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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6화 〉[중국 최후의 날] (243/507)



〈 246화 〉[중국 최후의 날]

현재 일본의 상황은 심각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언론은 아무런 문제도 재기하지 않았으며 평소와 같이 조용했다.

단지 한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했다는 정도인데 그것 조차도 언론은 내보내지 않았다.

후쿠시마에서의 폭발로 인해 일본은 현재 방사능 천지의 국가가 되어가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폐해가 드러나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나 이상이 생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늘어가는 방사능 수치조차도 언론에서 방사능 수치 측정기기에 대한 납품 비리등을 공론화 하여 오류가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진 못한다. 결국에는  국민이 알게 될 것이며 지금은 막 폭발하기 직전의 끓고 있는 휴화산에 불과할 뿐이다.

언론을 통제하고 사람의 입을 막는 것은 결국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예, 의원님"

[그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아직 눈에 띄는 결과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라쿤맨이........"

[그렇다고 그렇게 계속 둘 생각인가!!! 뭐라도 해야지!!!!]

주한 일본 대사관의 야키토리 미노리 차관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호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화상 통화가 아닌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수준이였다.

예쁜 사람은 찡그린 모습도 예쁘다고 하지만 기분은 별개의 문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위에서 채찍질만 하는 무능한 사람에게 큰 소리를 듣는것보다 기분 나쁜 일은 드물다.

"섣부르게 행동했다간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들여서......."

[그 시간을 들이는 동안 우리 일본이 어떻게 되고 있는건지 모르는건가!!!]

"..........."

호통을 치고 있는 고노 의원은 입으로는 일본을 걱정하는척 하면서 정작 언론을 통제하고 본인은 해외로 빠져나간 사람 중 한명인다. 지금 그는 저어기 동남아 어딘가의 국가에서 외교란 명목으로 휴가 중이다.

그러면서 정작 그녀에게는 언제 방사능의 영향이 올지 모르는 한국에 보내서 일을 맡겨다. 정말로 일본을 걱정했다면  자리에 있는건 그녀가 아니라 고노 의원이였을 것이다.

[고작 그런 애송이 하나 구슬리지 못하고서.......정 안되면 몸이라도 써야지!!! 내가 자네를 차관으로 들인 이유가 뭐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

폭언을 넘어서 성희롱, 아니, 언어적 성폭력에 가까웠다.

하지만 야키토리 차관은 익숙한지 덤덤하게 넘겼다. 애초에 고노 의원은 그런 사람이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백리씨는 그런 쪽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따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손을 대려고 했다간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서......."

[남자가 여자 한둘쯤 관심을 가지는 것 쯤이야 당연한거지! 전부 몸을 쓰기 싫어서 하는 변명 아닌가?]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빨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내야지!!]

이어지는 잔소리에 야키토리 차관은 수화기를 막고 잠시 한숨을 쉬었다.

호통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자기가 직접 하면 될 일이지 능력도 없는 주제에 되도 않는 억지를 무진장 부린다.

차관이란 직위도 그녀의 능력을 보고 뽑은게 아니라 외모를 보고 뽑았기 때문에 더욱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런 상황에도 반박할 수 없었다.

이내 계속 소리치다가 목이 아픈건이 아니면 스트레스가 풀린건지 모를 고노 의원은 이윽고 언성을 낮추었다.

[앞으로 청문회도 며칠 남지 않았네. 그 전에 확실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화성으로 떠난 그들에게서 더 이상 제염 기술을 받을 수 없어. 그러면 그게  뜻하는지는  알겠지?]

"물론입니다"

현재 일본은 제염 기술이 없다면 도저히 사람이 살아갈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누가 당장 죽지 않아도 수명이 수십년은 줄어드는 땅에서 살아가려고 생각할까? 아무리  곳 없는 난민이라도 그 시점의 일본은 꺼려질게 분명한 일이였다.

아니, 애초에 그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전에 분노한 국민들에 의해서 전부 죽고 패망할테니까.

그들은 중국의 사태를 보았다. 국가 하나를 통째로 죽여버릴 수 있는 초월자란 존재 앞에서 인간의 사회가 얼마나 나약하기 짝이 없는건지 깨달았다.

지금의 중국은 썩은 나무 위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상황이였으나 그 썩은 나무 당사자인 현재의 일본은 후대의 양분이 되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권력을 잡고 지금과 같은 직위를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까지의 방법으로 힘들다면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을 쓰게]

"확실한 방법이라고 하시면......."

[몰라서 묻나? 설득과 협상이 통하지 않는다면 협박을 해야지]

".......!!"

야키토리 차관은 소름이 돋았다. 아니, 무식해도 정도가 있지......!!!

상대는 나라 하나를 아작내는 초월자라는 존재와 그런 초월자를 막아낸 포스 유저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 권룡여제보다 훨씬  강할거라고 평가하고 있는 와중에 협박? 협박?

