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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278화 (278/507)

최흉의 대마왕 27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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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평양에 있는 황금성 까지는 거리만 하더라도 수백킬로미터가 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크게 문제되는 거리는 아니였다.

애초에 차원진을 일으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하는 수단도 있는 이상 행성간 이동도 아니고 지구권 내라면 별로 의미가 없었다.

".........일단 결혼은 둘째치고 바로 가실래요? 따로 하실거 없으시면 지금 출발할테니까요"

"자가용! 자가용! 오빠 자가용 같은거 없어요?"

"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그런거 물어보면 실례야"

"자가용(自家用)은 모르겠는데 자가용(自家龍)은 있어요. 그거 타고 가시게요?"

"......머임? 대체 머임?"

"가즈아아아아아아!!!!"

쩌저저적!!!

이윽고 차원이 갈라지면서 그들 바로 앞에 거대한 드래곤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가볍게 착륙했다.

수십미터의 어지간한 건물과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비행하며 움직이는 모습은 지금의 지구의 기술력으로는 엄두도 못낼 초월적인 기술의 결정체라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델타 캐슬 특수 전략병기 드래고노이드(Dragonoid).

이미 호라이즌에서 수리와 보수를 끝낸 3세대 드래고노이드는 최악에게 부서지던 때와는 다르게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중력 제어 또한 포함이다.

"뭐......."

"쩐다!!!! 존나큼! 드래곤! 기계! 기술력 결정체! 이과의 희망! 크으으으으! 이거 변신도 되나요?!"

"제가 알기로 변신 기능은 10세대 이후로 추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세타는 옛날 기종이라서 못해요"

"그건 아깝네!!!"

난데없이 출현한 드래고노이드에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차원진 경보도 울리지 않은데다가 이미 대마왕이란 절망을 겪어본 그들에게 있어서 그리 큰 사건은 아니였다.

더군다나 드래고노이드는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생물보다 기계에 가까웠다. 드래고노이드에서 울리는 기이한 진동은 마치 공장이나 기계에서 울리는 것과 같았으니까.

"이건 뭐예요?!"

"저희 델타 캐슬의 전략 병기인 드래고노이드예요. 제가 동면하고 있던 동안에 10세대 넘게 나와서 이건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할 구식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기술력을 가진 지구에서는 충분히 써먹을만한 친구죠"

"하하, 하........"

백리는 허탈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시온이랑 최악 아래에서 일하는데다 외계인이라고 좀 특이할거란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자가용 아닌 자가용(自家龍)을 보유하고 있었다니.

이건 집에 자동차 있는거랑 수준이 다른 이야기다. 본인도 전략병기라고 하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백리가 싸워서 이길만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출력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뭐랑 싸우는데 이런게 전략 병기예요?!"

"블러디어요. 어.......그러니까 이 행성에서 러시아랑 국가에서 나타났던 외계 종족 있잖아요? 그거요"

"어.......?"

백리는 문득 최악이 라쿤맨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러시아에서 한바탕 저질렀던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의 전투의 흔적은 적성종이랑 싸웠다고 하기에 너무나도 거대했다.

현재 가장 높은 수준의 적성종인 인간형 적성종과 싸우던 최악도 슬금슬금 싸워서 고작해야 거리 한 블록 정도 파괴하는 정도로 끝났는데 어지간한 나라 하나 작살낼 정도로 싸우던건 러시아가 처음이였다.

만약 싸우던 나라가 러시아가 아니라 다른 나라였다면 그 여파 때문에 진작에 멸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걸 그런거랑 싸우려고 쓰다니.......도대체 얼마나 괴물 같은게 모여있길래 그래요?"

"동족 외에는 전부 먹을걸로 밖에 안보는 녀석들이예요. 그놈들만 없었다면......."

지금이야 백리의 수준이 낮으니까 드래고노이드 한대로도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경지에 이른 초월자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기본적인 물리 법칙, 혹은 마법과 무공 등등, 아무리 기술로 따라하려고 해봤자 물리법칙도 거스르는 존재를 이기기에 유일한 방법은 다수와 물량 공세 밖에 없다.

"출력이나 물량이 아니고서야 초월자를 이길 방법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기술 테크트리만 올린 문명은 초월자 한명에게 허망하게 멸망할 때도 있는 법이죠"

"음......."

마치 지금의 상황과 같았다. 대마왕의 심판에 저항할 수 없는 지구의 문명. 하다못해 반발도 못하고 그나마 말이라도 할 수 있는게 백리뿐인 상황이다.

