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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7화 〉[중국 최후의 날] (244/507)



〈 247화 〉[중국 최후의 날]

약속 장소로 잡은 곳은 루리도 알고 있는 익숙한 카페였다.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종종 커피가 땡길 때는 가서 수다 떨고는 했던 정겨운 가게였다.

하지만 예진이는 장소를 모르니 먼저 루리랑 만난 후에 카페로 가기로 했다.

간만의 외출이기 때문에 걸으면서 주변의 가게에서 좋은 옷 있으면 쇼핑도 해보고 그것도 아니라면 눈으로만 보면서 걷는편이 나을것 같기도 해서 그렇다.

"예진아!!!"

"앗?! 그렇게 소리지르면 사람들한테 들켜요?!"

이미 신상까지 털린판에 걱정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놓고 까발리면서 돌아다니는 것보단 낫다.

하지만 예진이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루리는 어께를 으쓱이며 별로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했다.

"뭐 어때서. 누가 널 건드리려고. 좀만 건드려도 아저씨가 올텐데  어때?"

"과연 그럴까요?"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아저씨 같은 타입은 평소에는 헐렁헐렁해도 자기 사람 건드리면 불 같이 화내는 타입이야. 초가삼간 다 태워도 자기 딸내미   벼룩을 잡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아니, 사람이 상식이 있으면 그런 짓을.....아, 중국의 예시가 있어서 반박을 못하겠네요"

최악은 시온을 건드린 것 때문에 중국을 파멸로 몰아넣었다. 그걸 생각하면 루리의 말이 백번 옳다.

아무튼 두사람은 약속 장소인 카페로 가기로 했다.

루리나 시온이나  다 포스 유저이기 때문에 외모가 남다르다. 둘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그 나잇대로는 보이지 않는 외모와 몸매를 지녀서 지나가는 남성들의 시선을 받지만 접근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아무리 귀여워도 쉽사리 호랑이 새끼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없다. 주변에 어미가 있으면 좆되니까.

"평소 같았으면 한두명 정도 이미 헌팅 하러 왔을텐데 조용하네요"

"그거야 우리 신상 다 털렸으니까 그렇겠지. 보니까 내 쓰리 사이즈도 떠돌아다니더라"

"루리 언니 괜찮아요?! 좀 민감한건데 그거!"

"쓰리 사이즈가 뭐 어때서? 어차피 직접  알몸 본것도 아니고 내가 쪽팔려 하거나 해야해?  몸에 칼 댄적 없으니까  쓰리 사이즈에 당당해!!!"

"멘탈이 남달라......?!"

루리의 멘탈과 정신세계는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다. 그만큼 상식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냥 애초에 박살날 멘탈이 없는지도 모른다.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누군가는 슬쩍 보면서, 누군가는 빠르게 피하면서 수근거린다. 백리의 여동생인 루리라면 모를까, 예진이는 최악의 딸로 알려져 있었다.

"쟤가 걔야?"

"야, 혹시 모르니까 피해"

"근데 어떻게 대놓고 돌아다녀?"

"라쿤맨 지금 탈옥했다고 하는데 쟤라도 잡아야 하는거 아니야?"

"잡을 수 있으면 잡던가. 그런데 예쁘긴 되게 예쁘네"

수근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조금 꺼려졌지만 예진이는 당당한 루리의 모습을 보고 털어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는 잘못한게 없다. 잘못한게 있다면 최악이지. 한국에 연좌제 같은게 있다면 또 모를까 예진이가 고개 숙여야 할 이유는 없었다.

두 사람은 카페까지 느긋하게 걸어가면서 잡담을 나누었다. 중간에 눈에 띄는 가게가 있으면 한번 살펴보면서 아이쇼핑도 즐긴다.

"아, 그런데 아저씨가 사람 한명 새로 구했더라고요"

"누구? 시온 언니 기술력 보면 어지간한 사람으로는 고용해도 인턴 생활을 해야할 판인던데"

"잘은 모르겠는데 외계인이라고 하던데요"

"........외계인은 시온 언니 말하는거 아냐?"

"다른 사람이래요"

"남자? 여자?"

"남자요"

"흐으으으으으으음!!!!!  오빠가 나랑 결혼할 사람은 외계인 말고 없을거라고 했던 개드립이 떠오르는군"

"저도 그랬잖아요"

"그렇긴 하지. 근데 잘생겼어?"

"본적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자가용 같은건 있더라고요"

"음, 생각외로 괜찮을듯!!!"

"근데 군인이래요"

"앗, PTSD가!! 윽!!!"

자가용(지구 파괴 가능).

