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30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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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면접자들은 호라이즌의 시설과 설비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선내 수용 인원은 턱없이 적은데 그 이유가 대부분의 공간을 놀이나 유흥 쪽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미술관, 박물관 등등의 전시 시설부터 놀이공원 같은 거대한 테마파크까지. '논다'라는 개념을 가지고 무엇하나 빠지는게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부족한건 시간이였다.
거기다가 모든 설비 이용료가 무료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하물며 먹는 것보터 시작해서 구경하고 이용하는게 모두 무료라면 전부 해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스 유저가 아니라면 시간 뿐만이 아니라 체력도 부
족하기 마련이였다.
그럴 때는 따로 마련된 객실에서 쉬었다. 객실도 하나하나 어지간한 호텔 객실에 못지 않은 수준을 갖추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아, 슬슬 면접 본다고 하네요. 희영씨는 몇번째세요?"
"전 577번이요"
"전 450번인데......제가 먼저 보겠네요"
그들이 차고 있는 워치로 따로 면접 순서와 번호가 발송되었다. 면접을 볼 시간이 되면 따로 면접실까지 안내 기능이 첨부되어 이동할 수 있으니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설비가 너무 넓어도 문제가 되는 일이 많다. 워치가 없으면 지도 하나 없는 곳에서 길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니까.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강무혁의 워치가 울리기 시작했다. 슬슬 그가 면접을 볼 때가 왔다는 소리다.
"아! 저 먼저 가볼께요"
"네, 면접 잘 보세요. 꼭 같이 합격해요!"
워치의 반중력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자동으로 움직여지면서 빠르게 면접실까지 이동된다. 시속 수십킬로미터는 나올법한 속도지만 누군가와 충돌할 걱정은 없다.
이윽고 그는 면접실 앞에 이르렀다. 먼저 대기하고 있던 다른 사람이 면접실로 들어가고 강무혁은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그 사람의 면접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린다.
정작 면접이 코앞에 다가오니까 긴장이 되는건 당연했다. 면접관이 최악이 아니라 시온이더라도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긴장된다.
시간은 짧으면서도 느리게 흘러갔다. 결국에 그의 차례는 다가왔다.
[다음분 들어오십시오]
방금 들어갔던 사람이 나오고 이내 그의 차례가 되었다. 강무혁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시금 옷의 매무새를 확인하고 면접실로 들어섰다.
딱히 화려한 장식 없이 방 중앙에는 테이블과 의자만 놓여 있었다. 서류라던가 하다못해 홀로그램 화면 같은 것도 떠있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강무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강무혁씨. 일단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는 시온의 맞은편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의자의 높이는 오히려 시온의 것이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온의 앉은 키가 더 작다. 하지만 그것만 보고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이 차원항행함 호라이즌의 주인이자 최악의 아내다. 그리고 외계인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인간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몇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성실하게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아.....네!"
면접은 문답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상대를 파악하기 쉬운 방법이였다.
꿀꺽, 하고 강무혁은 침을 삼키고 그녀의 질문을 기다렸다. 따로 전례가 없는 면접인만큼 예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무지에서 오는 긴장과 두려움이 있었다.
"먼저 화성 이주를 신청하게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그건......새로운 환경을 원했으니까요"
"새로운 환경이라. 그건 무슨 뜻입니까?"
"한국은 좋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돈이나 인맥이 없으면 성공하기도 힘들죠. 하지만 깊게 파고 들어가면 그 두가지만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이기도 하면서......그건 다른 나라도 똑같잖아요
?"
"그렇다는건 그런 세상이 싫다는 뜻입니까?"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을 느껴보고 싶었다는겁니다.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환경, 기존의 다른 상식이나 법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환경이라면 뭐든
해볼 수 있을테니까요"
"흠"
시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잠깐 생각했다. 짧은 생각 이후에는 다시금 그에게 질문했다.
"이주하신다면 저나 남편의 의견에 따라서 자유를 침해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어느 정도는 감내해야죠?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일이라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고, 그 문제는 사람에 관련된 일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적당한 선이라면 배상을 통해서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데요"
화성 이주에 대해서는 절대적 갑은 시온이다. 최악도 권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쪽으로는 시온이 더 잘하니까 무게가 다른 법이다.
흔히 갑질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행하는 일에 가끔 문제가 생기는건 당연하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정치 체제는 유능한 사람이 행하는 깨끗한 독재이기에 필요한 행위다
.
물론 인간은 개인 사욕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1차 시험 당시 동의하신 개인정보 제공 문항으로 찾아봤는데. 취미로 글을 쓰시고 계십니까?"
"어?!"
"제목이 '주인공이 무공을 숨김'이라던가......."
"어어어?! 그그그, 그거 그냥 생각날 때마다 취미로 쓰는거예요! 진짜 별거 아니예요!!!"