만약 지구에 이능력이 고작 20년이 아니라 수백년 정도 먼저 생겨서 그동안 발전을 해왔다면.......백리 수준의 초월자도 몇명은 더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대마왕 중에서 한명 정도는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단 타시죠. 여기서 태평양까지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천천히 가도 몇분 밖에 걸리지 않으니까요"

수십미터의 거체에도 불구하고 드래고노이드의 속도는 음속의 수십배까지 가속이 가능하다. 차원진을 이용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드래고노이드가 뻗은 앞발 위에 올라타자 흉부의 비늘이 벗겨지면서 안에 있던 조종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앞발이 그 바로 앞까지 움직여 올라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랑죠! 그랑죠! 마동석으로 빛나는 그랑죠!"

"뭔가 노래가 이상한데"

"오빤 그랑죠 본적 없잖아. 이거 한국에서 방영했을 때 오빤 태어나지도 않았어"

"너도 마찬가지잖아!!!"

조종석은 생각외로 넓었다. 뭔지 모를 버튼들과 시설은 둘째 치더라도 충분히 한두명 정도는 좁아도 생활이 가능할법한 그런 넓이였다.

"인원 수송 목적으로 설계된게 아니라 좀 좁아도 이해해 주세요"

"아뇨, 이 정도면 넓은데요? 막 전투기나 그런 조종석 보면 무지 좁던데 여기는 그거랑 비교하면 엄청 넓잖아요?"

"그래도 디멘션 라이너 쪽에 비교하면 부족한건 사실이라서요"

"라이너? 무슨 기차같은거예요?"

"차원을 달리는 열차예요. 저희 델타 캐슬의 물자 및 인력 수송을 담당하고 있죠"

"아, 꼭 예전에 본 가면라이더에 나오는 기차같네요. 시간을 달리는 열차라던가"

"하하, 그거 맞아요. 마스터 그레이가 은근히 가면라이더를 좋아해서. 거기서 발상을 따왔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진짜였어?!?!"

"여기서 가면라이더 덕후가?!"

정작 가면라이더의 발상지인 일본은 멸망하기 직전이란게 상당히 아이러니했다.

이윽고 드래고노이드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비행은 공기의 저항조차 없이 급가속하여 몇초만에 음속의 십수배에 이르렀다.

파편 충돌 에너지 생성 장치를 통해 얻는 막대한 에너지와 마도공학의 결정체나 다름없는 기술력이 합쳐지자 순수한 과학 기술로는 따라잡기 힘든 수준의 일도 가볍게 해낸다.

한국에서 태평양 한가운데의 대마왕의 황금성까지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지만 지금 속도로 도착하는데 기껏해야 몇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뭐라도 마실래요? 아.......유통기한 신경 쓰지 않으신다면요"

"나나나! 나나나나!!!"

"어, 이상한건 아니죠?"

"일단 따로 분말 형태라 장기 보관이 가능한거라 괜찮아요. 혹시 몰라서 저번에 먹어봤는데 괜찮더라고요"

"그러면 저도 한잔 주세요"

일단 드래고노이드는 전략 병기. 그리고 레이즈는 그 파일럿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 식량 같은 것도 보관 중이였다.

물론 그가 동면하고 있는 동안 시간이 지나서 아무리 장기 보관을 하더라도 식량 같은 종류는 상하기 마련이다. 그러지 않아도 조금 찝찝한건 어쩔 수 없어서 전부 처리했지만 마실 것은 남아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인스턴트 커피 같이 물에 타 먹는 것이다. 다만 여러가지 영양소가 들어가서 음료와는 조금 다르다.

찬 물에 분말 두어 스푼을 타자 라임색을 띄는 액체가 되었다. 날름 받아서 마신 루리가 딱 좋은 평가를 내렸다.

"포카리 같네. 단짠단짠!"

"보니까 군용 같은게 그럴만도 하겠지"

"아, 그러고 보니 백리씨는 한국인이니까 군대 다녀오셨겠네요. 그러면 이야기가 빠르죠"

"PX가면 파는 분말 포카리.......행군 나가기 전에 수통에 담아서 포카리로 만들었는데 수통 특유의 냄새랑 섞여서......으으으으!!!!"

"앗, 오빠의 PTSD가 도졌다!"

자고로 건장한 한국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있다는 군대 PTSD는 초월자가 된 백리에게도 충분히 타격을 줄만큼 거대했다.

남자에게 있어서 군대는 첫사랑과 같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로맨스가 있냐 없냐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한국의 군대는 고생이 많겠어요. 저희는 시설이나 복지는 좋은데 워낙 싸우는 놈들이 지랄맞으니까......."

"아, 전쟁이 현재진행형이면 그럴만도 하죠. 애초에 다른게 좋지 않았으면 그렇게 못싸울걸요. 만약 한국이 휴전국이 아니라 아직도 전쟁 중이라면 간부들 여럿 죽어 나갔을거예요"

"프래깅.......저희도 말로는 들었죠. 근데 저희는 간부들부터 교육에 인성검사에 전부 하고 들어가니까 그런적이 거의 없더라고요. 애초에 불만 있으면 상부에 직접 공문 날리면 바로 징계 떨어지고요"

"세금 빼먹는 간부 새끼들 다 죽여버려야 하는데"

"남자가 모이면 게임이랑 야한거랑 군대 이야기 밖에 안한다더니, 군바리랑 군바리 출신이랑 모이니까 군대 이야기 밖에 안하네"

"꼬우면 너도 군대 다녀오던가"

"뭐? 처맞고 싶다고?"

