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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287화 (287/507)

최흉의 대마왕 28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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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가 멕시코와 미국으로 간 동안 심판을 끝낸 대마왕들은 각자의 할일을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팬텀이 간만에 움직이기로 했다. 그는 심판의 진행을 맡는 역할인 만큼 대마왕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설령 나머지 대마왕 4명과 팬텀이 맞붙는다고 한들 이기는건 팬텀일

정도로 압도적인 격차가 존재한다.

그가 움직인다는건 상당히 두려운 일이다. 최악은 적어도 사회적인 법규를 존중해줄 의지가 있지만 팬텀은 욱하면 박살내는 성격이다.

"난 잠깐 러시아 좀 방문하고 온다. 요즘에는 애들이 5명으로 늘어나니까 애매한 것도 많네"

"아, 하긴. 3분지 1인거랑 5분지2 중에서 과반수에 가까운건 후자 쪽이니까. 근데 러시아 가서 뭐하려고?"

"대충 둘러보고 경고 좀 해주려고. 지금이야 간신히 넘겼지만 나중에 혹시 아냐?"

"아, 그렇긴 하네. 여기 문명 수준이면 나중에 '그거 존나 전설같은거 아님?'같은 개소리는 안날테니까"

대마왕의 심판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한 행성의 문명이라도 시간차가 있어도 훗날 다시 심판을 할 때가 있다는 뜻이다.

애초에 문명이란건 10년 단위로 바뀔 때도 있는 법인데 하물며 수백년, 수천년 뒤라면 거의 다른 것에 가깝다. 그렇기에 심판을 내리거나 경고를 하는데 후자의 경우 시간이 지나 경고를

그저 전설 취급하는 곳이 있다.

그런 문명은 거의 대다수 유죄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확실하게 경고해서 후세에도 남겨지도록 하곤 있다.

"저는 한국에 가서 마저 방송이나 해야겠어요"

"또 유튜버질이냐"

"뭐 어때서요?"

"딴건 모르겠는데 너 성격 더러워서 그래. 적당히 해라. 한국이 망할 정도로는 하지 말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거 보면 장한데요 뭐. 쉽게 망하진 않을거예요"

"거 네가 안건드릴 때 이야기지. 내가 보니까 간당간당 하더만"

"아, 나도 유토피아 오빠 방송 하는거 봤는뎅. 컨텐츠가 너무 적나라해서 인기는 그냥 그럴것 같지만"

"왜요? 그 정도면 좋은거 아니예요?"

"인간은 보다 자극적인걸 원하기 마련이야. 첫 방송부터 살인 소재 나왔는데 다음붜 어지간한 대상으로 반응이 좋을까?"

"흐음, 이런 쪽으로는 누리가 위네요. 같이 방송할래요?"

"머임? 게스트임?"

"이번에는 먹방도 좀 겸하려고 하는데 같이 할래요?"

"구렝!"

누리는 쾌락주의자기에 맛있는거, 재미있는거, 기분 좋은거 등등 쾌락에 관련된 것으로 유혹하면 대부분 넘어온다.

다만 거기에도 선이 있어서 전부 통하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나는 성 지키고 있을께. 누구 오면 접대해야 하잖아"

"아, 맞다. 일본에서 또 사람 오면 나한테 연락 해라. 바로 올테니까"

"이번에도 심연에다 처박으려고?"

"하는거 봐서"

"지들도 머리가 있으면 나름 괜찮은 사람을 데려오겠지. 그 전에 일본이 딴데 신경쓸 겨를이 있는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일본 개꿀잼 상황임. 화산 하나만 터져도 좋을텐데"

"화산 같은거 터지면 섬나라가 멸망하잖아. 한국도 백두산 터지면 큰일나는데 오죽하겠냐"

"지구 멸망시키는데는 옐로스톤 국립 공원에 있는 화산 하나 터트리면 되는데요"

"너 그런거 하지 말랬지? 씨벌, 따로 환경 계통 보는 애는 없나?"

"예전에는 있었는데 제 1차 차원 전쟁 시절에 죽었어요"

"거 시발 그 전쟁 참 좆같네. 누리를 허들로 봐도 그런 놈들 여섯이 죽어나가는 전쟁이면 얼마나 개판이였던거야?"

"절대자가 몇명이나 참전한 전쟁이잖아요? 물론 전쟁에 참여하기 싫어서 중립을 유지하거나 은거한 절대자도 있지만요"

제 1차 차원 전쟁.

이전에 레이즈가 백리에게 언급한 적 있는 전쟁이다. 혼돈의 절대자를 필두로 하여 인간을 몰살시키기 위한 군대를 이끌고 움직였으며 보다못한 창조의 절대자가 연합군을 결성해 전쟁이

벌어졌다.

당시에 벌어진 전쟁의 피해는 정말로 무지막지했다. 박살나고 부서진 차원만 수개, 무로 돌아간 우주만 하더라도 수십개, 죽은 초월자만 수만, 로드만 하더라도 수백........심지어 절대자마

저도 반소멸할 정도로 크나큰 전쟁이였다.

