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4화 〉[대마왕 강림]
대마왕이라고 한들 결국에는 자기의지를 지닌 존재들이다. 각자의 가치관과 생각을 지니고 있기에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본인의 원래 성격대로 이야기 하는 편이다.
요컨데 일하는 태도와 평소의 태도가 다르다는 소리다.
"그런데 우리들 어디서 머무를거냐?"
거대한 심연의 거인에서 인간형의 모습으로 돌아온 팬텀이 말했다.
최악보다 조금 더 큰 키. 거기에 허리춤까지 기른 검은 생머리 장발에 여성스러운 모습까지. 건장한 체격이 아니라면 여자로 착각할법한 외모였다.
그게 그의 본래 모습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고 심연의 거인은 오히려 초월자로서의 모습이다.
"호라이즌은 어때?"
"아, 솔직히 이 나이 먹고 제수씨한테 신세 지는건 좀........"
"그거 빼면 우리가 여기서 머무를만한 곳이 있겠냐?"
"만들면 되는거 아니예요?"
"거 시발 어려운 소리를 쉽게도 하네"
"막 그거 아니야? 공부 잘하는 놈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하는 느낌이잖아. 유토피아 오빠는 성격 존나 나쁘네!!!!"
"자꾸 시비 털래요?! 싸울거예요?! 싸울거죠?!"
"니들 적당히 시비걸고 진지하게 생각해봐라"
5명의 대마왕 중에서 톱 3을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나 팬텀과 유토피아, 그리고 최악이다.
최강의 대마왕이란 이름답게 최강은 역시나 팬텀. 부동의 1위이며 그 다음에 유토피아와 최악이다.
두사람의 순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근접전으로 붙으면 최악이 위고 죽을 생각으로 붙으면 유토피아가 승산이 더 높다.
아무리 최악이라고 한들 로드에 오르지 못하면 물리법칙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는다. 물리법칙 무효가 아니기 때문에 최악의 역장을 뚫으려면 중성자별을 떨구는 정도는 되야겠지만 유토피아는 빅뱅도 일으킬 수 있는 괴물이다.
태고적부터 살아온 차원종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리법칙을 뛰어넘은 모든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보여주기 식인데 살 곳은 폼나게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뭐 침대에 금칠이라도 하게?"
"오! 그거 나쁘지 않은데요?"
"..........."
유토피아는 농담을 진지하게 듣는 면도 있었다.
애초에 그는 우주와 차원을 돌아다니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적인 것에는 가치관이 남다르다.
우주에서는 황금이나 다이아몬드보다는 오히려 물 한모금이 더 중요한 자원일 때가 있었다. 괜히 화성에 물이 있다고 과학자들이 열광하는게 아니다.
"잠깐만 기댜려봐요. 지금 좀 찾아볼테니까"
키이이이잉!!!!
유토피아의 에너지가 파장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어디론가 뻗어진 그 힘은 레이더가 되어 이윽고 그에게 정보를 전해준다.
"한 수조톤 단위의 금으로 이루어진 소행성이 있는데. 그걸로 성을 만드는건 어때요?"
"미치셨습니까, 휴먼?"
"전 휴먼이 아니라 하논인데요"
"지구 금값이 씹창나겠네. 수조톤이면 지구 매장량보다 훨씬 많은거 아니냐?"
"그게 뭐 대수인가요?"
"외계인은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그거야 당연한 소리고요"
그들이 이동한 곳은 태평양 한가운데. 각국에서 버린 쓰레기 더미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다.
거기에는 진짜 아무것도 없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배는 한척도 없고 오로지 쓰레기들과 그들 뿐이다.
"아무튼 소행성 하나 찾았는데 이걸로 갈까요?"
"아! 수정이랑 다이아몬드 있는 것도 부탁해!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지을것도 아니고 이런 쪽은 내가 전공이지!!!"
"울 마누라도 전공인데!!!!"
"에이, 이런 쪽은 이과가 전공이기는 한데 시온 아주머니는 좀 그렇지. 할 수는 있겠지만 세밀함이 부족해"
쿠우우우우!!!!
유토피아는 지구에서 광년 단위로 떨어져 있는 거대한 소행성 하나를 그대로 끌어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허공에서 나타난 소행성은 그대로 불순물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남은건 순금뿐, 그것도 무중력 상태에서나 가능한 100퍼센트의 순금이 모습을 드러낸다.
물리법칙을 무시한 100퍼센트란 완벽한 순도는 그야말로 일반적인 황금에서는 볼 수 없는 광채를 드러낸다.
"어디보자......모티브는 대충 팬텀 아저씨의 다크로드 캐슬로 충분해?"
