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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9화 〉[대마왕 강림] (269/507)



〈 269화 〉[대마왕 강림]

심판이 끝나자 제이슨 요원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난데없이 미국을 심판이 시작됐지만 그게 좋은 결과를 맞이해서 다행이였다. 그러지 않았다면 미국의 생존자들은 그들 밖에 남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팬텀은 다시금 원래의 인간형 형태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제이슨 요원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그 모습이 원래 모습이신겁니까. 아니면........"

긴장이 풀려서 마음속의 의문을 그대로 내뱉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했지만 팬텀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지금이 본체지. 그 모습은 힘  때의 모습이고. 태어날 때부터 이 몸이였는데 이게 정상이야"

"여러분이라도........"

인간처럼 생식으로 태어난단 말입니까?

저런 존재들이 태어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제이슨 요원이 말을 하다가 삼켰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뭘 물어보는건지 이미 대강 파악한 그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라고 뭐 무에서 유로 태어난줄 아냐"

"전 그런거 맞는데요. 창조의 절대자가 직접 창조한 1번 하논이라서요"

"아, 맞다. 이 새낀 울 아빠 직할이지"

"그래도 유토피아 오빠 빼면  부모님 있잖아"

"누구는 엄마만 넷이야"

"야!!! 그렇게 따지면 너도 엄마만 수십명이라고 이야기 했지!!!!"

"응, 느그 아빠 하렘 차림~"

"뒷마당으로 따라나와  새끼야!!!!!!"

으르렁거리면서 싸움을 벌이려는 기색이 역력하자 제이슨을 비롯한 미국의 대사 일행들은 굳어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덜덜 떨었다.

가볍게 투기를 끓어올린 것으로 그 자리에 있는 대마왕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행동불능 상태가 된다는 소리다. 단순한 감정 변화에 따른 반응이 너무 크다.

"에이참, 아빠도 이런건 매너 해줘야지"

시엔느가 손짓하자 그들을 얽매던 투기가 사라진다. 그동안 막혀 있던 숨을 토해내느라 그들은 헉헉거렸으나 이윽고 다시 제정신을 찾았다.

마치 자신의 심장을 잡고 쥐어 짜는듯한 느낌에서 현실로 돌아온 제이슨 요원은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상식을 넘어선 존재란 것을 다시금 마음속 깊이 각인되었다.

".......아, 미안. 주변에는 이런 투기로는 별로 신경 안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둘째 형수님은 아니잖아"

"일리엘 앞에서는 나도 자중 하지"

"근데 요즘 둘째 형수님은 뭐해? 마왕도 아니라서 따로 해야할건 없을텐데"

"막내네 어머니 댁 가서 종종 일손 돕고 있어. 지금은 엘프라서 그런지 그런거 좋아하더라"

"네이처 가든? 거긴 루-베아나들 있잖아?"

"걔들은 수는 많은데 세밀한건 잘 못해서 그렇지 뭐. 아, 이번에 일리엘이 만든 포도주 있는데 한잔 하쉴?"

"올, 술은 거절할 수 없지!"

일이 끝나면 어느 직장인이던 풀리기 마련이다. 그게 긴장이던 성격이던.

그들도 마찬가지다. 심판 할 때는 진지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벼운게 본래 성격이였다.

"그래서 아저씨들은 어떻게 할거야? 여기서 머무르다 갈거야, 아니면 지금 바로 갈거야?"

"아, 저희는 바로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세를 지는 것도 폐를 끼치는것 같으니 바로 돌아가서 할 일을 해야겠지요"

"그래? 그럼 시엔느도 나중에 놀러가야지!"

"......네?"

"원래 심판 끝난 뒤에는 놀아도 되는데 여기는 국가 단위로 하니까 이미 심판 끝난 국가 아니면 가서 놀기 힘들거든. 그런데 지금은 한국이랑 미국 밖에 안끝났으니까 솔직히 양자택일이잖아?"

"그건......."

나중에 심판할 국가인데 가서 노는 것과 이미 심판이 끝난 국가에서 노는건 다르다.

둘다 이래저래 간섭하면서 손바닥 비비는 사람이 마중나올 여지가 강하지만 적어도 후자는 이미 일 한 뒤라서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오히려 편하다.

"나나 누리도 재미있는건 좋아하거든. 가서 구경할거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럴거야"

"아, 가기 전에 잠깐 한국에 들러서 여기 루리 좀 보고 갈께"

"그래?"

대마왕 두명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리에 제이슨 요원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온다고 하면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면 착실하게 안내해주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심판은 끝났다. 여론도 대마왕에게 두려워 하더라도 그것은 경외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지 적대적으로 대하진 않을 것이다.

"근데 얘들아, 돈은 있니?"

