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307화 (307/507)

최흉의 대마왕 30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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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선별 프로그램이 진행된지 일주일이 흘렀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선별을 받아 자신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애초에 딱히 국가에서 운영하는 선별 심사대에서 검사를 받지 않아도 개인 컴퓨터로 선별 프로그램만 다운 받아서 자신의 이름을 적기만 하면 결과가 나오는건 금방이다.

무죄를 받은 사람들은 기뻐하며 해외로 망명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문제였다.

애초에 그들이 인정 받은건 대마왕의 심판에서 도망쳐도 좋다는 것이지 타국에서 망명을 받아준다는 소리가 아니였으니까.

간신히 한국에 약탈한 문화재 등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일부 난민들을 수용했지만......그들의 대우가 결코 좋을리 없었다.

"흐, 흐윽, 엄마......"

"쉿! 이제 일본어도 쓰면 안된다고 하지 않았니!"

과거를 전부 버리라는 뜻은 재산이나 기억 뿐만이 아니라 언어도 포함된다.

일본어가 남아 있다면 일본이란 국가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 된다. 대마왕은 그걸 용납해줄만큼 너그럽지 않았다.

중국으로 간 일본인들은 모르지만 한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은 지금은 황무지가 된 북한으로 보내졌다. 마치 수용소로 보내는 판국이였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방사선 피폭은 신체에 축적되지는 않고 시간이 지나면 피폭으로 손상된 DNA등은 회복되지만 그렇다고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으로 생각할만한 종족이 아니였다.

에이즈가 공기로 전염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감염자를 멀리하는 것처럼 일본의 방사능 피폭은 대마왕도 공언해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아아, 여러분들은 여기서 머무르시면서 지시에 따라주시면 됩니다. 혹시나 모를 일본어 사용은 숙소 내에서만 사용해주시고 내일부터는 한국어 교육이 있을 예정입니다. 일정 기간 교육 이후 일본어를 사용하시다 적발된다면 다시금 일본으로 추방되니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말이 추방이지 사실상 사형이나 다름없었다.

일본 난민 수용은 쓰레기장이나 장애인 시설 설립보다 더 격렬한 반대에 들이닥쳤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아이 옆에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을 둘 수는 없다는 명목이니 강행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현재 대한민국은 여론의 힘이 더 강했다. 나쁜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다. 대한민국이란 이름에 걸맞게 소수의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에게 권력이 돌아온 것이다.

일본 난민들은 갈곳이 없어 황무지가 된 북한 개발에 인력으로 쓰면서 거기에 따로 일본인 거주구를 만들기로 했다. 현 사회에 어울릴 수는 없으니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수 밖에 없었다.

"숙소는 4인이 1조로서 한 컨테이너 숙소를 사용합니다. 기본적으로 동성끼리만 사용할 수 있지만 따로 가족끼리 신청하면 같이 숙소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덤터기 쓸지 모르는 선별 이전 난민이라면 몰라도 지금 허가를 받아 들어온 난민들은 인도적으로 받아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받아들일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낫다.

갑자기 예산을 쥐어짜야 하기 때문에 그리 좋은 시설은 마련해줄 수 없었다. 기껏해야 컨테이너를 개조한 숙소나 이제는 활약할 곳이 줄어든 군 시설 및 장비들을 이용했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음식만큼은 어떻게든 간단한 류의 일본 요리로 마련해줄 수 있었지만........그들은 그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흐으윽......."

우동같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지다 못해 현지화 된 요리라면 몰라도 그 외의 완전히 일본 요리는 허락받지 못했다. 감시도 삼엄하고 괜히 그런식으로 눈에 띄었다가 대마왕의 눈총이라도 받으면 거기서 끝나기 때문이다.

차라리 죽는것보다 못한 삶이였다. 여태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하고 살아가는 것은 그나마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해서 억지로 연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치안과 이미지를 위해서 봉사 활동을 나온 백리와 루리는 그걸 보고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꼭 유태인 수용소 같네"

"오빠도 비유할게 따로 있지 그런식으로 비유하면 어쩌자는거야. 정부한테 가서 없는 예산 짜서 겨우겨우 대처하는데 여기서 더 뭘 어떻게 하라고?"

"그건......"

"오빠가 돈부터 존나 많아서 할 수 있으면 내가 태클 안걸께"

"........."

그나마 현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는건 북한의 소멸로 인해 국방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군 장성들도 중국이라도 남아 있으면 뭐라 반박할 여지가 있지만 중국마저도 내전으로 개판인데다 지금 당장은 분쟁 금지로 군대가 필요 없는 와중이다. 전쟁을 걱정하기 이전에 대마왕의 폭력을 걱정해야 할 판인데 싸울 바보같은 사람은 없다.

