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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대마왕-273화 (273/507)

최흉의 대마왕 27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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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가 개인 방송을 하는 동안 황금성에 있는 팬텀과 최악도 그 방송을 보게 되었다.

알고 있는게 당연했다. 사람을 심연에 처넣는 짓은 팬텀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고 유토피아의 동향은 그들로서 주의를 해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거 이 새끼 지랄 맞은걸 하고 있네"

"사회 또 개판 나겠는데"

"솔직히 피해는 그리 크진 않겠는데........"

"급변하는게 문제지. 언제나 충분한 시간과 경험을 들여서 바뀌어야 제대로 바뀌는 법이야"

한국은 저지른 죄에 비해 처벌이 미약하다. 공소시효도 있어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전부 꽝이다.

물론 경찰이 있지만.......치안률에 비해 경찰의 신뢰도가 바닥을 기는데 국민이 뭘 믿을 수 있을까? 결국에는 법부터 뜯어고치고 범죄자들을 엄중히 다뤄야 고쳐질 문제다.

"어차피 우리한테 사형제의 찬성이던 반대던 별 문제 없는거잖아. 그걸 올바르게 행하고 있냐가 문제지"

"그렇긴 한데 이런식으로 개입해서 바꾸는게 맘에 안드는거야"

유토피아가 하려는 짓은 극악한 범죄자 등을 처분하면서 국민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것에 있었다. 사형제의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국민이 납득하고 넘어갈 그런 개헌을 바라는 것이다.

경찰이던 검찰이던, 전부 한통속으로 해쳐먹고 있는 마당에 보통은 바뀌기 어렵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대마왕이 강림하고 보다 발전을 해야할 목표가 생겼을 때 말이다.

미국도 지금의 흐름을 타고 의료 서비스 문제를 고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또한 변하지 않는다면 흐름에 휘말릴 뿐이다.

"술 마셨다고 감형. 같은 검사라고 감형. 이런식으로 하면 불만은 없어 보이지만 점점 쌓여가지. 한국은 그게 폭발할 때가 온거야"

"간만에 광화문 광장 시위라도 보나"

"좋은거니까 넘어가자고. 그리고 우리들은 슬슬 손님이나 대접하자"

"아, 슬슬 오네"

두두두두!!!

저번의 미국의 대사들이 왔을 때처럼 헬기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번 헬기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왔다는 점이 달랐다.

조금 늦은것 같지만 애초에 미국이 발이 빠르고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랬을 뿐이다. 현재 일본의 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빠른 대처였다.

그 대처를 후쿠시마에 쏟았으면 지금과 같은 일이 생기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대화는 할거냐?"

"하는거 봐서"

"일단 만나는 본단 소리네"

미국처럼 당시에는 심판을 진행하지 않았거나 혹은 심판이 끝난 국가라면 몰라도 심판을 보류중인 국가는 보통 만나지 않는다는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하지만 팬텀은 만나는 보기로 했다. 다만 그들의 태도를 파악한 후에 말이다.

"그 뭐더라, 충무공께서 '왜는 간사하기 짝이 없어 신의를 지켰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없다'라고 하셨던것 같은데"

"거 판타지 태생이 충무공 소리 하니까 좀 이상하다"

"내가 못해도 3분지 1은 한국인이야"

"흑발인거 빼면 동양인인 모습은 하나도 없는데"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으면 그쯤은 한국인이지. 내가 겪은 일 소설로 쓰면 줄여도 8권 세트로 나오겠다 새꺄"

"아무튼 마중은 내가 나갈까. 시온이 나가기에는 아는 얼굴도 있을것 같아서 말이지"

"아는 얼굴? 아, 좀 강한 기척이 있는데 걔 말하는거냐?"

그들은 둘 다 '감각'능력 보유자다. 그렇기 때문에 수 킬로미터 바깥에서 날아오는 헬기에 타고 있는 사람의 기척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최악도 이 행성을 범위 안에 넣을 수 있는데 그 이상인 팬텀은 가볍게 쳐줘도 태양계 단위다.

"걔는 길현이랑 인연 있는 쪽이야. 그 왜 슈텐 있잖아"

"아, 걔는 나도 알지. 예전에 한잔 같이 마신적 있는데 괜찮은 녀석이더라고. 윤회 트리 들어갔다고 해서 좀 아쉬웠는데 여기서 환생했나"

"일본은 안전 대비하려고 같이 온걸텐데 땡잡았네"

그들이 감정에 심판을 결정하진 않지만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건 별개의 일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의 인간을 데려온다면 만나봐 줄 용의는 있었다.

"용하연도 그렇고, 슈텐도 그렇고. 이 지구는 관리자가 그런쪽으로 모아서 그런가 꽤나 인연있는 환생자가 많은데"

"루리까지 합치면 세명이네. 이거 우연치고 확률이 너무 높은데. 복권이나 하나 사볼껄 그랬나?"

