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6화 〉[대마왕 강림] (266/507)



〈 266화 〉[대마왕 강림]

나나 팬텀이 서로 취미가 요리인건 같다. 게다가 투자한 시간도 솔직히 좀 비슷하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성향과 레시피의 차이다.

하나를 깊이 판 자와 여러개를 익힌 사람. 누가 봐도 승패는 명확할지 몰라도 요리에 정석은 없다.

"지금 지구에서는 혼돈과 파괴, 망각이 가득한데 여기서는 정작 평화롭게 요리 대결이나 하고 있는게  기묘합니다"

"저어기 혼돈이랑 파괴는 알고 지내는 사람 있으니까 걔한테 가서 따져봐"

"야, 요리 좆밥아. 거기서 뭐하냐. 재료 안골라?"

"아오! 시발! 엄마만 넷인 새끼가 뭐라는거냐?! 느그 아빠 하렘차림!!!!!"

"이 새끼가 요리로 안되니까 패드립을 처박네?"

"개새끼야! 붙어! 지는 새끼는 '저는 멍청한 요리사 샌드위치입니다!' 하고 말하는거다!!!!"

뭐든 오래 하면 자부심이 생기는 법이다. 특히나 나나 팬텀 같은 경우는 더더욱.

우리  다 초월자 중에서도 순위를 달리는 수준이지만 그렇게 되고 싶어서 된게 아니다. 살아가다 보면 힘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 만약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면 둘 다 요리사를 지망했을 정도로 꿈은 소박했다.

비록 지금은 둘 다 대마왕이더라도 요리에 대한 열정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경만큼은 평범하게 요리사를 꿈  때보다 좋아졌다.

팬텀 저 새끼는 다크로드 캐슬의 주인이니까 마음만 먹으면  차원에서 식재료를 모아올 수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나는 시온 덕분에 가능하고.

"저기, 요리 배틀 하는건 좋은데 곧 손님이 올것 같은데요?"

"어디 손님이야? 일본?"

"미국이요"

"이럴 때에는 발이 빠른건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당사자인 일본도 아직 안왔는데 제일 먼저 오잖아?"

"그게 아니라 일본은 사회가 씹창난 것부터 처리하는라 늦는거 아닐까요?"

"아, 하긴. 거긴 우리가 멸망 안시켜도 시간문제긴 하겠다"

후쿠시마 사태로 인한 방사능 문제, 그걸 은폐한 고위 정치가들과 그들의 해외 도주, 그리고 대마왕 강림. 그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시위를 하지 않는 일본 국민들도 당장에 들고 일어날게 눈에 선하다.

국내 상황이 개판인데 여기에 신경쓰려고 한다면 적어도 당장 망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하니까 국민들부터 다독이겠지.

"손님도 오겠지만 그래도 요리 배틀은 해야지. 아주 그냥 오늘 저 새끼를 멍청한 요리사 샌드위치로 만들어 주겠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어머니만 넷이긴 한데 너도 만만치 않을것 같은데? 환생 할 때마다 애미가 하나씩 생기는 넌 뭐냐?"

"이 새끼가 요리실력 딸리니까 패드립 박는거 봐?"

"아까 내가 한  돌려서 하지 마라!!!!"

나와 팬텀은 서로 주방으로 들어가서 재료를 손질했다. 예전부터 간간히 요리로 의견 차이가 발생하긴 했는데 누구 실력이 더 위냐고 물으면 구분하기 힘든 법이다.

게다가 나와 팬텀은 능력조차 하나가 같다. '감각'의 능력 또한 팬텀에게도 있기 때문에 재료 고르는거나 다듬는 것은 서로 막상막하다.

"아빠 파이팅!!!"

"난 개인적으로 최악 아저씨가 이겼으면 좋겠네"

"전 아무나 괜찮아요"

다들 한마디씩 하는데 시온은 나를 보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고 있으니 이기라는 소리다. 그러면  기대에 부응해주는게 남편으로서의 도리지.

"메뉴는 뭘로 할래?"

