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289화 (289/507)

최흉의 대마왕 289편

<--  -->

팬텀이 러시아에 가 있는 동안 유토피아는 누리와 함께 다시금 한국으로 돌아왔다.

"맛있는거!"

"그럴줄 알고 따로 레스토랑 예약 했어요. 그런데 요즘 너무 먹는거 아니예요?"

"뭐 어때, 어차피 살도 안찌는데"

"가슴도 안찐다는 소리잖아요"

"맞을래? 응? 오빠 맞을래? 외계인은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거야 뭐야. 하필이면 그런 부분을 찌르고 들어오다니!"

"거기서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여심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가슴은 거기서 살쪄봤자 볼것도 없잖아요"

"알고서 지껄이는거구나! 그리고 내 가슴이 뭐 어때서!"

"괜찮아요. 세상에는 덜 자란 미성숙한 소녀의 몸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최악씨라거나"

"이유없는 풍문피해가 최악 아저씨를 덮친다! 시온 언니가 꼴려서 결혼한건 아닐텐데 말이야"

"그랬으면 제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죠"

"아저씨는 애처가잖아. 얼마나 애처가면 차원 수천개 뒤져가면서 겨우겨우 사냥꾼X사냥꾼 완결권 들고 혼수로 가져왔겠어? 여태까지 발견 못했던건데 솔직히 운이 좋았음"

"아, 그 아이가 겨우 책 한권에 영구시간정지 거는거 보고 좀 놀랐긴 했는데 그만한거예요?"

"토해라 일가시!!!!"

"........?"

덕질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가치를 모른다. 유토피아도 지식으로는 알아도 다른 만화책들이랑 딱히 다른 가치를 지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누리는 그런 쪽으로는 시온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심이 있기에 충분히 그 가치를 알고 있었다.

"나도 나중에 가봤는데 거기 지구는 이미 핵전쟁으로 멸망해서 없데? 그래서 아마 남은건 시온 언니가 가지고 있는게 전부일껄?"

"그 일가시인지 연가시인지 하는 사람은 다른 지구에서도 완결을 안내는건가요? 만화 작가면 어느 정도 연재는 하잖아요?"

"내 말이!!!!!"

".........."

유토피아는 말을 줄이기로 했다. 그는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전문적인 분야가 있는 모양이다.

두사람은 다른 일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우선은 누리를 데려온 이유인 맛있는 음식부터.

솔직히 현 지구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도 팬텀과 최악이 하는 요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깊이란게 있다. 레시피가 많다고 다는 아니며 애초에 요리에 정도란 없다.

"흐음, 마치 요거슨 팬텀 아저씨는 정파면 최악 아저씨는 사파인 느낌이구영"

"뭐라는거예요?"

"아니, 요리 스타일 말하는거야. 아무튼 어디 예약했음?"

"잠실 타워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더라고요. 거기요"

"와! 사우론의 눈!"

"사우론?"

"거기 생긴게 그렇게 생겨서 그럼ㅇㅇ"

"거 참 비유 한번 이상하게 하네요"

"아냐, 이상한건 유토피아 오빠의 감성이지 내가 이상하진 않아"

"그냥 둘 다 이상한걸로 하죠"

"자폭이야 뭐야?"

원리는 달라도 두사람 다 광속 돌파가 가능한 초월자다. 유토피아는 신체의 에테르 변환으로 정지질량을 0로 하여 광속에 이르고 거기에 시공 조작을 통해서 가속하는 한편 누리는 애초부터 물리법칙을 무시하니까 그렇다.

행성 단위가 아니라 한 국가 내부의 도시 단위라면 이동하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단숨에 잠실 타워까지 도착한 두사람은 느긋하게 건물로 들어선다.

"뭐야, 사람이 좀 많은데"

"신경쓰지 마세요"

"아, 그건 괜찮아. 나는 사람의 시선을 즐기는 타입이니까. 흠......노출 플레이 대꼴"

"성교로 인한 쾌락은 뭐가 좋다고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나중에 '흐아아앙! XX갱장해여어!!!'하고 소리친다?"

시선은 주지만 거리는 두며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냅두며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바로 1층에 멈춰 있어서 바로 탑승해 목적지인 레스토랑이 있는 층의 버튼을 누른다.

고요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사람만 남아 있으니 문득 루리가 깨달은듯 말했다.

"앗, 이러니까 꼭 데이트 나온것 같아서 기분이 초큼 그래!"

"당신 취향은 완전 착한 사람이거나 반대로 완전 나쁜 사람 아니였어요?"

"오빠는 진심으로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아니요"

"봐봐"

최악은 자기가 구제불능의 인성파탄 살인귀라는걸 잘 알고 있고 그 죄값을 치를 생각도 있다. 단지 그 치르는 방법이 일반적인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뿐.

다만 유토피아는 애초에 공감 능력 자체가 맛이 가버려서 상당한 이기주의자다. 자기가 나쁘다는 자각조차 없는 그런 이기주의자.

