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4화 〉[중국 최후의 날]
흉제붕권은 내 주특기. 형체가 없고 본질에 닿기 어려운 것을 죽이는데 특화된, 방어무시 직접 공격기다. 이걸 라이트 훅으로 신한테 후려갈구면 죽는다.
성제붕권은 최악의 대마왕인 유토피아를 모티브로 한 기술. 주먹에 한순간 별의 질량을 담아서 후려치기 때문에 순수한 물리공격으로 최고다.
암제붕권은 최강의 대마왕인 팬텀을 모티브로 한 기술이다. 한순간 주먹을 심연의 어둠으로 바꾸어서 정지질량을 0으로 바꾸고 날리는 광속 펀치. 물론 내가 로드가 아니기 때문에 육체가 있어서 실질적으로 광속에 가까운 아광속 펀치에 불과하다.
그리고 뇌제붕권은 그 셋을 합친듯한 기술이다. 물론 각각의 기술의 장점만을 비교한다면 각 기술의 80퍼센트 정도의 위력 밖에 안되지만 동시에 3가지를 섞으니 위력은 몇배에 달한다.
기술, 힘, 속도. 세가지를 더하고 거기에 심판의 절대자의 전격을 휘감아 내지르는 일격은 휘두르는것으로 공간이 찢겨나간다.
요컨데 한번에 화성까지 처박는게 아니라 장거리 워프 몇번을 통해서 화성까지 날아간 것이다. 물론 고작 그것만으로도 십수초만에 화성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거리대비 주파 속도는 광속을 가볍게 뛰어 넘었지만.
"크, 으, 어어억........."
실제로 화성까지 가려면 광속으로 해도 3분 정도 걸리는걸로 알고 있다. 공간을 접는 워프 게이트 같은거 만들지 않는 이상 지구 문명이 화성을 개발하는건 현 시점에서는 무리지.
갈라진 공간 틈새로 보이는 화성의 모습은 황폐한 적색 사막을 상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그가 처박힌 곳은 푸른 잔디가 우거져 있는 울창한 숲 같은 곳이였다.
하지만 그곳이 화성이란건 알 수 있었다. 하늘에 보이는 적막한 배경, 거기에 떠 있는 두개의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 저 멀리 보이는 일정 영역 너머의 예의 붉은 사막까지 있으니까.
"여어, 기는?"
"화성이야. 울 마누라가 테라포밍 중인 구역이지"
일부러 조절했다.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우주공간에 내던져진 무능력자 알리언 박사는 질식해 죽었을게 뻔한 일이니까.
파지지지직!!!
잔류한 심판의 전격이 그의 몸을 지졌다. 금색의 전격이 그의 몸을 흐르다 못해 허공에 스파크가 튄다.
"크으으으!!! 카아아악?!?!"
"아프지? 내가 쓴건 야매라서 원본보단 위력이 떨어져도 충분히 아플꺼야"
썬더 로드, 그리고 심판의 절대자 그레이.
그의 전격은 심판이라는 개념에 걸맞게 상대의 죄를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고통을 안겨준다. 더욱 악랄한건 그레이는 원래 비살상이 모토라 고통만 주고 안죽인다는 점이다.
아니, 차라리 죽일거면 죽이지, 안죽이고 고통만 주면 그게 고문이랑 뭐가 달라. 나는 고문은 해도 죽이긴 하는데!!!
물론 이번건 내가 쓴거라고 비살상 설정 따위는 없다. 고통은 주는데 안죽인다니 악취미도 정도가 있지.
"그, 그게......당신의 진심입니까?"
"나는 이래보여도 이름있는 초월자야. 단지 인간 문명에는 깊게 관여하지 않을 뿐이지"
"크으으,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한건 저 같군요......."
알리언 박사는 허탈은 웃음을 지었다. 그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웃음 속에서 후회가 엿보인다.
여태까지 나는 러시아에서 나타났던 제 7군단장 루루외의 싸움 외에는 지금의 뇌제붕권과 같은 수준의 진심을 내지 않았다.
뇌제붕권이 강한 기술은 맞지만 유별나게 강한게 아니라 다른 기술을 적당히 사용했을 뿐이다. 진심으로 후려친 것과 대충 후려친 기술에 차이가 있는건 당연하다.
"미련은 날아가고 후회만 남지? 너한테 맞는 최후는 그게 어울려"
"그, 럴지도, 모르죠......."
인간이 가장 원통한 죽음은 후회를 남기고 가는 것이다. 복수던, 숙업이던, 미련이던, 뭐든지 마음이 남았는데 맞이하는 죽음은 저항하고 싶지만 저항할 힘도 없는 것이다.
고통 정도야 지금도 놈에게 심판의 전격이 흐르면서 충분한 고통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은 생각외로 잘 견디고 있는 모습이다.
평범한 사람은 쇼크사로 뒤질 확률이 높은 고통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숨이 붙어서 비명도 제대로 안지른다는건 그만큼 고통에 익숙하다는 소리인데 말이야.......