창조의 절대자가 이긴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세상에 인간이란 종족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을테니까.

"울 아빠는 아직도 빌빌거리던데"

"그래도 재능은 존나 물려받은 새끼가 뭘 그러냐"

"야, 나는 딴 재능은 별로야"

이 세상에 만약 재능이란 척도를 정한다고 한다면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아마 부모 둘 다 절대자인 쪽일 것이다.

그렇기에 창조의 절대자와 파괴의 절대자 사이에서 나온 자식인 그레이가 최초로 후천적인 절대자로서 심판의 절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반쪽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다음으로 재능이 뛰어난 쪽은 부모 중에서 한명이 절대자인 쪽이다. 다른 한명이 초월자인가 아닌가로 약간은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상식으로 잴 수 없는 재능

인건 확실하다.

팬텀은 바로 그쪽이다. 아버지는 창조의 절대자, 어머니는 평범한 인간이니까.

"난 어디까지나 경지를 올리는 재능에 몰빵해서 그런거지. 그거 때문에 내가 예전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하긴, 그러면 나도 트라우마 남겠다"

"제수씨한테 뭔일 생기면 나한테 말해. 공부 많이 해서 죽은 사람 살리는건 아주 도가 텄다니까"

"아주 그냥 그 분야는 데스 로드 뺨치게 잘하겠는데. 나는 괜찮은데 시온은 부탁할께"

"머임? 영혼 한조각만 남아도 부활 되는거임? 예토전생! 비열님!"

"쟤는 또 왜 저러냐"

"냅둬, 아무튼 그럼 나는 시엔느랑 집이나 보고 있어야겠다"

"아저씨, 나랑 체스할래요? 보니까 체스판도 있던데"

"나 머리 쓰는거 약한거 알면서 그러냐"

"에이, 그러면서 막상 하면 흥미진진하게 두면서 뭘"

각자 할일을 정하고 움직인다.

거기서 어떤 파란이 발생할지는 이미 뻔한 일이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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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하고 허공이 갈라지면서 안에서 한 미남자가 걸어나온다. 아니, 자세하게 외모를 본다면 남자가 아니라 여자 쪽에 가깝지만 그건 솔직히 부계쪽 유전이였다.

그가 모습을 드러낸 러시아도 나름 따뜻한 날씨일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춥지 않다는건 아니다. 지금만 하더라도 뼛속까지 스며들법한 찬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이야, 러시아는 한창 쌀쌀하구만. 그나저나 러시아는 뭐가 유명했더라......."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러시아의 모스크바의 한 골목, 인적은 없고 조용한 곳인데다가 차원진 경보도 울리지 않으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일단은 잠깐 둘러보고 바로 블라디미르 대통령을 만나러 갈 생각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경고만, 이미 심판이 끝난 뒤이기 때문에 자기가 보기 싫다고 멸망시킬 수는 없었다.

"여기도 좀 소란스러운데"

골목에서 빠져나오자 보이는건 행진을 하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이였다. 일단 간신히 살아남기는 했어도 심판을 통과한건 통과한거다.

미국처럼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겨워서 도로로 나온 사람들은 그 감정을 숨기지 않고 뿌리고 있었다. 솔직히 그냥 본다면 충분히 박수 정도는 쳐줄만한 상황이였다.

다만 경고를 하러 온 입장에서는 그리 썩 괜찮게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 밥이나 먹.......아, 여기 돈은 없는데. 금으로 바꿔야 하나"

그렇지만 돈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것 같았다.

조금 걷기 시작하자 시장이나 식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가게 앞에서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행진을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살아남았다는 기쁨이 그런 배품으로 이어지고 있었

다.

그러던 도중 누군가 팬텀을 붙잡았다. 푸짐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그에게 김이 올라오는 그릇 하나를 내밀었다.

"어머? 예쁜 총각이네? 청년도 이거 먹어요"

"아, 감사합니다"

팬텀은 한 식당 앞에서 나눠주는 요리를 받았다. 일회용 그릇에 담아주는 붉은색의 국물 요리. 러시아의 전통 수프인 보르시다.

최악과 마찬가지로 요리에 자부심이 있는 그는 요리 앞에서는 겸손해진다. 이제는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초월자이지만 필멸자들과 똑같이 식사를 하고 요리를 한다.

뜨끈한 국물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색은 붉지만 구수한 향이 느껴진다. 마치 한국의 곰탕처럼 고기를 넣고 삶은 느낌이였다.

국물이 붉은 색이라고 매운건 아니였다. 그냥 재료 중에 붉은색 비트가 들어가서 그런 것이다.

건더기도 좋았다. 소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간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그는 분석은 그만두고 바로 시식에 들어갔다. 국물과 함께 큼지막한 소고기 한덩이를 퍼서 입안에 넣는다.

"오"

순수하게 맛으로 따진다면 팬텀의 요리보다는 못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수십년을 한 요리에만 매진해온 사람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 있었다.

"어때요? 맞있죠?"

"네, 맛있네요. 따로 비결이 있나요?"

