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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301화 (301/507)

최흉의 대마왕 30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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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이미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다른 대마왕들은 모르지만 그는 이 지구에서 20년 넘게 산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라쿤맨으로서의 행적과 더불어서 그가 지구에서 살았던 것에 대한 증인들은 차고 넘쳤다. 그냥 얼굴만 아는 사람부터 절친한 친구까지.

대마왕 강림 이후에는 죄다 연을 끊었지만 그래도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두사람도 마찬가지로.

"뭐든 밥부터 먹어야 잘하지"

"어, 음......."

하지만 얼굴을 알고 있는 것과 쉽사리 말을 건내는건 별개의 일이다.

상대는 멕시코를 단숨에 죽여버린 대마왕이다. 그들을 죽이는건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것보다도 쉽다.

아무리 친절하게 대한다 하더라도 격차가 있는 존재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는건 마음가짐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한동안 굳어서 뭘 해야할지 몰랐다.

"됐어. 여기에 있는건 대마왕 최악이 아니라 시온 남편 최악이니까. 설마 직장 바깥에서 일 이야기 할 생각 아니지? 당해본적 있으면 빡칠거 아니야"

"아, 그건 그렇죠"

건설직에 있다보니까 여러가지로 시달린 경험이 많은 강무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윽고 최악은 한창 볶던 볶음밥을 접시에 덜었다. 해산물이 풍부하게 들어간데다 노릇노릇하게 쌀알 하나하나가 절묘하게 바삭한 나시고렝풍이다.

"한입 먹을래? 어차피 꽤 많이 해서 남는데"

"아, 요리가 취미셨다고 했죠?"

"소문 났잖아. 안그래?"

호랑이 앞에 토끼처럼, 그래도 용기를 내서 대화를 이어갔다. 최악은 그들에게 볶음밥을 내주고 다시 말을 걸었다.

"면접 보러 왔지? 딱 보니까 너희들은 내가 아니라 시온한테 가겠네"

"혹시 면접 방식은......."

"1대 1 면접이지. 그렇지 않으면 수천명 정도로 며칠동안 면접 볼리 없잖아?"

확실하게 걸러내기 위해서 피곤하더라도 그게 좋다. 더군다나 1차 이주민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해야 하기도 했다.

이미 시온이 1차적으로 걸러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면접자 중에서 이미 탈락이 결정된 사람이 있기도 하고.

"원래 면접관은 랜덤이기는 한데. 그래도 난 딱보면 감이 오거든. 울 마누라는 착하니까 어지간히 모난거 없으면 합격 시켜줄껄"

"그건 다행이네요"

신희영은 옆에서 조심스럽게 볶음밥을 한입 먹었다.

대마왕이 앞에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웠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손이 갔다. 그리고 한입 먹으면서 씹히는 밥알의 감촉과 해산물의 풍부한 맛과 향이 퍼지자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맛있지? 딱히 미식관 같은거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만들었거든. 원래 그런쪽을 우리 마누라가 좋아하지만"

그냥 보면 영락없는 팔불출 애처가 남편이다.

오히려 대마왕으로서의 최악보다 남편으로서의 최악이 더욱 인간적이고 가까웠다. 괜히 20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조용하게 지낸거 아닐까.

"면접 외에도 여기에는 즐길거리 많아. 놀이공원도 딸려있는 마당에 면접은 신경끄고 놀아"

"그래도 됩니까?"

"이제와서 자기개발 한다고 합격할 수 있을것 같아? 시온이 어떤 사람을 뽑으려는건지는 내가 잘 아는데 말이야"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다. 시온과 최악은 서로 프라이버시상 비밀로 하는건 있어도 그 외에 모르는건 없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탈이였다. 수천년을 부부로 살아오면서 알콩달콩 잘 살았는데 서로를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 시온이 어떤 사람을 합격시킬지는 최악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면접관 중에 한명이 최악이기도 한 것이다.

"면접관은 총 몇분인가요?"

"3명. 나랑 시온이랑 레이즈. 이렇게 셋이야. 아, 레이즈는 그냥 우리 하청 비슷한거니까 몰라도 상관없어"

"음......"

최악이 장담한 것에 의하면 그들의 면접관은 시온이다. 더군다나 1대 1 면접. 다른 요소가 끼어들것 없이 오로지 개인만으로 판단될 것이다.

"일단 합격만 하면 의식주는 걱정 없을껄. 완전히 지구를 떠나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랑 같이 이주할 수도 있고. 솔직히 개쩌는 우주선이 있는데 뭐가 문제겠냐?"

"아, 그렇죠? 근데 전 그렇것 보다 막 반중력 설비라던가 그런게 좋더라고요"

"손목에 찬 시계 같은거에도 그런 기능 있어. 이런 거대한 함선을 돌아다니려면 평면이 아니라 3차원적 이동 수단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

"어떻게 쓰는지 아시나요? 받은지 얼마 안되서......."

