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1화 〉[대마왕 강림] (258/507)



〈 261화 〉[대마왕 강림]

반전(反轉)에는 보통 뒤바뀐다는 뜻이 있지만 그 대상이 세계가 된다면 어떤 의미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의미 그대로 세계는 반전되었다. 그것도 물리적인 의미로.

간단하게 말해서 낮과 밤이 바뀌었다.

"어?"

"뭐야, 일식이야?"

겨울에 들어서서 낮이 짧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오에서 조금 지난 시각에 난데없이 밤이 찾아올리 없었다.

예고없는 일식일리는 없었다. 만약 일식 같은게 일어난다면 하루 전부터 뉴스에서 뭐라도 말했을테고 설령 일식이라도 난데없이 밤이 된것마냥 어두컴컴하게 어두워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

하늘을 올려다 본 사람들은 누구 하나라고 말할것 없이 전부 굳었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 불길한 붉은색 안광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어, 으어어어어어어어어!!!!"

"꺄아아아아악!!!"

"으히히히! 으히힛!!!"

"뭐야?! 저거 도대체 뭐야아아아아?!?!?"

"하하, 하하핫......."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섬뜩했다. 빛을 거두는 어둠은 그저 보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혼란을 일으켜 실성하거나 정신이 나가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그것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어둠으로 이루어져서 붉은 안광을 빛내는 거대한 거인이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절망해라]

언어를 초월해 뇌에 직접적으로 이해시키는 '의지'가 전 인류에게 선포했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그의 뜻을 알게된다. 신을 뛰어넘은 존재가 그들을 직시한다.

[나의 이름은 팬텀. 최강의 대마왕의 자리를 맡고 있으니. 지금부터 너희 문명을 심판하기 위해 왔다]


쿠구구구구구구!!!!

의지의 발현만으로도 거대한 여파가 생긴다. 지구 전체가 떨리면서 모든 인류가 그 힘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되었다.

형언할 수 없을만큼 거대하며, 또 들여다볼 염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추악한 무언가.

심연으로 이루어진 초월자가 여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

그리고 지구의 반대편, 낮에서 밤으로 바뀐 곳과는 다르게 밤에서 낮으로 바뀐 곳이 있었다.

낮에서 밤으로 바뀌었다면 일식인가 의심하겠지만 밤에서 난데없이 낮으로 바뀌는 경우는 없었다. 기껏해야 조명 같은 것을 밝게 켜서 낮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밝게 만들 뿐이니까.

하지만 단숨에 밝아진 빛은 태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그래, 태양이 아니라면.

"어.......?"

그들도 밤에서 낮으로 바뀐 상황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있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되었다. 시간상으로는 한밤중이여야 하는 하늘에 고고하게 떠 있는 세개의 태양을.

뜨겁지는 않았다. 하지만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확실한 태양이였다. 크기는 그들이 알던 것과는 조금 작을지 몰라도 태양빛을 헷갈릴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세개의 태양이라는 비현실적인 광경은 경악과 경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것이였다.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지켜보고 있는 그들은 그나마 반대편에서 심연의 거인을 보고 있는 사람들보단 나았다.

.........아니, 성격적으로 본다면 저울추는 맞춰질 뿐이였다.

[기왕 온김에 퍼포먼스 삼아서 이 태양 세개를 지상에 떨어트려볼까, 했는데 그러면 심판하기도 전에 멸망시킬것 같아서 못하겠네요]

초월적인 미모의 금발의 소년이 나긋나긋하게 말한다.

마찬가지로 언어를 초월해 이해시키는 의지가 전 인류에게 울려퍼졌다.

한쪽은 심연의 거인, 다른 한쪽은 3개의 태양. 어느 것 하나 인간의 상식으로는   없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건 도망쳐도 피할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저의 이름은 유토피아 레이하논. 최악의 대마왕으로서 왔습니다. 심판하고 멸망할 때까지 짧은 시간이겠지만  부탁해요]


예의바른 어투였지만 내용까지 예의가 바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예의바르게 말하는 것이 조롱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첫번째와 두번째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세번째가 모습을 드러낼 차례다.

콰아앙!!!!

최악이 있던 청문회장이 통째로 날아간다. 건물의 상부가 날아가 천장이 없어지고 청문회에 참석했던 자들은 하늘에 있는 거대한 심연의 거인을 목도하게 되었다.

"으어어어어?!?!"

"뭐, 뭐야! 저, 저건?!"

"엄마!!! 엄마아!!!!"

다 큰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꼴사납게 엄마를 찾으며 소변을 지리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모습이였다. 그만큼 심연의 거인을 직시하는 것으로 주는 공포심은 인간의 정신으로는 견디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니까.

이윽고 최악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의 눈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자의 것이 되어 있었다.


