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28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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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와 미국은 국경이 붙어 있을 만큼 가깝다. 괜히 멕시코에서 오는 불법 이민자가 있는게 아니다.
드래고노이드라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천천히 가더라도 몇분, 빠르면 수십초만에 도달할 수 있다.
"미국 같은 나라는 국방에 투자하는게 있는만큼 그냥 가면 걸릴텐데. 따로 비자라도 받은거 있어요?"
".......없는데요"
"무작정 가서 볼일만 보려고 생각한거지? 오빠 생각 참 단순해서 알만하다. 아저씨도 아니면서 그래?"
사람 하나 없는 멕시코도 아닌데 그냥 가면 분명히 트러블이 생긴다. 여러가지 절차 때문에 시간도 걸리고......무엇보다 아무리 백리의 위치가 있어도 앨리사 니어는 미국의 중요 인물 중 하나다.
물론 만나지 못하지는 않겠지만 연락도 없이 다짜고짜 쳐들어가서 그러면 예의도 없고 절차도 복잡해진다.
결론은 몰래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럴 때는 어른의 능력을 보여주는게 좋겠죠. 드래고노이드에는 스텔스 기능도 달려 있어서 현 지구의 기술력으로는 감지가 불가능하니까 밀입국이 가능해요"
"와! 쩐다! 막 헬리캐리어에 달려 있는 광학미채 같은건가? 이제 막 날아가다가 심심하면 격추되는거임?"
"이건 과학적인 쪽보다는 마법적인 쪽에 가까워서.......원래 기술이란건 과학이랑 이능력이 만나면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마련이니까요"
"어? 그러면 저희 지구는요?"
지구에 가이아 포스가 모습을 드러낸지 20년. 하지만 현 지구의 기술력으로 분석해도 가이아 포스를 포스 유저가 아닌 무기로서 사용하는 기술은 아직까지 발명되지 않았다.
그나마 알리언 박사가 개발을 했지만......연구소의 파괴와 알리언 박사의 죽음으로 그건 전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더 발전한 세계에서 온 알리언 박사 정도는 되어야 개발이 가능했다는 소리다.
"제가 생각한거라 틀릴수도 있는데. 가이아 포스라는 이능력은 휘발성이 너무 강해요. 아무래도 관리자가 따로 조작을 가하거나 해서 그런 모양인데. 사용자의 신체 외부로 나가면 흩어지려는 성질이 강해서 일단 보관 자체가 어려워요"
"......아, 그렇긴 하네요"
"저장부터가 힘든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리 없죠. 대신 그만큼의 이득은 있는 모양이지만요"
가이아 포스라는 이능력은 상당히 까다롭다. 기껏해야 무기에 주입하는게 대부분이고 타인에게 주입 해주면 일시적으로 건강해지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한다. 포스 유저의 신체 외부로 흘러나간 시점에서 빠르게 흩어지기 때문이다.
따로 축적이나 저장을 하려고 해도 아직 연구 결과는 미비하며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장점이 있다면 쓰면 쓸수록 영혼의 격이 올라간다는 점일까.
무림식으로 말하자면 쓸 때마다 신선에 가까워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리다. 수행이나 경지에 상관없이 오랜기간 사용하면 그렇게 된다.
지금이야 20년 정도 밖에 지나서 더딜 수 밖에 없지만 앞으로 수십년만 더 지난다면 보다 높은 수준에 이른 포스 유저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는건 좋은데 그만큼의 시간이 주어져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차근차근 해야 좋은거네요"
"그렇긴 하죠. 저는 전공이 이쪽 분야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꽤 흥미로운 이능력인건 확실해요"
".......전공?"
"아, 저는 마도공학과 나왔거든요"
"아니 여기서 현실적인 부분이?!"
"뭘요. 어지간한 문명이라면 고등 교육 기관 정도는 있잖아요? 지금만 하더라도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는데 교양 수업으로 배운거거든요"
"와! 다개국어 능력자!"
