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274화 (274/507)

최흉의 대마왕 274편

<--  -->

일반적으로 물리법칙이 통용되고 육체를 가진 존재들이 살아가는 곳을 물질차원, 보통 그냥 차원이라고 생략해서 부른다.

그리고 그 차원이 존재하고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곳을 이면차원이라고 한다.

양판소로 비유하자면 정령계 같은 경우. 정령계가 없으면 자연환경이 엉망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심연 또한 그렇다. 세상사 전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고 거기에서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은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많다. 영혼의 좌에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할 수 있는 4대 차원종

인 아레기쉬도 있지만 그들에게만 맡기기에도 그 감정은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생긴게 바로 심연이다. 감정의 구덩이. 오물은 그런 구덩이에 빠져 점차 그 아래에 가라앉는다. 더욱더 짙고 더럽게 오염된 감정의 소용돌이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심연에 군림하는 것이 바로 팬텀이였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고노 의원은 마치 늪처럼 빠지는 자신의 발을 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황급히 히비키가 일어나서 그의 손을 붙잡아 거기서 빼내려고 하지만 소용없었다.

마스터 유저의 근력이라도 원한이 쌓인 인간의 감정의 무게를 견딜 수 없는 법이다.

"야! 잠깐만! 이거.......!!!!"

"냅둬, 그거 내가 한거 아니니까. 따질거면 쟤한테 따져야지"

히비키가 최악에게 소리쳤지만 그도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 사태의 당사자인 팬텀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팬텀은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그는 이 자리에 대표로서 나올 자격도 없는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윤리와 도덕을 보는 나에게 이기심으로 사람을 죽인 놈을 대표로 내세워서 왔다고? 니들 제정신이냐?"

그렇게 따진다면 미국에서 왔던 대사들도 사람을 죽인적 있는 정보부의 요원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국가를 위해서라는 변명 아닌 변명 정도는 있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개인보다는 국가가 더 중요하단걸 알고 있으니 팬텀도 그 정도는 수긍하고 납득했다. 애초에 그 정도도 납득하지 못한다면 공산주의 국가는 진작에 전부 멸망시켰을 것이다.

"그놈은 자기 비리를 캐내던 기자 4명을 '자살당했다'시킨 놈이다. 국가를 위해서도 아니고 개인의 안위와 만족을 위해서 사람을 죽인 놈에게 동정할 여지는 없다"

"으아아아아!!!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죽기 싫어!!! 아아아아아아아!!!!!"

고노 의원의 하반신은 이미 심연에 파묻힌 상태였다. 히비키가 애써 그의 팔을 잡고 계속 당겨보지만 고노 의원의 어께뼈가 빠질 정도로 잡아당겨도 조금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심연이 판단하는건 대상의 악업. 생전에 원한을 많이 샀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으어어어어!]

[고노오오오오!!!!]

[아아아아! 아아아아!!!]

[너어어어어!!!!]

"으아, 아아아아! 너!!! 너어어어어!?!"

그리고 심연에서 누군가의 손이 나와 그를 붙잡았다. 도망칠 수 없게. 그들이 있는 지옥으로 초대하는 모습이다.

그들은 고노 의원이 죽인 사람들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고노 의원의 사주를 받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기자들이였다.

일본에도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선한 사람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현 일본은 그런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그리 좋지 않은 환경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고노 의원의 비리를 파해치다가 젊은 나이에 자살(공식적으로는)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하지 않는 선이 위선보다 못하다. 그렇다면 악인은 볼것도 없는 일이지. 내 앞에 서고 싶다면 적어도 자기 양심에 부끄러움은 품고 있는 자를 데리고 와라"

히비키는 고노 의원의 손을 놓았다.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힘은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였기 때문에 그도 같이 빨려들어갈 생각이 아니라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남은건 고노 의원이 있었던 자리 밖에 남지 않았다.