한순간 그녀는 귀를 의심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줄 모른다더니 딱 그와 같았다.

[라쿤맨의 가족들은 없으니 친구.......아니, 그러면 효과가 약할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그 2호의 가족들을 노리는게 좋겠지. 여동생이 있다고 했었나?]

".......루리양이라면 이전 중국 정부에서 접촉하려고 했다가 호되게 당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거야 돼지 놈들이였으니 그런 것이고. 준비를 확실하게 한다면 문제는 없을텐데?]

애초에 납치를 계획하는게 문제였다. 하지만 상대에게 그걸 인지할 능력이 있었다면 더 나은 방법을 생각했을게 당연했다.

외무성의 대신인 고노 의원은 한 나라의 대표로서 활동할  있는 사람이였다. 그런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그런것인 이상 두고볼 필요 없는 일이였다.

국민의 선택이 아닌 그저 혈연으로 이어받은 사람에게 능력이 있는걸 기대하는게 사실 바보같은 일이긴 했다.

".......어떤 영향이 생길지 모릅니다"

[결국은 실패했기 때문에 생긴거 아닌가? 충분히 준비를 하고 시도한다면 괜찮겠지. 그렇지 않나?]

"..........."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하였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다음의 것은 하늘에 달렸다는 뜻이다.

그들이 준비할 수 있는걸 전부 준비한다 하더라도 결국에 남은건 인간이 결정할  없는 문제다.

그러니 완벽하게 준비해도 99.9퍼센트가 한계. 남은 0.1퍼센트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그게 당연하다. 비틀림의 절대자가 만들어낸 절대적인 법칙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따로 사람은 보내지. 그의 지시를 따르게]

사실상 뒷전으로 물러나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야키토리 차관은 오히려 안심했다. 설령 일을 그르치더라도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제 2순위로 밀릴테니까.

그녀는 혹시 몰라서 핸드폰의 녹음 기능을 켜두었다. 그는 자신의 상관이지만 방어할 수단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보내는 사람의 의견을 따라서 움직이면 되겠습니까?"

[만일 문제가 생기거든......]

"걱정 마십시오. 확실하게 꼬리를 자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이래서 자네를 좋아하지. 아무튼 빨리 해결하게. 고작 조센징 여자 한명 납치한다고 크게 일 벌릴 일도 없을테니까]

확실한 증거, 거기에 확실한 발언. 야키토리 차관은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럼 끊겠습니다. 의원님"

그녀는 통화를 끊은 후 이윽고 다른걸 알아보기 시작했다.

해외로 이민가는 방법을 말이다.

*   * *  *

백리네 집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했다. 백리가 커밍아웃을 해도 결국은 변하지 않는게 그 집안이였다.

"오징어 덮밥!!!"

다만 루리는 빼고.

아침 8시. 아직 학교는 가야할 시기이지만 그래도 수능이 끝난데다가 주말을 맞이한 루리에게 있어서 간만에 늦잠을 잘만한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6시 쯤에 일어나던 루리에게 있어서 8시는 충분히 늦잠이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이 점심 먹을 때 쯤에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상당수는 시차로 인한 결과지만 말이다. 아무튼.

"엄마! 오늘 아침은 오징어 덮밥이죠?!"

"하도 그 소리 해서 오늘은 오징어 덮밥으로 했단다. 대충 볶아줄테니 비벼 먹으렴"

"이햣호오오오오!!!!"

"아침부터 매운게 넘어가긴 해?"

"오빤 아침 오징어 덮밥을 먹어본적 없어서  모를거야. 자고로 아침에는 오징어 덮밥이지"

"차라리 제육덮밥을 먹어라 야"

"아, 아침에 고기는 속에서 안받아주는데"

"매운건 받아주디?!?!"

백리가 태클을 걸었지만 루리는 무시했다. 애초에 그런 아이다.

아무튼 아침을 먹고 씻은 루리는 몸단장을 했다. 한시간 정도 걸리긴 했지만 여자의 준비 시간은 오래 걸리는 법이다.

백리는 한심한 눈으로 루리를 보면서 말해다.

"어디 나가?"

"아니, 계획은 따로 없는데"

"그런데 아침부터 그 소란을 피운거야?!"

"그게 뭐 어때서!!!"

"아오, 진짜 이년이  여동생이라고........!!!"

백리는 전국의 모든 남매의 오빠 같은 대사를 하면서 성질을 부렸지만 어떻게 할 방도는 없었다.

결국에는 그냥  수 밖에 없는게 당연했다. 루리는 수능 씉난 여고생답게 느긋하게 늘어지면서 오늘 하루 뭘 할까 고민할 뿐이였다.

