 라면만 먹어야겠지만요.....아, 애비게일 뽑았을 때랑 같은 말 한다고요?

괜찮아요, 이번에는 이틀에 한끼인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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