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흉의 대마왕 27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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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진정시키고 그동안의 사정을 들은 백리는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미 심판은 한차례 끝났고 북한은 쓸려나갔으며 한국과 미국은 살아남은 대신에 일본은 아직도 위기라고 한다.
더군다나 그 대마왕 중에 두사람이 지금 한 병실에 그의 눈 앞에 있었다. 아니, 그래도 그런것 보다는.......
"루리루리!!!!"
"누리누리!!!!"
""크로스!!!""
"아, 우리 할아버지 맙소사. 아니, 이 경우에는 혼돈의 절대자 아저씨 맙소사라고 해야하나?"
"그 사람은 또 누구야......."
지금 그보다는 눈 앞의 당장의 혼돈이 심각했다.
루리 하나만 하더라도 혼돈이 가득했는데 누리까지 추가되어서 무력으로도 완벽하니 문제가 많다.
"그래도 혼수상태에서 회복시켜준건 고마워"
"안그랬으면 천년만년 그러고 있었을껄? 그리고 공짜도 아니고"
"어? 뭔가 대가 같은게........"
"루리 처녀 받기로 했음"
"아, 첫경험이 레즈 섹스라니.......개좋아!!!!"
"뭐?!?!?!"
"농담임"
"엌, 울 오빠 놀려먹는 맛이 아주 그냥 존맛탱이네"
"뭐, 레즈 섹스 안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시엔느는 그런 두사람을 보면서 백리에게 격려의 말을 건냈다.
"고생이겠네"
"아, 아뇨 별거 아, 음? 말을 어떻게 해야하나......."
"편하게 해. 나이로 보면 내가 훨씬 위지만 솔직히 이 정도쯤 되면 나이 많다고 존댓말 듣는게 별로 안좋거든"
"앗, 저년 지금 1인칭으로 말했어. 본성 나온다"
"이런 수준으로 우리한테 덤벼들었다니까 좀 잘 대해주려는거야"
신비로운 보라색 눈동자가 백리를 직시했다. 겉모습은 누리와 비슷한 중학생 정도지만 거기에 담긴 힘과 격은 지금의 백리로서 올려다보기 빠듯한 수준이였다.
본능적으로 백리는 알아차렸다. 그 눈은 위에 서는 자의 것. 대통령 같은 국민의 손으로 뽑는 사람이 아니라 위에서 군림하는 사람의 눈이였다.
"솔직히 반은 생각없이 했어도 나머지 반은 두려움이거든? 그런데 우리한테 덤비려고 했던것 자체가 애초에 그런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단 증거야. 심성이 곧은 사람을 싫어할 이유는 없지?"
"어, 음.......칭찬해주니까 고맙긴 한데"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별개.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바로 코 앞에 있는걸 하려고 할 때가 한계를 넘을 타이밍이지만. 오빠가 한건 그냥 무모하다 못해 만용의 결과야. 알았지?"
".......겉보기에 중학생 수준인 사람한테 그런 이야기 들으니까 좀 그런데"
"오빠는 뇌가 중학생 수준이잖아. 아, 맞다. 꼬추도 그랬지"
"야!!!!!!"
백리가 병실이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자고로 남자는 게임과 거기 크기로 시비를 걸면 빡치는 법이다.
설령 여동생이라도, 아니 여동생이니까 더 화가 난다!
"뭐야, 따먹으려고 그랬는데 꼬추 작음?"
"농담이야. 울 오빠 거기 20센치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현관합체 해봄?"
"딸치는거 난입해서 봤음"
"아무튼 한국인 치고는 대물이네!"
"으아아아아아아!!!!!"
루리와 누리가 있으니 혼돈은 두배로다.
백리의 멘탈 수치가 떨어지는 속도도 두배로 떨어지고 있었다. 가뜩이나 혼수상태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혼수 상태에 빠질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님 나중에 나랑 떡칠래요? 여동생 생각나는거면 나는 다른 사람이라서 피도 안섞였으니까 괜찮은데!"
"........싫다고 거절하면 억지로 하려는건 아니지?"
"에이, 그러면 내가 덮치면 강간이 되서 안돼. 자유의 대마왕인 내가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건 안되지"
"생각외로 정상적이네......."
"야, 근데 갓-루리루리는 억지로 따먹잖아"
"아, 그년은 예외야"
"역시 비정상적이였어!!!!"
루리와 누리는 백리의 멘탈이 와장창 박살나는 모습을 보고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아, 너무너무 무섭다!
"아무튼 슬슬 우린 가봐야겠다. 배고프니까 밥도 먹어야 하고 돈도 바꿔야 하니까. 음.......금 값은 한국보다 미국 쪽에서 잘 쳐주겠지?"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까?"
"그럼 이만!!! 누리는 쿨하게 구르면서 사라져주도록 하지!!!!"
쩌저적!!!
차원이 갈라지면서 두사람은 왔을 때처럼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두사람 모두 초월자이기 때문에 이 행성 내라면 얼마든지 차원을 갈라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병실에는 루리와 백리 두사람만 남았다.
"폭풍같은 시간이였네......."
