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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284화 (284/507)

최흉의 대마왕 28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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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마약 카르텔은 멕시코와 함께 운명을 달리하고 살아남은건 눈치가 빨랐던 미겔 구에라 밖에 없었다.

그는 미국의 심판 이후 빠르게 재산을 처분하고 배를 사들였다. 급하게 처분하느라 제값은 받지 못했지만 죽어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것보단 나았다.

그리고 성공적이게도 그는 심판 직전에 멕시코를 탈출하는게 가능했다. 물론 배에는 어디서든 바꾸기 쉬운 귀금속류와 마약이 한가득 실려있다.

미국으로 들어가기에는 힘드니 브라질로 갈 생각이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금 새로 시작할 계획이다.

나름의 기반은 닦여 있다. 비록 멕시코에 비하지 못하더라도 멕시코와 브라질은 가까운 나라인만큼 나름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은 있었다.

"앙, 아앗, 으응......♥"

"자기야, 나도........"

쾌락에 찌든 여자들이 미겔 구에라에게 달라붙어왔다. 객실 안의 공기는 찐득하고 음란한 향기로 가득했다.

그들의 눈동자가 촛점이 흐린걸 보면 제정신이 아니다. 거의 확실하게 마약을 사용한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후우......약을 먹어도 좀 지치는군"

미겔 구에라는 조금 숨 좀 돌릴겸 물을 마시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쾌락은 좋지만 마약을 하지 않는 그에게 있어서 성교가 주는 원초적인 쾌락은 지치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독성이 있는 것도 없지. 그건 아저씨가 여자가 아니라서 모르는거야"

"........?!"

미겔은 빠르게 테이블 위에 있던 권총을 들고 등을 돌아 총구를 겨누었다. 빠른 반응. 그건 그가 괜히 마약 카르텔의 보스란게 아니란걸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 배에 어린아이는 없다. 여자는 있어도 어린 여자아이는 더더욱 없다.

지금 이 배에 실려 있는 것은 쾌락과 욕망의 산물들 뿐. 금, 마약, 여자, 하지만 개중에 어린아이는 다루기도 귀찮고 여러 문제들 때문에 태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겨눈 총구의 끝, 거기에는 누리가 있었다.

"안능하제옇!"

"........."

상대가 이상한 인삿말을 건냈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외모보다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검은색 수정 날개는 인간이 아니란걸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포스 유저가 장비를 가지고 다녀고 그건 어디까지나 상식 선이다. 멕시코 같은 경우는 힘이 권력이기에 카르텔 소속의 포스 유저가 대놓고 무기를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으나 자유롭게 부유하는 흑수정은 상식과 백만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그는 단숨에 현실을 깨닫고 총구를 떨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 왔지?"

"현관으로 들어왔는데"

"........"

"농담이고 한창 떡칠 때 들어왔어. 아조씨 테크닉이 형편없더라. 여자한테 약 먹이고 해서 그런가?"

여성의 오르가즘이 더 길고 오래가지만 남자는 횟수에 한계가 있다. 초월자가 아니라면 당연한 사실인데 만약 여자에게 약을 먹이고 하는거라면 솔직히 남자가 우위에 서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성교에서 테크닉은 별볼일 없다고 누리는 판단했다.

"자고로 허리 놀림이 중요한게 남녀 궁합이 안맞는 와중에 테크닉이 좋을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내가 딴건 몰라도 떡치는거 하나만큼은 엄격하거든? 여자도 남자도 만족하지 않고서야 어딜 제대로 떡쳤나고 할 수 있나"

"뭘 원하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돈 같은거 바랄것 같아? 우리 이야기 못들었어? 사는 곳이 수조톤짜리 금덩어리로 만들어진 성인데 인간이 쓰는 화폐 같은거 의미가 있겠어?"

"......그렇긴 하겠군. 그러면 뭘 원하지? 내가 들어줄 수 있는던 뭐든지 줄 용의가 있다"

상대는 대마왕. 겉모습이 어려보여도 내면은 나라 하나쯤은 파괴할 수 있는 무력을 지닌 존재다.

마스터 유저 한명만 떠도 그들은 손쓰지 못하고 당할 판인데 하물며 대마왕이면 남은건 오로지 협상 뿐이다.

하지만 돈으로는 안된다. 돈 같은건 의미가 없는 존재이며 필요하면 우주로 나가서 비싼 금속 조금만 가지고 오면 그만이다. 지구에 없는 금속이라면 더더욱 비쌀테고.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나는 있지. 원초적인 쾌락이 무지 좋거든? 초월자지만 그런게 좋아. 맛있는거 먹고 섹스하고 막 그런거 말이야!"