군 시설과 장비를 사용해서 임시로 거주구를 만들어 겨우 현 상황이 유지되는거지 그러지 않았다면 애초에 수십만 단위의 난민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유태인 수용소보단 낫잖아. 우리가 뭐 가스실에 넣었어, 치익치익 유태인 거렸어? 인도적으로 목숨 붙여뒀으면 그만이지"

"알아, 머리로는 이해 하겠는데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래"

"어쩔 수 없는걸 해결하라면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거잖아.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냥 존나 쌘놈 쳐부수는 것 밖에 못해"

백리가 현재 지구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라고 해봤자 나라 하나의 치안은 커녕 도시 하나의 치안도 유지할 수 없다. 그건 경찰이 해결해야 할 일이니까.

결국 개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그걸 초월할 시점에서 진정 초월자라는 경지에 발을 들이게 된다.

"시야를 바꿔. 오빠는 산 아래에서 도시를 보고 있으니까 번잡해 보이는거지 산 위에서 보면 별거 아니잖아. 근데 오빠는 이미 산은 올라가 있는데 왜 보는 시야는 바꾸지 못해?"

"너는 달라?"

"나는 애초에 필멸자니까. 그리고 남의 염병이 내 고뿔보다 못하다고 하니까 내가 아는 사람 일이 아니면 신경쓸거 아니야. 그리고 그들의 자업자득이고"

현재의 일본이 잘못한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그 책임 소재를 물으러 간다면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현재다. 그들이 바꿀 기회는 현재 어느 때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죄가 된다.

국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그러면 그 정치인을 누가 뽑고 우민화 정책에 걸려들어서 바보가 된게 누구지?

방관자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그나마 그들이 살아남은건 마지막 자비다.

"아, 그리고 난 시온 아줌마한테 따로 말해둬서 화성 이민 합격 했으니까 이제 빠이빠이임"

"뭐?! 진짜로 그랬어?!"

"솔직히 요즘 대세는 탈지구라고. 한국이 아니라 빠르게 화성 가서 이주하고 부동산 투기 등등등 하면 돈 벌고 얼마나 좋아! 그리고 난 이과라서 어디가서 환영받는 인재라고!"

"그 인재가 인간 재앙의 줄임말은 아니겠지? 그리고 너도 치킨이나 튀겨라! 자고로 이과든 문과든 끝은 치킨집이야!"

"그거야 지옥불반도에서 그런거고"

"어?"

"한국 같은게 아니라 부조리가 없는 화성으로 떠나면 그런거 없음! 범죄 저지르거나 개판치면 최악 아저씨가 와서 다 조져버릴테니까 문제도 없음!"

"아, 그렇긴 하겠네"

지금이야 수천명의 이주민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늘어갈 것이다.

더군다나 화성 같이 개발되지 않은 곳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마치 개척시대의 미국을 보는듯 하다.

"엄마랑 아빠한테는 말 했어?"

"아직 말은 안했는데 전에 그럴거라고 넌지시 이야기는 했어. 그리고 막 완전히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뭐. 나중에 시간 나면 종종 와서 얼굴 보고 그럴거야"

"아, 그렇구나"

"나라고 뭐 가족 같은거 다 버리고 갈줄 알아? 못해도 애 생기면 인사드리러 올거니까 걱정마"

"어떤 불쌍한 사람이 너를.......전생에 나라라도 팔았나"

"죽고 싶다는 말을 왜 그렇게 장대하게 해? 유언은 끝났어?"

루리가 백리를 두들겼지만 타격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갓-루리루리의 본신으로부터 힘을 끌어오면 오히려 압도할 수 있지만 일단 루리는 초월자에도 들어서지 못한 필멸자다.

한동안의 소란이 끝나고 백리는 생각을 끝냈다. 하지만 그 무렵, 타이밍이 안좋게도 저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부터 일본에 대한 심판을 다시 시작하겠다]

"윽?!?!"

백리가 당황하면서 하늘을 올려보자 보는 것만으로도 이성을 놓게 만들어버리는 칠흑같은 검은색의 무언가가 구름을 뚫고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건 이미 본적 있는 것이였다. 거대해 보이지만 그래봤자 팬텀의 손가락에 불과한 부분이다. 하지만 일본 열도를 한순간에 갈아버리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왜?! 갑자기 벌써!!!!!"

"애초에 기다려줄 이유가 없지. 오히려 여태까지 많이 참아준거야. 일본의 모든 사람들이 탈출할 때까지 느긋하게 시간을 줄거라고 생각했어? 원래 심판은 즉결처분이라고!"

보지만 않으면 정신줄을 놓을 정도는 아니다. 단지 거대한 존재감에 위축될 뿐. 루리는 그걸 알기에 일부러 바닥을 보면서 백리에게 소리쳤다.

백리가 있는 곳에서 일본까지 거리가 수백 킬로미터는 된다. 그나마도 가까운 곳이 그렇고 먼 곳은 천 킬로미터가 넘는다. 그렇지만 원근감이 아작날 수준의 거대한 손가락이 떨어져 내렸다.

