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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279화 (279/507)

최흉의 대마왕 27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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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에 도착한 그들은 이윽고 지상(地上)에, 아니 금상(金上)에 착륙했다.

백리도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알고 있는것과 직접 보는건 다른 법이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범상치 않은 황금으로 이루어진 땅은 밟는 것만으로도 황송한 느낌을 준다.

설령 그 어떤 황제라 할지라도 황금으로 만들어진 성에서 살지는 못했을거다. 그렇기에 대마왕들은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외를 받는 것이고.

"황금! 존나 큰 황금!!!! 으그그극, 이거 진짜 황금 맞네"

"여기는 일단 다른 사람들도 밟고 다니는 곳인데 그렇게 물어봐서 확인해도 되요?"

"나중에 양치질 하면 그만이죠 뭐!!!"

루리가 바닥의 황금 조각 하나를 물었다가 뱉으면서 말했다.

아무튼 백리는 주변을 둘러보아도 황금이나 다이아몬드, 수정 밖에 없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 제일 가치가 낮은게 수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름답게 조각된 모습이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의 손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예술작품과 같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다.

"들어가죠. 만약 더욱 큰 피해를 막고 싶다면 당당하게 행동하세요. 자신의 위치는 분명 그만한 책임을 나타내고 힘을 의미하기 마련이니까요"

".........네!"

레이즈의 충고에 백리는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심판을 할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정당한 일에 의견을 내러 온 것이다. 거기에 있어서 백리는 오히려 충분한 자격을 가진 특사와 같았다.

황금성 안으로 들어서자 우선 맞이하는 것은 금으로 이루어진 정원이였다. 생명 하나 자랄 수 없는 금속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에는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꽃이나 금으로 만들어진 수풀이 눈에 띈다.

아무리 귀금속에 문외한인 백리라도 꽃 한송이에 수억원은 할거란걸 알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대마왕들은 인간의 상식을 초월해 있었다.

"나중에 하나 꺽어다가 팔아볼까? 프리미엄 붙을것 같은데"

"말은 해둘테니까 떳떳하게 받아가는게 낫지 않을까?"

"아, 그것도 그러네. 어차피 아저씨 오빠들에게는 여기 있는건 별 의미 없을테니까. 솔직히 사는거 걱정했으면 이런 시력에 나쁜 금성(金城)보다 돌로 만드는게 나았을텐데 말이야"

대마왕들이 이런 성에서 사는건 인간들로 하여금 그들의 두려움과 경외를 사려는 목적이 있었다.

현 지구에서 채굴된 금의 수량은 기껏해야 십 수 만톤, 그에 비해서 황금성을 이루고 있는 금의 수량은 무려 수조톤에 달한다.

물론 지구의 내핵에 있는 금까지 합치면 혹시 몰라도 그걸 파낼 기술력이 없는 이상 거기서 얼마를 얹든 의미가 없다. 그걸 알기에 인간의 경제를 파탄시킬 분량의 금으로 성을 만든 것이다.

이윽고 그들은 성의 홀로 들어섰다.

"솔직히 실용적인 면은 하나도 없어. 복도에서 넘어져도 보통 사람은 대참사가 날껄? 바닥이 돌도 아니고 금속인데 와장창 나겠다"

"그러긴 하지"

"그렇지만 여기 사는 놈들이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아"

"......!!!!"

백리는 순간 기척도 없이 모습을 드러낸 누군가에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다. 백리가 평소에도 자주 들었던 사람의 목소리이기에 그는 소리가 들린 곳을 올려다 보았다.

거기에는 최악이 있었다. 평소와 같이 별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형"

"그래, 어서와라. 밥은 먹었냐?"

최악은 마치 평소처럼 그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

*

*

*

백리에게 있어서 최악을 만난건 심판 이후 처음 있는 일이였다.

솔직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대는 이제 본격적으로 대마왕 커밍아웃한 존재고 그런 그들을 상대하기에 백리는 보잘것 없는 존재였다.