중세시대에 전차를 가져가면 무쌍을 찍을  있는 것처럼(물론 보급 같은건 둘째치고) 드래고노이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11세대가 나온 시점에 3세대 장비라도 충분히 초월적인 기술력이다.

평범한 문명이였다면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만 이미 시온이 호라이즌 같은 괴물 기체를 등장시켜서 드래고노이드라고 해봤자 약간 큰 드론 수준으로 보일 정도다.

뭐든지 존나 크고 짱쌘거 앞에서는 아담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 여기야 여기. 우리 학교에서 적당히 가깝고 커피도 싸고 해서 애들이랑 같이 와서 수다 떨던 카페야. 케이크도 수제라서 맛있어"

"요즘 브랜드 아닌 카페 같은건 자영업이라 운영하기 힘들텐데......."

"장사 꽤 잘되나보지. 내가 학교 다닐 동안에는 여기 자주왔는데 아직 운영하는거 보면 아직 망하진 않을것 같은데?"

동네에 하나쯤 있는 그런 카페. 잡담이나 수다 떨기에는 딱 좋은 그런 크기의 카페였다. 파는 케이크나 애플파이도 수제로 만들어서 은근히 인기가 많은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명당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커피 냄새와 옅은 달달한 냄새가 반긴다. 카페 안쪽에는 이미 먼저 루리의 친구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루리는 손을 흔들면서 반기며 달려갔다.

"내거 커피 먼저 시켰음?"

"니가 직접 시켜 이년아"

"아오, 이것도 친구라고. 더러워서 내가 직접 산다"

루리는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예진이는 루리의 친구인 그녀에게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최예진이라고 해요"

".......아, 혹시?"

"네, 생각하는 그  맞아요. 루리 언니 친구분이니까 말 편하게 하세요"

"난 이세영이야"

예진이도 자리에 앉고 슬쩍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약간 어두운 듯, 눈이 아프지 않을 그런 조명에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낮이라 햇빛이 밝아서 그런건지 따로 블라인드를 쳐두었다.

슬슬 추운 날씨지만 일교차가 클 정도로 낮에는 덥고 햇빛이 강하다. 자리를 잘 잡은 가게라서 빛이 잘 들어오는게 오히려 과했다.

카페 안의 온도는 조금 높아서 예진이는 겉에 입은걸 한꺼풀 벗었다. 딱 수다 떨다가 졸기 좋은 느낌이다.

"난 일단 카라멜 마키아토 시킬건데, 예진이 너는?"

"아, 사주시게요? 전 그러면 카페라떼요"

"싼거 먹네. 가성비가 좋은거 보니 오빠랑 국밥 데이트를 하겠구만"

".........."

"거기선 부정해! 부정하라고!!! 아오! 진짜 썸타면서 간만 보는 것들은! 기정사실 만들어! 기정사실 만들라고!!!!"

"그런걸 이런데서 대놓고 말하면 안되죠!!!"

부정하지 않는 예진이의 태도에 루리가 열을 냈다.

솔직히 예진이는 국밥 좋아한다. 백리도 좋아하니까 그런거 보면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다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열불이 터질 지경이다. 저렇게 콩닥콩닥 감정이 있는 주제에 고백도 안하고 친구 이상 연인 미만으로 지내면 보는 사람이  답답하다.

"여기 카라멜 마키아토랑 카페라떼 톨 사이즈로 하나요. 케이크는.......아, 애플파이 3개요"

"네, 다른거 필요하신건 없으신가요?"

"됐어요. 아, 계산은 현금으로 할께요"

"네, 감사합니다"

주문을 하던 루리는 주문을 받는 사람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익숙한 얼굴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어라? 여기 원래 여자 사장님이 운영하시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이 카운터에 있는건 처음인데, 알바세요?"

"......아, 저는 사장님 친척인데 잠깐 집안에 일이 있으셔서 땜빵으로 알바 뛰러 왔어요"

"올, 가족이니까 최저시급은 받으시겠네요. 아무튼 힘내세요"

얼마 뒤에 주문했던 커피가 나왔다. 루리는 커피를 가지고 테이블로 돌아와서 떠들고 있는 두사람에게 끼어들었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내 흉보고 있었던거 아니지?"

"아, 루리 언니 감 귀신같네요. 저랑 비슷한 특성 있는거 아니예요?"

"오또케 알아찌!!!!"

"진짜예요?!"

"물론 진짜지 썅년아. 어딜 남의 흉을 봐!!!!"

"앗, 내 커피!!!"

루리가 커피를 주려다가 말자 잔을 빼앗으려는 두사람 사이에서 약간의 다툼이 생겼다. 보통 사람의 동체시력으로 따라잡기에는 힘든 수준의 공방이였지만 정작 포스 유저인 두사람에게는 그저 장난에 불과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싸우던걸 멈추고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가 루리가 문득 의문을 표했다.

