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0화 〉[중국 최후의 날] (257/507)



〈 260화 〉[중국 최후의 날]



대충 내뱉은 말이지만 최악의 말은 사실이였다.

김용진 의원은 따로 뇌물을 받은적 있었다. 주로 일본 쪽에서.

물론 원래부터 청문회에서 이남석 대통령의 뜻에 동조하여 최악의 죄를 다른 방식으로 처벌하고 시온의 기술을 받아 한국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시키려고 했다. 다만  와중에 일본 정부에게서 돈을 받았을 뿐이다.

어차피 가는 방향이 같다면 중간에 태워주고 이득을 취해도 되지 않겠는가? 따로 부정 청탁이 아니라 애초에 그럴 생각이였으니 양심에도 꺼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악은 거기까지 꿰뚫어 보았다. 아니,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욕심으로 치덕치덕 달라붙은 김용진 의원의 눈에서 대략적인 상황을 유추했다.

"흠! 흠!!! 피고인은 발언을 조심하십시오!!!"

"난 차라리 진실을 숨기지 구라는 안치는데? 아저씨 돈 먹은거 확실한것 같은데, 아니야?"

"이 김의원 평생 부정한 돈 한푼도 받아본적 없소!!!"

"아, 그건 거짓말. 구라도 작작 쳐야지"

최악 앞에서 거짓말은 소용없다. 만약에 하려면 알리언 박사가 프로메테우스임에도 불구하고 본심을 숨긴 것처럼 애매하게 말하며 진실을 숨겨야 가능하지 바로 앞에서 대놓고 말하면 거짓을 판별하는건 쉽다.

그는 수천년의 환생동안 온갖 인간군상들을 봐왔다. 뇌물 받은 정도의 더러움은 그 추악함의 축에도 못낀다.

"결국은 그거잖아. 대충 내가 저지른 일을 어떻게든 무마해줄테니까 울 마누라한테서 기술 내놓으라 그러고 나도 사회 봉사 좀 해라. 그런 뜻이지?"

"크흠!!!"

이 자리는 조사청문회이기도 하지만 그의 처벌을 결정하는 재판의 형식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최악을 부르는 호칭이 증인이 아니라 피고인이다.

물론 이후에 제대로  재판을 받게 되겠지만 그 재판은 결국은 보여주기식일 뿐. 그 처벌을 결정하는건  자리다.

이미 그 처벌도 정해져 있었다. 최악이 짐작한대로 그의 무력을 통한 파견으로 인류를 적성종의 위협에서 구하고 시온의 기술력을 토대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겉으로만 보면 그게 이득이긴 하다.

"근데 내가 왜 니들 뜻에 따라줘야 하지?"

우드드득!!!!

터어엉!!!

최악에 몸이 힘을 주제 단숨에 그를 구속하고 있던 구속구가 찢어지고 뜯겨나간다. 고강도의 밧줄도, 수갑도 전부 쓸모가 없다. 전부 자신의 인장강도를 넘어선 힘에 늘어나다가 터지듯이 끊어졌다.

단숨에 자유로운 모습이 된 최악에게 기겁하며 물러나는 국회의원들과 반대로 앞으로 나서는  자리에서 가장 강한 사람 세명은 앞으로 나서서 그를 가로막는다.

"형! 형! 좀만 진정해요! 좀만!!!!!"

"야, 넌 입 다물고 있어 백리야. 이건  일이거든?"

결국 법이란 것은 사회가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규율이고 그걸 어기면서 내리는 처분은 결국 사회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힘으로 사회를 뛰어넘을  있다면 법 따위 지킬 필요 없다.

보통 사람이 법을 어길 경우에는 경찰이 체포해 가지만 홀로 국가도 쓸어버리는 초월자가 법을 어기면 누가 어떻게 할지부터가 제일 문제다.

"게다가 존나 어이없네. 잘못한건 난데 왜 우리 마누라까지 덤터기를 씌우는걸까? 응? 응? 한번 말해보지 그래?"