팬텀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 으르렁거리며 축객령을 내뱉으며 내쫒았다.

"그러니까 꺼져"

그들은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왕좌의 홀에서 바깥으로 날려졌다. 몇명이나 되지만 그들은 별다른 부상 없이 바깥에 떨어졌다.

한순간 벌어진 일에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나 이윽고 이번에는 마중이 아니라 배웅을 나온 최악에 의해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깨달았다.

".........엿됐군"

"뭐 일본에 그런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찾아보면 있겠지 않겠냐?"

"있기야 있겠지만 이걸 어떻게 발표하나?"

"일본에서 잘하는게 그건데 왜? 이번에도 숨기고 그래보라고"

".........지금 상황에 그러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망한다"

현재의 일본은 국민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해외로 도주하거나 이민 가는 사람도 많고 연일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경제는 파탄나고 있어서 국가라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게 기적에 가깝다.

여기서 또 대마왕에게 보낸 특사가 사람 죽였다고 퇴짜 맞았다고 한다면 이미 수습 불가 직전의 여론이 폭발하고 말거다.

"내가 충고하겠는데. 더 늦기 전에 일본 탈출하는게 좋을껄. 유토피아 녀석은 아마 해외로 튀는 놈들까지 싸그리 죽여버릴 생각이던데 몇명 정도는 내가 커버 쳐줄 수 있거든"

"나도 그러고는 싶지. 그래도 내가 태어난 나라니까 끝까지 지키는건 당연하지 않나?"

"너, 좋아하는 여자 있다며. 고백도 했었잖아"

"여기 오기 전에 혼인 신고 하고 왔다"

"야! 그거 사망플래그잖아! 이 새끼 일본인인 주제에 그거 하나 모르냐?! 어오, 시발 답답한 새끼!!!!"

마스터 유저는 관리자 엘리에게 나름의 인정을 받는 자만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다.

자신의 국가를 가볍게 버리고 갈 수 있는 사람이였다면 애초에 선택받지도 못했다. 포스 유저 중에 악인이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적어도 마스터 유저는 관리자 엘리가 직접 고른만큼 그만한 인성의 소유자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뾰로롱"

".........다음에 제대로 준비해서 온다면 이야기는 들어주는건가?"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사람 죽인 놈은 데려오지 마라. 여기가 무슨 중세 사회도 아니고 명백히 불법을 저지른 놈을 데려와놓고 이야기를 하려니까 팬텀이 빡치지. 너 같으면 중요한 회담 자리에 똥 뭍이고 온 놈이랑 이야기 할 것 같냐?"

"그렇군"

히비키도 납득했다. 그도 고노 의원이 깨끗하지 않은 사람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까지 죽였을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정치 쪽에 관심 있는 포스 유저는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고노 의원은.......어떻게 되는거지?"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을 당하는거지. 심연에 빠지면 생전에 저지른 모든 악업이 역으로 돌아와 대상자에게 고통을 주지. 거기는 생사의 구분이 없는 공간인만큼 육체가 사멸해도 영혼이 한조각도 남지 않을 정도로 바스라질 때까지 끝없는 고통 밖에 없는 공간이다. 죽은 뒤조차도 구원 따위는 없어"

"거기가 혹시 지옥 아닌가?"

"어떻게 보면 지옥이기는 하지. 그래도 결국은 자업자득이야. 그러게 누가 인생 그따위로 살래?"

사람을 죽였다는건 어떻게 보면 최악도 같지만 적어도 최악은 자기 손으로 사람을 죽인다. 살인은 중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무게는 온전히 자신이 져야 하는 법인데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인 교사를 했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하는 법이다.

"곱게 보내줄 때 돌아가라.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된 놈을 데려오고"

"........흠, 정치 쪽에는 그리 신경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의원이 한명 있다"

"네가 눈여겨 본 사람이면 믿을만 하겠지. 그러면 그 사람으로 데려와라"

"그러지"

일본 대사들은 힘 없이 돌아가는 헬기에 몸을 실었다.

