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29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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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예약자를 취소한건지 아니면 유토피아가 손을 쓴건지는 미스터리지만 가게 안에는 두사람 외에 손님은 없었다.
덕분에 두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마음 놓고 식사와 방송을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양해조차 구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챠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유토피아예요"
"오빠가 챠오! 하고 인사하면 뭔가 배스트매치 같아. 머지? 래빗 탱크 폼으로 와야 하나?"
[엌, 1빠]
[할 줄 아는게 순위 싸움 밖에 없냐]
[냅둬, 이런데서 밖에 1등 못하나보1지]
[넌 뭔데 명치 때리냐]
[유하~(유토피아 하이라는 뜻)]
[근데 옆에 여자애 누구임? 졸예네]
[아, 나 쟤 암. 대마왕 중에서 한명인 누리라고 하더라. 미국에서 SNS에 사진 찍힌거 봤음]
[응? 근데 백리 여동생 닮지 않음? 이름도 비슷하고]
[등에 흑수정 달린거 비싸겠다]
[로리쇼타 조합......이건 굉장히 귀한거네요]
[뭐? 롤이랑 스타라고?]
빠르게 채팅창이 올라가면서 각양각색의 반응이 보인다. 하지만 개중에는 게스트로서 있는 누리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자고로 귀여운 남자아이도 좋지만 예쁜 여자아이는 더 인기가 있는 법이다. 왜 그런지는 일단 남자들이 이성에게 끌리는 본능에 따지도록 하자.
동성인 남자애에게 더 끌린다고? 그럴 경우에는 성 정체성을 의심해봐야 하는것 아닌가?
"안능하제옇! 누리라고 해옇!"
"왜 인사가 그 모양이예요?"
"이게 내 아이덴티티티티인걸!"
"티가 두개쯤 많잖아요!"
"그럼 줄여서 아이티"
"너무 줄였어요!"
[엌ㅋㅋㅋㅋㅋ드립치는거 개꿀잼이넼ㅋㅋㅋㅋㅋ]
[심판할 때 개드립 날릴 때부터 눈치 깠음ㅋㅋㅋㅋ]
[머지? 다음 심판은 브라진 인근일거라는 암시인가? 심판 과시?]
[캐미 오지넼ㅋㅋㅋㅋ]
유토피아 혼자 진행했을 때보다 누리가 게스트로 온 것이 더 반응이 좋았다.
솔직히 인간의 감성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외계인이 진행하려면 문제가 많았는데 그걸 누리가 스무스하게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유토피아는 조금 껄끄러운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반응이 더 좋으니까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튼 저희는 지금 잠실 타워에 있는 한 호텔 레스토랑에 와 있어요"
"식전빵 존맛탱. 유토피아 오빠 안먹으면 내가 다 먹을거임"
"아, 씨. 자기 몫만 먹자고요. 치사하게 남에 것까지 처먹기예요?"
"여자애한테 처먹기가 뭐야 처먹기가!"
"먹는데 밖에 쓰지 않는 입은 처먹는다고 말할만 하죠"
"떡칠 때도 쓰는데!!!!"
"........?"
아니, 거기서 섹드립이?!
유토피아는 맥락도 없이 튀어나온 섹드립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누리의 섹드립은 멈추지 않았다.
"펠라치오! 커닐링구스! 보ㅃ......."
"으아아아아! 제 방송은 건전한 고어물 방송이라고요!"
[섹드립도 오지넼ㅋㅋㅋ]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애가 대놓고 음란한 말을 하니까 느낌이........대꼴!!!!]
[가능]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근데 건전한 고어 방송은 또 뭐야. 처녀빗치 같은건가?]
"크으으, 이래서 나는 인터넷 방송이 좋아. 익명성 때문에 인간의 욕망을 절도 없이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
"거 참 좋으시겠어요"
"아무튼 식전빵 존맛탱"
[아, 시바 대낮부터 위꼴이네]
[누구는 저런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부럽다]
[근데 저기 어디임?]