"앗, 여기 돈은 없는데"

"그거라면 제가 따로 하죠 뭐. 여기 지구 기업들 더러운 돈 같은거를 전부 빼돌려서........"

"야, 그래봤자 더러운 돈이잖아. 그런거 쓰면 찜찜하니까 그냥 이 성 만들고 남은거 한조각이나 떼어줘. 순금 100퍼센트라서 가격이 엄청나겠다"

"금 값보다  자체에 값어치가 있는거 아니야?"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들이 있는 황금성을 이루는 금은 물리법칙을 뛰어넘어 순수한 금으로 이루어진 순도 100퍼센트짜리 순금이다.

단지 금으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는 유토피아의 권능이 담긴 성질을 생각하면 그들에게는 금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

영구불멸, 인간의 오랜 숙업인만큼 그 성질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으면 불로불사는 꿈은 아니였다.

물론 그건 그걸 분석해서 그 힘을 사용 가능할 때의 이야기지만.

"선물 사올께~, 근데 뭐 사오면 좋을까?"

"음, 아빠랑 최악 아저씨는 먹을거 좋아하니까. 시카고 피자?"

"존나 큰 치즈! 맛도 존나 맛있겠지!!!! 건강 조까! 나는 존나 쩌는 치즈 피자를 먹는다고!!!!"

애들 두명은 그대로 왕좌 홀 바깥으로 나갔다. 그녀들은 우선 한국에 들렀다가 미국으로 갈 생각이다.

이윽고 유토피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너도 나가게?"

"네, 한국에 잠깐 들러보려고요"

"애들 돌보려고?"

"아뇨, 개인적인 볼일이요"

".......이상한짓 하지 마라?"

"에이, 저도 나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고요. 거기에 개인적인 용건 조금 섞을 뿐이죠"

"뭘 하려고?"

"정의구현이요"

"아니, 시발 거기서 대놓고?! 애초에 너랑 정의구현은 멀었는데 왜 하필 한국에?"

"한국에는 여러가지로 정이 많아서요. 예전에 있던 친구도 한국인이였고"

"너 친구 있었음? 우리도 친구라고 부르기 뭐한 판에?"

"에이, 저도 친구는 있었어요"

이야기 하는게 과거형인게 무섭다.

생각해보면 누리와 시엔느도 한국에 들렀다가 미국으로  생각이니까 유토피아까지 합치면 세명의 대마왕이 한국에 방문하는 격이다.

뭐지? 지옥인가?

 *  *  *


드레이프 대통령이 TV에 나오고 있었다. 영어로 말하지만 자막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연설문을 이해하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여러분! 저희 인류는 큰 위기를 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위기가 마냥 파괴만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미국은 그 위기를 견뎌냈고 이윽고 새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생길 일들은 많으나 우리들은 더욱 발전해나가야 합니다! 미래의 우리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미국을 더 위대하게!!!!]

[드레이프! 드레이프!!!!]

[미국이여 영원하라!!!!]

[와아아아아아!!!!!]

[미국을 더 위대하게!!!!]

드레이프 대통령은 대마왕의 심판으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지지율로 바꾸었다.

덕분에 문제는 알고 있었으나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던 미국 내부의 의료 서비스 문제에 관련된 법안에 대한 입법이 빠르게 통과되는 중이다.

반발은 없었다. 대마왕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너네 의료비용 비싸다'소리를 들어서 유죄까지 먹었는데 훗날 다시금 심판을 받을  걸릴 건수를 미리 없에자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멸망시키려는 족속으로 생각될 판이기 때문이다.

이미 흐름은 바뀌었기에 할  없이 법안에 찬성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의 한 병실에서 그 뉴스를 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뭐지? 감정을 지지율로 바꾸는 힘인가? 타이밍 오지네"

루리는 비싼 VIP 병실에 누워 있는 백리 옆에서 사과를 깍아주고 있었다.

백리는 현재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혼수상태 환자마냥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서 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옆에는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기계가 규칙적으로 파장을 그리고 있었다.

쩌적!!!

그리고 그들의 병실로 누군가가 난입했다. 차원이 갈라지면서 거기서 두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능하제옇 살법!!!!"

"안능하제옇 살법 받아치기!!!!"

"크으으으, 역시 내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은 같은 단말들 밖에 없군"

"갓-루리루리는?"

"아, 그년 오기 전에 따먹고 옴"

"렌즈생수다!!!"

루리와 누리. 서로 갓-루리루리의 단말과 그 단말 출신 대마왕답게 성격은 비슷하고 잘 어울렸다.

개드립으로 인사하는데 개드립으로 잘 받아치는 수준을 보면 찰떡궁합이다. 아, 둘다 여자지만.