조국으로 돌아간 뒤에 어떤 몰매를 맞을지 안봐도 뻔한 일이다.

*

*

*

*

차원을 찢는 일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초월자라면 가능하지만 그에 대한 기반 지식을 가지지 않으면 못한다.

예를 들어서 마룡후 용하연도 힘이 많이 들어갈 뿐 그녀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못하는 이유가 차원이란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차원 이동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엔느나 누리, 둘 다 초월자이면서 대마왕. 그만한 지식과 힘을 겸비한 존재였다.

쩌저적!!!

"프리덤!!! 자유의 나라 미국에 웰컴!!!!"

"그걸 우리가 말하는거야?"

"에이, 이래야 온 보람이 있지. 막 마중 나올 것도 아니잖아?"

두사람은 뉴욕 어딘가의 한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한번 가본 곳이 아니라면 좌표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충 감 잡고 날아가서 그런 것이다.

로드가 아닌 두사람은 행성 파괴 정도는 가능해도 행성 전체를 자기 기감 안에 넣는건 힘들다. 할 수는 있어도 효율이 틀리기 때문에 잠깐 마실 나가는 것에 그런 정성을 쏟을 일은 없었다.

애초에 로드도 아닌 주제에 행성 하나를 가볍게 기감의 범위 안에 넣고 다니는 최악이 이상한거다. '간섭'과 '감각'의 능력의 시너지로 가능한거라서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납득은 다른 문제다.

"그럼 뭐 부터 해볼까? 아, 돈부터 바꿔야 하나?"

누리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순금괴 하나를 꺼냈다.

그들이 현재 머물고 있던 황금성의 일부를 떼어서 만든 것이다. 물론 유토피아의 권능이 깃들어서 반영구적으로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우주가 멸망할 때까진.

단순히 금으로서의 가치도 높겠지만 거기에 깃든 힘 때문에 더욱 가치가 높다. 일반적인 금조차 왕수라는 화학물질에 녹는데 누리가 들고 있는 금은 그러지 않는다.

"어디서 바꾸는게 좋으려나. 동네 금은방 가면 또 나중에 다른 아저씨들이 고생할것 같은데 말이야"

"정부 쪽에 넘겨주려고?"

"그러는게 편하지 않을까? 돈 떼먹진 않을거고 우리 외견으로 이만한 금을 바꾸면 솔직히 여러가지로 위험하잖아?"

"글쎄, 위험하진 않을것 같은데"

미국이 치안이 좋다고 하지만 어린애 두명이 금괴 하나를 바꾼 돈을 들고 다니는데 안전하기는 힘들다. 한국이라도 소문나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는데 총기 소지가 가능한 국가인 미국은 오죽할까.

하지만 시엔느가 생각하는건 그게 아니다.

시엔느 자신이라면 보라색 눈동자만 좀 억지를 부르면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외모가 아름답기는 해도 외견은 어려서 귀여운 면도 있기에 시온마냥 인간이 아닌것 같은 수준의 외모는 아니다.

그러나 누리는 전혀 아니다. 그녀와 같은 흑발에 루리와 닮은 외모라 하더라도 허공에 둥둥 떠서 등 뒤에는 기이한 흑수정이 날개처럼 펼쳐져 있었다.

포스 유저라도 그런 모습은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미 할로윈은 진작에 지났다.

"그러고 돌아다니면 당연히 경계할 수 밖에 없지. 시엔느는 몰라도 너는 좀 이질적이지 않아? 일단 좀 땅에 내려와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을래?"

"이건 내 캐릭터성인데! 이걸 하지 말라고 하면 나보고 죽으라고 하는 말이랑 똑같아!!!!"

"음, 그러면 죽지 그래? 캐릭터성이 없는데 죽는거면 캐릭터성 밖에 없다는 소리잖아?"