"그런 것 치고는 꽤 공을 들인 느낌이 납니다. 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연재하고 있지 않습니까?"
강무혁이 1차 시험을 합격한 이유 중에 가산점이 더 붙은 일이 몇가지 있다면 그건 그가 취미로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시온은 인간의 문화를 좋아한다. 개인 취향문제 까지 들어가면 덕질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 계통이나 소설 같은 인간의 문화는 전부 좋아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글도 써본 사람이 쓸 줄 아는 법이다. 오래 글을 쓰면 하다못해 맞춤법이라도 나아진다.
"저는 글을 써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문명을 원합니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그런 덕질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에 좋습니다"
"음......"
"건설 쪽 일에 종사하시는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만약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고르시겠습니까?"
취미로 글을 쓴다는건 어쨌든 글을 쓰는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가 건설직에 종사하는 이유는 그 쪽이 오히려 장래가 있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글을 써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건설 회사 월급에 비할바가 못된다.
하지만 글을 써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면 사람은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벌기를 바라는 법이다.
"그야 당연히 글을 쓰겠죠"
"힘들지도 모릅니다.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되면 지겹다고 느껴질 때도 있을겁니다"
"제가 좋아하는걸 하는건데 그 정도는 당연히 감내해야죠. 그리고 건설 회사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사는 것보다 글 쓰면서 조용하게 사는 편이 훨씬 낫고요"
"그러다가 사회성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전 집돌이 체질은 아니라서 쉬는 날에도 바깥에 나가서 노는데요. 아마 글을 써도 기분전환 삼아서 나가서 놀고 그럴걸요"
이번에는 시온이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인 반응에 강무혁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시온은 홀로그램 화면을 띄우더니 몇가지를 처리한 후에 그에게 작은 박수를 쳐주었다.
"축하합니다, 강무혁씨. 당신은 화성 이주민 면접에서 합격하셨습니다. 가족도 같이 이주하실 생각이시라면 이후에 따로 신청을 하시면 되니 이주 신청 홈페이지를 참고하십시오"
"저, 정말입니까?!"
"이런거 가지고 농담 안합니다"
참으려고 애써봤지만 그의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웃음 소리는 참을 수 없었다.
성격도 합격, 직업도 합격, 그러니까 최종 합격. 결국에는 합격하는게 당연하다. 별다른 이상 행동만 하지 않으면 대부분이 다 합격할 것이다.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네!!"
강무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면접실을 나섰다.
다음 사람에게 미리 대기하라고 한 뒤에 쉬는 시간을 가진 시온은 가볍게 물로 목을 축였다. 긴장해야 하는건 면접자들인데 이런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꾸만 목이 탄다.
그러던 도중에 호라이즌으로 차원 너머에서 연락이 전해져 왔다.
".........아니, 이 타이밍이 이 사람이? 연락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 늦은거 아닙니까?"
시온은 일단 최악에게 따로 연락을 넣었다. 어차피 면접히 급한 것도 아니고 시간을 들여서 진행되는 만큼 좀 더 일정이 늘어나도 상관없다.
우선 필요한 사람부터 데려와 하야 하니까 말이다.
*
*
*
*
한창 화성 이주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백리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안그래도 착잡한 마음은 유토피아와 누리의 방송을 보고 더 착잡해졌다. 백리도 2년 전에 한창 소란스러웠던 정만식 의원 비자금 사건을 알고 있던 만큼 배신감이 더하다.
그때 당시 구설수에 오르던 사람들은 대부분 징역에 처해지거나 막대한 금액의 벌금과 추징금을 내야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머리가 남아 있었을 줄이야.
"아, 잠깐만. 나 3만원 정도 도네할께"
"아니, 그런 방송에 돈 쏘는거야?!"
"루리가 누리한테 도네하는게 뭐가 어때서!"
"쌍둥이한테 용돈주는 느낌이야?"
"쌍둥이로 치면 누가 언니인데? 물론 나다!!!!"
[ㄴㄴ, 아닌데]
".......?!?!"
어디선가 아주 직접적인 태클이 걸려왔다. 그 느낌에 백리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생방송일텐데 어떻게? 두사람의 대화에 끼어드는건 같은 한국에 있더라도 거리가 있어서 곁에 있거나 주시하지 않는 이상 못할텐데?
[초월자 너무 무시하는거 아님? 내가 아무리 기감 계통이 전공이 아니여도 나 정도 되면 나라 하나를 범위 안에 두는건 쉽거든?]
"어, 음......."
[그리고 막 이런거 하면 이모티콘도 쓸 수 있음. 상상도 못한 정체! ㄴ(°0°)ㄱ]
"아니?! 머릿속으로 이미지가?!"
