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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06화 (306/507)

최흉의 대마왕 30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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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몰래 일본의 한 항구 구석에 정박하는 선박이 있었다. 수상쩍은 배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어차피 현 일본은 치안을 유지할 능력이 없다.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서 경찰 또한 유명무실하게 되었으며 그나마 자위대를 통해서 최소한의 치안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군대가 치안을 유지하면서 군인이 국민을 적대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자 훨씬 더 상황은 악랄하게 변한다. 만약 선별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면 대마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건 상관없다. 그 배에 탈 사람들은 일본을 떠날 사람들이니까.

"크흠, 혹시......."

"타시오, 앞으로 30분 밖에 정박하지 않을거요"

일본은 심판이 아니더라도 방사능으로 서서히 죽어나갈 땅이다. 사람은 살 수 있겠지만 수명이 수십년은 줄어드는 땅에 누가 살려고 할까. 방사능에 내성을 가진 뮤턴트나 돌연변이가 나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

아무리 밀항 브로커라도 돈이 좋다고 하지만 방사능이 넘치는 땅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약속했던 물건은?"

"여기 있소"

이와사키 회장이 눈짓하자 뒤에 있던 남자가 선장에게 무언가를 건냈다.

박스에 담긴 것은 묵직한 무게를 자랑한다. 선장이 박스를 뜯어 안의 물건을 확인하자 번쩍이는 금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국 내에서 사용하는 것 외에는 해외에서 엔화의 가치는 없는 것에 불과하니 필요한건 현물이다. 귀금속이 작고 옮기기도 편하지만 그래도 지구의 어느 시대를 가더라도 금이 각광받지 않는 시대는 없었다.

대마왕의 황금성 덕분에 금값이 떨어졌어도 아직도 충분히 그 값을 하고 있다.

선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박스를 배 안쪽의 금고에 넣어 실었다.

"타시오"

선장이 턱짓으로 승선을 허락했다. 평소 같았으면 브로커 따위는 대기업의 회장인 그에게 있어서 비교도 안될 존재였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브로커 선장이 갑이다. 밀항 브로커 중에서 그나마 현재의 일본에 와주는 사람은 그 정도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방사능이 범벅이 되어서 수명이 몇년은 줄어들것 같은 땅에 오는 바보는 없다.

그나마 수명보다 돈을 선택해서 온 것이 그 선장이지만 줄어든 수명만큼 보상을 받겠다는 듯 금괴 수십개를 받아챙겼다.

"친족들부터 태우게. 짐은 나중에 올리고"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들의 목적지는 중국이다. 여러 국가로 갈라져서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그곳이라면 위기도 많은 많은 기회도 많다. 충분히 재기를 노려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돈, 하지만 엔화는 쓰지 못하니 현지에서 돈으로 바꿀 현물으르 가지고 밀항을 하기로 했다. 주변을 잘 살피고 혹시나 있을 상황에 대비하면서 사람이 먼저 탄 후에 짐을 실었다.

안그래도 많은 재화를 가지고 가는 일이다. 이와사키 회장도 가족과 믿을 수 있을만한 사람 몇몇과 함께 소수로 움직이기로 했기에 정작 몇명 되지 않았다.

어선은 좁지는 않았지만 넓지도 않았다. 거기다 오래되고 바다 특유의 비린내가 곳곳에서 묻어나와서 절로 인상을 찌푸려진다.

배에 탄 사람 중에서 한 청년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이와사키 회장에게 투덜거렸다.

"아버지, 꼭 이런 배를 타야해요?"

"철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 누구 때문에 이러는 줄 아느냐?"

"그래도 좀 더 괜찮은 배를 구할 수도 있었잖아요"

"구할수야 있겠지. 그러면?"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이와사키 회장이 배를 구하고자 했다면 멋진 요트 한척 정도는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들키는건 시간 문제다. 그런 배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며 배를 조종할 선장도 필요하다. 시간도 오래걸리고 눈에 띄니까 그들의 입장에서는 절대 피해야 할 일이였다.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도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았다.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어서 그들은 이 작은 어선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약속한 때가 되자 배가 출발했다. 항구를 떠나 망망대해로 나아간다.

철석! 철석!

파도도 잔잔하고 그리 높게 올라오지 않았다. 겨울 바다의 바람이 차긴 했지만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는 부분이였다.

점점 멀어지는 일본을 보자 그들의 마음은 한구석이 착잡해졌다. 고향과 평생을 바쳐온 기업을 버리고 떠나는 기분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멀어지던 땅은 어느새 모습을 감추었다. 그때까지 아무런 기척이 없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아무래도 잘 끝난것 같습니다"

"고생했네"

"아닙니다. 그러면 이제......."

이와사키 회장의 비서실장이 웃으면서 고개를 까딱이자 같이 배를 탔던 남자들이 회장을 붙들었다.