"겉으로 보기에는 선남선녀인데 내면은 추악해"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누가 뭐래? 그래도 나는 쾌락주의자지만 남에게 피해 안끼치고 살아가는 사람은 안건드려"

고층까지 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높이가 높이인지라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몇분 지나지 않아 도착한 레스토랑의 입구에서는 두사람을 미리 마중나온 사람이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레스토랑 스테이입니다. 오늘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손하게 인사하며 접객을 하고 있지만 미미하게 떨리는 손은 그들의 눈썰미가 아니더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법한 반응이다.

아무리 예약을 했더라도 보통 이렇게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서 맞이하지는 않는다.

"뭐야, 오빠 본명으로 예약 했어?"

"앞에 [대마왕]태그도 붙여뒀어요"

"어쩐지 입구부터 사람이 좀 많더라. 소문난거 아니야?"

"저희는 유명인이잖아요"

"오빠는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이잖아. 유명한 외계인이면 막 51구역 같은데서 해부 당하고 그래야 되는거 아니야?"

"그런거 하기 전에 제가 가만히 있겠어요?"

"하긴, 행성째로 박살내서 대가를 치르게 만들 사람이기는 하지"

안내를 하던 종업원이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솔직히 그런 농담이라도 듣는 입장에서는 심장이 떨어질것 같다.

상대는 이미 나라를 두개나 멸망시킨 대마왕이다. 누리는 아직 이 행성에서 손을 쓴적 없지만 유토피아는 북한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 대마왕이였다.

그가 행성을 박살낸다는 말을 하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레스토랑 비싸지 않아? 어떻게 예약함?"

"도네 받은걸로 예약했어요. 솔직히 한끼에 막 수천만원 하는건 아니잖아요"

"오빠가 몸캠 찍으면 한시간에 수천만원도 꿈은 아닐껄"

"에이, 어린 남자애 알몸 같은거 누가 본다고요?"

"세상에는 온갖 취향의 인간들이 존재하는 법이야. 같은 인간이 아니라 돌고래 생식기에도 발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금발 쇼타 취향이면 차고 넘치지"

".........제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인간의 깊은 어둠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혼돈! 파괴! 그리고 퍼리 망가!"

자리로 안내받은 두사람은 우선 메뉴판을 받았다. 하지만 누리를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그냥 대충 밀어냈다.

"메뉴 있는거 다주세요"

"네?"

"메뉴 있는거 다주세요"

종업원이 제대로 듣지 못한 것도 있지만 누리는 중요한거라 두번 말했다.

이런 가게에서 코스 하나만 먹고 가면 충분이 배부르겠지만 그러면 못먹어본 요리가 아쉽다. 배가 여유가 된다면 당연히 다 먹어보는게 좋았다.

"기왕 이런데 왔는데 뽕을 뽑아야지!"

"무슨 뷔페 왔어요?"

"내 돈 내는거 아니면 뷔페 온거 마즘"

"그렇게 먹으면 돈이 좀 부족할지도 모르는데. 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여기 금도 받죠?"

"네? 아, 네.......물론입니다"

아무리 황금성 때문에 금값이 조금 떨어졌다고 하지만 막 똥값이 되고 그러진 않았다.

애초에 그 금의 소유주들은 대마왕이다. 그리고 그들이 인간에게 반출하지 않는 이상 지구에 수조톤의 금들이 뿌려질 일은 없었다.

나름 머리가 있는 사람들은 이 기회에 금을 사재기해서 나중에 다시 금 값이 오를걸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졌어도 금은 금, 1킬로그램에 수천만원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단 와인은.......흠, 추천하는 와인으로 두세병 정도 가져다 주세요"

"앗, 난 와인은 별론데"

"그럼 다른 술 마시려고요?"

"애초에 술 자체가 별로야. 으으, 그 쓴걸 왜 먹지"

"취하는건 좋아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어차피 인간용 와인으로는 취하지도 않으니까......그래도 와인은 별로인데. 음료수 있으면 그걸로"

"알겠습니다"

누리도 초월자이기 때문에 평범한 술로는 취하지 않는다. 겨우 도수가 십 몇도짜리 와인을 병나발로 들이켜봤자 배만 불러올 뿐이다.

쾌락주의자란 말은 자기가 싫은건 안하고 안먹는다는 소리다. 누리는 지극히 편식가이기 때문에 싫어하는건 입에 대지도 않는다. 다만 술 같은 종류는 호불호가 갈려서 단맛이 나는게 아니면 안마실 뿐.

애초에 취하지도 않고 쓰기만 할 뿐이라면 술을 왜 마시는가?

"자, 그러면 요리 나오기 전에 방송부터 킬까요?"

"아, 그 전에 한가지만 물어볼께"

"뭘요?"

"여기 루리 오빠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야?"