"어라? 맛이 좀 이상한것 같은데.  착각인가?"

"그래요?"

"......보니까 여기 사장님이 아니던데. 사람이 바뀌어서 맛이 다른거 아니야?"

"아,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네"

세영이의 말에 루리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남들은 모르는 그녀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근데  오늘따라 조용하다 세영아. 평소 같으면 막 수다 떨고 그랬을텐데. 혹시 마법의 날이니?"

"뭐? 아니거든?"

"아무튼 커피 마시고 뭐 할래? 영화라도 볼거야? 보니까 요즘 재미있는 영화 몇개 있는것 같던데"

"딱 수능 끝나서 한탕 해보려고 그러는거 아니예요? 리뷰 같은거 신경써서 확인하고 보는게 좋아요"

"사람이 막 재미있는 것만 볼 수는 없는 법이지. 가끔 꽝도 뽑을 수 있는 법이야. 그리고 나는 대놓고 꽝인 것도 보지 않고서는 못넘어가는 버릇이 있거든. '앗, 똥망 작품! 보지 않고서 못 배기겠어!'같은 느낌으로"

"그럼 작년에 개봉했던 82년생......."

"나는 성격이 이상한거지 멍청한건 아니거든? 예쁘고 능력있는 여자가 페미니 남혐 타령을 왜 해? 정말로 스스로 능력있는 사람은 그런  쯤은 극복할  있고 그런 핑계 타령 안하는 법이야"

"앗, 누군가 무거운 사람들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라고 해봐. 내가  조져버릴 수 있어"

루리는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예쁜 능력있는 여자였다. 더군다나 이제는 백리 덕분에 인맥도 생길텐데 혐오 타령하면서 시간만 버릴 생각 없다.

세 사람은 그렇게 떠들면서 한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연애 이야기도 하다 보니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리고 제가.......어?"

"예진아? 왜 그래?"

예진이는 한창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다. 그대로 픽, 하고 쓰러져서 테이블에 엎드린 모양새로 잠에 빠져들었다.

난데없이 잠이든 예진이의 모습에 루리가 당황했다.

"머임?! 대체 머임?! 기면증 같은거 있는거 아......윽?"

그리고 그 다음은 루리도 마찬가지였다. 루리도 예진이처럼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고 쓰러졌다.

홀로 남은 세영이만 그런 두사람을 보면서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미안해......미안해 루리야. 나도 어쩔 수 없었어......미안해, 미안해........"

그제서야 꼭꼭 숨기고 억눌렀던 감정과 울음이 터진 그녀는 정신을 잃은 두사람을 보면서 사과했다.

두사람이 쓰러지자 주변에서 손님으로 위장하고 있었던 사람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세영이는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우, 우리 엄마는 그럼 약속대로 풀어주는거죠?"

"걱정 마십시오. 약속대로 미끼 역할은 제대로 했으니까 풀어드리겠습니다. 일단 저희랑 같이 가시죠"

"네, 네......."

상황이 대강 파악되는 대화였다.

세영이는 그들을  카페로 끌어들이는 미끼 역할이였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그들은 커피에 약을 타서 두사람을 확보할  있게 되었다.

포스 유저에게 있어서 독은 그리 통하지 않는다. 수면제 종류라 할지라도 일반인에게는 치사량을 먹어야 겨우 효과가 드러난다.

약효가 강한 것은 물론 있지만 그건 포스 유저 범죄자 제압용으로 반입이나 사용에 절차가 필요했다. 시중에서는 절대 구입할  없다. 그러니 그들은 나름 힘이 있는 단체나 조직이라고  수 있었다.

"원래는 2호의 여동생만 확보할 예정이였는데 생각외로 좋은 일이 생겼군요. 당사자의 가족도 확보했으니까 협박 소재는 충분히......."

"누굴 협박하려고?"

그들은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주변 유동 인구도, 카페 사장의 매수도, CCTV의 조작과 미끼를 만들기 위한 인질극도 전부 준비했었다.

하지만 한가지 정보가 부족해 간과한게 있다면. 그들이 먹인 약의 분량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포스 유저' 수준으로 계산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예진이에게 통할지는 몰라도 루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자고로 약 쓰는 새끼는 테크닉이 형편없다는거 알고 있어. 그런 놈들의 처리 방법은 뻔하지"

"아니, 어떻게.......!!!!"

"부랄 까기!!!!!"

뻐어어억!!!!

루리의 힘찬 발길질이 눈 앞의 남자의 사타구니 사이를 후려찼다.

그리고 이어서 지옥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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