[잠실 타워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이라던데?]
[막 한끼에 수십만원 하는 그런거?]
이윽고 시간이 지나서 주문했던 요리가 나왔다. 물론 메뉴에 있는건 전부 시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코스에 맞춰서 에피타이저 삼아 작은 핑거 푸드가 나온다.
이전에 시온과 최악이 데이트 할 때 여기서 먹었던 것도 있으며 계절이 바뀌면서 제철 식재료가 바뀌니까 마찬가지로 바뀌면서 메뉴가 바뀐 것도 있었다.
아무리 작은 핑거푸드 수준이라도 그 숫자가 꽤나 많다. 양을 다 합치면 보통 사람의 한끼 식사 이상은 될법한 그런 양이였다.
"옴뇸뇸뇸. 아, 이거 맛있다. 아보카도인가? 약간 기름지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네. 견과류.......아몬드? 아니, 호두인가? 그것도 좀 들어간것 같고"
"괜찮네요"
"에이, 이런데 와서는 먹을 때 감상 정도는 말해주는게 좋아. 우리가 먹방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막 한 메뉴를 대량으로 먹는건 아니잖아?"
[크으으으, 누리는 먹방잘알이네]
[참견할 이유가 있어!]
[아, 저런 레스토랑 한번 가보고 싶다. 예약 받나........]
[한번 가면 월급 거덜날듯]
"아, 이것도 좋다. 올리브가 들어간 작은 빵 위에 당근 페이스트를 바른건가? 음.......아, 당근만이 아니라 파프리카가 섞였네. 달면서 씁쓸한게 좋다"
"감상 말하는게 꽤 해본 느낌이네요"
"팬텀 아저씨나 최악 아저씨 요리 먹다보면 그냥 있어도 자연적으로 미식관이 넓어지는 법이야"
[머임? 대마왕이 요리도 함?]
[아니야, 최악은 대마왕 커밍아웃 하기 전에 치킨집 운영한거 보면 일리가 있음. 전에 방송으로 명동 맛집이라고 나오기도 했었으니까]
[대마왕이 만든 요리.......존나 먹어보고 싶다]
[가격을 따지기 전에 친분 없으면 못먹을것 같은데. 애초에 맛없어도 맛있다고 해야하는거 아니냐]
"아, 그건 걱정마. 둘 다 수천년은 요리에 투자한 사람들이라 인간이랑 경험치가 다르니까. 막 비룡처럼 머리에 전류가 띠요오오오옹! 하고 오면서 오오오오오! 하고 등 뒤에 미미(美味)란 글지가 지나가는 느낌을 실감할 수 있을껄"
[도대체 무슨 요리야 그게]
[막 한입 먹고 여자가 옷벗고 오르가즘 느끼는 만화적 연출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이말입니까?]
[그런 레스토랑 생기면 여친 데리고 가야겠다]
요리 경험치로만 따지면 대충 배운 초월자가 어지간한 유명 쉐프보다 뛰어날 것이다. 아무리 열정이 적어도 거기에 들어간 시간이 다르니까. 애초에 재능이나 오성도 다를테고.
이윽고 두사람은 가벼운 수프를 끝으로 에피타이저를 끝냈다. 그리고 이어서 메인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기! 고기!"
"솔직히 고기는 맛있어요"
"크으으, 외계인도 아는 참맛 고기. 소고기던 돼지고기던 닭고기던 전부 진리지. 고기는 항상 옳다!"
