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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05화 (305/507)

최흉의 대마왕 30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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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상황은 빠르게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자고로 사람이란 뒤에 아무것도 없다면 배수의 진처럼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싸우기 마련이지만 반대로 활로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걸 통과하기 위해서 기를 쓰는 법이다.

단 한가지 방법이지만 살 방도가 생겼다. 지금껏 해외로 도주한 일본인은 대다수 죽고 그나마 중국에 일부 들어서게 되었지만 그 수는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도 유토피아가 쏴 죽였다.

이제부터 합법적으로 도망칠 수 있다는게 그 방법을 고르지 않을 사람은 없다.

임시적으로 마련된 출국 심사대에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몰려들었다. 방사능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그들에게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은 모든 가치를 넘어섰다.

"차례대로 줄을 서십시오! 새치기 하시면 안됩니다!"

"야! 내가 먼저 왔어!"

"아니, 이 사람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저리 비켜! 밀지마!!!!"

"꺄아아악!"

"아, 아기가 울어요! 제발 밀지 말아주세요!"

출국 심사대가 그리 작은 것도 아니고 숫자가 적은 것도 아니지만 전국에서 몰려드는 국민들은 수만 단위로 몰려드는게 아니였다. 적어도 그 백배는 몰려들어서 혼잡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가끔은 누군가 장사를 하는 잡상인도 보일법 했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잡상인으로 일할 사람 조차도 일단은 살고 봐야 햇으니 그들과 같이 줄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설령 통과하더라도 진작에 일본을 탈출했지 남아 있지는 않았다. 이미 일본의 심판은 보류되어 있어서 언제 심판이 떨어질지 모르는 나라에 머무는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였으니까 말이다.

"다음분 들어오십시오!"

심사는 생각보다 빨랐다. 단지 사람이 많아서 뒤에 있으면 시간이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한 남자가 심사대로 들어섰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조금 뚱뚱한 남성이 침을 삼키면서 신분증을 내밀었다.

"요, 요시무라 지로라고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심사관이 곧바로 그의 이름을 컴퓨터에 입력했다.

이미 유토피아의 선별 알고리즘은 완성 되어 있었다. 이름을 입력하는 즉사 대상의 과거 모든 인터넷 열람 기록을 확인하고 분석해서 대마왕들의 기준에 합당한지 확인한다.

거기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인간 문명의 이기를 사용해본 적 없는 자연인 밖에 없는데 그런 사람이 현 사회에 얼마나 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자의 심사 결과가 나왔다.

[결과 : 유죄]

"........안타깝지만 요시무라씨의 선별 결과는 유죄입니다. 옆에 따로 통로가 있으니 그곳으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뭐, 뭐라고요?!"

정중하게 돌려 말했지만 결국 그 뜻이다.

당신은 일본에 남아 죽을 사람이다. 방사능 때문이던, 대마왕의 심판 때문이던 간에 말이다.

죽으라는 말 앞에서 스스로 받아들이고 돌아갈만한 사람은 애초에 양심이 남아 있어서 여기에 오지 않았다. 물론 반대로 그런 사람이 선별을 통과할 가능성이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는 거기에 속하지 않았다.

머리까지 솟아오른 분노가 그를 채우고 이윽고 따지고 들었다.

"어, 어째서요! 왜 제가 유죄입니까!!!!!"

이유를 따져 물었다. 보통이라면 대답해주지 않겠지만 이미 선별 알고리즘은 그 해답을 내놓았다.

"요시무라씨, 혹시 3ch라는 사이트 이용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그런데요........"

파악까지 해뒀는데 이유를 답하지 못할리 없었다. 상대방에게 더 절망을 주기 위해, 그리고 죽기 전에나마 반성을 하라는 의미에서 그들에게 탈락한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다.

심사관은 익숙한 태도로 그에게 조곤조곤 설명한다.

"그 사이트에서 올린 극우 및 혐한 발언등이 있더군요. '춍 따위 도움이 못된다'라던가 '국가 발전에 도움을 줬으니 조센징은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거나, 그런 발언을 한 사람이 해외로 망명한다면 똑같은 일이 벌어지기에, 당신 같은 사람은 결코 통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젠장!!!! 웃기지마! 누가 난 그런적 없어! 결백하다고!!!!!"

하지만 이미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건 그저 현실도피에 지나지 않았다.

남자, 요시무라 지로는 그대로 울분에 차서 쳐놓은 심사 라인을 넘어서 그대로 달려나갔다. 주변에 심사관을 보좌하기 위한 포스 유저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를 막지 않았다.

어차피 죽을 사람 곁에 있어서 좋을건 없으니까 말이다.