"아, 아무도 피고인의 처에 대해서 혐의를 씌운적 없습니다"

"그럼 우리 마누라는 관계없는걸로 생각하고 기술이던 뭐던 안줘도 되는걸로 쳐도 되는거지?"

"그건........"

여기서 YES라고 대답하면 당초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NO라고 대답하면 최악의 이름에 걸맞는 일이 벌어진다. 국회의원과 외국의 중요 대사들을 재료로  피튀기는 예술작품이 만들어질게 뻔하다.

어떤 이득이라도 목숨 앞에서는 부질없어지는 법이다. 일단 데드 엔딩 루트는 피하는게 좋다.

"........네, 확실히 시온씨는  청문회랑은 관련이 없죠"

"헛, 의장님!!!!"

"김용진 의원은 더 이상의 발언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큭!!!"

이남석 대통령이 확실하게 끊었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했다.

 자리는 최악의 처분 따위를 결정하는게 아니라 그에게 구실을 붙여서 빌고 부탁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말이다.

최악은 그들을 조금이나마 존중하고 있기에 이 자리에 앉아 있는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일부러 체포까지 당해주지 않았다. 다 때려부수고 말았지.

솔직히 이 정도만으로도 초월자 중에서는 인류 문명을 존중해주는 선량한 축에 속한다. 개미 수준은 아니더라도 개나 고양이들의 사회에 어울려 그 규칙을 존중해주는 사람은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니까.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렇지만 피고인의 죄는 중국에서의 일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있지 않습니까?"

"......?!"

"고노 의원?"

여러 국가의 대사들이 참석한 만큼 당연히 일본의 외교대사도 참석해 있었다.

외무성의 고노 의원은 명목상 해외의 다른 외교 업무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입국하여 청문회에 참석했다.

어디까지나 명목상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는 사람만 안다.

"물론 중국에서 저지른 사태에 대해서는 본인도 인정 했지만. 그 외의 다른 사건들과의 연관성을 조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일단 과거에 라쿤맨으로서 저질렀던 일들은 둘째치고, 본인이 저지른 것이 아닌 것을 빼더라도.......한가지 혐의가 남아 있군요"

최악이 했던 일들은 양지 쪽이던 음지 쪽이던 꽤나 많지만 그래도 중국에서 일으켰던 사태에 비교한다면 작게 느껴지는 것들 뿐이다.

러시아에서의 블러디어와의 일전으로 생긴 피해는 이미 당국과 협의하에 처리해서 다시 꺼내들  없지만 그것 외에도 꼽는다면 밀입국 같은 것과 중국에서의 항공모함 투하 사건이다.

물론 그건 어차피 같은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같은 일로 쳐도 된다. 이미 산더미처럼 쌓여진 거름 위에 한삽  올린다 하더라도 눈에 띄지 않을테니까.

"현재 피고인에게는 알리언 박사의 행방불명에 대한 혐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노 의원은 폭탄을 떨어트렸다.

* * *  *


이 지구에서 알리언 박사가 가지는 이름은 가볍지 않다. 포스 유저는 아니지만 오히려 마스터 유저 수준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최악으로서는 착한 사람 코스프레  한걸로 보이지만 어쨌든 겉으로 보이는 양지의 모습은 인류의 존속에 공헌한 최고의 과학자였다.

고노 의원은 소리 높아서 말했다.

"알리언 박사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입니다! 그가 20년동안 사회에 공헌한 것들은 수많은 인명을 구하고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적으로 가장  업적을 생각하면 초기형 차원진 감지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차원진 감지기를 만들지 않았다면 현 지구의 사회는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차원진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평범하게 사회 생활을 할 수 있을리 없으니까.

10분 전에 예보만 하더라도 그 효과는 없는것보다 수백배는 낫다. 피난할 시간과 더불어서 군과 포스 유저가 대처할 시간을 벌 수 있었기에 알리언 박사는 그 업적을 인정받아서 별다른 논란 없이 노벨 평화상을 수여받았다.