"잠만 보여줘봐"

원래 타인의 워치를 기동시킬 권한은 없지만 최악은 시온과 더불어서 이 함선의 절대적인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였다. 고작 개인 워치 하나 접근 권한이 없을리 없다.

최악은 몇번 만지고 돌려주자 그대로 강무혁의 몸이 땅에서 떠오른다.

"오오오오!!!!"

"호라이즌 내부에서는 어디든 반중력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을거야. 따로 에너지 공급 같은 것도 필요 없을테고"

"동력원이 뭔가요? 어떤 원리로 반중력을 발생시키는거죠?"

"문과인 나한테 묻지마. 이과인 울 마누라한테 물어봐. 이런쪽은 내 전공이 아니란 말이야"

"그러면 최악씨의 전공은 뭔가요?"

"........무학(武學)?"

"막 무공 같은거 쓰고 그러는거군요!!!"

면접보러 온 사람 앞에서 대놓고 사람 죽이는걸 잘한다고 할 수 없었던 최악은 나름 돌려서 말했다. 강무혁은 눈을 빛내면서 호기심을 표했다.

그걸 보고 최악은 왜 그가 1차 합격을 했는지 알았다. 성격도 좋지만 긍정적인 호기심이 많기에 그걸 가산점으로 쳐주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막 자하신공이나 건곤대나이 같은건 있나요?"

"건곤대나이는 모르겠는데 자하신공은 본적 있어"

"우와아아아아!"

하지만 그런 호기심이 아니더라도 무공이라 하면 남자라면 한번쯤 기대를 품을 소재이기도 하다. 판타지와 마찬가지로 무협은 인간의 공상 중에서 한 세계관을 확립한 것 중에 하나니까.

"일단 기술 기반이기는 한데 합격하면 무공 같은거 배울 기회는 있을거야. 서포트도 해줄거니까 늦은 나이에 입문했다고 경지에 이르지 못할건 아니겠지만"

"무공 배울 수 있는겁니까?!"

"근데 외부 유출 금지다? 지구 같은데 무공 뿌려지면 골치가 아파. 하다못해 처음부터 무림이 있었으면 또 몰라도"

시대 초월 기술과 차원 초월 기술이란게 있다.

예를 들어서 시온의 호라이즌은 지구에 있어서 시대 초월 기술이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지구가 우주로 진출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면 호라이즌과 비슷한 기술력을 가질 수는 있다. 거기에 몇세기 수준의 격차가 있을 뿐.

하지만 차원 초월 기술은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판타지 세계의 무공, 무협 세계의 마법과 같은 것처럼 완전히 기반도 없고 닿을 가능성도 없던 기술이 생뚱맞게 생기는걸 뜻한다.

지구에 무공이 뿌려지면 이래저래 귀찮다. 포스 유저의 메리트가 없어지고 사방에서 무공 하나 배우고 테러와 다툼이 일어난다. 적성종은 격퇴할 수 있겠지만 글쎄?

"일단 너희들은 합격할 수 있을것 같다. 아, 그래도 그거 믿고 너무 지랄하지 말고. 난 이만 울 마누라 밥 챙겨줘야 해서 이만"

최악은 볶음밥을 챙겨서 자리를 옮겼다.

"무혁씨, 괜찮아요?"

"네? 뭐가요?"

그제서야 강무혁은 자기가 최악이랑 자연스럽게 이야기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희영은 그래서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상대는 나라 하나를 죽이는 대마왕. 그런데 그 앞에서 호기심을 표하고 너무 무례하게 대한거 아닌가?

그렇지만 상대는 그렇게 강압적으로 굴거나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심도 있고 이야기하면 친하게 지낼 수 있을법한 좋은 형 같은 그런 사람이다.

물론 볶음밥도 맛있고.

"조금 걱정했는데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서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최악은 두려운 존재다. 대마왕이기 이전에 핵폭탄이 옆에 있는 것과 같다. 그것도 기폭장치가 어디에 달려있는지 모르는 그런 핵폭탄 말이다.

하지만 직접 대화하니 괜찮은 사람이여서 안심했다. 합격한 이후에는 걱정할 필요 없을것 같다.

"일단 밥부터 먹어요"

"아! 이거 엄청 맛있어요! 요리 실력 있다는 소문이 장난 아니던데요?"

"그래요?"

한쌍의 청춘남녀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호감을 쌓아갔다.

인연은 이렇게도 생기기 마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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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의 선장실에서 따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시온에게 최악이 볶음밥을 내밀었다.

"새우 많이 넣었습니까?"

"실하고 탱탱한걸로 팍팍 넣었지"

"음, 존맛"

시온은 볶음밥을 한입 떠먹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고 있는 홀로그램 화면에는 현재 호라이즌에 들어온 사람들의 모든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는것 같지만 애초에 그건 CCTV랑 비슷한거다. 적어도 객실 안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아까 나름 괜찮은 애들 보고 왔는데"

"아, 강무혁씨랑 신희영씨 말씀하시는 겁니까?"