"이건 언어가 아니라 의지 그 자체를 전하는 수단이니까. 오빠도 익숙해지면 이모티콘이나 초성체로 말 할 수 있을껄......다만 그걸 행성 단위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최상위 초월자라는
반증이지만"
비슷한 것을 예로 들자면 혜광심어를 들 수 있다. 언어를 초월해서 의미 자체를 전해주기에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누리가 말을 건건 단순히 드립을 치기 위해서가 아니였다.
[미국 갔다옴? 아,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미국은 기철이 패드립이 아니라 진짜 미국 갔다 왔냐고. 일단 이야기는 다 듣고 왔지? 그러면 대충 뭐 생각하는지 다 보여]
"음........"
[내가 충고하겠는데. 하지마 그거. 대마왕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누리라는 일개 개인으로서 해주는 말이니까]
"안그래도 생각하고 있어. 시간을 들여서 고민할거야"
[그니까 고민 이전에 하지말라면 좀 하지마루요!!!! 사람이 걱정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귓등으로 쳐듣고 앉았네! 흥칫뿡이다! 나도 이제 편 안들어줌!]
"아, 쟤 삐졌다"
"꼭 너 같네"
"뭐! 내가 어딜봐서 쉽게 삐지는 년으로 보는거야! 흥이다!"
"삐졌잖아!!!!"
백리가 가볍게 삐진 루리에게 소리쳤다. 누가 같은 갓-루리루리의 단말 아니랄까봐 성격도 참 비슷하다.
다만 큰 차이가 있다면 루리가 혼돈-선의 캐릭터라면 누리는 혼돈-악의 캐릭터다. 대마왕 같은건 그런 성격 아니면 해먹기 힘들다.
"아무튼 나도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 아무리 멕시코에서 그꼴 난거 보고 오긴 했지만 결국 그건 자업자득이잖아"
"마약 카르텔 같은게 있어도 충분히 선한 사람도 있을거 아니야?"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 못들어봤어? 군대 갔다 왔으면 훈련소에서라도 초코파이 하나 먹으려고 신앙심에 영혼을 팔아서 한번쯤 가서 들어봤을거 아니야?"
"그거?"
소돔과 고모라. 타락하고 방탕한 도시가 신의 벌을 받아 멸망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신이 두 도시를 멸망시키기 전에 그러지 말아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소돔과 고모라에 의인이 50명만 있어도 멸망시키지 말아달라고 하다가 그마저도 사람이 없자
점차 수를 줄여가다 10명까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돔과 고모라에는 의인이 존재하지 않아 불과 유황의 비에 멸망했다.
"그러다가 허들이 더 낮아졌으면 어쩔것 같아? 1명만 남아 있어도 멸망시키지 말아달라고 해서 안하면, 남자 후장 쎅스 하는 놈들이 한가득인 도시를 냅둘거라고 생각해?"
"그건......."
"오빤 너무 약해. 앞으로 생길 일은 멸망하는 소돔과 고모라를 돌아보는 짓이랑 똑같아. 하지 말라는걸 했다가 큰일나는거지"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의 끝은 도시에서 도망치던 롯의 가족 중에 그의 아내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가 소금 기둥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루리가 말하는건 그거다. 하지 말라는건 좀 하지 말자.
"......그래, 내가 이렇게 징하게 쳐 이야기 해봤자 오빤 잠깐 귀 기울이고 말겠지. 대신에 앞으로 일어날 일 때문에 우리한테 피해가 생기면 난 오빠를 죽을 때 까지 팰거야. 기억해"
"어차피 너 이제 나랑 상대도 안되잖아"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옥상으로 따라나와!"
"오빠한테 니가 뭐야 니가!"
"자꾸 니가니가 하지마라 유 퍼킹 레이시스트야!!!!"
"그 뜻이 아니잖아! 또 개드립으로 논점 흐릴래?"
"오빤 인종 차별주의자보다 더 질이 나빠! 하다못해 걔들은 사회의 불쾌한 시선이라도 받지! 여동생의 경멸어린 시선이나 받아라!"
"딱히 별로"
"오빠가 여고생물로 딸칠 때 깔보던 시선인데 효과가 없네"
"야! 그거 여고생물 아니였어!!!!!"
경고는 여러번 들었다. 백리도 쉽사리 판단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자문을 구한 후에 판단할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미래는 정해져 있었다.
운명은 아무도 바꿀 수 없다.
어디선가 키득거리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듯 하다.
========== 작품 후기 ==========
덕질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솔직히 저같은 오타쿠에게는 낙원같은 세상이겠죠.
슬슬 이번 파트 끝낼 때가 오네요.
그 전에 일본부터 확실히 조지고 넘어가도록 하죠.
파멸 엔딩 가즈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