키이잉!!!

단지 하늘이 번쩍이고 이윽고 요시무라 지로란 인간은 생명체가 아니라 시체가 되어서 그대로 쓰러졌다.

"........A-7 심사대입니다.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바닥에 쓰러진 요시무라의 시신에는 머리를 깔끔하게 관통한 상흔이 보였다. 고열로 지져졌기에 뚫린 구멍에서는 피 한방울 새어나오지 않았다.

멀리서 누군가가 열선 같은 것으로 죽인 모습이다. 그리고 그 범인은 확실히 유토피아의 짓이였다.

유토피아, 팬텀, 최악. 세명의 대마왕이 일본을 주시하며 감시하고 있다. 인간의 실력으로 그런 감시를 벗어나는건 수억번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일본에서 해외로 도주하는 사람들 중에서 선별에 유죄를 받는 사람은 단 한명도 도망칠 수 없다. 선을 넘는 자는 죽음 뿐이다.

유일하게 통과가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일본에 거주 중이던 외국인 뿐이다.

"다음분 들어오십시오!"

심사관은 익숙하게 다음 사람을 불러들였다.

애초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일할 수 없다. 유죄를 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건 그나마 돌아가서 조용히 심판의 날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만약 난동을 부리며 억지로 탈출하려고 했다가는 방금 전처럼 유토피아의 초장거리 위성 궤도 공격에 의해 죽을 뿐이다. 설령 인파 사이로 숨더라도 소용없다.

"네, 무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저쪽 통로로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별 프로그램에서 통과했다.

애초에 선별 프로그램이라고 유토피아가 말도 안되는 조건을 넣어 알고리즘을 짠게 아니였다. 하다못해 정직하게 살아왔다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정직이라고 마냥 범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수준도 아니다. 가볍게 무단횡단에서 사고로 인한 전과가 있더라도 이후 충분히 반성을 하는 태도만 보인다면 통과할 수 있었다.

대부분은 통과 했지만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널널한 기준으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30퍼센트가 조금 넘는다.

일본의 총 인구수는 1억 하고도 2400만명 정도. 사실 그보다 좀 더 많지만 심판 때문에 생긴 사건 사고로 죽은 사람들이 많다.

우익이라고 몰려 매질 당해 죽거나, 현실을 비관하며 자살한다. 그런 일로 인해서 남은 인구가 그 정도에 30퍼센트가 유죄를 선고 받았다.

30퍼센트라고 하면 3명 중에 한명이지만 단위가 억으로 들어서면 30퍼센트라는 수치는 수천만명으로 변한다.

물론 그 비율은 정치인과 기업인이란 족속으로 들어간다면 의미가 없어진다.

그들 중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기껏해야 1퍼센트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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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하지 말라는 일은 꼭 하려는 부류가 있다. 특히나 가진 것이 많고 목숨이 걸린 일이라도 충분히 그렇다.

유토피아의 선별 프로그램은 탈세, 비리, 뇌물, 횡령 등등의 범죄를 저지른 회사의 주범들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숨기려고 애쓴다고 한들 이 지구의 모든 전산망을 해킹 가능한 유토피아 앞에서는 불가능하다.

설령 현금으로 보관하더라도 액수가 액수인 만큼 분명 어디선가 돈이 비기 마련이다. 세탁을 하던 아날로그적으로 어딘가의 비밀 금고에 보관을 하던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금액이 커지면 금고에 보관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결국 이 지구에서 유토피아의 눈을 피할 길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돈을 모은다는건 욕심이 많다는 뜻, 그리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사에 연연하는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와사키 회장님. 비밀리에 밀항선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해외로 도망칠 수 있겠는가?"

"이대로 망해가는 국가에 남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잘 될겁니다"

강제징용 문제로 전법 기업으로 잘 알려진 미쓰비시 그룹의 회장이 우울한 표정으로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현재 엔화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직 자국 내에서의 사용은 가능하지만 해외에서 엔화가 돈으로서 기능할 가능성은 턱없이 적다.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언제고 멸망할 나라이며 방사능 때문이라도 일본산 물품의 가치도 떨어졌다. 이전만 하더라도 후쿠시마의 일 때문에 일본산 식품이나 물건을 쓰지 않았는데 일본이 멸망할 정도의 방사능이 퍼진 지금이라면 오죽할까.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유명무실하게 남아버렸다. 가진 재산과 현금을 물질적인 재화로 바꾸더라도 한계가 있으며 나머지는 전부 휴지 조각이 되어 흩뿌려졌다.

금과 같은 귀금속 부류도 많이는 가져갈 수 없었다. 규모가 커지면 대마왕의 눈을 피할 수 없을테니까.