"봤어?"

"두사람은 일단 합격 예정입니다. 성격도 좋고 긍정적이고 배려심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 좋아합니다"

능력이 없으면 키우면 되지만 인성이 되먹지 못한 사람은 가르쳐도 본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최악은 성악설을 믿는다. 인간은 태어났을 때부터 사악하지만 배움과 교육을 통해서 선해질 수 있다.......하지만 반대로 돌아가서 결국 본성은 악하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나은 사람을 뽑자. 그렇기에 시온이 1차적으로 걸러낸 사람 중에서 대부분이 합격 될 것이다.

나머지는 건드리지 않는다. 적어도 시온은 말이다.

"탈락할 녀석은?"

"음, 기업에서 기술 한두개만 얻어오면 거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놈들이랑 손잡고 이리저리 들쑤시는 놈이 몇몇 있습니다"

"아니, 그런 새끼가 있어? 미쳤나?"

"일단 본다고 기술을 빼낼 수 없을뿐더러 이미 그들은 탈락 예정입니다. "

"그래도 한번 걸렀는데 그런 새끼가 있는게 문제지"

"돈은 인간에게서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걸 따르겠다는데 자본주의의 화신인 제가 뭐라 할 말은 아닙니다"

"그래도 기분의 문제지. 어디 기업이야?"

"말 안해줄겁니다. 가서 조져버릴께 뻔한데 면접 전에는 좀 가만히 있으십시오"

"면접 후에는?"

"아, 그건 괜찮습니다"

와구와구! 시온이 볶음밥을 퍼먹는 모습에 최악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그녀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어 먹었다.

홀로그램 화면을 올려다보자 거기에는 식당에서 한창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며 떠드는 강무혁과 신희영이 보인다. 풋풋한 청춘의 냄새가 난다.

도촬하는 것 같지만 어차피 식당은 공동 시설이다. 시온도 어지간해서 객실같이 개인 프라이버스가 강한 곳에는 촬영을 하지 않는다.

최악은 그런 두사람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으며 시온에게 말을 건냈다.

"꼭 우리 신혼 보는거 같지 않냐?"

"저희는 지금도 신혼입니다"

"아니, 그렇긴 하지만 신혼 초창기 때. 막 알콩달콩 좋았는데"

"음, 솔직히 그립기는 합니다"

"그때의 너는 훨씬 귀여웠는데 말이야"

"그럼 지금은 어떻다는겁니까?"

"어......지금은 섹시하지?"

"마음에도 없는소리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소아성애에 눈 떴다면 진작에 눈치 챘을겁니다"

"아냐, 진짜야"

"당신 취향은 변함 없이 금발 빈유 안대 속성인거 누가 모를줄 아십니까?"

"크흑, 이래서 조강지처는!"

"조강지처가 좋더라~"

최악의 과거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도 많았지만 추억도 많았다. 특히나 시온과 함께한 과거라면 그 전부가 그랬다.

앨범이라도 하나 꺼내서 볼까 했지만 그렇게 찍은 앨범이 수천년을 쌓여서 창고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기에 꺼내보기 무섭다. 앨범에 깔려 죽는다는 말이 농담으로 나오지 않는다.

컴퓨터에 저장해도 좋지만 그러면 그 느낌이 살지 않는다. 화면으로 보는 것과 직접 사진을 꺼내 보는검 감흥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도 좋지만 지금이랑 미래도 좋지"

"자식 계획부터 세우고 말합시다"

"아! 나중에 가지자니까! 그리고 그 몸으로 임신하면 출산할 때 큰일나! 제왕절개 해야 돼!"

"저는 제왕절개 안하고 자연분만으로 낳을겁니다!"

"요상한데서 고집을 부리네. 그런건 안닮았으면 좋을텐데. 차라리 내가 낳는게 낫겠다"

".........그런 페티쉬 있습니까?"

"솔직히 여자일 때 내가 순산형이긴 하잖아"

하지만 최악은 시온의 눈빛에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쉬었지만 부정적인 한숨이 아니라 시온에게 졌다는 항복의 표시였다.

두사람은 서로 붙어서 조용히 밥을 먹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법이다.

========== 작품 후기 ==========

가끔 생각하다보면 옛날 생각이 납니다.

그 시절의 저는 어머니께서 비디오 가게를 해서 비디오를 많이 봤었죠. 막 로봇 나오는거나 그런거 잘 봤어요.

개중에서 지금도 기억나는건 월레스와 그로밋, 핑구 같은 클레이 애니메이션이죠. 달 치즈 먹고 샆다.......

최근에 패트와 매트 극장판이 나왔다고 하지만 나레이션으로 이상한 꼬맹이 목소리 나온다길래 걸렀습니다.

아니, 패트와 매트에 나레이션이라니. 미치셨습니까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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