난데없는 상황에 그는 당황하면서 소리쳤다.

"자, 잠깐! 이게 무슨 짓인가!!!!"

"급하게 현물로 바꾸었어도 수 억엔은 가치가 있는 재화라면 재기하기에는 충분한 금액이겠죠. 여태까지 회장님을 모시면서 온갖 뒤치닥꺼리를 했으니 그 보수로서 받아가겠습니다, 흐흐흐"

"미타미 이 자식!!!!"

"지금 필요한건 권력이 아니라 살아남는 능력입니다. 망해가는 나라 앞에 권력 따위는 하등 쓸모가 없으니까요"

이미 같이 배를 탄 사람들은 비서실장에게 매수된 사람들이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믿을만한 사람이라고는 했지만 그 신뢰가 이와사키 회장이 아니라 비서실장이였을 뿐이다.

선장도 한패인건지 소란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는다. 현재 이와사키 회장의 편은 겨우 두명, 비슷하게 늙은 아내와 어린 아들 뿐이다.

"이 자식들이!!!!"

분기에 찬 청년이 그들에게 달려들었지만 별 의미가 없었다. 소수로 이동하는데 그만큼 무력이 필요해서 일부러 포스 유저를 골라서 데려왔기 때문에 일반인이 상대할 수 없다.

얼굴에 정통으로 얻어맞아서 이빨 몇개가 나간 뒤에야 청년은 배 한구석에 꺽꺽 거리면서 쓰러졌다. 그의 어미가 비명을 지르면서 청년을 감싼다.

이렇게 될줄 몰랐던 이와사키 회장은 사람 보는 눈이 부족했다는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뒤에서 칼을 갈고 있었다면 진작에 내쳤어야 했는데!

짝! 짝! 짝!

그리고 누군가의 박수 소리가 들린다. 파도치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는 자연스럽게 그 발생지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흑발의 보라색 눈동자를 요요하게 빛내면서 배의 후미 쪽의 난간에 걸터 앉아 있는 소녀가 있었다.

"재미있네, 계속해봐"

키득키득, 소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

*

*

*

지구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마왕을 꼽으라고 한다면 우선 최악을 꼽을 수 있다. 물론 팬텀도 심연의 거인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유명하지만 인간형의 모습을 아는 사람은 오히려 적다.

그 다음이 유토피아, 방송을 통해서 알려진데다 딱히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방송이 퍼져가면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시엔느와 누리는 그 세번째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은게 아니다. 미국에서 퍼진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두사람의 외모는 이미 널리 알려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만 조사한다면 다섯명의 대마왕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지구에 그들의 존재는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고작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시엔느를 무시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파도 소리 사이로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사라진다.

"뭐야, 계속 안해? 그러면 내가 이야기 해도 되는거지?"

"저, 저, 저, 저기"

"말 더듬는 버릇 있어? 왜 그렇게 말해?"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닙니다. 여기에 오신건 설마......."

"모르는 것처럼 물어보는거 아니야? 내가 여기에 온건 너희들이 이미 가장 잘 알고 있을텐데?"

식은땀이 흐른다. 찬 바닷 바람에도 불구하고 흐르는 땀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굶주린 사자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어도 지금처럼 두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인간에게서는 나오기 힘든 보라색 눈동자는 그들을 꿰뚫어 보듯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분명 시선은 잘해야 비슷하고 시엔느의 키 때문에 오히려 낮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색이 풍긴다.

지금 그녀는 팬텀의 딸 시엔느가 아니라 '지배의 대마왕'으로서 일하는 중이다. 그 마음가짐부터가 다를 수 밖에.

"다 죽여버리려고 왔는데 꽤 재미있는 상황이라서 좀 구경하고 있었어. 아, 설마 빠져나갔다고 안심하고 있었던건 아니지?"

비웃듯이 시엔느가 말했다.

애초에 가망이 없었던 일이다. 유토피아의 전산망 해킹, 최악의 기감, 팬텀의 심연. 3개의 각기 다른 분야를 통해서 감시하고 있던 일본은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개미 새끼 하나 빠져나갈 여지가 없었다.

이미 그들의 행각은 진작에 들통나 있었다. 단지 처리하는건 잠깐 산책나온 김에 심부름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 대마왕이 뭐 어쨌는데! 어차피 어린애잖아!!!!"

공포에 질린건지 자포자기 한건지,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승산이 있었다. 건장한 성인 남성과 겨우 중학생 수준의 여자아이니까. 하지만 중요한건 겉모습이 아니라 내용물이다.

"최악 아저씨가 뭐라고 했더라.......아, 그렇지"

시엔느는 달려드는 남자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말했다.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

"컥!!!!!"