비록 관리자의 대리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까 레이즈가 해준 충고를 깨닫고 백리는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잘 지내셨어요?"

"나야 뭐 그럭저럭이지. 여기 온다고 해서 좀 놀라긴 했어. 호되게 당한게 있어서 솔직히 도망칠줄 알았거든"

"그런 마음도 있긴 있었어요"

최악과 중국에서 싸울 때는 그나마 죽지는 않을거란 보장은 있었지만 심판 때는 다르다.

죽음의 위기를 겪을 당시에는 몰랐지만 적어도 그 후에 백리가 직접 찾아올줄은 최악 본인도 솔직히 가능성을 낮게 쳐주고 있었다.

누구나 죽음은 두렵다. 그리고 그걸 한번 겪어본 사람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죽음의 일보 직전에서 주는 쾌락에 취하거나, 그걸 견디고 일어나 나아가거나.

백리의 눈을 보면 두려움은 있으나 확고하게 의지를 다잡은 모습이다. 지금의 백리는 두가지 경우 중에서 후자의 경우였다.

"올라와라. 밥 안먹었으면 일단 밥부터 먹고 시작하자. 이야기 하려면 밥 먹고 힘써야지. 그치?"

"그렇긴 하죠. 출출한데 밥은 많이 주세요"

"거 새끼 내가 너 밥 먹는 양 모를까봐? 아무튼 올라와봐라"

최악의 안내에 따라서 안으로 들어간 백리는 이윽고 식당에 들어섰다.

넓지만 그래도 십수명 정도나 앉을 수 있을법한 원형 테이블이 그를 반긴다. 물론 그 테이블조차도 금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호사스러운 느낌이 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최악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스테이크를 내온다. 두툼하기도 두툼하지만 양도 제법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한 사람 앞에 두 종류씩 내온다.

하나는 소스가 얹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나온 것이다.

"어라? 왜 스테이크가 두 종류예요?"

"일단 먹어보고 대충 뭐가 맛있는지 말 좀 해줘봐라"

"........뭔가 불이익 있는건 아니죠?"

"그냥 먹어보고 뭐가 맛있는지만 말해주면 돼"

둘 다 심상치 않은 냄새를 풍긴다. 더군다나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그냥 스테이크 쪽에서는 고기로서 낼 수 있는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의 극한을 풍기고 있었다. 육즙을 해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익지 않은건 아닌. 순수한 불 기술의 극한이였다.

"일단 먹어보고 결정하는게 좋겠지. 레이즈 오빠는 안먹어요?"

"아, 저는 전에 먹어서 이번에는 패스할께요"

적어도 레이즈는 상황을 회피했다. 최악에게 고용된 입장에서 누구 편들어주기는 애매하니까 말이다.

일단 백리는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기로 했다. 먼저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순수 스테이크부터.

"어?"

"오라방, 이거 존나 잘 썰린다. 머임? 수비드임? 분명 불로 구운것 같은데 왜 육즙이 이런 느낌이지? 개쩐다.......!!!"

나이프로 썰자마자 단면에서는 육즙이 방울방울 맺혀 흐른다. 분명 불판에 구운 스테이크처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내면은 마치 일정 온도에 장시간 익힌 수비드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고기에는 소금과 후추, 그리고 약간의 허브 등의 최소한의 간만 되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스테이크의 순수한 본연의 맛과 감칠맛의 폭발적인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백리도 적당히 썰어서 한입 먹어본다.

기름기의 맛과 더불어서 고소함이 입 안에서 폭발한다. 여태까지 먹은 고기들은 고기가 아니였다고 전면 부정하는 느낌이 가득 들면서 씹을 때마다 나오는 육즙이 혀를 적셨다.

소고기 특유의 맛은 같지만 도저히 같은 카테고리에 들 수 없는 맛이다.

백리는 여태까지 자신에게 예술 작품이나 요리를 먹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감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틀린 것 같았다. 지금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은 고기 육즙이 아니였으니까.

"오......존맛탱"

"그것 밖에 감상이 안나오는건 아니지?"