자고로 수능 끝난 학생에게 주말과 평일의 차이는 그저 학교를 가고 안가고의 차이일 뿐이였다. 그나마도 출석일수 채운 뒤라면  필요 없는거고.

"아, 인생 노잼이네. 뭐 컨텐츠 없나?"

"무슨 게임 고인물 같은 말을 하고 있어......! 알바라도 가던가!!!"

"인터넷에 오빠 신상 털려서 덩달아 내 신상도 털린 와중에 알바 취직이나 제대로 될것 같아?"

"못난 오라비라서 미안하드아아아아아아!!!"

"용돈이나 내놔. 오빠 통장 넉넉한거  알고 있으니까!!!"

"크윽.......!!"

백리가 커밍아웃한 이후로 루리도 상당히 구설수에 올랐다. 포스 유저라서 예쁘고 성적도 상위권인 여고생이 수능까지 봤는데 사람들 입에 오르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그런 와중에 아르바이트 같은걸 하면 귀찮아질게 당연한 일이다. 돈이랑 귀찮음을 계산함 결과 후자가 승리했다.

"그래도 뭐, 친구들이랑 놀러 나갈 수도 있으니까. 직업 없는 누구누구랑 다르지"

"나보고 시비거는거야 지금?"

"일단 오빠는 취직부터 하고 오셔"

"나 금방 UN쪽에 취직 되거든?! 그때 가서 용돈 달라고 하지 마라?!"

"그때 쯤이면 나도 알바하면 되지 뭐. 아무튼 나도 심심한데 나가서 놀까나......"

루리가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꺼내서 카톡을 날렸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만든 반톡방으로 날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몇몇 애들이 답장을 보내왔다.

[루리 : 나 심심한데 같이 놀사람?]

[임윤정 : 뭐래 이년아. 너 오빠나 소개시켜줘]

[루리 : 10년 넘게 쓴 수건  것 같이 생긴 년이 누구 오빠를 탐내?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는 집어 치워]

[김지연 : 이년 반응 보소, 누가 브라콘 아니랄까봨ㅋㅋㅋㅋㅋ]

[루리 : 아! 섹스하고 싶다!!!!]

[임윤정 : 시발년아 그딴 소리 카톡에다 지랄하지 마!!!!]

[루리 : 아무튼 심심한테 같이 놀 사람?]

[이세영 : 나 지금 할일 없는데 같이 놀래? 커피 한잔 마시고 노래방 가서 놀면 괜찮을것 같은데]

[루리 : ㅇㅋㄷㅋ]


이윽고 약속이 잡힌 루리는 나갈 채비를 갇추었다. 그런 루리의 모습을 보고 백리는 흐뭇하게 지갑을 열었다.

"나가려고? 용돈 가져가"

"아, 카드만 받아요"

"......이년이 주는대로 받을 것이지. 선 넘어서 욕심 부리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거 알지?"

"오라방, 감사히 받겠습니다. 굽신굽신"

"..........."

백리는 조금 내키지 않았지만 몇만원 쥐어주고 나서야 루리가 활짝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동생에게는 못이기는 법이다. 물론 백리랑 루리처럼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나는 남매는 싸우기 마련이지만 주로 백리가 양보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나 일단 나갔다 올.......오!!! 예진이한테서 전화옴!!!"

"예진이?!"

"예진이가 누구니?"

"오빠랑 썸타는 여고생 있어요. 저보다 한살 어림"

".........음, 백리야. 여기 잠깐 좀 앉아보렴"

"갸아아아아악?!"

백리와 어머니에게 폭탄을 던진 루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루리 언니?]

"시누이라고 불러도 되는데!"

[그건 아직이고요]

"아, 아직이구나"

아직이라는 소리는 언젠가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다. 음, 썸의 방향성이  흐르고 있는것 같아서 흐뭇하다.

"무슨 일이야? 나 지금 막 외출하려던 길인데"

[어디 가려고요?]

"커피 한잔 땡기고 쇼핑 좀 하다가 노래방 가려고"

[그럼 저도 같이 가요. 할 이야기도 있고]

"돈 있음? 시온 아주머니가 재산 처분했다는거 들었는데 빈털털이인거 아님?"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잖아요]

"염병할 기득권층의 상속세 회피를 위한 명의 도용은 아니지?"

[그냥 용돈 받은게 많은건데요]

"음! 나는 그럴거라고 믿고 있었어!!!"

태세전환이 빠른 루리였다.

"아무튼 그러면 나가서 보자. 커피는 내가 살께"

[알았어요]

이윽고 통화가 끊어졌다. 슬쩍 다가온 백리가 루리에게 통화 내용을 물었다.

"예진이가 뭐래?"

"아, 진짜 썸 타면서 간 보는거 극혐. 그냥 본인끼리 기정사실이나 만들지!!!"

루리가 으이구 한심하다, 하는 눈으로 백리를 내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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