[내 이름은 최악. 최흉의 대마왕으로서 너희들을 심판하겠다]

인류는 덜덜 떠는  밖에   없었다. 지구보다 큰 거인과 태양을 만들어내는 괴물, 그리고 그에 준하는 최악을 상대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쿠우우우우!!!

대기가 울린다. 지구가 비명을 질렀다. 거대한 힘을 지닌 초월자들의 등장과 그들의 힘을 발현에 의해 지구조차도 놀라 울었다.

하지만 현실은 피할 수 없다. 문명을 심판하는 대마왕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결국에는 자업자득이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유토피아는 그들과 합류했다. 허공에는 최악과 유토피아, 그리고  위에 팬텀이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 행성의 모든 분쟁을 금한다. 내부, 외부에서의 모든 분쟁 행위는 용납되지 않으며 이를 어길시 처벌이 있을 것이다]

[이 행성에는 통합 정부가 아니라 여러 국가에 각각 정부가 존재하네요.......정치도 사회 구조도 다른만큼 하나만 보고 싸잡아서 멸망시킬 수는 없겠죠. 그러니 각 국가별로 심판하는 걸로 가죠]


심판, 그리고 멸망. 어느것 하나 좋은 뜻은 아니다.

마치 국민들에게 생방송으로 방송되었던 청문회처럼, 그들의 대화도 전부 인류에게 들린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을 깨닫고 일부는 절규하거나 미쳐버렸다.

"하하하핫! 종말이다! 종말이 다가왔다!!!!"

"공포의 대왕께서 내려오셨다!!!!!"

"여러분! 오늘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시던 하르마게돈입니다!!!!"

그들의 광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은 심판을 진행했다.

[그런데 시엔느랑 누리는 어쩐겨?]

[걔네들은 아직 애들이잖아. 네가 부른거니까 오긴 올테지만 늦게 오는건  봐줘. 이런 외진 차원까지 금새 올  있는건 우리들 정도잖아]

[그나저나 최악씨가 부르다니. 이거  간만이네요. 저도 신나서 당장 날아왔어요]

[국가 단위 심판이라 좀 귀찮겠지만 말이야......그런데]

심연의 거인의 안광이 일그러진다. 둥글었던 안광이 길고 가늘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조차 일본 열도보다 훨씬 길고 거대했다.

[고작해야 이 정도 문명 가지고 부르다니, 아무래도 개인적인 문제로 부른 기색이 역력한데. 변명은 있나?]

[없어]

[그럼 페널티다. 심판 순서는 네가  행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국가부터 시작한다]

[그 정도의 페널티는 감수할 생각으로 했어]

 소집은 최악이 시작한 것, 하지만 그 시작은 개인적인 감정의 영향이 컸다.

물론 일본의 행태가 대마왕으로서 심히 거슬리기도 했지만 우주 개발도 못한 문명에 소집을 거는 것은 드문 일이다.

쿠구구구구!!!

거인이 한국을 직시한다. 적어도 '있다'라고 판단해도 그냥 서 있는 수준이였던 괴물이 명백하게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직시했다.

붉은색의 안광이 눈을 빛낸다. 어둠속에서 단 한줄기의 빛이지만 오히려 없었으면 좋을것 같은 괴물의 눈이다.

[첫번째로는 한국. 대한민국이다]

세명의 대마왕이 한국을 주시한다.

각자가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한다. 자신이 주의깊게 보는 항목을 중점으로 보고 그것을 통해 죄의 유무를 결정한다.

대마왕의 심판은 다수결. 대마왕은 총 다섯이나 세명만 있어도 홀수이기 때문에 충분히 심판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에게서는 뒤틀린 윤리관을 발견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비정상적인 것은 소수이며 사회 또한 윤리에 어긋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서는 부조리한 것에 들고 일어나 단결해 쟁취하려는 의식이 있다. 그런 의식이 있다면 설령 최악의 경우라 할지라도 선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의 내면에는 더러움이 존재하나 그것은 차차 시간을 들여서 고쳐나가야 할 문제인 법]


하늘을 올려다 보며 거인의 의지를 듣던 사람들이 확연하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붉은 안광이 온화해졌다.

[나는 무죄를 선고한다]


이윽고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 두번째 심판할 대마왕은 유토피아다.

[솔직히 우주 진출도 못한 문명에서 기술력을 따져보는건 그다지 의미없는 일이네요. 별로 눈에  정도로 시끄러운건 없고. 애초에 트집잡을만한게 보이질 않네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기준치 자체가 미달이라서 볼게 없다는거니까 나중에라도 주의하시고요]


소년의 탈을 쓴 괴물이 선언했다.