초월자가 된다면 육체적인 것을 어느정도 넘어서기에 딱히 물질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리는 오히려 그걸 누리기 위해 초월자에 이른 타입이다. 오욕칠정이 넘치고 오로지 즐거움만을 위한 쾌락주의자다.

"오, 그거라면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있는데 말이야"

"게다가 난 남자 취향은 존나 착한 사람이거나 존나 나쁜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거든. 극과 극이지"

"사람? 남자가 아니고?"

"여자도 괜차늠. 렌즈생수 최고!"

어떻게 보면 최악이랑 비슷하지만 다르다.

최악이 남녀 모두의 관념으로 둘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면 누리는 여성으로서 남녀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 최악이 성별을 초월했다면 누리는 단순한 양성애다.

미겔은 슬쩍 약에 쩔어서 아직도 신음을 흘리고 있는 여자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래? 그러면 내가 천국을 보여주지"

"아, 근데 한가지"

누리의 흑수정이 빛을 발한다.

"나는 호불호가 갈리는걸 먹는거지 썩은걸 먹는 사람이 아니거든? 마약으로 남의 인생을 망치는 주제에 어딜 넘봐? 양심이 있어야지. 아니, 양심이 있었으면 애초에 이런짓 안하는구나?"

"이런 개년이.......!!!!!"

"응, 저승 가서 느그 엄마나 따먹어~. 근친섹스 오졌다!"

키이이잉!!!

미겔이 총을 쏘기보다 먼저 흑수정의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러자 생명체를 제외한 모든 물질들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능력까지 더해진 힘은 아무런 에너지 손실 없이 대형 유람선을 분자레벨로 분해시킨다. 실어둔 마약과 귀금속류 까지 전부 분해되어 이 세상으로 환원된다.

"으아, 으아아아아아!!!!"

"꺄아아악!"

"뭐, 뭐야! 살려줘!!!!!"

바다 한가운데서 남은건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 인간들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그들도 이 세상에서 존재 자체를 없에버릴 수 있지만 누리는 그러지 않았다. 한순간에 죽여버리는건 너무 자비로운 일이다.

"절망 속에서 죽어. 그게 너희들에게 가장 알맞는 최후니까"

자유의 대마왕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남은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 뿐. 주변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망망대해, 몸을 기댈 나무 판자 하나 없었다.

더군다나 날씨는 춥고......물의 온도는 낮다. 얼어 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맨몸으로 몇시간이나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정도로.

그들의 최후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

*

*

*

거대한 드래고노이드가 태평양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전처럼 레이즈를 비롯한 백리와 누리가 타고서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

"태워다 주셔서 감사해요"

"뭘요, 백리씨는 좋은 사람이니까 이번 기회에 점수 좀 따두려는거죠"

"그 점수가 100점이 되면 루리가 선물로 증정됩니다!"

"..........지금 몇점 모였죠?"

"999점"

"아홉번은 응모할 수 있잖아!?"

"1점만 더 모으면 서비스로 누리까지 딸려온다구!"

"아, 그건 싫어요"

"대놓고 그렇게 말하면 본인이 실망할것 같은데. 아, 취향이 달라서 아닌가?"

"너랑 그 사람이랑 취향이 다른거야? 같은 단말 뭐시기 아니였어?"

"누리는 이레귤러 중에 이레귤러니까. 본체인 갓-루리루리를 히히 조까! 하고 보복삼아서 생각 날 때마다 농후한 레즈 레이프로 따먹는데 취향이 우리랑 같을리 없잖아"

".......하긴 그래 보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는 개드립 섹드립 다 해도 패드립은 별로 안치는데 걔는 존나 잘침"

"그거 참 잘났다"

"시끄러! 드립은 본능 같은거야! 나한테서 드립을 빼면 시체도 안남을듯"

"그러냐"

빠르게 비행하는 드래고노이드는 이윽고 멕시코에 이른다. 그리고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 시티로 향했다.

보통 수도들과는 다르게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위치한 멕시코 시티는 과연 수도로서 기능을 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인구만 하더라도 서울과 비슷하게 천만명 가까히 된다.

"곧 착륙할께요"

거대한 드래고노이드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적성종이 출현하는 지구에 있어서 두려워할 대상이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미확인 비행물체가 날아다닌다면 전투기를 출격시키거나 지상에서 격추시켜야 하는 등 뭔가 군사적인 반응을 보여야 하지만 폭음 하나 없이 조용했다.

물론 드래고노이드가 현 지구의 기술력으로는 따라잡기도 힘든 음속의 수십배로 가속해 자유자재로 비행한다고 하지만 그것 이전에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아무도 없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쿠우우우우!