"안녕! 시엔느도 왔어!!!"

"으아아아! 자기 이름을 3인칭으로 말하는 이중인격 미친년이다!"

"얘가 확실히 1인칭 쓸 때는 존나 무서워. 솔직히 빡친 최악 아저씨 정도로"

"외강내강 오졌다!!!!"

"줄여서 강강!!!"

"발음에 주의하세요!!!"

시엔느는 모르지만 누리는 슬쩍 혼수 상태에 빠져 있는 백리를 보았다.

첫 심판 뒤로 팬텀에게 죽을뻔 하다가 누리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그 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하듯이 백리와 팬텀 사이에는 크나큰 격차가 있었고 그걸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팬텀이 대충 날린 살의라도 백리 수준에는 치명상이다. 평범한 마스터 유저 수준이였다면 진작에 죽었어도 이상하진 않다.

"저기, 너네 오빠 혼수 상태인것 같은데 사과는 누구 주려고 깍고 있었던거야?"

"당근빠따 내가 먹는거지. 유동식 밖에 못먹는 울 오빠가 사과를 어떻게 먹음?"

"........누리랑 같은 단말 맞구나"

"누군 제정신인 사람 코스프레 하고 있네. 아빠 앞에서 앙탈 부리는게"

"한 천년 정도 더 아빠한테 애교 부리면서 지낼 생각인데. 왕위 받을 때까지"

"썩시딩  파더!!! 존나 무서운 년이였네! 아무튼 온김에 병문안 선물!"

누리의 등 뒤에 있던 흑수정 중 하나가 날아가서 백리의 가슴팍에 박힌다.

그녀는 자유의 대마왕. 최악의 '간섭'과 '감각'같이 그녀 또한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 누리의 능력은 '자유'. 세상의 모든 구속과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 누구보다도 진정 자유로운 존재가 바로 누리다.

"누리누리빔!!!!"

"그거 빔 아니잖아!"

"사소한건 신경쓰지 않는거야!!!!"

"닥쳐! 빔이라면서 수정 조각 날리는 주제에 빔 계열 필살기에 대한 환상을 박살내다니!"

"그딴 환상! 박살내주겠어! 수정 펀치!!!"

"펀치도 아니잖아!!!!! 수정은 맞지만 그 수정이 아니야!"

"하핫, 혼란하다 혼란해. 혼돈의 절대자 아저씨 맙소사"

긴 팔면체 형태의 흑수정의 뾰족한 부분이 물리적으로 백리의 심장에 꽂혀 들어갔지만 실제로 그에게 주는 데미지는 없었다.

만약 팬텀이 진심으로 백리를 죽이려고 했다면 아무리 같은 대마왕인 누리라도 회복시키는건 불가능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충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커억!!!!"

"앗, 오빠 새끼 부활!!!!"

"엣, 오빠가 죽다 살아났는데 그런 반응인거야?"

"시엔느라고 했지?  오빠가 없어서  모르나본데 이건 오빠가 아니라 웬수야 웬수!!!!!"

자고로 남매는 당사자가 아니면 모른다. 애초에 남매가 아니더라도 형제나 자매도 치고박고 싸우기 마련이다.

그리고 백리처럼 나가서 사고치는 오빠를  루리로서는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을 수준이다.

그렇게 싸우지 말라고 말렸건만 정작 상황이 되자 달려나갔다가 혼수 상태에 빠져서 돌아오다니!!!!

"여, 여긴......."

"아, 안심하세요. 여긴 병원입니다"

"어디서 들어본 대사를.......내 하반신은 무사한거지?"

"우리 집 대는 오빠가 이어야지. 나는 데릴사위 반대야"

"그러면 레즈 섹스는?"

"아, 그건 괜찮아"

빠르게 정신을 회복한 백리는 눈을 꿈뻑거리면서 병실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부 낮선 곳이지만 그래도 병실이란건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옆에 서 있는 루리와 누리를 보면서 기겁했다.

한명은 익숙한 루리고 다른 한명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외견의 루리였다. 미모를 따지면 중학생 쪽이 더 예쁘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루리란건 당연히 알아볼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백리는 루리의 오빠니까. 여태까지 몇년이나 같이 지냈는데 못알아보면 등신이다.

"루리가 두명?! 아니, 내가 천국 못갈줄 알았지!!! 인성파탄 여동생을 가진 자만 오는 지옥인가?! 사탄이 일하고 있어.......?"

"야, 도로 혼수 상태로 만들어주자. 내가 아는 염라대왕님 곁으로 보내주지!!!"

"뒤져라 오빠새끼!! 잘가라  조카들아! 조카 좆까!!!!"

"끄어어어어어어억!!!!!"

병실에 한바탕 폭풍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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