"한국어는 차원 레벨로 뒤져봐도 꽤나 독특한 언어거든요. 그리고 한국 출신의 초월자들도 상당히 많아서 익혀두면 좋아요"
"크으으으으! 여기서 국뽕이! 주모! 여기 막걸리 한사발 싸게 말아주소!"
한국인 출신 초월자가 많다는 소리에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 중에 최악에 있는걸 깨닫고 백리도 수긍했다.
단순히 한국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이 아니라 최씨 가문이 한국에서 주로 거주하기 때문에 확률이 높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최씨 집안이 전부 한국에만 사는건 아니지만.
"어디보자......앨리사 니어씨라고 했죠? 거주하는 곳도 따로 기밀에 붙여놓고 있어서 찾아가기 귀찮게 해뒀네요"
"찾기 어렵나요?"
"아뇨, 영자 컴퓨터가 아니면 해킹하는건 어렵지 않아요. 손이 좀 갈 뿐이죠"
"영자? 양자가 아니고요?"
"양자 역학할 때의 그 양자 말고요. 영자라고 따로 영혼의 최소단위가 되는게 있어요. 보통 기나 마나, 백리씨가 쓰는 가이아 포스처럼 이능력이라면 함량만 다를 뿐 영자는 기본적으로 들어가거든요. 영자가 들어가지 않은 힘은 순수한 의지 뿐이죠"
"의지......형도 종종 이야기 하던 건데요. 뭐가 다른거죠?"
"뭐라고 해야하나. 영자는 의지에 반응해서 움직이죠. 그걸 원리로 해서 이능력들이 인간의 의지를 따라서 움직이고 운용이 가능한거고요. 하지만 그 중간에는 분명 손실이 일어나죠"
"음......."
"울나라 소고기 유통 과정 보면 됨. 중간에 도매업자가 끼어 있으니까 한국은 소고기 비싸잖아. 그에 비하면 호주 같이 소 많이 키우는데는 무지 싸고"
"아!!!!"
"거 비유를 쉽게 하시네요. 저는 학교 다닐 때 그냥 달달 외우다가 어느 순간에 이해가 됐는데 그렇게 말하면 이해가 빠르겠어요"
"이거 요즘 델타 캐슬 의지역학 커리큘럼 교과서에 나오는건뎅"
"아, 요즘은 그렇게 가르쳐요? 많이 발전했네"
즉, 의지란 이능력을 다루기 이전에 뭔가를 하려는 힘의 발현이다. 순수한 정신의 힘. 영력과 같은것 같지만 조금 다르다.
"지금의 백리씨는 총을 쥐었을 뿐인 어린애에 불과해요. 초월자라는 이름의 총을 쥐고 있으니 어린애라도 쏘기만 하면 충분히 위력적이지만 총을 다루는 법과 기술을 익힌 사람들에게 비할바는 없죠"
".........."
"초월자의 기본은 가장 먼저 조금이나마 의지를 쓰는 법을 아는 것이예요. 그러니까 지금보다도 더 강해지고 싶다면 우선 의지부터 깨우치세요"
"저기, 말씀은 고마운데. 레이즈씨는 형한테 고용된 사람 아니세요? 왜 저한테 그런걸......."
머리와 눈치가 있다면 백리가 최악이랑 요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 쯤은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즈는 백리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레이즈가 최악의 편이라면 백리에게 오히려 사무적으로 대하는게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가 해주는 이야기는 현 지구의 문명 수준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정보와 지식이 많았다.
"초월자가 되려면 단순히 힘만으로는 못해요"
"팬텀 아저씬 아니던데?"
"아니, 그 사람은 진짜 예외 중에 예외고요. 세상에 50살 전에 로드에 이르는 미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 차원을 뒤져도 얼마나 나온다고요?"
"굉장한건가요?"
"대마왕 중에서도 로드는 팬텀씨 한명 뿐이예요. 오히려.......아니,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아무튼 최악씨도 로드가 아닌걸 보면 얼마나 높은 경지인지 알겠죠?"
"형보다 강한걸 생각하라면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데......."
물론 단순히 경지만 높다고 마냥 강한건 아니다. 최악도 상성빨을 타긴 했어도 로드를 한명 죽인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냥 그런건 아니다.