"내가 감상을 적기에는 페이지의 여백이 12포인트 기준 A4용지가 10장 정도 부족하니까 냅둘래. 이건 맛의 지평선 너머의 것이야. 필멸자에게는 혀용되지 않은 맛이라구"

"농담도"

"진짠데. 일반인이랑 미식가의 미각에 차이가 있는것처럼 초월자랑 필멸자의 입맛에도 차이가 있는 법이야. 아마 내가 먹은 맛보다 오빠가 느낀 맛이 더 깊을껄? 애초에 밥 먹고 눈물 흘리는 맛이 보통 맛이진 않을거 아니야?"

"..........그렇긴 하네"

백리는 볼에 타고 흐른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아무리 맛있다고 하지만 사람이 요리를 먹고 눈물을 흘리는건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해서 가능한게 아니다. 특히나 백리는 자기 자신도 감수성이 풍부한 쪽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당에 더욱 그렇다.

"다음은 요거 먹어보자"

"응"

백리는 이어서 소스가 얹어진 다른 스테이크를 보았다.

철판에 얹어져 있어서 식지는 않았다. 적갈색의 소시가 얹어진 스테이크는 방금 전의 스테이크와는 다른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방금 전의 스테이크가 정면에서 주먹질을 해서 대놓고 때려눕히는 스타일이였다면 소스가 얹어진건 마치 뒤에서 뒤통수를 후려까는 듯한 느낌이다. 고기의 기름진 냄새와 소스의 상큼한이 뒤섞여서 식욕을 자극한다.

백리는 스테이크를 썰었다. 위에 얹어진 소스를 적당히 묻혀서 같이 한입에 넣고 씹는다.

고기의 육즙의 포텐셜은 방금 전의 스테이크보다는 덜할지 몰라도 완전히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순수한 스테이크의 대결이라면 몰라도 소스가 어우러지면서 그 맛을 보조하고 있었다.

어딘가 약간은 씁쓸하기도 하면서 달짝지근한, 야채 맛이 풍부한 소스는 기름져서 느끼한 맛을 중화시켜주다 못해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처음 먹은 스테이크가 인간이 만든게 아닌 수준의 스테이크라 한다면 지금 먹는건 어떻게 해서든 그걸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 자의 결실과 같았다.

"아.......!"

"이것도 개존맛탱이네"

"고운말 써"

"이거 먹고도 고운말이 나올것 같아? 이거 둘 중에서 하나 고르란 말은 고운말이 아니라 고문말이겠네. 으아아아! 차라리 날 죽여라!"

"드립 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맛이 있었다.

둘 중에서 하나라도 가게를 열면 아무리 위치가 나쁘고 장애가 있더라도 손님이 몰릴 정도의 초월적인 맛이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느낌에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였다.

만약 미슐랭에서 온다면 맛만 보고 별 3개는 별 고민 없이 줄법한 그런 맛이였다. 이건 인간의 요리 실력을 뛰어넘은 존재가 만든 듯한 맛이다.

"그래서 어느 쪽이 위냐?"

"........어, 꼭 말해야 해요?"

"그냥 꼴리는대로 골라봐. 취향 문제도 있겠지만 맛의 문제도 있으니까"

순수하게 맛만 보고 고르라고 하면 역시나 처음 먹은 오리지널 스테이크 쪽이지만 다른 것을 고려하면 소스를 얹은 스테이크 쪽이다.

전자는 능력치 하나만 카운터 스톱한 놈이라면 후자는 전 능력치를 전부 고르게 찍은 녀석이다. 결국 각자의 특징이 있어서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결국은 취향 문제다.

아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 요리를 먹이고 고르라고 한다면 반반의 경우가 나올 확률이 높다.

"저는 소스 올린 쪽이 맛있는데요"

"나도 소스 올린 쪽. 아, 근데 어느 쪽이 아저씨가 만든거예요?"

루리에 물음에 최악은 말 없이 그대로 승리 포즈를 취했다. 주먹을 쥐고 하늘 높이 치켜 올린다.