"난 존나 자비로우니까 실력 쫄리는 놈이 골라라"

"그럼 니가 골라야지"

"참치 마요 김밥 옆구리 터진 소리 하지 말고........아, 이렇게 싸우면 또 안정해지니까 메인은 고기로 하자. 이 정도면 괜찮지?"

"고기 좋지"

호라이즌에서 공수해온 식재료를 꺼내서 주방에 늘어놓았다. 마블링이 환상적인 호라이즌 내부의 시설에서 키운 소고기가 눈에 띈다. 적당한 기름기와 살코기. 썰어서 당장 육회로 먹어도 좋을것 같다.

"요리는 하나만 내가기는 좀 그렇지?"

"이래저래 다른 것도 만들어야 하긴 할텐데 그래도 시간 오래 걸리는건 안될껄?"

"뭐 오래 걸리는 요리 있어요? 시간 조작  해드릴까요?"

"그러면 정성이 안들어가서 맛 없어"

"그러긴 하지"

하논은 물리법칙을 마음대로 다루는 권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온도 공간을 조절해서 어지간한 초월자도 뚫을 수 없는 방벽을 칠 수 있다.

반대로 유토피아는 시간 계통에 능숙해서 막 인디아나 존스에 나온 성배 잘못고른 악당마냥 단숨에 사람을 늙어 죽이는게 가능하다.

하지만 요리에 그런 방식을 쓰면 정성이 안들어가서 맛이 떨어지는 법이다. 정성이란 보이지 않는 미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끓이는 중간에 나오는 걷어야  기름 같은걸 제때 걷어내지 못해서 그런다는 소리다.

"일단 고기 메뉴하면 스테이크지"

"이 새끼, 나보다 실력 떨어지더라도 기본은 알고 있구나"

"자꾸 시비 털래? 아무튼 고기 구워야 하니까 거기 소금 좀 줘봐"

팬텀은 스테이크용으로 썰어놓은 두툼한 고기에 허브를 비롯한 소금, 후추 등의 향신료를 바르기 시작했다. 약간의 숙성 시간을 들어야 하지만 어차피 길지는 않다.

이 새끼, 간이 잘 배이도록 고기에 미세한 칼집까지 놨군.......그것도 고기의 세포 하나 뭉게지지 않게 절묘한 수준으로!!!

쓰는건 그냥 식칼인데 섬세함은 단분자 커터 수준이다. 쓸데없는데 굉장한걸 쓰는구만.

"너는 고기에 간 안하냐?"

"나는  보다는 소스를 얹는게 더 나아서. 어차피 끓이는 종류보다는 시간이 적게 걸리니까"

"그래?"

나나 팬텀이나 요리의 시작은 가정식이다. 집에서 요리하다가 즐거움을 느끼고 그걸 꿈으로 발전시킨 형태.

지금이야 알고 있거나 만든 레시피도 많지만 서로의 방향성이 다르다.

한명이 일생을 오래 살아오는 것과 한명이 일생을 여러번 사는 것. 시간은 비슷해도 결과는 다르다.

치이이익!!!!

"음, 냄새 좋네. 고기가 질이 좋아"

"누구 함선에서 가져온건데. 당연하지"

불판 위에 올려진 고기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고소하면서도 향기로운 냄새가 올라오는 느낌이 아주 그냥 진하다 못해 농후하다.

나도 슬슬 준비하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고기 숙성도 시간이 걸리고 소스도 만들어야 하니까 불 올리는건 나중이다.

"어디보자......."

마음 같아서는 내 특제 데미글라스 소스를 만들고 싶지만 그건 당장 만들기에는 오래걸린다. 최소 몇시간은 끓여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소스를 만들 수 밖에 없는데. 오래 걸리지 않으면서 맛있는 소스가.......아, 그걸로 가볼까.

"뭔놈의 야채를 그렇게 가져와?"

"남이사 뭘 쓰던 알바냐?"

"거 종류별로 다 가져왔네. 그거 전부 쓰려고?"