"세명까지 나왔으면 네명째도 나올법한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그래봤자 별 의미 없잖아"

"전생 인연에는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는거냐"

"나는 환생자니까 그래. 아니였으면 막 전생에 내 손자 보러 다니고 그러지 않았겠냐? 존나 빡시겠네"

"그렇긴 하겠네. 누리도 남자 사귀면 증손주 볼 때 쯤에는 떠나니까 정은 적당히 끊는게 좋겠구만"

"댁도 신경쓰는게 좋아"

"우리집은 아직 손주도 못봤어"

상대에게 나름 우호적인 부분이 있다면 시온이 마중나가서 나름 준비할 시간을 주겠지만 상대는 이미 판결이 끝나서 심판만 남은 일본이다.

그들이 말을 해올 것은 안봐도 뻔한 일이다. 일본의 심판을 거두어달라고 하거나 그런 이야기 뿐이겠지.

하지만 이미 내린 판결을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적어도 여태까지의 판결로서는 그렇다. 판결을 거둔다면 그들이 틀린것이 되니까 애초에 여태까지 심판한 모든 문명도 다시금 재고해야만 한다.

"슬슬 나가볼건데. 어떻게 할거야?"

"글쎄다. 이번 경우는 특수해서 판단하기가 영 그렇네. 판결을 거둘 수도 없고, 그러면 심판 밖에 답이 없지"

유일한 방법이 한가지 있다. 하지만 그건 조건이 맞아야 떨어지는 수단이다.

최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본에서 온 대사들을 마중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면 적당히 가지고 놀아주는거다, 알있지?"

"거 시발 누가 들으면 내가 너처럼 성격 나쁜줄 알겠다"

"어차피 멸망할거 반성하다 멸망하는게 낫지 않겠어? 자포자기하고 깽판 치는 것보단 괜찮을것 같은데"

"그러긴 하지"

팬텀이 수긍했다. 허락이 떨어졌단 소리다.

최악은 씨익 웃었다.

*

*

*

*

일본에서 온 헬기는 마찬가지로 이전에 미국의 대사가 착률했던 텅 빈 공터에 착륙했다.

하지만 그런 공터 마저도 순금으로 이루어진 광경은 지극히 아름답고 인간의 손으로 만들 수 없는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건......정말로 순금인가?"

대마왕들이 당분간 머물기 위해 만든 성은 결코 작지 않다. 만약 도금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거기에 들어가는 금의 양은 톤 단위에 버금갈 정도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성은 전부 순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건물 앞에서 자연적으로 그들은 겸손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건 얼마나 하려나?"

그리고 그들과 동행한 슈텐, 본명은 히에이 히비키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라면 수도권 방위에 힘쓰고 있어야 하지만 사안이 사안이라서 그도 일본 대사 일행에 참석하게 되었다. 물론 마스터 유저 수준으로 그들 중 한명도 막을 수 없는걸 알고 있지만 명목상이라도 필요했다.

죽을지도 모르는 길에 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표격인 고노 의원은 한국에서의 최악의 화를 돋운 대가로서 이 자리에 반강제로 참석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얼만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지구 금값 씹창 낼 정도로 비싼건 당연하겠지"

"오랜만이군"

"........!"

"허억?!"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최악이 날아왔다. 포스 유저라면 간단한 일이지만 대마왕 중에서 한명인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는게 중요했다.

미국에서의 이야기로는 시온이 마중나왔다고 들었는데 예상외의 상황에 몇몇이 당황했다. 하지만 두사람은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어쩐일이냐?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고"

"일이지 뭐, 어쩌겠어? 그런데 누추한 곳이라니?"

"금 따위로 만든 성이면 누추한거지 뭐. 우주에 널려있는게 금 같은 귀금속인데 오죽하겠냐? 우주에서는 물이나 단백질 같은게 더 귀해"

"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서로의 시야가 다르다. 애초에 최악은 돈도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 편이라서 물욕이 별로 없다.

"일단 들어와라. 어차피 지금 성에 남아 있는건 나랑 팬텀 밖에 없어서 오히려 이야기 하긴 편할테니까"

"저, 저......."

이 일행의 대표는 어디까지나 고노 의원이였다. 히비키는 경호원으로서 온 것이기에 대화를 하려면 고노 의원이 해야했다.

하지만 최악은 슬쩍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는 애초에 청문회장에서 최악에게 시비를 걸고 넘어졌던 사람이다.

순순히 잡혀왔다고 호구 봉으로 보는 새끼를 좋은 시선으로 봐줄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상대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왜? 날 만만하게 본 놈에게까지 해줄 존중은 없는데?"