"그래도 누리가 있어서 다행이야. 쟤 아니였으면 오빠 죽었어. 알지?"
"........응"
아무것도 못하고 죽는 고통과 무력감은 백리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상대는 너무나 거대하고 강하다. 지금의 백리가 지구 인구 수 만큼 있다 하더라도 그들 중 한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백리의 대마왕에 대한 공포가 영혼까지 새겨졌다.
"대마왕은 어떻게 보면 공무원이야. 원래 사적으로 친하다고 해서 중요한 일 하는데 이득 보여주고 그러는거 아니잖아? 최악 아저씨나 팬텀 아저씨는 오빠랑 인연 있었어도 방관하거나 직접 죽이려고 했어. 그렇게 보니까 얼마나 무서운 일에 끼어들었는지 알겠지?"
"........응"
"시엔느의 말 잘 새겨들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고. 그 다음에 코 앞에 있는 일을 뛰어넘어서 한계를 극복해. 그러다가 눈 앞에 그들이 보이면 오빠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거야"
백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강철이라도 악력으로 단숨에 우그러트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그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알았어"
백리는 나직하게 대답했다.
*
*
*
*
유토피아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잠심 타워의 가장 꼭대기에서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타워의 높이와 맑은 날씨, 거기에 유토피아의 시력까지 합쳐지자 서울 전경이 다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인간이 만든 문명의 결실이 사방에 널려 있지만 유토피아는 그리 감흥이 없었다. 그런것보다 지금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방대한 양의 정보의 홍수가 더욱 많고 광활했기 때문이다.
"뭐, 여기도 거기서 거기네요"
지구라는 행성은 한개가 아니다. 차원 한두개 넘어가면 있는 흔한 행성이다.
창조의 절대자가 귀찮았는지 아니면 특이점으로 만들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문명과 시대가 달라도 지구라는 행성은 종종 볼 수 있었다.
유토피아도 마찬가지다. 그의 과거에는 그와 친구가 되었던 한국인이 있었다.
오래전 이야기라서 지금의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유토피아는 지금도 그 시절의 기억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처음의, 그에게 마음이란건 만들어지게 해준 친구 정도는 아니지만 그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친했던 친구다.
안타깝게도 같이 지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저희들의 심판은 결국 큰 문제만 없으면 통과할 수 있죠. 그렇지만 통과했다고 작은 문제가 없는건 아니잖아요?"
그의 말대로다.
한국은 세명의 심판을 통과했다. 하지만 그들의 허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낫다.
생명을 중시하고 자유를 보장하며 국민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국가라면 어지간해서는 무죄를 선고받는다.
일본의 경우에는 전범국임에도 깊게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감점 요인이 되어서 심판을 받게 되는거지만.......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부패한 기업과 정치가, 허술한 법, 거기서 생기는 피해자들.
"그러니까 꽤 재미있겠네요"
유토피아에게 정의감 같은게 있는건 아니다.
대마왕도 양심이란게 남아 있지만 그게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나마 최악 정도가 길가에서 시비 걸리면 경찰을 부르는 나름 정상적인 수준의 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팬텀이라면 그대로 아구창이 날아간다.
그들 정도가 그런 수준인데 최악의 대마왕이란 이명을 가지고 있는 유토피아는 오죽할까?
하논은 본디 감정이란게 없는 종족이다. 태고적부터 살아온 유토피아도 간신히 마음이란걸 불완전하게나마 깨달은 수준이고 시온도 전생이 인간이여서 가능했다.
애초에 인간도 아니였고 정상적인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유일하게 그가 마음을 가지게 도와준 친구는 그것이 완성되기도 전에 인간의 전쟁으로 죽었으니까.
"준비부터 시작할까요?"
유토피아는 염동력으로 사방의 버려진 전자기기들을 모았다. 핸드폰, 전자레인지, 냉장고, 노트북.......전부 쓰임을 다해 버려지거나 새것이 생겨 쓸모가 없어 버린 것들이다.
그는 그 물건들 자체가 아니라 재료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윽고 모인 전자제품들은 킬로 단위를 넘어서 톤 단위에 들어섰다.
"문명 수준이 낮아서 써먹기도 귀찮네요. 처음부터 개조를 해야하잖아요?"
하논으로 치면 제일 어리고 막내인 시온조차도 지금의 지구 문명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호라이즌을 몰고 다닐다.
하물며 그 정점인 유토피아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으로는 지구가 수만년 수준은 발전해야 실현 가능한 기술도 가지고 있다.
쿠구구구구!!!
전자제품들이 하나하나 분해된다. 처음은 재료별로, 그리고 이후에는 허공에서 녹아 분해되며 금속별로 분해되었다.
어떤 것은 압축되고 어떤 것은 다시금 형태를 띄고 조립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점점 정교해지고 하나로 뭉쳐진다. 남는 재료는 그대로 분자 레벨로 분해하여 흩뿌리고 남은 것은 손바닥 두세개를 합친 크기의 액정이였다.
