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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04화 (304/507)

최흉의 대마왕 30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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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리랑 이야기 하던 용하연을 데리고 호라이즌으로 돌아왔다.

여기가 아무리 외진 차원이라고 하지만 그레이 그 새끼한테서 연락이 너무 늦게 돌아왔다. 호라이즌의 기술력이라면 델타 캐슬과 직통으로 연결도 가능한데 연락이 없던걸 보면 씹은게 분명하다.

......솔직히 나 같아도 얀데레 속성의 여캐가 달라붙는다고 하면 꽤나 기겁하긴 하겠다. 더군다나 한때 애정을 주었던 제자라면 고민도 많이 했을테고.

나도 예전의 마누라가 다시 나타난다면 꽤 고민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시온을 선택할거다. 한때의 가족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지내온 시온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뒤는 괜찮아. 갈기갈기 찢어지는건 내 마음 뿐이니까. 그런건 익숙해.

"진짜로 스승님에게서 연락이 온건가?"

"그래, 여기가 외진 차원이라서 먼데다가 그놈도 자기 볼일이 있어서 직접 오지는 못했지만 연락 정도는 당연히 닿으니까"

거리가 먼전 어쩔 수 없는데 볼일이라고 하면 그거다. 신혼 생활.

나랑 비슷하게 저쪽도 한창 신혼인데 잘 지내는건 당연하지. 앗, 이것은 수라장의 예감!!!

"그레이 그놈 결혼 했다는거 예전에 이야기 했었나?"

"들었다. 그리고 생각도 해봤지"

"어떻게 하려고?"

"무림인이 바라는 것을 얻어내려면 뭘 할거라고 생각하나?"

"캣 파이트, 아니 형수님은 늑대 수인이니까 도그 파이트가 될 기미가 보이는데......."

그레이의 아내인 이얀은 좀 특이한게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초월자는 아니다. 단지 약빨로 수명이란 개념이 없어졌을 뿐.

그래서 무력도 그리 강하지 않다. 호신으로 몇가지 배우기는 해도 진득하게 집중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인간 기준으로는 강해도 초월자 기준으로는 한참 아래다.

싸우면 용하연이 이기긴 하겠지만......죽이지 못하면 결국에 여자 둘의 싸움은 머리채 잡는 싸움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드라마에서 본게 아니라 보통 치정싸움은 그렇게 되더라. 감정 싸움이 되서 그런가?

"네가 좀 이해해라. 너랑 그레이랑 만날 시점에서도 이미 임자 있었을껄"

"그것도 기억은 난다. 오래전 이야기라서 스승님으로부터 포기하란 소리를 듣긴 했지만.......내가 포기할것 같나?"

"하긴, 진작에 포기했을 사람이라면 환생해서 기억 찾을 일도 없었겠지"

단순한 집념으로 전생의 기억을 각성한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스승에 대한 사랑이다. 그걸 확답 받을 때까지는 무리다.

"팬텀 그 새끼도 둘째 형수님 들일 때 고생 좀 했는데 결국 시간문제겠지"

"그렇다면 너는? 환생자로서 살면서 그런적 없었나?"

"시온은 그런거 별로 신경 안쓰던데. 보통 내가 결혼하는 사람이 있으면 인간 외의 이종족이라도 길어야 수천년 정도 살 뿐이니까 시온한테는 어림도 없지"

한마디로 말해서 존버는 승리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무한하게 환생해야 하는 나와 수명의 개념이 없는 시온. 서로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연관점이다. 내가 어느 일생에서 사람을 만나 사귀어서 결혼을 해도 결국 죽은 뒤에 다음 생까지 이어질 수 있는건 시온이 유일했다.

그런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는걸 시온도 아니까 딱히 질투 같은건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시온의 질투를 보고 싶다. 솔직히 귀여움.