도심 한가운데 착륙한 드래고노이드에서 내린 백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약 카르텔로 유명한 멕시코지만 그래도 마냥 황폐한 도시를 떠올렸던 것을 부정이라도 하듯 여타 번화한 국가처럼 고층 빌딩이 늘어선 모습은 서울에서 살아온 백리에게도 익숙했다.

공권력이 부패하고 무능력할 뿐이지만 그래도 멕시코는 나름 큰 국가다. 머나먼 오지에서 사는 소수 부족도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판에 강대국에는 들어서지 못해도 충분히 대국에는 속한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니, 서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앗.......!"

길에는 방금 전만 하더라도 걷고 있었던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백리는 황급히 달려가서 그들을 바로 눕히고 맥을 재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싸늘하게 식어 있을 뿐이다.

백리는 손을 떨었다.

사람이 죽은건 이미 본적 있다. 최악이 중국에서 학살을 벌일 때만 하더라도 사방에 널린게 시체와 죽기 직전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육체적으로는 아무런 손상도 없이 심장 마비로 그대로 죽음에 이르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 오히려 더 소름이 돋았다.

그런 시체가 한구가 아니라 사방에 수십, 수백구가 널려 있었다.

그리고 도시로 넘어가면 그 단위는 수천만에 이른다.

"으윽!"

속에서 뭔가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백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사람을 찾으로 뛰어다니는 백리는 한 걸음에 십수미터는 가볍게 뛰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뭔지 정확하게 모른다. 분노인가? 공포인가? 혐오인가? 두려움인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건 그 감정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것이였다.

"누구! 살아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온통 차갑게 식은 시체들 뿐이다.

욕망으로 가득할지라도 열기가 넘쳐야 할 도시에는 한기만이 감돌았다. 백리는 기감을 넓혀서 최대한 퍼트려 보았지만 그의 감각에도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살아 있는것은 간간히 있었다.

"왕! 왕왕!!!!"

어디선가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백리는 그 곳으로 방향을 바꿔 달려가자 거기에는 산책 나온듯한 작은 말티즈 한마리가 짖고 있었다. 주인의 애정을 많이 받은 모양인지 털 관리도 잘 되어 있고 건강해 보였다.

강아지 곁에는 마찬가지로 쓰러진 주인이 있었다. 물론 그 주인도 차갑게 식은 시체가 되어 있다.

쓰러지면서 손에서 목줄을 놓쳐서 도망친다면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강아지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오로지 주인 곁에서 죽은 그를 지키기 위해 짖고 있었다.

"이건......."

"으르릉!"

백리는 그 시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작은 강아지는 백리의 의도도 모르고 그저 죽은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백리의 손을 물었다.

대형견이 문다 하더라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텐데 하물며 작은 말티즈 종류의 강아지가 물었다면 아프지도 않은게 당연했다. 하지만 백리를 괴롭히는건 그런 고통 따위 보다 뭔가 매슥거리는 감정들이였다.

멕시코에 거주하는 인간은 전부 죽었다. 하지만 죽은건 오로지 인간 뿐. 동물이라면 눈앞의 강아지처렴 설령 그 어떤 크기의 어떤 생물이라도 죽지 않았다.

현재 멕시코에 남은 인간이라고는 백리와 루리, 그리고 레이즈 셋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남는건 시체도 남지 않고 흙으로 돌아갈 뿐. 인간이 손을 쓰지 않는다면 동식물만 번성하여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래봤자 수백년이다. 인간에게는 길지 몰라도 초월자들에게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이건 아니야"

백리의 눈에 비치는 광경은 잔혹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였다.

단숨에 한 국가라는 틀의 사회의 구성원 전부가 죽어버린 가운데 홀로 서 있는 기분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 속의 인간성이 닳아버릴법한 그런 모습이다. 그에 백리는 손을 덜덜 떨면서 고개를 저었다.

대마왕이 분명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 나름 그들을 좋게 보려고 했지만 인간된 도리로서 현재 눈앞에 벌어진 사태에 조금도 긍정할 수 없었다.

"괜찮으세요?"

".........미국으로 가죠"

백리는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이번에는 미국에 있는 앨리사 니어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그녀를 만나서 유토피아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물어보러 갈 생각이다.

========== 작품 후기 ==========

도시에 사람만 죽고 동물만 살아 있으면 꽤나 섬뜩하겠죠.

이제 슬슬 파국을 맞이할 때가 오는데 생각만 해도 유-열이 넘칩니다.

그나저나 슬슬 성실 연재 뭐시기 올라올 때가 됐는데.....연참을 할 시기가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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