그리고 문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팬텀이 난입해서 들어온다. 아무리 금이 무른 금속이라고 금으로 만들어진 문에 금이 갈 정도로 걷어차면서 들어왔다.

"야! 다시 떠! 쟤들은 너랑 아는 애들이라서 네 요리 맛에 길들여 졌을거잖아!!!"

"응, 너 요리 좆밥이잖아~, 그리고 핑계 대면 좋음?"

"아오 시발!!!! 어쩌다가 한번 이긴걸로 진짜!!!!"

"오늘 설거지는 네가 하는거다?"

솔직히 팬텀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보통의 경우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고르기 마련이기에 평소에 최악의 요리를 접할 수 있었던 백리와 루리는 팬텀보다 최악의 요리가 익숙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처럼 심판 두사람이 전부 최악이랑 아는 사람일 경우 결과는 명백하게 한쪽의 확률이 높다.

팬텀이야 자기 실력을 믿고 그런 것이지만 만약 공정성을 논해야 했다면 팬텀 쪽 사람도 두명 추가해서 승부를 가렸어야 했다.

"요리 대전의 종지부가 이제야 찍어졌다!!! 이제부터 짜져 있어라 요리 좆밥아!!!!"

"이런 시불창 새끼가 밥 앞에 두고 더러운 말 내뱉고 앉았네!!!!"

"응, 느금마 4명~"

"아! 진짜!!! 누가 토종 한국인 아니랄까봐 욕 하나는 존나 어그로 잘끄네!!!!!!"

"내가 예전부터 요리랑 사람 죽이는거 말고 잘하는거 하나 있다고 한다면 어그로 끄는 실력 밖에 없거든. 백년을 도 닦은 성인군자라도 화내게 만들 자신이 있다!!!!"

"퍽이나 자랑이다 씹쌔야!!!!"

보통 팬텀은 심연의 거인 형태로 알려져 있을 뿐이지 본래의 인간 모습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백리는 이전에 치킨집 운영할 적에 만난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당사자였기에 안색이 굳은 백리가 팬텀을 조심스럽게 보았다.

"야, 근데 네 편 안들어줬다고 애들한테 시비 털건 아니지?"

"내가 뭐 애냐?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럴리는 없을테니까 걱정마"

두사람의 눈에 백리에게 돌아갔다.

그 시선이 물어보는 것은 한가지였다. '네가 여기 왜 왔냐'라고 묻는 뜻이다.

대마왕 중에서 톱을 달리는 두사람이 보고 있자 백리는 한순간 차갑게 식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두사람에게 말했다.

"........밥 먹다 체하겠어요"

"아, 그건 안되지"

"맛있는 밥 먹고 체하는건 좀 그렇지. 미안하다"

"솔직히 밥 먹을 때 시비 터는 새끼나 먹는거에 장난 치는 새끼는 굶겨 죽여야 하는데 말이야. 우리가 그러면 뭐가 되냐"

"인정"

두사람은 요리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본업이 요리사가 아니라 대마왕이지만 적어도 제 2순위로 둘만큼 그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먹을 것에는 중요시 생각하고 각별하게 대한다. 길에서 시비 털려도 경찰을 부르는 최악조차도 먹을걸로 장난치면 그날로 사람 목숨이 날아갈 정도였다. 그런 면에서 백리는 자신도 모르게 좋은 선택을 했다.

거기에는 관리자 엘리가 부여한 인과율 보정이 있었다는걸 백리 본인도 모르고 있었다.

"천천히 먹고 이야기 하자. 커피도 타줄께"

"......네"

백리는 일단 천천히 밥을 먹기로 했다.

맛있는건 둘째쳐도 최후의 만찬이 될지도 모르니까.

========== 작품 후기 ==========

개인적으로 본고장 스테이크는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고기 존나 좋아하거든요.

야밤에 위꼴이네......살찌니까 오늘은 진정하고 내일 맛난거 먹어야징.

막 존나 스테이크 1킬로짜리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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