군대를 이끌며 본신의 힘은 다른 로드보다 취약한 워 로드(War Lord).
다수에 우위를 점하며 대인전에는 손꼽히는 최악.
상성이 극과 극을 갈리면서도 최악에게 유리하기에 가능했던 승리이며 지금도 최악 본인조차 어떻게 이겼는지 의문을 표할 정도의 아득한 싸움이였다.
"예전에는 로드 랭킹 중에 워 로드는 10위권에 속할 정도로 강한 로드였거든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수치는 본신의 힘이 아니라 그가 데리고 다니는 군대를 포함했기 때문에 나온 순위라서요"
"당사자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건가요?"
"물론 강하긴 강하죠. 어디까지나 로드끼리 비교해서 약했을 뿐이고요. 군대의 지휘관이 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한들 로드인 이상 약하지도 않죠. 아마 행성 하나를 가볍게 불태울 정도로 강할거예요"
다만 실제로 박살난건 행성 하나 정도에 그친다.
중요한건 힘의 압축이지 힘의 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늘 하나라도 찔리는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갈 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대인전 기술 하나만큼은 최악은 전 차원에서도 손꼽힌다. 최악보다 강한 팬텀조차도 그와는 대인전으로 쉽사리 붙으려고 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야기가 좀 엇나가기는 했는데.......아무튼 그런 최악씨라도 머리가 그리 좋은건 아니지만 환생을 거듭하면서 얻은 지식과 정보는 방대해요. 적어도 무공이나 무학의 논리 등등에 대해서는 어디 무림 차원의 천하제일인 수십명을 끌고와도 비교가 안될껄요"
".......형이요?"
"오빠 반응 이해 된다. 확실히 아저씨는 머리 쓰는 타입은 아니지"
최악이랑 알고 지낸 백리는 그가 머리 쓰는 일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에 최악이 조금만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치킨집이 아니라 어디 연구소에 들어갔겠지.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한다면 알리언 박사 수준의 유명인이 되는 것도 어려운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구하는건 몸 쓰는 쪽이였다.
"반대로 생각하세요. 머리쓰는 사람이 아닌데도 그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그런 경지까지 올라가는거라고"
"..........."
"힘만으로는 못하니 지식을 겸비해야 해요.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는게 좋아요"
"네, 감사합니다"
백리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슬슬 도착했어요. 꽤 외진 곳에 있기는 한데 방비가 장난 아니네요. 혼자 들어가는게 좋을것 같아요"
이윽고 그들은 앨리사 니어가 있는 미국의 안전가옥에 도착했다. 화면에 비치는 영상만 보더라도 수십명의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돌아다니며 경호하고 있다.
"저 정도라면 경비 시스템도 확실하겠지만......이쪽에서 해킹할테니까 몰래 들어가기만 하면 될거예요"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서로 돕고 살아야죠"
성격이 좋다. 가식인것 같지도 않은걸 보면 그게 본래의 성격인듯 보인다. 친구로서 지내도 좋을것 같지만.......
"처남으로 괜찮지, 오빠?"
"그거 농담 아니였어?!"
"진짜였어요 그거?!"
백리와 레이즈는 경악하면서 소리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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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고노이드를 통해 해킹을 하여 경비 시스템을 무효화 하고 백리가 기척을 죽여 몰래 안으로 들어가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몰래 저택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저택의 구조는 혹시나 모를 외부의 침입자를 대비해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사람을 마주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복도 또한 있었기에 안으로 들어오는 것과 안에서 사람을 만나는건 다른 문제였다.
".......어?"
하지만 어디선가 익숙한 기척이 느껴진다. 장소는 저택 2층에 있는 한 방. 거기에는 따로 지키는 사람도 없기에 몰래 접근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일부러 찾아오게끔 흘리는 기척은 백리 수준의 기감이 아니고서야 느끼지 못한다. 최소라고 쳐도 마스터 유저는 되야 하는데 지금 썬더볼트 제이콥은 뉴욕에 있으니 사실상 백리 이외에는 없다.