".......콩깍지가 끼었군"

"남이사"

이윽고 우리들은 호라이즌의 선장실로 향했다. 선내 어디에서든 통신을 연결 가능하지만 나나 시온도 이야기 할거 있고 그래서 일부러 선장실까지 올라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시온이 용하연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십니까"

"직접 만나는건 처음인가? 용하연이다"

"시온이라고 합니다. 일단 상대쪽도 좀 기다렸으니 바로 연결 해두겠습니다"

"부탁하지"

서로 관심은 별로 없는지 사무적인 대화만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시온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홀로그램 화면에 누군가가 모습을 비추었다.

그는 이전에 보았던 킹 블러디어와 거의 똑같은 외견이였다. 다른점이 있으면 머리카락이 붉은색이 아니라 선명한 금색이라는 점이다.

다만 일의 선후를 따지면 그레이가 먼저고 킹 블러디어가 나중이다. 러시아에서 치고박고 싸웠던 루루의 원본이 시엔느인 것처럼 킹 블러디어의 원본이 그레이이기 때문이다. 아니, 블러디어 종 자체가 그레이가 원인이긴 하지만.......

[하연아?]

"간만에 뵙습니다. 스승님"

오랜 시간이 걸려 윤회마저도 뛰어넘은 스승과 제자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원래는 축하하거나 감동받아야 할 상황인데 왜 나는 소름이 돋는거지?

*

*

*

*

적어도 지금 만큼은 나와 시온은 방관자다. 우리들은 물러나서 두사람의 대화를 듣기만 할 뿐 뭔가 제지하거나 끼어들 이유도, 권한도 없었다.

나는 커피나 한잔 마시면서 두사람의 대화를 엿듣는다. 아, 엿듣는건 나쁜 일이지만 그래도 치정 문제는 개꿀잼 보장 안건이라고.

아침 드라마를 왜 보겠냐?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삼각 관계 및 기타등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서서 그런건데 눈앞에서 그 일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면 팝콘 각이지.

시온은 어느새 콜라의 팝콘을 와작와작 씹으면서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3D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 왜 빨강 파랑 렌즈 달린 그거.

나도 시온의 팝콘을 슬쩍 먹으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아, 커피에 팝콘은 별로 어울리지 않네.

"그 동안 강녕하셨습니까?"

[.......네가 그런말을 하니까 뭐라 할말이 없네. 나는 네가 무서워서 도망쳤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젊은날의 치기입니다. 솔직히 그때는 두려워 하실만 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반성하는 자세로 나오면 내가 뭐가 되는건데?!]

"솔직히 제가 너무하긴 했습니다"

[...........일단 명목상 그렇다고 하긴 그럴 정도로 좀 그랬지]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엇던거냐.

나도 의문이 들 정도로 꽤나 깊은 사랑 같은 일이 있었을것 같다. 이야, 역시 가장 무서운 감정은 사랑이라니까.

[그래도 기억을 찾아서 다행이다. 그냥 영혼만 같다면 모를까 기억까지 되찾았으면 넌 내 제자가 맞으니까 말이야]

"스승님은......"

[너 없는 사이에 결혼까지 했어]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바뀌는건 없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긴, 그 정도로 바뀔 정도였다면 진작에 떨어졌겠지. 일단은 알겠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은 가벼운게 아니다. 설령 기억을 잊어버리더라도 그 잡착은 남는다.

집착이란게 마냥 나쁜것 같아도 중요하긴 하다. 집착이란건 다른 말로 끈기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동생한테서 처음 네가 죽었다는걸 들었을 때는 꽤 우울하긴 했어. 거리감이 다르니까. 하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걸 봐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스승님.......!!"

[이야기 할건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네. 거기랑 여기는 꽤 거리도 멀어서 차원간 통신을 하는데도 문제가 많고 말이야]

차원과 차원 사이에는 측정하기 어려운 패턴이 있다. 어느 곳에서는 초월자도 버티기 어려운 압력이 있는가 하면 어느 곳에서는 인간도 평범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호라이즌이라 하더라도 통신을 위해서는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다.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에서 차원은 가만히 있지 않을테고 결국 그건 통신 불량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차원 중계기가 없으면 원활한 통신이 불가능하다. 그건 호라이즌이라도 솔직히 못한다.