"엌! 이건 뼛속까지 아프다!!!"

시엔느는 과거의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두가지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자각은 있지만 팬텀 앞에서는 보통 어린애 같은 인격으로 대화를 하고는 한다.

하지만 지배의 대마왕으로서의 인격은 독설을 잘하고 남의 위에서 군림하는 자의 것이다. 어린 외형에도 불구하고 괜히 대마왕으로 뽑힌게 아니다.

"일단 돌아다녀보자. 길 가다 보면 정부에서 누가 말은 걸겠지 뭐"

"아, 하긴 그렇겠네. 곧 간다고 했으니까 준비는 하고 있을거야. 미국이 얼마나 상황 파악이 빠른지 보자고"

골목길에서 나오자 활기가 가득한 뉴욕 도심이 그들을 반겼다. 마치 축제 분위기 같은 사람들의 인파와 분위기는 평소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미국은 현재 심판을 통과한 두번째 국가였다. 첫번째인 한국은 가장 처음으로 얼떨결에 통과해서 큰 감흥이 없었지만 대마왕의 심판을 보고 난 후에 한 통과이기 때문에 더욱 기뻤다.

비록 유죄가 하나 있었다고 하지만 그건 고쳐나가면 될 문제고 중요한건 통과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지금 미국인들은 정치적인 성향이나 인종에 대한 차이 없이 누구나 가리지 않고 거리로 뛰쳐나와 성조기를 들고 펄럭이고 있었다.

"이게 우리가 원하던거지"

"이런건 언제 봐도 좋단 말이야. 요즘은 보기 힘들어서 세상 팍팍한거 아닌가 싶었는데"

"솔직히 팍팍하긴 하지. 세상이 물질적인 것에 연연할수록 인간은 재물을 탐하는게 당연하고 이타적이기 보다는 이기주의적인 성향을 띄기 마련이니까. 아마 그런거에서 벗어나려면 인류가 전뇌화라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할껄"

"그런 사회 들어서면 뭉게버려야 하잖아"

"뭐야, 저번처럼 '자살해, 유서에 내 이름쓰고'같은 명령이라도 내리려고?"

"나쁘진 않은데 왜?"

"잊지 않겠습니다 용개 오빠......EE!!!!"

시엔느는 지배의 대마왕. 그런 그녀의 능력은 누리의 '자유'와 정반대되는 '지배'였다.

그렇기 때문에 시엔느는 자신의 격 아래의 존재에게 절대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최악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을 제한없이 죽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능력이란건 결국 인생과 감정의 결정체다. 그런데다 상반된 능력을 가진 두사람이 친한 것은 그만큼 두가지는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인데 찾아오는건 좀 늦을지도 모르겠네"

"시엔느가 보기에는 아니라고 생각해"

"머임? 왜 계속 태클거는 거임?"

"널 보고 말하라고, 널"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두사람은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단순히 외모라면 포스 유저라고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허공에 둥둥 떠서 부유하며 등에는 흑수정을 달고 다니는 누리를 보면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간다.

누군가는 웅성거리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는다. 축제 같은 분위기의 소란도 두사람의 존재감을 숨길 수 없었다.

"거기 두사람, 잠깐 괜찮겠나?"

"앗, 경찰 아조씨!!!!!"

"......경찰은 아니야"

미국의 마스터 유저, 썬더볼트 제이콥 볼드윈이 두사람과 만났다.

========== 작품 후기 ==========

현재 일본 상황 - 분쟁 금지만 아니면 진작에 내각 정치인들 목 썰려서 광장에 내걸고 국가 붕괴 됐음.

국내부터 씹창인데 죽을지도 모르는 자리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리 없죠. 고노 의원이 온건 일본 특유의 이지메 문화 비스무리한거였는데 이렇게 아작남.

근데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컨디션이 영 아니네요. 감기 걸린것 같음.

그래도 연재는 멈출 수 없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