.......애초에 혈혈단신에 빈손으로 도망쳐도 살 수 있을지 의문스럽지만.

"후우우......."

거대한 존재 앞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그 격차에 절망하는 것 뿐이다.

설령 대기업 회장으로서 발 아래에 수많은 인간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그래봤자 개미가 떼를 모여서 코끼리 앞에 시위를 하는 격이다. 그런 격차를 느끼고 절망했다면 남은건 자포자기 밖에 없다.

그 덕분에 일부 일본인들은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다. 일부라고 해서 적을것 같지만 단위가 수십만명 단위다.

이전에도 일본 사회의 불균형적인 모습 때문에 매년 수만명에 달하는 사람은 자살을 선택했지만 요 며칠간 한해에 죽는 자살자보다 몇배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말이다.

심판에서 무죄를 판결 받은 국가의 국민들은 오히려 활기가 넘쳤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멸망한 국가를 보고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실감이 든 것이다.

자기 목숨은 자포자기 하며 어쩔 수 없지만 미련이 남아 있다면 핏줄 때문이다.

"그 아이는......정말로 유죄인가?"

"......친절하게 사유까지 나오는 정밀한 프로그램이더군요. 용량은 1 기가도 되지 않는 주제에 개인의 과거 모든 기록을 열람하고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의 전산망 해킹 능력은 권한만 따로 부여하면 프로그램 자체의 용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해킹 툴과 일맥상통했다.

하지만 필요하면 가정용 컴퓨터로도 미국 국방부의 기밀 자료도 열람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기술력을 알려준다. 단순한 선별 프로그램의 수준을 보더라도 아득할 지경이다.

이와사키 회장이 유죄를 받은건 납득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도 과거 저지른 비리나 뇌물 수수 혐의가 많기에 통과하지 못할건 잘 알고 있었다.

"도련님의 사유는 학창 시절 이지메 때문이라고 합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몇년 전에 처리했던 그 일 때문에......."

"잘 알고 있네"

이와사키 회장의 늦둥이 아들은 오냐오냐하면서 키운데다가 그가 가진 권력 때문에 학교에서 흔히 말하는 일진으로 군림했다.

그러면서 같은 반의 한 여학생을 이지메 시키면서 동시에 집단 성폭행 등에 가세하여 결국에는 여학생이 자살을 하게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 뒤의 일은 언론과 학교에 뇌물을 뿌려 무마했지만 유토피아의 선별 프로그램은 그 과거까지 전부 파해쳐두었다.

현대 사회에서 대기업의 회장이란 왕과 같았다. 그만한 권력과 힘이 있지만 반대로 그만한 책임도 있는 법이다.

그들은 그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인데 그것을 무시하고 권리만 탐했다. 지금 그 대가를 치를 뿐이다.

"밀항은 이틀 뒤입니다. 더 시간을 끈다면 소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알겠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귀여워 한다는 말이 있다. 추악한 죄를 저질렀어도 제 핏줄이라면 편을 들어주는게 사람이다. 정말로 아낀다면 오히려 매를 드는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그렇기에 심판의 날까지는 살 수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죽을 가능성이 대부분인 밀항을 선택했다. 자기가 아니라 제 자식을 위해서.

그런 마음의 반의 반이라도 남을 생각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텐데.

하지만 후회는 언제 해도 늦은 법이다. 그들이 전범 기업으로서 사죄 하나 제대로 하지 않았을 시점에서 끝난 이야기다.

그들은 사람과 기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지극히 아날로그적으로 일을 계획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로, 그리고 최대한 CCTV를 피해서 흔적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덕분에 밀항을 도와줄 브로커가 약속을 어기고 도망친다면 영락없이 돈만 날리는 꼴이지만 오히려 그러는 편이 더 안전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하는 행동은 너무나도 헛된 희망을 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차라리 현실을 보고 남은 여생이라도 후회 없이 지내는 편이 나을텐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미 대마왕들에게 포착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다른 정치인 및 기업인들도 물론이였다.

이런 사소한 일은 애들한테 심부름을 맡겨야 하는 법이다.

========== 작품 후기 ==========

일본은 선별 후에 그나마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망명하고 있다지만......그렇다고 다 나갈 때 까지 냅둘 생각은 없습니다.

빚진걸 언제 추징하던 그건 채권자 맘이죠.

그나저나 오늘 페그오 애비게일 픽업하는 날입니다.

으아아아! 이 세상 모든 흑우들아! 나에게 확률을 조금씩만 나눠줘!!!

애비게일 뜨면 연참한다!!!!

......안나와도 하긴 할거지만 기왕이면 웃으면서 연참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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