"........아닙니다"

최악이 청문회장까지 잡혀가준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존중이 없다면 유토피아처럼 그들의 법을 무시하고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일본을 멸망시키지 않는것만 하더라도 그들은 감지덕지해야 한다.

만약 그들 일행에 히비키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대화조차 할 수 있었을까? 그건 장담하지 못할 일이였다.

이윽고 최악은 그들을 데리고 성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들도 미국 대사들처럼 성 안의 화려한 장식을 보고는 탄성을 금치 못했다.

간간히 보이는 정원의 순금으로 만들어진 꽃 조차도 실용적으로 본다면 쓸모없어 보이긴 하지만 예술적으로 본다면 어느것 하나 예술작품이 아닌게 없었다.

"팬텀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들어가서 이야기나 하자고"

"팬텀? 아, 그......."

"그래, 그 존나 큰 거인 같은거 있잖아. 아, 그건 폼 잡을 때의 모습이니까 지난번처럼 정신나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팬텀은 평소에 보여주는 가벼운 모습이 진짜 본래의 성격이다. 그가 초월자에 들어선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

다만 대마왕으로서 일을 할 때는 나름의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거인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그것 덕분에 대마왕 중에서는 가장 시각적 효과가 좋다. 보기만 하더라도 정신이 나가버리는 거인 앞에서 허튼짓 같은걸 할 수 있을리 없으니까.

"........"

"......뭐 다른걸 물어보지는 않나?"

"야, 이 상황에서 내가 물어볼게 있을것 같냐, 아니면 네가 더 물어볼게 있을것 같냐?"

"하긴 그렇군"

"니들이 왜 왔는지 확신하고 있으니까. 솔직히 별로 의미없으니까 포기하라고 하고 싶은데"

"포기할 수 있을것 같나?"

"내가 너의 입장이라면 그렇지 않겠지"

최악과 히비키의 대화에 고노 의원을 비롯한 다른 일본 대사들은 끼어들지 못했다.

일단 대표인 고노 의원부터 반강제로 온 상황이고 그조차 침묵을 유지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뭔가 물어볼 수 있을리 없다.

애초에 지금 최악과 히비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조차 대마왕과 인간으로서의 대화가 아니라 최악과 히비키라는 인연이 있는 상대와의 대화에 가깝다.

"여기야"

그리고 그들은 왕좌가 있는 홀에 들어섰다. 유토피아를 비롯한 시엔느와 누리는 외출중이고 최악은 그들을 마중나간터라 왕좌에 앉아있는건 오로지 팬텀 뿐이였다.

"그래, 왔냐? 일단 편히 앉아"

그는 일본 대사 일행들을 유심히 보면서 홀 한구석에 있던 의자 몇개를 염동력으로 가져와 놓았다.

의자조차도 순금으로 이루어진 모습이 심히 욕망을 자극한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그 욕망 따위를 넘어선 뭔가를 앞에 두고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리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할지는 대충 알겠지만, 그래도 한번 들어보자고. 그래, 왜 왔냐?"

최악이 왕좌에 앉고, 팬텀은 히비키를 보면서 물었다.

"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경호원으로서 온거지 한 국가의 대표로서 교섭을 할 수 있을리 없었다.

그는 고개를 젓고 뒤로 물러나 고노 의원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팬텀도 그 일행의 대표가 그가 아니라 고노 의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만, 저놈이 대표라고?"

대놓고 놈이라고 하고 있지만 거기에 불만을 표시할 수 있을리 없다.

고노 의원은 덜덜 떨리는 손발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면서 준비한 대사를 읉었다.

"저, 저희는 일본의 대사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교섭을 하기 위해......."

"니들 지금 나 무시하냐?"

"예?!"

팬텀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고노 의원이 화들짝 놀라 안색이 새하얘졌다.

"어떻게 저딴 새끼를 대표로 내새우고 이야기를 하려고 해? 넌 심연행이다"

꿀럭.

고노 의원의 발 밑에서 불길한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그에게 원한이 있는 사념들이 요동치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초월자도 아닌 인간이 국가를 다스리는데 거기에 더러운 일이 관련되지 않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능력 자체가 부족하니까요.

팬텀도 그걸 아니까 그런 부류의 인간에게는 적어도 위선자까지는 봐줍니다.

'나는 국가를 위해서 사람을 죽였다'같은 변명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조금 심기불편하기는 해도 크게 신경은 안씁니다. 미국 대사 쪽도 그래서 넘어감.

근데 개인 사욕으로 사람 죽였으면 얄짤 없음. 그 왜 자살 당함 같은거.

선인 까지는 안바라고 위선자만 데려와도 괜찮은데 명백하게 악인을 데려오면 빡칠만도 하죠.

게다가 팬텀이 보는건 윤리와 도덕인데 말이예요. 솔직히 빡칠만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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