"예전에 내가 애 낳고 싱글맘으로 애 키울  애가 죽어도 야채 안먹으려고 했거든. 그래서 어떻게든 야채 맛을 좋아하게 만드려고 연구해서 만든 소스인데 꽤 괜찮아서 말이야"

"오, 그거 맛있겠.......잠깐만, 싱글맘?"

"아, 넌 내가 여자로 환생한거 본적 없었지?"

"들은적은 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들은건  처음이네. 싱글맘은 또 뭐야"

"맘에 들었던 남자놈이 먼저 요절해서 말이야. 그래도 뭐 애는 잘 키웠어. 수절 과부인데 선 자리 들어오는건 뭐 같았지만"

양파, 당근, 샐러리, 토마토, 감자.......그 외에도 여러가지 채소를 한번 살짝 데치고 썰어서 믹서기에 넣고 간다. 재료 손질이랑 절차가 좀 복잡하긴 하지만 간은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야채의 단맛이 잘 우러나오면 달짝찌근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토마토가 들어가는 시점에서 단맛은 별 문제가 아니지. 소금만 약간 넣는다.

몇가지 재료를  넣고 섞어서  위에서 잠깐 끓여준다. 약간 걸죽한 느낌이 올라오면 완성. 풍부한 향기가 감도는 적갈색의 소스가 완성된다.

"오, 냄새 좋다. 맛 좀 보게  줘봐"

"거기 앞접시 있어"

"땡큐"

팬텀이 내가 완성시킨 소스를 접시에 조금 덜어서 맛을 보았다. 그리고 작게 오, 하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야채 맛이 살아 있네. 끓였는데도 신선함이 느껴지고 달짝찌근함과 약간의 쓴맛이 느껴져. 샐러리인가?"

"아까 넣은 재료 봤잖아"

"대충 봐서 몰랐어. 근데 이 고소함은......마요네즈도 넣었어?"

"파는걸로 약간. 많이 넣으면 맛을 망쳐서 조금만 넣어야 해"

"이거 꽤 괜찮은데. 고기랑 먹으면 존맛이겠다"

"나도 슬슬 고기나 구워야지. 너는 다 됐냐?"

"내거 먼저 나간다?"

"자고로 요리 대결에서는 먼저 먹게 하는 놈이 지는게 클리셰지"

"안개 골짜기에서 말린 고사리 무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팬텀은 다 구운 스테이크를 접시 위에 올려서 플레이팅 했다. 뭐, 플레이팅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이 그냥 가니쉬 조금 올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해서 불 다루는 솜씨는 나보다 팬텀이 더 위다. 재능이나 취향이 그런 쪽에 편중되어서 고기 굽는걸로 싸우면 승패는 뻔하다. 그래서 나도 일부러 소스까지 만들어가면서 붙는거다.

편법이라고 하지 말자. 애초에 요리에 장난질 하는거 아니고서야 편법이 어디있냐?  먹는거 넣지 않고 피 묻히지 않으면 요리란 보다 맛있으면 그만이다.

"나도 한접시 줘봐. 맛 좀 보게"

"옛다"

나도 팬텀에게서 한접시 받아서 포크와 나이프로 살며시 스테이크를 썰었다.

어딘가 탄 부위는 하나도 없이 고루 익혀져서 안에 육즙이 꽉 차 있으며 썰 때는 나이프가 너무 잘드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드럽게 들어간다.

썰린 단면에서는 방울방울 육즙이 맺힌다. 흘러내리는 기름기에는 안까지 간이 잘 되어서 폭력적인 향기가 감돌았다.

".......음"

적당히 자른 스테이크를 한입 먹자 입 안에서 맛이란 것이 폭발했다.

구운 고기라는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감칠맛과 기름진 맛이 입 안을 감돈다. 이 고기의 생전의 당사자라도 이거 한입 먹으면 '내가 이렇게 존맛임?!'하고 놀랄 정도로 맛있다.

진짜 불을 써서 굽는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수준이다. 고기의 세포 레벨로 절묘하게 구운 것이라서 이걸 어떻게 만드나 싶을 정도였다.