누리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딱히 백리에게 많은 감정은 없지만 그래도 같은 단말인 루리들끼리는 친해서 그녀의 오빠라면 나름의 걱정은 해준다.

더군다나 유토피아가 꾸미는 일은 그 끝이 좋지 않다. 인간에게나, 문명에게나.

"별거 아니예요. 약간의 물증 확보랑, 그 사람이 나아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도록 떠밀어줄 뿐이죠"

"죽을텐데"

"대부분 그렇죠. 당신도 미래 예지 할 수 있나요?"

"아니, 나는 그쪽 계통으로는 별로라서. 보통은 운이 좋아야 할 수 있겠지"

영웅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런걸 생각하면 한 국가의 지도자와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다르다. 영웅은 그들을 구속하는 틀이 없으니까.

백리가 나아가는 길은 바로 그런 영웅의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다가 무너져 파멸한 길. 가시밭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뒤이어 걸어가는 사람이 수 없이 많은 그런 길.

"그저그런 영웅만 되도 볼만하겠죠. 솔직히 대영웅 같은건 저도 나이트로드 딱 한사람 밖에 못봤어요"

"길현이 오빠가 진짜 정신나간 미친놈이긴 하지. 오다가 어디 연도 없는 차원에서 성계끼리 싸우던 전쟁 멈추고 중재했다는 소리 듣고 얼척 없더라"

"그건 또 무슨 오지라퍼예요? 참견도 정도가 있지"

"가끔가다가 심판 때리면 시비 걸어오는데. 그때 작정하고 싸우면 최악 아저씨나 팬텀 아저씨 밖에 상대도 못하고......으음, 백리 오빠가 심판 방해하려고 했다면 길현이 오빠 정도는 되야 되는데"

"저는 장식이예요?"

"냉정하게 판단해서 유토피아 오빠도 길현이 오빠는 못이기잖아. 로드는 로드만 상대할 수 있어. 그나마 그 법칙을 와장창 깨버린게 최악 아저씨니까 그런거 뿐이고"

"대마왕에게 대적하는 대영웅......."

나이트로드(Night Lord) 최길현.

최악과 같은 최씨 집안 사람이면서 평범한 재능으로 환생을 거듭해 힘을 쌓아온 최악과 다르게 재능을 가지고 전 차원에서도 손꼽히는 초월자가 된 대영웅이다.

그리고 같은 대마왕이 아니라 타인으로서 유일하게 대마왕의 심판을 막을 수 있는 초월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은 딱 한명 뿐이죠"

유토피아는 씨익 웃었다.

그래, 대영웅은 한명 뿐이고 백리는 그 한명이 아니다.

그리고 필멸자의 몸으로 대마왕에게 대적했다면 남은건 파멸 밖에 없었다. 그 파멸을 딛고 일어난다면 그제서야 한번 쯤 살펴 봐줄 여지가 있을 뿐이다.

"아무튼 대충 무슨 생각 하는지 알겠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이 딱 그짝인걸"

"매 맞기 싫어서 가출하겠다는데 말릴 필요는 없죠. 부모의 곁에서 벗어나서 사회의 쓴맛을 자진해서 보겠다는데 어쩌겠어요?"

누리의 살짝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유토피아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리일 뿐이고 이후에 생길 여파를 생각하면 결국은 부정적인 것에 더욱 가까워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걸 부추긴 주제에"

"선택은 그가 했어요"

"그렇게 되게 했잖아"

"미래는 불확실 하죠"

"선택지가 망했는데?"

"선택지가 전분가요?"

약간의 언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말장난도 함께.치열해 보이지만 그리 큰 충돌은 없어 보인다.

그들의 말싸움은 식전 빵이 나오기 전까지 이어졌다. 누리는 고개를 저으면서 혀를 내밀었다.

"그래, 내가 졌다. 내가 암만 나쁜짓 하려고 해도 오빠만큼 나쁜짓 할 자신이 없어. 마음대로 해. 시온 언니도 있으니까 최악의 결과는 나지 않겠지"

"그걸 감안하고 한거예요"

"에라 모르겠당. 빵이나 먹어야징"

"아, 그러면 방송 킬께요"

유토피아는 가지고 있던 패널을 꺼내 전원을 켰다. 곧바로 방송이 켜지면서 빠르게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늘은 컨텐츠는 먹방 후 디저트로 사이다다.

========== 작품 후기 ==========

대마왕이 '이딴 세상 망해버려라'같은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라면 대영웅은 대놓고 구세주 같은 느낌으로 만든 캐릭터입니다.

넌 이미 죽어있......아, 아직 세기말이 아니지.

근데 구세주하니까 총 들고 쏴재끼는 예수님이 생각나는군.

......어? 존 윅?

솔직히 요즘 세상 보면 예수님이 채찍가지고 후려칠 놈들이 한둘도 아니죠.

사탄의 자식들아! 하면서 손수 지옥으로 보내실듯.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