"문명 수준이 낮아서 만들 수 있는건 이게 한계네요.......뭐, 어차피 대부분의 연산 리소스는 제가 처리할거니까 딱히 문제 없지만요"
물리법칙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하논에게 있어서 전자제품은 장신구에 지나지 않는다. 시온조차도 슈퍼컴퓨터를 가볍게 뛰어넘는 연산 능력을 보여주는데 유토피아는 그런 시온조차 비교가 안된다.
이윽고 액정에 전원이 들어온다. 아니, 액정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홀로그램화 된 패널에 가까웠다.
유토피아는 기본적인 프로그램 몇개만 설정한 후에 인터넷을 연결했다. 수많은 정보가 그 컴퓨터로 흘러들어온다.
"슬슬 시작해볼까요?"
인터넷에 연결된 패널 컴퓨터의 카메라 기능을 활성화 하고 염동력으로 허공에 띄웠다. 일정거리를 두자 화면에는 유토피아의 얼굴에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사진이 아니다, 고작 사진 따위를 찍으려고 그 고생을 하지 않았다.
"챠오! 지구인 여러분! BJ 스트리머 유토피아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요?"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화면 옆에는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명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들어온다.
그럴 이유가 없을것 같지만 썸네일로 해둔 유토피아의 외모 덕분일 가능성이 높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금발의 미소년이기 때문에 남자던 여자던 가리지 않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머임? 대체 머임?]
[아니 갑자기 추천 영상으로 떠서 와봤는데 뭐임?]
[근데 BJ 와꾸는 좋네]
[남자 아님?]
[그게 더 좋은건데. 근데 왜 BJ라고 하냐? 스트리머 아님?]
[........? 뭔소리 함? BJ니까 BJ라고 하지. 여기가 뭐 트위치냐?]
[트위치 맞잖아]
[......?]
"이래저래 소란스러우신 분들이 많은데. BJ던 스트리머던 둘 다 맞아요. 인터넷 방송 채널에는 전부 연결되게 했거든요. 채팅창도 공용이지만 렉 걱정 없이 보실 수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머임?!]
[뭔 소리 하는거냐? BJ 미침?]
"아아, 그러면 다시 소개할까요?"
유토피아는 싱긋 웃으면서 다시금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다섯명의 대마왕 중에서 최악의 대마왕을 담당하고 있는 유토피아 레이하논이라고 합니다. 예, 저번에 직접 북한을 멸망시킨 그 사람 맞아요"
[님 그런 구라 치다가 뒤져요ㅗㅗ]
"네, 서울 금천구 한림 아파트 105동 102호 사시는 이경우님. 사회적 밴 당하시기 싫으면 적당히 해주세요"
[엌ㅋㅋㅋㅋBJ 말빨 봐. 누가 들으면 진짜인줄 알겠넼ㅋㅋㅋㅋ]
[...................어? 씨발?]
[??? 뭐야, 진짜임? 아, 진짜 구라치지 말고!!!!]
"네, 진짜 맞아요 지금 광화문역 인근에서 핸드폰으로 방송 보고 계시는 진영훈씨"
[?@#?!]
유토피아에게 있어서 상대방의 신상을 파악하는건 어렵지 않다. 조금이라도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전자기기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험준한 산에라도 들어가는게 좋다. 그나마도 몇초 정도로 시간을 끌 뿐이지만 말이다.
"일단 지금 제가 서 있는 곳 부터 보여드릴까요? 여기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높다는 잠실 타워 꼭대기인데요"
카메라의 각도를 조금 틀자 저 아래의 경치가 보인다. 구름만 보이다가 그 아래의 모습이 보이자 그들도 그제서야 조금씩 믿는 눈치였다.
[진짜임? 진짜 그 대마왕이 인터넷 방송이나 한다고?]
[조작이나 합성 아님? 그리고 신상 터는건 불법 아닌가?]
[그래도 진짜면 개쩌는거 아닌가?]
"흐음, 이래도 안믿으시는 분이 많네요. 예전에 했던것 처럼 달이라도 파괴시켜서 설득력을 높이는 수 밖에 없나봐요?"
[........제가 도네 쏠테니까 하지 말아주세요]
[달 날아가면 아주 좆되는거임. 그걸로 영화 하나 있던것 같은데]
[그거 존나 오래된 영화 아님? 척추 스세요?]
"아무튼 오늘이 첫 방송이거든요. 그러니까 화끈하게 가도록 하죠"
[멀로 방송함? 게임? 먹방?]
유토피아는 웃었다. 객관적으로는 아름다운 미소년의 넋을 놓을법한 그런 미소였지만 시청자들은 어쩐지 소름이 돋는 듯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가볍게 말했다.
"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일을 해볼꺼예요. 정말 재미있겠죠?"
========== 작품 후기 ==========
인터넷 방송을 하는 대마왕이 있다? 뿌슝빠슝!
그런데 유토피아가 챠오! 하고 인사하면 뭔가 배스트 매치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감정을 깨달은 외계인.....나쁜짓 다함.....블랙홀 씀......앗, 이거 어디선가!
근데 유토피아가 상대면 지니어스나 크로즈빌드가 아니라 오마지오를 불러와야 할 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