현직 군인과 전직 군인이 만났는데 이야기 할게 군대 이야기인건 당연했다.

솔직히 한국의 군대와 델타 캐슬의 군대를 비교하는건 장비나 시설, 복지 등등으로 너무나 많은 차이가 났다. 기술력의 차이 보다 더욱.

물론 델타 캐슬은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라서 한국과는 다르다. 오히려 미국의 군대와 더 비슷했다.

"블러디어 그 빨갱이 새끼들만 없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저도 북한만 없었으.......아, 없어졌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북한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영상이나 사진 같은 데이터는 남아 있어서 북한이란 나라가 존재했다는 증거는 충분하다는 점이였다.

심판자가 유토피아였던 만큼 전산상의 흔적도 전부 지울 수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러지 않았다. 후세에는 적어도 북한이란 나라가 존재했고 그들이 훗날 어떻게 멸망했는지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대마왕에 대한 소재가 나오자 백리가 말수가 없어졌다. 좀 더 생각할 것이 생긴 것이다.

그런 그를 보면서 레이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냥 대마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들은 어디까지나 할일을 하는것 뿐이니까요"

"국가 하나 싸잡아서 죽이는게요?"

"그들이 생각하는 문명과 사회의 기준은 백리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낮아요. 그리고 대마왕은 최후의 보루죠"

기본적인 윤리를 지키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며 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하고.......국가라는 단어에 걸맞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것만 지킨다면 충분히 심판을 통과할 수 있다. 설령 모자라더라도 바꾸려는 의지가 보인다면 그걸 보고 봐주기도 한다.

만약 한국이 심판 받을 때가 현재가 아니라 몇년 전의 국정농단 때였다면 당시의 정부의 상태를 보고 눈썹을 꿈틀거렸을지 몰라도 당시 시위에 참여하던 수십 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금 재고했을 것이다.

그들이 심판하는건 앞으로 가망도 없고 바뀔 의지도 없는 그런 국가들 뿐이다. 북한과 현 일본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현재의 지구만 봐서 나쁜거라고 생각하겠는데.......꼭 문명 중에는 좋은 문명만 있는게 아니거든요"

"가챠는 나쁜 문명! 파괴한다!"

"아니, 그런거 말고요, 루리양. 아무튼 다른 행성을 마구잡이로 침략한다거나, 원주민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다거나, 그런 문명들도 세상에는 존재해요. 주로 대마왕들이 가차없이 판단을 내리는건 그런 문명들이죠"

".........."

백리는 문득 적성종을 떠올렸다.

놈들도 다른 차원의 문명에서 오는 것들이다. 자연발생하여서 차원진으로 넘어오는게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그러는 것이다.

최악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는만큼 백리도 그 부분은 납득할 수 있었다. 다만 직접 겪는건 좀 예외지만.

"그들은 인간이 보다 발전하는걸 바라면서 행하는 행동이예요. 그러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대마왕이란 직위 자체가 존재할리는 없겠죠"

"그러면 그런 대마왕을 막는 직위는 없나요?"

"어......."

백리도 대답을 바라고서 물은 질문은 아니였다.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이 조금 의심스러웠다.

"있어요?"

"있긴 있어요"

"아니, 저런 사람들을 상대로 싸우는 사람이 있다고요?!"

딱 한명, 아니, 한명이라고 할지 단체라고 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한명의 이름을 댄다면 대마왕에게 대적하는 존재의 이름이 있다.

지금의 백리로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존재. 초월자로서의 경지나 그 외의 문제라나 전부 말이다.

"도대체 누구예요?"

".........."

침묵하던 레이즈가 백리의 물음에 화답했다.

"대마왕에게 대적하는 대영웅 백귀왕(白鬼王). 나이트로드(Night Lord) 최길현이예요"

========== 작품 후기 ==========

생각해보니 쓸게 너무 많네......아몰랑! 죽기 전에는 쓸 수 있겠지!

그리고 중간에 나온 군대 PTSD는 제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행군할 때 땀 흘리면 물보단 포카리가 좋을것 같아서 수통에 포카리 분말 넣고 흔들어서 가져갔는데......수통 특유의 쇠맛이랑 섞여서. 으으으으으으!!!!!

지금만 해도 군대 시절 생각하면 참 소름 돋는 일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군 생활 더럽다고 하는데 저는 배관병이라 물리적으로 더러워서....더 많은 이야기를 적을 수도 있지만 독자분들의 비위를 위해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지금 읽고 계시는 독자 분들도 그런 군대 썰 한두개쯤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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