[기분이 저기압일때는 고기앞으로]
[맛잘알 인정합니다]
[그나저나 플레이팅 한것만 봐도 존나 맛있어 보이네. 빨랑 감상좀]
약간 주황색 계통의 소스가 얹어진 작은 스테이크는 소스로 화려하게 플레이팅만 되어 있을 뿐 크게 맛있어 보이거나 한 것은 아니였지만 우선 먹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고기에 나이프를 사용해 썰어본 순간 그 안에 있던 깜짝 선물이 반겨준다. 그냥 스테이크인줄 알았던 고기 안에는 마치 샌드위치에 바른 잼처럼 안에 무언가 소스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기가 부드러운거 보면 수비드로 한 스테이크고......그 한 면에 소스를 바르고 그걸 반으로 접어서 불에다가 한번 구웠네. 아, 자국 남은거 보면 그냥 불판에 구운것도 아니고 석쇠로 구웠나? 약간 훈연 향기가 나는데........"
"복잡하게 만들었는걸요. 소스만 두개에 훈연한 향기까지 더해지면 어지간한 사람은 맛을 느끼기 힘들텐데요"
"미식가 전용으로 만든거 아니야? 일단 먹어보지 뭐"
평소의 태도와는 다르게 우하하게 스테이크를 썰어서 충분히 소스를 묻힌 후에 입에 넣는 누리의 모습은 어려보이기만 할 뿐 충분히 아름다운 여성의 그것이였다.
시청자들도 한순간 요리가 아니라 누리의 모습에 정신이 팔렸을만큼 그림이 나오는 모습이였다.
"오! 이거 괜찮네. 다 따로 놀줄 알았는데 은근히 쉐프가 실력이 있는 모양이야. 고기 안에 들어 있는 소스는 약간 짭짤해서 단짠단짠 조합인걸"
"그렇네요. 특히나 이 주황색 소스......사과를 베이스로 한 퓌레 같은데 훈연한 향이랑 잘 어울려요. 아무래도 이건 구울 때 일부러 사과 나무로 만든 숯을 쓴것 같은데요"
"센스가 좋네"
[저걸 다 파악하고 있어.......]
[미각 수준이 다른듯]
[아, 그래서 무슨 맛인데!]
요리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이 지났다. 아무리 코스 요리라 양이 적어도 그게 몇개나 되는데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도 배가 부른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두사람은 수인분의 요리를 전부 먹어치웠다.
위장의 사이즈 이전에 신진대사가 다르다. 특히나 유토피아는 시온처럼 먹은건 곧바로 소화시켜서 영양분으로 만들기 때문에 위장에 의미가 없다.
"아, 좋네요. 잘 먹었어요"
"디저트는 안머금?"
"아, 저는 식후에는 마실것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러면 디저트는 전부 내꺼!"
누리는 유토피아가 안먹는만큼 디저트를 전부 끝장내기 시작했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아스파라거스 아이스크림이나 비트로 거품을 만든 디저트 등등, 꽤나 신기한 디저트들이 많았다.
"역시 식후 디저트에는 아이스크림이 짜세지"
"그렇게 먹다가 뒷골 땡겨요"
"초월자가 그럴리가 있.......으아아아아! 뇌가 얼었어!!!!!"
[아이스크림 그렇게 퍼먹다가 그럴줄 알았다]
[존귀탱이네ㅋㅋㅋㅋㅋ]
[이번 방송 씬스틸러넼ㅋㅋㅋ고정 멤버 가즈아아아아!!!]
"나도 고정 멤버 한번 생각은 해볼텐데 여기 오래 있을까 싶네. 관광은 한국 말고도 다른데 다녀도 되고"
"그나저나 일단 다 먹었으면 본론으로 들어가죠?"
"본론? 아, 그 본론"
이 방송은 유토피아의 방송이다.
그리고 유토피아가 바라는건 먹방이 아니라 잔혹함과 통쾌함을 동반한 고어 방송이다. 저번에는 첫 시작이라서 가볍게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번에는 유토피아도 많이 준비하고 왔다.
"그래도 이번에는 누구 잡아 조질 생각인데?"
