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3화 〉[중국 최후의 날] (250/507)



〈 253화 〉[중국 최후의 날]

루시안에게서 하논의 사후에 대해서 들은 나는 이윽고 생각에 빠졌다.

대충 짐작이 가는게 있다. 그리고 그게 맞다면......

"그래  들었다. 나중에 언제 밥 한번 먹자"

[짜식, 그렇게 말하고 진짜  먹은게 얼마나 있는데. 한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거든?]

"직접 밥 먹으러 오던지"

[새끼, 너 나중에 두고보자. 아주 그냥 엿을 먹여주마]

"뭐, 엄마라도 불러오게? 에베베 마마보이야~"

[아! 진짜! 이 새끼 버릇좀 고쳐줄테다!!!!]

이윽고 나는 통신을 끊었다. 어차피 얻을건 다 얻었으니까 볼일은 없다.

시온은 루시안의 이야기를 듣고 마찬가지로 생각할게 있는지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이 더욱 딱딱했다.

"별일 있겠어? 걱정하진 마. 그렇게 큰 일은 아니잖아?"

"직접적으로 타격은 안줘도 정신적인 타격은 좀 있습니다. 여태까지 생각해본적 없는 소재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너하고는 좀 먼 이야기니까 말이야......."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다.

나나 시온이나 깊게 들어가보면 쾌락주의자다. 억지로 싫은걸 하려고 하는 그런 취향은 없다. 좀 아픈거라도 어디까지나 자기가 좋아하는거라서 하는거지 일부러 아픈 부분을 찌르진 

는다.

지금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하기 싫고 하기 싫은거라면 안하면 그만이다. 도피가 아니라 애초에 선택할 필요 자체가 없는 선택지라는 소리다.

미연시 같은걸로 치면 엔딩에 영향 안주고 텍스트 몇줄 바뀌는 선택지 같은거라 상관없다.

"결과는 변하지 않아. 그러면 결국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걸 선택하면 그만이야. 나는 네가 그렇게 고민하는거 별로 보고 싶지도 않고. 그러니까 편하게 생각해"

".......그렇게 편하게 사는 것도 재주입니다"

"환생 다회차 인간의 인생론이지. 너는 기껏해야 2회차라서 모를꺼야"

시온은 1회차가 인간이였고 2회차가 지금의 시온이다. 그래서 횐생 수십번 한 나와는 같은 환생자여도 경우다 다르다.

말하자면 같은 병사인데 이등병도 못단 훈련병이랑 말년 병장의 차이라고 할까.

아무튼 나는 알건 알았으니 슬슬 움직이기로 했다.

"아직 청문회 시간은 멀지 않았습니까?"

"바로 직전에 가는건  그렇고 못해도 한두시간 전에는 가야지. 그리고 구치소 가기 전에 따로 중국에 들를 일이 있어서"

중국 이 새끼들은 잘 하고 있는데 개중에는 꼭 선을 넘는 새끼들이 있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공산당 아닌척 하면서 공산당 출신이였거나 커넥션이 있는 놈들이 권력을 잡으려고 지랄을 하던데......대충  잡은거에 더불어서 시온이 조사  해주니까 빼박으로 증거가 드

러났다.

 지경으로 일을 벌렸는데 그냥 놔둘 생각은 없다. 다시금 공산당이 권력을 잡는다면 나는 이번엔 확실하게 중국의 모든 국민들 싸잡아 죽여버릴 것이다.

공산당원들을 죽이고 자주독립을 허가했는데 그걸 지키지 않겠다면 나도 중국인을 죄다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손을 쓸 생각은 아니다. 단지 보여주기 식으로 약간의 협박을 더할 뿐.

사람은 한번 가지고 말을 듣지 않는다. 두번쯤 해봐야 그제서 좀 듣는 편이지.

지금 상황에도 혹하는 중국인이 있을테니까 그 의지를 꺽어버릴 일이 필요했다.

"적당히 하십시오"

"걱정마. 사람은 별로 안죽을거야. 대놓고 사람 죽이려고 가는거 아니니까"

"좀 걱정되서 그러는겁니다"

"에이, 걱정할 일이 뭐가 있어. 넌 그냥 앉아서 TV나 보다가 청문회 끝나는거 기다리고 있어. 아마 끝나면 거의 바로 화성으로 이주할것 같아"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나는 청문회가 어떤식으로 끝나던 화성으로  것이다.

지들이 뭐 어쩌겠어? 수조원 들여서 로켓 만들고 화성으로 사람 보내서 나 잡아다가 끌고갈거야?

자고로 사회의 법이란건 다수의 힘에서 나온다. 다수도 이길  없는 개인이 나타나면 법을 들먹이는데 두가지 문제점이 생긴다.