심판이 일본에 당도한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은 일본인이였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절망한다.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앙! 엄마! 엄마아아아!"

"으아아아!!!!!"

"으어, 아아아아! 일본이, 일본이!!!!"

하지만 그들의 절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떨어져내린 손가락은 마치 벌레를 으깨듯 짓눌러 일본 열도를 파괴한다.

쿠우우우우우우!!!!

그 여파가 한국까지 전해진다. 그걸로 한국이 파괴될 정도는 아니였으나 불어닥치는 격렬한 바람은 중심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태풍과 같은 위력을 겸비했다.

땅은 남긴다. 하지만 지상에 있던 사람들과 건물 같은 문명의 흔적들은 전부 지워버린다.

문명 전체가 심연행을 가는 것보단 낫지만 그래도 그것은 잔혹한 일이다. 인간이 벌레처럼 터져 죽고 살 방도 따위는 한조각도 남지 않으면서 바스라진다.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수십초. 그것이 거대한 심연의 손가락이 일본 열도를 쓸어버리는데 걸리는 시간이였다.

"끝.....났나?"

"끝난거겠지"

진동과 바람이 멈추자 이윽고 거대한 손가락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확인과 같이 그들에게 익숙한 의지가 전해졌다.

[이것으로 일본에 대한 심판은 끝을 내겠다]

확인사살, 일본이란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갑작스런 심판이지만 애초에 지워질 국가를 자그마치 일주일이란 시간을 기다려준 것은 크나큰 자비였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국민들은 해외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는 아직 많은 무죄 인원이 남아 있었다. 그들조차 남기지 않고 지운 것은 애초에 그들이 전부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려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마냥 사과를 한다고 합의를 해줘야 하는가? 사과는 사과고 합의는 합의다.

일본인 거주구의 사람들은 그제서야 현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리에 쓰러져서 울기 시작했다.

그들의 고향은 이제 없다. 땅은 남아 있을지언정 남아 있는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사람은 물론 건물 하나까지. 유토피아처럼 녹아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박살나 없어진 것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본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일본에 남아 있는 사람이.......!!!!"

"그들이 전부 빠져나올 때까지 얼마나 걸릴것 같은데? 한달? 두달? 그런거 전부 사정 헤아려 가면서 기다려줄 것 같아? 지금처럼 수십만명이라도 살아남은게 어디야?"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현실을 봐!!!!!"

빠아아악!!!!!

루리가 힘차게 백리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보통 사람은, 아니 포스 유저라도 머리에 정통으로 얻어 맞으면 그대로 즉사할 수준의 묵직한 일격이였다.

하지만 유일하게 백리만큼은 멀쩡했다. 아니, 완전히 그런건 아니고 회복하는데 몇초 정도의 시간은 필요할 정도로 충분히 타격이 있었다.

"현실을 보라고 븅신 같은 이상주의자야! 지금 당장 대마왕 앞에서 뭘 할 수 있는데! 개기다가 처맞고 죽는거? 그러면 그대로 나가 뒤져! 하다못해 눈 앞에 있는 일이라면 몰라도 안드로메다 은하 수준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판에 뭘 할 수 있는데!!!!!!"

백리는 이상주의자다. 그가 이루고 싶은 일은 한없이 멀고 먼 일이기 때문이다.

루리가 타박하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였다. 하지도 못할 일에 목숨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이는 일이였다면 그렇게 소리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명의 대마왕으로도 가망이 없는데 다섯명의 대마왕을 적대하는 일을 한다는건 가망의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는 일이다.

백리가 지금 당장 최악 정도의 무력을 갖추어도 안된다. 그만한 격차가 있는 일이였다.

"........한가지 방법이 있어"

"전에 그거? 그래, 그래. 잘해봐. 나참 어이가 없어서. 난 이제 모르니까 엄마랑 아빠 끌고서라도 화성으로 가야겠다"

루리는 이제 포기했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남은건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1년동안 열심이 준비해서 본 수능이던 뭐던 의미가 없다. 지구가 날아가는데 수능이 뭐냐? 화성 가서 땅이나 사두는게 낫겠지.

"다음에 볼때는 웃는 얼굴로 봤으면 좋겠네"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아니라 오빠가 말이야"

루리는 무언가 알고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남은건 파국 뿐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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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들이 머무는 황금성, 중앙의 왕좌가 있는 홀에서 백리는 그들 앞에 섰다.

그리고 앨리사 니어, 아니 관리자 엘리에게서 들었던 말을 꺼내였다.

"관리자 권한으로 심판 보류 요청을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웃고 있던건 딱 한명, 유토피아 뿐이였다.

========== 작품 후기 ==========

좆망.

이제 슬슬 파국을 써보도록 합시다.

이상주의자에게는 펙트를 꽂아 넣어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죠.

지구 멸망 엔딩 가즈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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