"뭐, 어디 침몰하는 배 버리고 튄 선장이라던가, 보상금 받으려고 집나간지 10년만에 돌아온 부모라던가, 그런 인간말종도 많지만 눈에 띄는 사람이 한명 있더라고요"
"앗, 이거슨 수라장의 예감! 마치 예전에 최악 아저씨가 마누라 네명 있었을 때 쯤의 난장판을 봤을 때의 느낌!"
[아니, 갑자기 그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데]
[마누라가 4명.......의무방어전도 4배!]
[아주 그냥 매일매일이 피골이 상접해서 정기를 빨릴게 눈에 보인다]
[얼굴은 별론데 요리를 잘해서 미녀 아내를 얻음.......아앗, 이거 어디선가! 크윽, 자취생으로 캄사합니다 백선생님......!]
[근데 진짜 뭐가 있긴 한가보다. 마누라가 4명이면 진짜 얼굴이 아니라 딴게 좋아야 할텐데]
난데없는 방송에서 최악의 과거사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만 모른다.
아무튼 다시금 본론으로 돌아와 유토피아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나라는 멕시코나 러시아에 비하면 부패 지수가 높은건 아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교해서 그런거지 마냥 낮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가장 신뢰도 높은 국가기관이 우체국인 시점에서 말 다한거니까요"
[그렇긴 하지]
[견찰이랑 떡검 새끼들도 진짜 빡치긴 빡침]
[전에 멀쩡한 민간인 덥친 경찰 새끼는 짤리기는 커녕 전근 밖에 안감ㅋㅋㅋ]
[이게 나라냐!]
"그렇지만 경찰이던 검찰이던 그들이 그렇게 된 것에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머리가 문제인데 몸뚱이가 멀쩡한건 오히려 이상하잖아요?"
[503! 503! 이번에는 닭대가리 조지러 가는겁니까!]
[닭대가리 보다는 문어 대가리를 조져야지!]
"에이, 너무 전형적이고 대놓고 나와 있어서 욕처먹고 있잖아요? 게다가 전 대통령은 이미 감옥까지 가 있는데 죄값을 치르는 중이라면 건드리는건 좀 그래요"
[그럼 첫 방송 때 걔는 뭐임?]
"그놈은 화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잡혀가서 처벌 받은게 아니잖아요? 그냥 자기 처제 죽이고 무기징역 받은거지"
[올ㅋ]
[일리가 있네]
"어디보자. 이 지구인들에게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2년 전으로 돌아가야 해요. 이렇게 힌트를 줬는데 혹시 생각나는게 있으신가요?"
[2년전?]
[2년전에 난 뭐했지?]
[난 군바리였음]
[앗, 아앗.......]
[혹시 그거 아님? 정만식 의원 비자금 사건]
[아, 그게 벌써 2년 전이구나.......시간 존나 빠르네. 나도 이제 아재가 되었구나]
지금으로부터 2년전. 이 지구의 한국에서는 꽤나 큰 규모로 정만식이란 3선 의원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져서 논란에 휩쌓인 적이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비자금 자체가 문제가 된게 아니라 거기서 받은 목록이 흘러나가서 문제가 된 경우다. 수많은 기업과 검찰, 심지어 한국 포스 유저 연합도 연관되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먼 이야기 같지만 남일은 아니다.
2년 전이면 시온이 막 이 지구에 왔을 때.......그리고 그녀가 간접적으로나마 연관되어 있는 이야기니까.
"그 사건의 내막을 이야기 해보도록 하죠"
유토피아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 작품 후기 ==========
아주 예전에 뿌린 떡밥을 회수할 때가 왔군.
물론 엄청 초반대라 기억 못하시는 분이 더 많을텐데 초반에 비자금 사건 하나 언급한거 있습니다.
대충 29화쯤.....존나 오래된 떡밥이긴 했네.
쓴건 기억 나는데 몇화에 썼는지 찾으려고 정주행 했음. 플롯이나 떡밥 같은건 써놓기 보다는 기억하는 편이라서요.
그런데 슬슬 300화가 다가오는군......비축분이나 쌓아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