그것 외에도 업적은 많다. 적성종의 등급과 라프 에너지의 분석, 가이아 포스의 성질 연구 등등, 포스 유저와 적성종에 관련해서 파고 들어가면 알리언 박사와 연관있는 기술과 논문이 한두개가 아니다.

"피고인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며칠 전 구치소에서 탈옥한 일이 있습니까?"

"있지"

"그리고  뒤에 알리언 박사를 찾는 당신을 본 연구소 직원들이 있습니다. 이건 증인도 있지요"

"그런데?"

"그리고 이후 알리언 박사는 행적이 불분명합니다. 거기에는 당신과 관련된게 분명하죠. 다시금 물어보겠습니다. 알리언 박사는 지금 무사합니까?"

최악은 고노 의원을 보았다.

도대체 이놈이 무슨 깡으로 지랄하는건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고개를 까딱거렸지만 상대는 오히려 똑바로 최악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남석 대통령과는 다른 타입이다. 그는 적어도 최악에 대한 두려움을 알고 있으면서도 똑바로 맞선거라면 고노 의원은 애초에 두려움이 없었다.

두려움이 없는 용기는 만용에 불과하다. 그건 존중보다는 비웃어줘야 하는 부분이다.

"알리언 박사는 내가 죽였는데"

"......!!!!"

"아니, 무슨!!!"

"피고인! 그게 사실입니까?"

본인 입에서 확실하게 대답하자 청문회장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들은 알리언 박사가 아틀라스의 수장인 프로메테우스였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아틀라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프로메테우스와 알리언 박사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 자체는 모를거다.

철저한 은폐를 통해서 거의 별개의 인물로 만들었다. 최악조차도 처음에는 속았다가 후에 능력 덕분에 알아차렸으니까 당연하다.

"........피고인,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새끼가 뒤질만 했으니까 뒤졌지. 여태까지 해도 되도록이면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일을 했던 내가 알리언 박사 같이 좋은 사람으로 알려진 사람을 죽였으면 짐작이 가지 않아?"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십시오, 피고인. 중요한 사안입니다"

"됐어. 설명해주는건 귀찮고 뒤진놈 이야기 하는 것도 뭐하니까 묵비권을 행사할거고. 만약 조사 해볼거라면 아틀라스란 이름부터 조사해보라고 해주지"

생소한 이름, 하지만 개중에는 그 이름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그 소재는 오래 가지 못했다.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애초에 그 질문은 하지 않은 것이 된다. 최악이 피고인의 신분이라고 하지만 증인이던 피고인이던 묵비권은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그의 태도와 범죄를 인정하는 태도에 고노 의원이 목에 핏대를 일으키며 소리쳤다.

"지구의 미래에  보탬이 되어줄 알리언 박사를 살해하다니! 그가 무슨 짓을 저질렀던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용서받을  없는 짓을 한건 나나 알리언이나 둘 다 마찬가지고"

"크흠! 인류는 이렇게 21세기의 아인슈타인을 잃어버렸습니다. 보고만 있으실겁니까? 해리스 대사님?"

고노 의원이 미국의 외교 대사를 걸고 넘어졌다. 아군을 만드려는 것이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짧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알리언 박사의 이야기는 참으로 유감이지만, 저희는 아직 의문점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고노 의원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혀를 찼다. 미국의 시민이 죽었는데도 그런 태도로 나온는걸 보면 뭔가 알고 있는것 같은 느낌인데  자리에서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은 제염 기술이 없으면 패망한다. 점차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이 될 것이며  여파는 주변국으로 퍼지기 때문에 그 배상금을 물어주는 것도 못할 지경이 이르게 된다.

이 자리에서 최악을 압박하여 제염 기술을 뜯어내는게 그의 가장  목적이다. 그걸 위해서는 알리언 박사 살해 사건을 물고 늘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저런 태도로 나오면........

"꼴불견이네"

최악은 그런 그를 보며 비웃어주었다.

마이크 덕분에 확실하게 들린  말은 명백한 모욕의 발언이였다. 껄렁하게 대답해도 일단은 성실하게 질문에 답하던 최악이 대놓고 욕한거다.