"그거 기반으로 하면 나는 좋지. 괜찮은거냐?"
"솔직히 그게 편하기도 하고. 이야, 이거 꽤 괜찮네. 여기에다가 다이아몬드나 수정으로 장식하면 꽤 볼만 하겠는데?"
수조톤의 순도 100퍼센트 황금은 마치 액체처럼 누리의 의지에 따라 성의 형태를 취했다.
거기에 추가로 더 들어온 다이아몬트 원석과 수정은 쪼개져서 성의 장식으로 사용되었다. 인세에서는 보기 힘든 수천 캐럿 단위의 다이아몬드도 그들 앞에서는 한낯 정문의 장식으로 쓰일 뿐이다.
"솔직히 이런 금이나 다이아몬드 보다는 희귀 금속이 더 쓸모 있는데"
"아, 그러고 보니까 나 전에 아다만티움 장식품 받은적 있어. 아마 여기 장모님이 너네 차원 방문한 느낌인데. 그러지 않았으면 이 우주에 똑같은 아다만티움이란 개념이 없을리 없잖아"
"그래? 하논이였으니까 충분히 그럴만도 하겠지. 여러 차원을 방문해서 지식을 쌓았을테니까"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아스가르드. 신들의 세계의 성은 황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것도 그렇다. 황금색의 빛이 번쩍이면서 그걸 질리지 않게 수정과 다이아몬드의 장식이 곳곳에 널려있는 모습은 아름다움이 넘쳤다.
재료는 유토피아가 끌어오고 설계는 누리가 한 결과물이다. 덕분에 예술적인 가치만으로는 지구의 것을 초원한 느낌이 있었다.
"넓게 만들진 않았어. 어차피 며칠 살지도 않을거고 몇명 살지도 않을텐데 많아봤자 뭐해?"
"그러긴 하지"
"시엔느 포함해서 방은 스무개쯤 만들어서 넉넉하게 살 수 있고 거기에 설비도 충분해. 아, 화징실은 필요 없지? 여기서 배변활동 하는 사람?"
"그걸 여기서 꼭 말해야 하냐 너!!!!"
"앗, 최악 아저씨는 똥 싸네!!!!"
"그런 소리 하지마!!! 그리고 며칠에 한번 그러거든?! 맘 먹으면 아예 안하고!!!!"
시온이 소변만 보듯이 최악도 비슷하다. 애초에 시온이 소변만 보는 이유는 우주적으로 수분이 오히려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애초에 배변 행위 따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악이 그런 행위에 어울리는건 어디까지나 그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서였다.
"흐음, 화장실은 일단 만드는게 좋겠지. 황금 변기 같은거 호사스러워서 누가 쓰긴 하냐만은"
"황금 변기......돈 존나 많은 사람의 사치이긴 하네. 크으으, 개쩐다!!!!"
"누리 얘 도대체 대마왕 누가 시켰어?"
"몰라"
"아니, 시발, 우리 중에서 제일 시야가 넓은 사람이 그러면 안되지! 아빠 빽 좀 써봐!!!!'
"빌빌거리는 울 아빠는 알바 아님"
"시벌, 수쳔년은 지났는데 아직도 그러냐"
"야, 절대자가 고작 그 정도 시간으로 회복될것 같냐? 좀 넉넉하게 시간 좀 가져봐"
"아무튼 대충 완성은 됐네"
"이 새끼 이야기 소재 돌리는거 보게"
쿠우우우우웅!!!
거대한 질량을 가진 거대한 황금성이 태평양 한가운데에 덜어졌다.
하지만 그걸로 해일과 같은 여파는 발생하지 않았다. 가벼운 힘조절만으로도 그들은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행위가 가능한 초월자였다.
"그런데 우리 딸내미는 언제 올려나"
"솔직히 우리 중에서 시엔느가 제일 느리잖아. 광속 돌파도 못하고"
"너도 못하면서 어디서 시비질이냐"
"지 딸이라고 편들어주는거봐. 아무튼 누리도 광속 돌파 가능한 마당에 여기까지 오는데는 제일 느릴 수 밖에 없지. 아니면 다른 일 좀 보고 오는 길이거나"
"............아, 왔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딱 그 모양이네요"
"누리누리!!!!!"
"넌 꼭 그렇게 소리 쳐야겠니, 누리야?"
"에이, 솔직히 시엔느가 팬텀 아저씨 딸이면 나는 최악 아저씨 딸인데 뭐"
"아, 시발 입양한 적도 없는 딸 소리 하지 말자"
"예전에는 했으면서!!!"
"걔는 루리 같은 다른 갓-루리루리 정보 단말이고!!!!"