본디 인간에 가까운 종족일수록 능력을 각성하기 쉽고 반대로 인간에서 먼 종족일수록 능력을 각성하기 어렵다.

시엔느는 흔히 마족이라 불리는 종족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능력을 각성하여 강한 정신력과 초월적인 능력을 겸비했다.

그녀의 능력은 지배의 대마왕이라 불리는게 당연할 '지배'다. 시엔느가 의지를 담아 내뱉는 언령은 효율과 효과가 절대적으로 다르다.

"끄, 으어어어어어어어어!!!!!!"

절대명령(絶對命令)!

개인의 의사를 넘어서 육체를 이루고 있는 세포 하나하나가 그녀의 명령에 따른다. 그게 죽음으로 이르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베인것도 아닌데 남자의 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피부부터 시작해서 근육, 혈관, 뼈, 내장......육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반으로 갈라진다. 그리고 남자는 그 고통을 온전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나서야 쉴새없이 떨리는 동공을 뒤로하고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게 오히려 구원이였을 것이다.

"으, 으아아아아악!!!!!"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제발!!!!!"

처참하게 죽은 남자의 시체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그나마 남아 있던 반항심이 사라졌다. 죽어도 고통스럽게 발버둥치다 죽는건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전부 포기해서라도 살고 싶은게 사람이다. 내일 당장 먹을 것과 살 곳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더라도 쉽게 목숨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시엔느에게 애원하자 그녀는 조용히 그들의 말을 들어주었다.

물론 들어주기만. 이루어주기에는 꿈이 너무 크다.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 모두 도망치는거잖아? 차라리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심판의 날까지 가족이랑 지낼 수 있었을텐데. 일본의 상황이 개판이라도 남은 시간이 마냥 적은건 아니니까"

방사능 때문에 멸망해 가도 내일 당장 망하는건 아니다. 짧아도 몇달은 걸리며 심판은 그보다 훨씬 전에 떨어질 것이다.

가족과 모여서 거대한 재앙 앞에 순응하고 받아들인다면 그것도 나름 봐줄만한 모습이겠지만 지금 그들은 인간의 부정적인 면 이전에 추하디 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살려고 발버둥치는건 좋다. 근데 거기에 또 욕망이 뒤섞여서 이 사달이 났다.

"지배란건 위에 서는 자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동시에 책임이 있다는 뜻이야. 내가 앉아 있는 왕좌와 서 있는 발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누구의 살점과 피가 깔려 있는지를 자각하고 걸맞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너희들은 그걸 무시했지"

귀족은 의무를 가진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말과 같다.

기업인으로서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하는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만한 재산을 벌어들이는 이유가 뭐지? 물건을 만들어서 누구에게 팔아서 그런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지?

쉽게 깨달을 수 있는 그걸 깨닫지 못하고 욕심만 부렸기 때문에 시엔느는 결코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책임을 져야지. 실패한 군주는 목숨으로 조금이나마 그 책임을 갚는 법이야"

군주라고 하지만 그게 정치인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기업인이던 정치인이던 다수의 사람 위에 서는 자들을 표현하는 단어일 뿐이다.

이와사키 회장이 나서서 시엔느에게 애원하며 빌었다.

"제, 제발!!!! 아, 아이만이라도! 아이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

"안돼"

그 룰은 설령 시엔느 본인이라도 져야 하는 절대적인 룰이다. 하물며 욕심 많은 기업인이라면 두고볼 것도 없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한테 죽는걸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 적어도 고통스럽거나 사후에 처벌이 기다리진 않을테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라면 심연에 처박는 팬텀이나 사람 죽이는데 이골이 나서 뼈와 살을 분리해서 죽여도 숨을 붙여놓을 정도의 고문 실력을 자랑하는 최악이였다면 그들은 이렇게 곱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실종자로서 세상과 작별하도록 해라. 그게 추한 군주의 책임이니까.

"그러니까 잘가. 나는 다음에 또 들를 곳이 많아서 말이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생각외로 많더라고.......[터져라]"

콰아아아앙!!!!

그리고 작은 어선이 폭발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재화와 재산은 그대로 배와 함께 수장되고 타고 있던 사람 중 일부는 폭발로 사망하고 일부는 살아 남았지만 멀쩡하지 못한 상태로 물에 빠졌다.

온전치 못한 몸으로 가까운 육지까지 헤엄치기에는 너무나 멀다. 그리고 겨울 바다의 온도는 너무나도 차다.

시엔느는 그들을 보고 미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심부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 작품 후기 ==========

내가 연참하는 이유를 말해봐라!

픽뚫이 좀 나오긴 했지만 아무튼 아비짱 나와서 연참함!

어쨌든간에 나올때 까지 돌린 흑우의 승리네!

......얼마 썼는진 묻지 마세요. 크윽, 이번달은 라면으로 버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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