"피고인! 발언을 조심해 주십시오! 아무리 청문회라도 그런 모욕적인 언사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럼 저걸 보고만 있으라고? 내가 부처님이 아니라서 저런거 참는 성격이 아니거든?"

고노 의원이 노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뭔가를 얻어내기 위함이였다.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에서 깨닫고 있었다.

철저한 정보 은폐로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태는 미국조차 모른다. 조사하고자 한다면 알아낼 수는 있지만 최악과 시온의 일 때문에 인력이 전부 그쪽으로 빠져서 일본에서 일어난 일은 모르는 상태다.

일본이 망해간다는건 오로지 일본만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무릎꿇고 도와달라 한다면 제염 기술 정도는 줄 수 있었을텐데.

어줍잖게 체면을 차리다가 모두 망하게 되었다.

"나는 얼굴에 금칠하는 그런건 낯 간지러워서 못하거든? 그러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고노인지 고놈인지 의원 양반. 일본은 지금 후쿠시마가 한번 더 폭발해서 방사능 때문에 씹창날 상황이잖아? 그렇지?"

"커흐음!!!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피고인은 청문회와 관련없는 발언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래? 그러면 제염 기술 같은거 필요 없는거지?"

".........."

아무리 그래도 그 상황에서 부정하면 제염 기술을 얻을 건덕지가 없다. 그러니 침묵할 수 밖에.

침묵은 많은걸 알려준다. 청문회장이 최악이 아니라 처음으로 다른 소재로 시끄러워졌다.

"고노 의원! 그게 무슨 소리오?"

"후쿠시마 발전소가 다시 폭발한게 사실입니까?"

"고노 의원님! 대답좀 해주십시오!"

"크흠!!!!"

사람들의 소란. 그리고 그것을 잠재우는 최악의 기세가 그들을 덮친다. 한순간에 냉수를 끼얹은듯 조용해진 사람들은 최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고작 제염 기술 따위를 얻자고 개지랄을 떨고. 그것도 모자라서 루리랑 예진이까지 납치하려다가 처맞으니까 도리어 폭행 사건으로 몰아넣고.......그게 국가가 할 일이냐? 응?"

백리는 최악의 언동에서 심상치 않은 기색을 잃었다. 결국 최악이 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가 불러온다.

단숨에 튀어나간 백리는 최악을 말렸다.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형, 잠깐만요. 조금만 진정하고 이야기 좀 해요! 형!!!!"

"넌 짜져 있어"

콰앙!!!

묵직한 일격이 백리의 머리를 후려쳤다. 본인은 귀찮다고 손등으로 파리 쫒듯 휘젛은 일격이지만 가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백리는 저 멀리 날아가 청문회장의 벽에 처박혀 정신을 잃었다.

본격적인 무력 행사에 청문회장이 굳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이 불과했다.

"방사능이 터졌는데도 국민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거기에 제염 기술 얻자고 나라가 나서서 납치극에 이후에는 적반하장까지.......무엇보다 내가 딸처럼 여기는 애까지 건드렸겠다?"

눈치 빠른 사람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이해했다. 즉,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인사들은 깨달았다는 소리다.

이해를 못한 사람은 기껏해야 한국어를 못해서 통역을 들어야 하는데 못들은 사람이나.......일본의 고노 의원 밖에 없었다.

"무, 무슨 짓을 하는거요! 천검! 권룡여제! 어, 어서 막으시오!!!"

백리조차 한방에 나가떨어진 마당에 두사람이라고 별 수 없다. 나서지 않는 용하연을 보고 이경진은 마찬가지로 나서지 않았다.

최악은 웃었다.

살벌하고 섬뜩하게. 방송으로도 전해지는 그 미소에는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뭔가가 담겨 있었다.

"오만하구나, 너희들"

사회는 오만해서는 안된다.

언제나 겸손하여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러니 그렇게 오만할 자격이 있는지 묻겠다"

그리고 최악은 선언했다.

아니, 최악이 아니라 '최흉의 대마왕'으로서 선언했다.

"지금부터 대마왕 소집을 시작한다"

그리고 세계는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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