누가? 어떻게?

개인이 국가를 이기는 무력, 설령 사형을 시킨다 하더라도 지구가 쪼개져도 내 목은 쪼갤  없기에 처벌도 불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서 존중을 하지 않는 나는 사회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된다.

내가 구치소에 들어가서 청문회를 받는 것도 어디까지나 내가 그들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럴 가치가 없어지고 그들이 그런 내 존중을 무시하고 오만하게 군다면.......뭐, 생각이 있다면 그럴일은 없겠지만 말이야.

"뉴스나 봐. 뉴스 보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돼. 아마  청문회도 생방송으로 나갈껄? 밀러, 뉴스 채널들 틀어봐"

뉴스란건 각 방송사의 정치적 문제에 따라 여러가지로 달라지는 법이다. 그러니까 한 뉴스를 보더라도 최대한 많은 방송사의 뉴스를 보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법이다.

물론 우리 시온이 편파적으로 볼리는 없지만 말이야.

밀러는 내 명령에 화면에 수개의 홀로그램 창을 띄웠다. 익숙한 것도 있고 낯선 것도 있는 여러가지 뉴스 채널들이 떠올라 있었다. 개중에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같은 해외의 방송사의 뉴

스도 있다.

"앗........!"

"뭘 그렇게 놀, 응?"

시온이 뭔가 뉴스 채널 하나를 보고 흠칫거렸다. 재빠르게 숨기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나는 놓치지 않았다.

[라쿤맨 2호로 알려져 있는 하백리씨의 여동생인 하루리양이 저희 일본 정부의 외무성 직원들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 이건 정말 무례한 행동입니다. 아무리 하백리씨가 UN소속으로 일하게 된다 하더라도 정작 그의 여동생인 하루리양은 아무런 직책이 없습니다. 애초에 가족이 마스터 유저라고 그렇

게 행패를 부려도 되는겁니까?]

[정말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행동이죠]

시사 문제를 다루는 뉴스 코너다. 일본어로 말하지만 내가 할줄아는 언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해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루리가 어디 땅콩회항마냥   빽 믿고 깽판을 부린 년으로 보일법한데.......내가 알기로 루리는 그런 애가 아니다.

아는 아이라고 편 들어주는거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자식이라도 버릇없게 굴면 회초리가 아니라 주먹으로 팬다.

만약 내 빽을 믿고 온갖 행패를 부리러 다니는 애로 자란다면 내가 패륜을 저지르는 한이 있어도 대를 끊었을 정도로 이런 일에는 단호하다.

애초에 루리는 갓-루리루리의 정보 수집 단말이다. 그래서 개인의 개성 차이는 있어도 선은 있기 때문에 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건 잘 알고 있었다.

"이거 나한테 숨기는거랑 연관 있는 일이지? 그치?"

"........."

"묵비권을 행사해봤자 소용없어. 밀러한테 다 뒤져보라고 시킨다?"

"아! 그건 안됩니다!!"

"그러면 불어"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면 모를까, 뉴스까지 나와서 공론화된 판에 계속 모른척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이 일.......예진이랑 관련되어 있다.

아무리 시온보다 중요도가 낮아도 어디까지나 비교해서 낮다는거지 이번 생에서는 딸처럼 여기는 아이다. 아이한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물어봤을 때 엄마를 고른다고 아빠를 싫어

하는건 아닌 것처럼 무게만 다를 뿐이다.

팬텀이랑 그레이의 집안인 류씨네 집안에는 이런 말이 있거든?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정은 피보다 진하다'라고.

그건 공감하는 말이다. 나는 환생자라서 죽으면 결국 초기화다. 다음으로 이어지는건 시온 밖에 없는데 솔직히 피가 이어지는건 크게 신경쓸 요소가 아니다.

내가 딸로 생각하고 정을 주고 있는데.......그런 딸내미를 건든 소식을 들은 아버지 마음이 어떨것 같냐?

게다가 루리가 잘못한 것도 아닐테니까 결국은 지랄하고 있는 일본 잘못이라는건데. 일본은 지가 선빵 쳐놓고 도리어 진데다 그 뒤에는 피해자 코스프레한 전적이 있다.

과거에 저지른 죄도 인정 안하는 놈들을 참 잘도 믿겠다 시발.

"......화 많이 안낼겁니까?"

"한거 봐서"

"알겠습니다"

시온은 조금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작정하고 파고들면 알아내지 못할리 없다. 지금만 하더라도 호라이즌에게 자료 내놓으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주인은 시온으로 되어 있지만 명령권은 나나 시온이나 동등하다.