[저도 무죄예요]


마지막으로 최악의 차례가 다가왔다. 중국인에게는 익숙한 최악의 의지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역사를 뒤져봐도 국민들이 자신이 할 일을 알고 있지.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중요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모여 시위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리고 최근의 시위에는 비폭력 시위를 기반으로 하였기에 더욱 마음에 든다. 비록 사회가 썩이 않았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이런 국민들의 정신이 있다면 그건 시간을 들여서 고쳐나가야 할 문제다. 사회의 구조 또한 마찬가지. 장래를 생각해도 안좋은 쪽보단 좋은 쪽으로 갈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리고 최악도 선언했다. 그의 의견은 다른 대마왕들과 다를바가 없었다.


[나도 무죄를 선고한다]

[세명 중에서 세명이 무죄 판결. 나중에 두명이 더 와서 유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의미없는 결과인가]

[간만의 만장일치네요]

[좋다. 이걸로 대한민국은 우리들의 판결에서 합격했다. 하지만 기억해라. 우리들은 나중에라도  심판을 할  있다는걸 말이다]

심연의 거인이 시선을 거두었다.

하지만  시선은 완전히 뗀 것이 아니다. 시선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국가는 어딜까? 일본? 중국? 아니......바로 위를 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그 다음은 북한이다]

[이건 뭐 볼거 있어요? 복잡하게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을것 같은데]

[귀찮아도 필요한거잖아. 이유를 말해주고 패는거랑 말 안하고 패는거랑 기분도 다르고]

[어쨌든 해야하는 일이지........]

한국, 정확히 대한민국은 좋게 넘어갈 여지가 있었다. 치안이 좋은 국가인데다 사회적으로도 크게 문제는 없는 무난한 국가다. 대마왕으로서의 심판은 적어도 억, 많으면 조의 단위의 생명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허들은 생각외로 낮다.

크게 트러블 없는 한국 정도의 국가라고 한다면 평균. 거기에 민주화 운동이나 평화 시위등의 국민들의 자주성을 생각하면 플러스 점수를 받아 약간의 여유와 함께 심판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어떨까?


[독재 정치라 한들 마냥 부정하지는 않으나 그것으로 타인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것, 그리고 자유를 억누르고 침해하는 것은 국가로서는 해서 안될 일이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너희들은 유죄다]

[솔직히 저도 민주주의를 하던 공산주의를 하던 상관없는데 핵무기 개발한다고 주변국에 협박이나 시비거는건 아니꼽......어? 그런데 핵무기 다 어디갔어요? 하나도 없는데?]

[아, 그거 전에 내가 가져가다가 시온 줬어. 간만에 몸보신 하라고]

[그래요? 그럼 됐어요. 아무튼 정작 개발해야 할 기술은 개발하지 않고 쓸데없는 기술만 개발해서 문제만 일으키는 국가는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까 유죄요]

[나도 동감이다. 검은 고양이던 흰 고양이던 쥐만 잘 잡으면 되는 법이지. 독재 정치라도 국민들이 편하면 그걸로 되는 법이니까.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의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식료를 비롯한 예산의 상당수를 군비로 써먹고도 모자라 온갖 비리와 범죄의 온상이 되어 있는데다 세뇌 교육으로 국민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국가를 용납할 수 없다. 그러니 나도 유죄다]


북한의 주민들은 그들이 선언하는 심판의 판결을 확실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 끝이 코앞까지 와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세명 중에서 세명의 유죄 판결. 만장일치를 통해 북한은 심판의 대상으로서 처벌한다. 심판자는.......유토피아가 좋겠군]

[가볍게요, 아니면 크게요?]

[딴 나라에 피해 없게만 해라]

[따로 조건은 없죠? 전부 몰살로 가도 되죠?]

[나도 북한 멸망으로 태클 걸 이유 없어. 개인적으로 북한 때문에 2년 동안 군바리 노릇 했으니 원한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고통없이 보내줘]

[몰살에 고통없이. 좋아요]


쿠우우우!!!!

그리고 심연의 거인에 의해서 밤이 되었던 곳에 빛이 비추어졌다.

작은 태양이 강림한다. 하지만 태양은 태양.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그 질량과 열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히 나라 하나를 증발시켜버리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도로 섬세한 에너지 조절을 통해서 오로지 북한의 영토에만 내려쬐이는 열량은 고작해야 몇초만에 북한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모든 증거를 증발시켰다.

인간은 한순간에 증발하고 금속은 녹아 엉겨붙는다. 건물 하나 남기지 않고 증발된 북한은 어느새 사람 한명 남지 않은 사막이 되어버렸다.

조금만 더 힘을 썼다면 북한의 흔적이 아니라 영토 자체를 증발시켜서 대한민국을 반도가 아니라 섬나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

살아 남은 사람은 기껏해야 영해로 나가 있던 북한의 해군 일부 뿐. 그나마도 그들은 따로 처리할 것이다. 살아남는 사람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도록.

한순간에 나라 하나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흔적을 모두 지워지고 사라졌다. 남은건 사막이 되어버린 영토 뿐.

[다음으로 넘어가겠다]

아직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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