거대한 황금성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도 미미한 열기를 뿜어내면서 그 위용을 드러내는 황금성은 그들의 격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고작 황금 따위로 나타내는 하지만 적어도 인간의 힘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기술이 그들에게 있었다.
기술 따위보다는 개인의 경지가 힘을 드러내는 법이다.
"앗, 우리 딸내미 온다"
"아오, 누가 팔불출 아니랄까봐......그래서, 어디야?"
"아프리카쯤? 할일 하고 있으니까 냅둬"
"그래?"
이 중에서 행성 하나를 기감에 넣지 못하는 덜떨어진 존재는 없었다.
지배의 대마왕 시엔느 또한 이 행성에 강림했다.
* * * *
아프리카는 꽤나 복잡한 곳이다. 대륙의 크기로만 따진다면 더 넓은 곳을 찾는게 더 빠르지만 생각외로 여러 국가로 나뉘어 있었다.
같은 흑인이라고 같은 흑인이 아니다. 미국 같은 나라의 흑인은 모르겠지만 아프리카에는 각양각색의 부족으로 나뉜 흑인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아프리카의 치안에 제대로 이루어질리 없었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내전은 겪는 혼돈스러운 곳이다. 더군다나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후투 족과 투치 족.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알지 못하지만 반목을 거듭한 아프리카 흑인 계열의 부족들이다. 현 사회에도 그들은 싸움은 반복한다.
"안녕, 아저씨들?"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다시금 분쟁을 일으키려는 후투족 앞에 선 소녀가 그렇게 인사했다.
흑발에 보라빛 눈동자. 인간에게서는 제대로 나오기 힘든 유전형질에 아름다음 외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느끼는건 괴리감 뿐이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인간이 아닌 것에 욕정을 느끼기에는 상당히 멀었으니까 말이다.
"너는 누구지?"
철컥!!!
누군가 총기를 그녀에게 겨누었다. 쿠데타를 바라는 그들에게 있어서 난데없이 나타난 소녀는 적대적 대상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겨누어진 총구에도 소녀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다.
"나는 시엔느야. 그런데 아저씨들은 꽤나 정신력이 좋은가봐? 울 아빠를 보고도 그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
"아빠?"
심연을 두르며 거대한 거인의 형상을 취한 팬텀은 그저 존재하는걸로 보는 사람의 정신을 망가트린다.
물론 그게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것마냥 영구적인건 아니다. 오히려 약간의 충격과 혼란을 불러일으킬 뿐, 시간이 지나면 진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움직일 수 있다는건 그만한 정신력의 반증을 의미했다.
그게 크게 다르진 않았다. 후투 족의 인물 중에는 포스 유저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한가지 경고하지 않았어? 인간은 역시나 무모하고 바보같네. 때로는 조심성이 생명을 구할 때도 있는데 말이야"
"이건 복수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어!!! 그 때 죽은 내 가족들은! 형제들은!!!!"
"그래, 결국은 모든 분쟁 앞에서 선악은 없는 법이야. 거기에는 오로지 파괴 밖에 남아 있지 않지. 그러니 이건 어때?"
후투 족이던, 투치 족이던, 결국에는 복수와 복수의 연쇄에 지나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계속 간다면 결국 분쟁은 끝없이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언젠가 끊어야 하는 족쇄다.
그 끊는 방법에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었다.
대상을 전부 죽여 없에는 것이다.
"서로 분쟁을 일으키지 말고 싸우고 싶다면 '서로 싸워서 죽여 끝내는거야'"
".........어?"
두두두두두두!!!!!
누군가 쏜 총기가 불을 뿜는다. 열명에 가까운 사람이 죽어나가고 거기에 더불어서 포스 유저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머리를 통째로 날려버린다.
"으아, 으아아아아아!!! 아니야! 내 몸이 제멋대로!!!!"
"카악! 살려줘!!!!!"
"아아아아악! 죽이고 싶지 않아! 으아!!! 형! 혀어어어엉!!!!"
"엄마! 살려주세요 엄마!!!!!"
"크으으으으!!! 아아아아!!!!"
"뭐야! 뭐냐고오오오오오오!!!!!!"
사람들이 아비규환에 빠진다. 누군는 총을 난사하고 누군다는 자기 능력으로 사람을 죽이고. 그들은 결국 자기들끼리 동료를 죽이기 시작했다.
결코 자신의 의지는 아니였다. 누군가 강제한 의지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 유저조차도 따를만큼 강대한 힘에 의한 것이다.
그들의 전장 한가운데서 지배의 대마왕 시엔느는 싱긋 웃었다.
"대가를 치루게 될거라고 했지?"
당분간 이 지구의 분쟁은 단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다.
설령 그게 정당한 것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