권한이 같으면 서로 상충된 명령으로 모순이 발생할 염려가 있어도 그런 모순 속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게 인공지능이다. 그러라고 달려있는건데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러지 않아도 직접 발로 뛰면 된다. 그냥 루리한테 전화 하나만 걸어도 그만이고. 지금쯤이면 백리도 알테니까 백리한테 물어봐도 된다.

"그러면......."

시온은 나에게 루리와 예진이가 겪었던 일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  *  *

길진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사람 신경 건드리는 이야기였다.

"화내지 마십시오"

"화 안났어"

"..........아, 그게 더 안좋은건데"

"뭐가? 누가 들으면 난 화만 내는 사람인줄 알겠네"

"오히려 화를 내는 편이 더 낫습니다. 당신은 진짜 머리 끝까지 화나면 차가워지는 편이라서 그런겁니다"

"아, 그럴만도 하지"

나는 진짜로 머리 끝까지 화나면 오히려 차가워진다. 그냥 분노에 몸을 맡겨서는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남에게 속을 수도 있기에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그래야 했다.

분노만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정말로 자신을 분노시킨 상대를 죽여버리기 위해서는 그 분노를 조절하고 차갑게 식혀야 한다.

"괜찮아. 나 그렇게 화 안났어. 봐봐, 웃고 있잖아?"

"섬뜩한 웃음을 그만 두십시오. 솔직히 그거 무섭습니다"

"내 인상이 나쁘긴 한데 그래도 무섭다고 하는건 좀 아니지?"

"당신 얼굴은 환생해도 거기서 거기인데 익숙해진 저도 무섭다고 하는겁니다"

"흠"

중국과는 일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마오 어쩌구 하는 고위 공산당원의 개인의 일탈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래서 만약 그 시점에서 내가 그놈만 죽이고 일을 마무리했으면 중국 정부에서도

크게 태클걸지 않았을거다. 본인들도 그게 잘못이란걸 알고 꼬리를 잘라서라도 나를 건드리지 않고 싶을테니까.

하지만 이건?

대놓고 뉴스에도 나오고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굴고 있는데 이건?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입장 자체가 그런거다. 상황이 다르다.

........음, 아까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면 도리어 식는다고 하던데. 지금은 살짝 애매하네. 화가 안났다는건 아니고 사람은 너무 어이가 없으면 도리어 화도 안나는 것 같은 그런 상황

이라서 말이야.

지금 당장 내가 일본으로 달려가 때려 부숴도 된다. 어차피 나를 처벌할 존재는 이 지구 상에는 없으며 이번 일은 일본 출신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인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다.

시발, 루리가 대통령 만나서 묻자고 했으면 분명 일본 정부랑도 이야기 했을텐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까발리는거 보면 처맞고 싶다는 뜻 아니냐?

처맞고 싶다는데 때려줘야지. 나는 부탁하면 어지간해서는 들어주는 사람이다.

"일본 이 새끼들은 망하기 싫어서 망할 짓을 하는구나. 방사능은 무섭고 나는 안무서운가봐?"

"마치 머릿속에서 자기합리화와 행복회로가 돌아가는 사람들 같습니다. 애초에 투표가 아니라 혈연으로 자리에 오르는 나라답습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주제에 민주주의식으로 안하면 누리가 혐오하는 국가인데......."

"루리가 아니고 누리.......할겁니까?"

"대마왕이 다섯체......온다! 유마!"

"......이제 이 지구는 망했습니다. 이래서 당신한테는 말 안하려고 했는데"

"어쩐지 숨기는것 같더라. 뭐, 그래도 나도 일 하는데 개인적인 감정을 끼워넣지는 않아. 단지 일 시작하기 전에 약간 감정이 있을 뿐이지"

만약 이 일을 하는데 개인적인 감정 같은걸 끼워넣는다면 애초에 대마왕으로 선택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토피아도 트집잡아서 그러는거지 트집잡을거리가 없다면 감정만으로 휘두르지 않는다. 다만 그러지 않는 문명이 드물 뿐.

지구가 통째로 날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문명이 존속할  있을리란 보장은 없었다. 우리 일이 그거니까.

"청문회 끝나고 보자"

".......그놈 얼굴  준비나 해두겠습니다"

"아, 그러네"

나는 슬슬 나갈 채비를 끝냈다. 나름 TV에 나가는건데 옷빨이라도 제대로 받아야지. 전에 사둔 맞춤 정장을 입어서 겉보기에는 깔끔해보인다.

일단 중국부터 들렀다가 구치소로 돌아가고......별일 없으면 청문회를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일본이다.

기다리고 있어라, 이 원숭이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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