"일단 한번이 많이 끓이니까 고기도 많이 들어가서 국물이 좋은거죠. 비트도 좋은걸 쓰고.......무엇보다 정성이죠"

"그런가요"

뜨끈한 국물이 들어갔지만 그것보다 거기에 담긴 정성이 더 따뜻했다.

팬텀은 금방 한그릇을 해치우고 그릇의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었다. 예상치 못한 수확인데다 나중에 요리할 레파토리가 늘어나서 기분이 좋았다.

"청년은 외국인이예요? 이런 시기에 오다니 그럴만한 볼일이라도 있나봐?"

"뭐, 그렇죠"

"온지 얼마 안됐지? 옷 보니까 알겠네"

어차피 추위도 안타지만 그래도 옷은 입어야 하기에 팬텀은 가벼운 차림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한창 추운 러시아에서 본다면 보드카 한잔 걸친 현지인 수준이 아니고서야 입지 않을 수

준의 얇은 복장이였다.

"갑자기 벌어진 축제도 좋지만, 그래도 사람은 조심해요. 러시아에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동양인만 보면 나쁜짓 하려는 사람도 있으니까"

"동양인은 아닌데요"

"어머, 그래요? 흑발이 자연스러워서 동양인인줄 알았는데"

오래전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팬텀은 지구 태생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드래곤과 마법이 있는 판타지 세계 출신이다. 하지만 그곳 인간들의 골격과 지구인의 골격을 비교하면 서양

인 쪽에 가까웠다.

그 시절에는 머리도 금발이였지만.......대마왕 이전에 마왕으로서 활동했던 당시 마력의 영향 때문에 흑발이 되었다.

그래서 남이 보면 동양인으로 오해할 것 같은 외견이였다. 키 크고 예쁜 동양인 여성 말이다.

"야밤에 동양인 청년이 못된짓 당하고 병원에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거든. 이런 시기에 어떨지는 모르겠지만......조심해요"

"그래요?"

하지만 오히려 그게 팬텀이 바라던 바였다.

러시아는 문제가 많지만 그중에서 몇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인종차별, 동성애 차별 등등을 포함한 스킨헤드로 유명한 네오나치들이였다.

물론 그들이 주류는 아니지만 문제가 되는건 사실이다. 그리고 차별과 혐오는 시간과 이해를 동반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지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되는 문제였다.

인간이 그만큼 이해심이 많은 종족이 아닌건 안다. 하지만 그러려는 노력도 없으면 팬텀도 그들을 이해해줄 이유도 없다.

"요리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와요! 많이 줄께!"

"시간 나면요"

팬텀은 다시금 도시를 거닐었지만 그에게 두려움의 시선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간간히 호의적인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나 그건 그의 외모 때문이다.

대마왕 팬텀으로서 외견은 거대한 심연의 거인으로 유명하지 지금 같은 인간형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누리와 시엔느와는 다르게 한동안은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아, 마트료시카다. 선물로 사갈까........?"

가끔 눈에 띄는 물건도 있다. 다만 사려고 해도 가게 주인도 행진에 참여한건지 가게가 닫혀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금 행진을 따라 걷는다. 따로 질서를 유지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었다. 참여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흥이 오른다.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 잡담, 고성, 외침, 소란, 전부가 좋다. 이게 바로 인간이 사회를 이루는 이유다.

빠아악!!!

".........."

그러다가, 누가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좋았던 기분이 단숨에 아래로 떨어진다. 누군가 접근하는 것도 알고 뒤통수를 때리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맞아도 아주 조금의 데미지도 없으며 오히려 반탄력

때문에 때린 사람의 손이 더 아플테니까.

하지만 때리고 피하고 이전에 때렸다는 사실 자체가 그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등을 돌리자 거기에는 머리를 민 건장한 남자 서너명이 그를 보고 실실 웃고 있었다.

"놀러왔나, 원숭이?"

"노란 원숭이라고 부르지 않는건 그나마 양심이 있어서냐?"

팬텀의 피부색은 황인종보다 백인종에 가깝다. 애초에 태어났을 때의 팬텀은 금발에 푸른눈을 가진 전형적인 백인이였다. 지금이야 흑발에 검은 눈이라도 피부색은 바뀌지 않았다.

그들의 머리가 탈모가 아니라 일부러 민 것이라는걸 안 시점에서 상대가 누군지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침 잘 만났네. 너희같은 애들한테 볼일이 있었는데"

팬텀의 발 밑의 그림자가 심상치 않게 요동쳤다.

========== 작품 후기 ==========

러시아의 인종차별 문제는 꽤나 심하죠. 팬텀이 갔으니 그놈들은 이제 심연행이다.

팬텀도 독재자지만 능력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책임은 자기가 지는 독재자죠.

애초에 마왕 같은게 있는 곳에서 왕정을 벗어나서 공산주의나 민주주의로 갈려면 시간이 존나 오래걸립니다.

인간으로치면 대통령이 한마 유지로인데 어쩌겠습니까. 끌어내리기도 힘들고 오히려 정상회담하면 개꿀잼일것 같은데.

슬슬 이번 파트의 끝이 보이는군. 정리 좀 하고 떡밥도 좀 뿌린 뒤에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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