기척을 따라서 점차 저택 안으로 들어선다. 함정일 수도 있지만 그런 기척을 감지하는 수준인 이상 함정을 파는 의미가 없다. 힘으로 다 때려부수면 되는데 해봤자 쓸모 없으니까.
이윽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방이 보인다. 그리고 벽 쪽에는 늘어선 옷걸이에 걸린 옷가지들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이 방은 드레스룸으로 쓰이는 모양이다.
"여긴......"
"당신하고 이야기 하려면 이런 방 밖에 없었으니까요.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방이니까 감시도 덜하거든요"
"아!"
거기에는 앨리사 니어가 방 한구석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백리도 종종 TV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아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어디선가 만나본듯한 느낌에 의문을 표했다.
"제가 올줄 알고 있었나요?"
"예상했지요. 평소라면 직접 만날 일은 없었겠지만 그 사람이 왔다 간 뒤라면요"
"그 사람이라면.......누군지 알겠네요"
최악의 대마왕, 유토피아 레이하논.
그가 직접 앨리사에게 가보라고 했던 말에서 이미 연관성을 느꼈다. 자연적으로 거기까지 생각이 닿을 수 밖에 없었기에 백리도 반쯤은 확신하고 있었다.
"잠시 앉아서 이야기 하죠. 대화가 길어질것 같으니까요"
"누군가 오지 않을까요?"
"온다 하더라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여기까지 사람이 들어오진 않아요. 저는 감시를 받는만큼 저에게 해가 가는 것이나 제 의견에 반하는 것은 하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미국에 있어서 최중요 인물이다. 오죽하면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까.
물론 몇년에 한번씩 바뀌는 대통령보다 앞으로 미래의 사건들을 예지할 그녀가 중요한건 당연하긴 했다.
그래서 이런 철저한 감시도 당연하지만 그 속에서의 작은 자유만큼은 절대적으로 지켜진다. 그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절대로 터치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간만이네요. 여기서는 백리씨라고 불러드릴까요? 아니면......."
"저기, 간만이라니요? 저는 처음 뵙는데요?"
"기억을 더듬어보시면 만난 기억이 있을텐데요? 잘 생각해보세요"
백리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이곳으로 들어올 때 느꼈던 기척에서 익숙함이 느껴진걸 생각하면 확실히 어디선가 만난 기억은 있다.
조용히 자신을 보고 있는 앨리사 니어의 모습에 백리는 기시감을 느꼈다.
화면으로는 본적이 있다. 하지만 직접 대면하면서 만나자 누군가 닮은 사람을 본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외모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어디선가......
"형수님?"
"네, 그 아이의 어머니 되는 사람입니다"
"아니, 잠깐만요?! 형수님도 일단 초월종인가 뭔가라고 했는데 인간이 부모가 되는건......잠깐?"
그리고 백리의 머릿속에 그녀의 기척을 어디서 느꼈는지 기억났다. 그리고 유토피아가 해주었던 루리랑 같은 부류라고 했던 말도 떠올랐다.
예전에 중국에서 최악에게 얻어터지고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가이아 포스의 근원지에서 만난 이 우주의 관리자.
그리고 앨리사 니어는 그녀의 단말이다. 다만 이쪽의 경우 루리처럼 자아가 강한게 아니라 본인의 분신인 쪽에 더 가깝지만.
"설마......!"
"네, 맞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백리의 짐작에 수긍했다.
정체까지 파악했으니 남은건 백리가 여기에 온 볼일을 볼 차례였다. 그리고 앨리사도 이미 백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면 본래의 이야기를 하죠"
"......네"
백리는 조용히 대답하며 그녀의 앞의 의자에 앉았다.
========== 작품 후기 ==========
견딜 수 없는 책임의 무게에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은 참 재미있겠죠.
막 피폐해지고 멘탈 붕괴되고.....아, 얼른 이번 파트 끝내고 싶다.
일단 화성 이주 코인부터 떡상하니까 사두고.
아, 그리고 연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오늘은 좀 애매하니까 대신 내일 2연참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