완전히 랜덤인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하라는거야, 거기다가 여긴 외진 차원이라서 근처에 다른 차원 중계기도 없다고.

[네가 무사했다니까 한시름 놓았다. 여태까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던 일이니까]

"제 욕심에 스승님이 어울려주실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결국 내가 받아들이고 말고의 문제였잖아. 그러니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직적 만나서 할 이야기지 이렇게 통신으로 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오! 거기서 그런 선택이!

자고로 중요한 이야기는 문자나 전화로 하지 않는 법이다. 사귀자! 나 헤어지자! 같은 말을 전화기를 통해서 하는 사람은 애초에 이어질 여지가 없듯이 중요한 이야기라면 직접 해야하는 법이다.

그레이도 그걸 알고 있는건지 따로 자리를 만드려고 했다. 물론 그게 그냥 지금 당장 상황을 회피할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있으니까 용황이랑 제수씨랑 같이 모여서 한번 모임 가지자. 제자들끼리 간만에 모이는거 괜찮지?]

"사제를 그렇게 부르시는거 보니까 아직도 그 버릇이 고쳐지지 않은건 확실해 보입니다. 여전하시군요"

[뭐, 버릇이니까.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그러잖냐. 아직 차원 이동은 힘들테니까 저놈한테 따로 부탁할께. 걱정말로 오기만 해. 날짜는 나중에 알려줄거고]

"알겠습니다 스승님. 금방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마치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는 반응을 본 사람과 같았다. 아니, 진짜로 그렇긴 하지만.

그레이는 꽤나 감정이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용하연을 보았다. 끊어진줄 알았던 인연은 아직도 이어져 있었다.

아, 참고로 용황이라고 부른 사람은 용하연의 사제인 만병왕 모용황이다. 다만 성이 모용씨인데 정작 그레이는 모가 성인줄 알고 용황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예전에 만병왕 본인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라 알고 있었다.

[야, 그리고 너]

"아니, 생이별한 제자 좀 만나게 해줬더니 대우가 개차반이네. 처맞을래?"

[그러다가 저번에 죽었잖아. 언제나 조져지는건 너였어]

솔직히 그레이랑 나랑 격차가 크긴 하다. 반쪽이라도 절대자인 놈이랑 아직 로드에도 이르지 못한 나. 내가 로드에만 이르러도 킬각이 좀 보일텐데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전에도 그랬다. 서로간의 의견 차이로 일어난 전투에서 나는 그에게 죽었다. 존나 아파서 죽었다고 하기에는 심판의 창은 기본적으로 불살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쇼크사로 뒤졌다.

[그건 네가 특이한거고. 아무리 답 없다고 판단했어도 육체가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건 이상하지 않냐?]

"제자 꼬시는 누구는 정상적이고?"

[이 망할 놈이 그런걸 들먹이네.......아, 좀 늦긴 했는데 제수씨 안녕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계속 그이랑 이야기 나누십시오"

일단 중요한 이야기부터 해결하고 보자. 먼저 용하연의 처우 문제다.

그녀는 아직 나처럼 차원간 이동 수단을 깨우치지 못했다. 차원만 베어도 이동할 수 있을텐데 지금부터 몇년 정도는 열중해야 도달할 경지다.

환생 이전에는 수명 때문에 닿지 못할 그런 수준이엿지. 아무튼 그레이를 만나고 싶어도 차원이란 개념을 이해 못했다면 다른 사람이 쓰는 차원이동 수단을 이용하거나 수련을 더 하는 수밖에 없다.

[하연이 좀 데리고 내가 보내주는 좌표로 좀 와주라. 내가 직접 가고 싶은데 기왕 만날거 다른 애들이랑 한번 동창회 같은거 열고 싶어서 그렇거든]

"새끼, 너 저번에 나 죽인건 기억 안나냐?"

[그러니까 하는거잖아. 내가 죽었으면 이런 부탁하겠냐?]