"불 쓰는건 진짜 미쳤네"

"패배 인정함?"

"내거 먹어보고 말해 새끼야!!!!"

슬슬 나도 다 완성 되었다.

완성된 스테이크 위에 소스를 얹는다. 갈색과 적갈색이라는 조합은 절묘해서 저절로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나 향기. 팬텀의 스테이크는 결국에는 스테이크. 고기 냄새가 메인이지만 내건 소스의 향기까지 더해져서 더욱 풍부한 향을 뿜어냈다.

"씁, 이건 좀 위험한데.......역시 다양성으로는 밀리나"

"경험의 차이지"

팬텀은 좋은 말로 하면 정점이지만 나쁜 말로는 우물 안의 개구리다.

다크로드 캐슬의 주인인만큼 온갖 자원과 설비를 쓸 수는 있겠지만 그래봤자  차원을 환생하면서 경험을 쌓은 나와 비교하기에는 다양성이 부족했다.

내가 그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패가 바로 이 다양성이다. 그래서 각자의 레시피를 찾아보면 조리 방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하나를 깊게 파는건 팬텀이 위지만 분야를 따지면 내가 훨씬 많다.

"얘들아, 어때? 맛있어?"

"아빠! 이거  맛있어!"

"나이 먹어도 애는 애네"

"시엔느는 언제나 애야"

"아오, 언제까지 딸내미 애교나 보면서 살거냐. 나중에 시집 보내야지"

"우리 딸 데려가고 싶다면 나부터 이기고 말해라!!!!!"

"절대자를 사위로 들일 생각이냐!"

"저는 개인적으로 팬텀씨의 요리가 마음에 드는데요"

"앗, 나는 최악 아저씨거. 소스가 맛있어서 계속 들어가네"

"저도  남편게 맛있습니다"

".......표는 반반으로 갈렸는데?"

"아, 짝수라서 그렇구나"

시엔느랑 유토피아가 팬텀에게 표를 던졌고 시온과 누리가 나에게 표를 던졌다.

대마왕끼리라면 몰라도 시온이 추가되어서 투표자가 짝수가 되어서 반반으로 갈렸다.

하지만 외부인은 어디까지나 시온이니까 결국은  패배에 불과하다. 시온을 빼면 내 편을 들어주는건 누리 밖에 없으니까.

"내가 졌구만. 딸내미가 아빠 편 들어주는데 그 표 빼면 내가 진거지"

"머임?! 대체 머임?! 나도 비슷한 생각 했는데 뭐하자는거야"

"뭔소리여?"

"시온은 외부인이니까 시온 표 빼서 생각하자고 했지. 근데 정작 이긴놈이 그런 소리 하니까 뭐하잖아"

"그래?"

나와 팬텀은 다시금 서로의 요리를 먹었다. 솔직히 누가 더 우위라고 하기는 힘들다.

굽는 실력은 확실히 팬텀이 위지만 나는 그걸 다양성으로 커버했다. 만약 단기적으로 보면 팬텀의 스테이크는 확실히 맛이 있지만.......많이 먹기에는 너무 강렬한 인상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맛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야채로 만들어서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소스 덕분에 맛이 한층  더해지고 쉽게 질리지 않아서 계속 들어간다.

요컨데 서로 장단점이 상반되어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되었다는 소리다. 흐음, 이거 그냥 봐도 무승부이긴 한데. 만약 갈린다면 심사위원들의 취향 문제일거고.

"이 새끼 멍청한 요리사 샌드위치를 만드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네"

"그걸 누가 할 소린데 새꺄"

"야, 근데 이거 소스 레시피 좀 알려줘봐. 이거 먹을 수록 땡겨서 괜찮은데? 스테이크 말고 햄버그 스테이크 소스로 써도 돼?"

"아, 햄버그 스테이크는 만들  따로 간을 해서 바리에이션을 조금 다르게 해야......."

두두두두두!

한창 이야기 하고 있는 찰나. 바깥에서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이야기 했던 손님이 찾아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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