"뻔뻔한 새끼. 나중에 델타 캐슬 유망 기업 주식 좀 줘봐. 나 말고 우리 마누라한테"

[요즘 주가는 한창 비싼데]

"그러니까 달라는 거잖아. 내가 그런거 볼 수 있었으면 이런 부탁 하겠냐?"

서로 한대 치고 똑같은 방법으로 한대 맞았다. 나와 그레이는 서로 한번 죽이고 죽은 사이라도 크게 골이 있는건 아니다.

처음부터 죽일 생각 없었던 사람이랑 어차피 죽어도 환생하는 환생자 사이에 격차는 크다. 나한테 죽음은 그냥 죽는게 아니라 다음생의 시작이기 때문에 무게가 다른건 당연했다.

[내가 따로 말은 해둘께. 하연이만 데리고 와줘]

"그렇게 애지중지할 수준이면 진작에 데리고 다닐 것이지"

[애는 언제든 자립하기 마련이야]

"그렇긴 하지. 아무튼 알았어. 보상만 확실하다면 데려다 줄께"

나는 이전에 그에게 한번 죽은걸로 징징거리거나 하지 않는다. 시간도 꽤 지났고 그거 하나에 얽매일 정도로 큰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둘 사이의 골이 깊은 것도 아니니까 사소한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 본격적으로 화성으로 이주하면 용하연을 그쪽 차원으로 데려다 줘야겠다.

그레이의 제자 중에서 마법사인 첫째 제자는 신혼이고 용하연은 여기에, 만병왕도 오네쇼타 찍는데다 유일하게 막내 제자인 천살제도 그 제자가 그레이의 동생이랑 결혼해서 처제가 된 와중이다.

용하연은 스승의 정조를 노리고.......참 족보 개같지? 나도 알아.

[그럼 다음에 보자 하연아. 회포는 그때 풀기로 하고 그놈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 그러면 될거야]

"스승님......."

[그리고 정말 미안하다. 네가 그렇게 될줄은 몰랐어. 네가 그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진작에 어떤 방식으로든 감정을 끊었을텐데]

"아닙니다. 그렇게 자책하지 마십시오"

[이렇게라도 봐서 다행이지. 아무튼 그때 보자]

그리고 연락은 끊겼다. 본인이 끊은건지 아니면 차원간의 통신 상태가 구린건지 몰라도 딱 좋은 타이밍이긴 했다.

용하연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꽤나 딱딱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도 감정이란게 있는 모양이다. 특히나 연정을 품던 상대와 오랜 시간이 지나 겨우 대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야, 그런 눈물은 나중에 직접 만났을 때나 흘려. 아! 좌표 받았어?"

"좌표는 받아뒀습니다. 당신이 예전에 저 없을 때 살았던 곳이라니 꽤나 호기심이 생기긴 합니다"

"됐어. 거긴 가볼만한데가 아니야. 분명히 피본다에 내 거시기 건다"

"그건 제겁니다!"

"이상한데서 소유권을 주장하지 마!"

그냥 용하연이라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수준의 지인이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연인을 만나려고 가는 행로라면 충분히 협조해줄 수 있는 일이다.

"일단 짐부터 챙기고 와라. 오케이?"

"챙길건 검 하나 밖에 없다"

"누가 무림인 새끼 하니랄까봐. 무기 하나 들고 독보하는건 똑같구만"

나는 혀를 차면서도 웃었다. 울고 있었지만 기분은 나은듯 보여서 꽤 괜찮은것 같다.

========== 작품 후기 ==========

용하연 입장에서 보면 남자가 버리고 튄것 같지만 이건 그레이 말도 들어봐야죠. 애초에 연인 사이가 아니라 사제관계였음.

그리고 막 모니카나 유노 같은 얀데레가 쫒아오는데 무서워서 튄건 잘못이 아닙니다. 받아주려고 노력하는 그레이가 대인배일뿐.

쓰진 않았지만 설정상 한창때 시절의 용하연의 얀데레력은.....음,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일단 연참 하나요.

추가 - 처제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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