"제가, 죽은 다음은......."
"일단 어떻게 되던 티브란 곳은 멸망이다. 차원간 침략 행위는 경고도 없이 문명 폐기처분 사안이야"
"그게......가능하겠습니까?"
"나랑 비슷한 애들 3명에 나보다 더 강한 놈 한명이 가서 조지면 다섯 사도든 멀쩡하겠냐?"
"그건, 조금 위안이겠군요........"
아차, 말하다 보니까 끝까지 미련을 남기고 가야 하는 녀석에게 도움을 주고 말았다. 이건 좀 말을 취소 하고 싶은데......
하지만 결국에는 해야할 일이였다. 시간 차이가 있을 뿐이지 티브란 문명은 결국 멸망하게 된다. 단지 내가 걱정해야 할것은 그만한 문명이 내가 가기 전에 멸망하질 않는것 뿐이다.
존중과 이해 없이 번성한 문명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런 문명을 배제하는 것이 대마왕의 역할이다.
"아, 까 말.....했듯,이.......그들은 곧, 이 곳으,로........"
알리언 박사는 그렇게 말하다가 이윽고 말이 끊어졌다.
미미한 기복이 있던 배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동공이 풀린 모습을 보니 확실하게 죽었다.
20년동안 지구에서 이름난 과학자로 알려졌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실험체로 써먹은 사람이 그렇게 갔다.
"..........."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놈의 시신을 그대로 바깥에 보이는 붉은 사막으로 던졌다. 공기가 있는 테라포밍 지역 바깥으로 내던져진 놈의 시체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가는게 좋다. 특히나 저런 놈은.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기분 꿀꿀한데 마누라나 만나고 가야지"
기분 잡쳤을 때는 역시 우리 마누라 만나는게 최고지.
* * * *
나는 천살성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선천적으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데 냅두면 괜찮은걸 정신적인 충격을 먹으면 이루어지는 천성이다.
내가 이걸 각성하게 된 계기는 한창 학생이던 시절에 부모님이 두분 다 돌아셨기 때문이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던 시절에 보호자를 잃고, 내가 돌봐야 할 동생들도 있었으니 그때 내 감정은 지금도 기억날 정도다.
변명할 생각은 아니다. 단지 나는 사람을 죽여도 죄책감은 없으나 그 뒤의 감정은 남아 있다. 무슨 모순 같은 소리냐고 하냐면 윤리적인 책임감은 없지만 법적인 책임감을 느낀다는 소리다.
내 환생의 1회차 시절은 지구의 한국에서 시작됐다. 치안도 좋고 법을 어기면 안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인 곳에서 살인을 하고도 죄책감 없는 자신에 대한 위화감과 혐오감은 상상도 못한다.
마치 취해서 멋모르고 바퀴벌레를 손으로 짓눌러 죽이고 술이 깬 후에 느끼는 혐오감이 조금이지만 예시를 들 수 있다.
물론 초월자에 이른 지금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여지는 없다. 단지 좀 찝찝할 뿐이지.
"다녀오셨습니까?"
"일 끝냈어. 화성에 남은 잔해 같은거 있고 이제 영자 컴퓨터도 없으니까 자료 모으기는 쉬울거야"
"음, 이제 막히는 부분 없이 전부 접속이 가능한거 보고 대충 짐작 했습니다. 상대는 누구였습니까?"
"알리언 박사"
".......흠, 조금 색다른 반전이긴 했습니다. 조금 놀랐습니다"
"놀란 기색도 없으면서 뭘"
내가 선장실에 있는 홀로그램 영상들을 살펴보니 개중에는 내가 탈옥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참 안일한 행동이다. 애초에 중국이란 나라를 나 혼자서 아작냈는데 겨우 대한민국 하나의 힘으로 나를 구속할 수 있다고 믿는걸까? 특히나 중국 쪽에서의 반응이 거세다. 나중에 돌아가기 전에 한번 들러서 한번 깜짝 쇼라도 펼쳐줄 생각이다.
"레이즈는?"
"치료가 끝나서 지금 재활 훈련 중입니다. 역시나 델타 캐슬 2기 멤버인지 몇시간만에 완전히 회복하는건 솔직히 좀 무섭습니다"
"걔네들은 유전자 조작한 애들이라 그런거지. 태어날 때부터 인위적인 애들이 인간이랑 똑같으면 그게 더 무섭겠다"
"저 이야기 하고 계셨어요?"
"뭐여,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제가 뭐 수인족도 아니고 호랑이가 뭐예요?"
레이즈는 치료가 끝난 모습이라서 말끔하게 팔다리가 달려 있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전과는 다르게 영양도 충분히 공급되었는지 전보다 훨씬 건장하고 체격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락부락하거나 그러진 않다. 애초에 얘네들은 유전자 조작을 한 애들이라 근섬유부터 달라서 무식하게 클 필요는 없거든.
물론 근육이 클수록 근력이 강해지는건 당연한 이치지만 그렇다고 근육만 많으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단점이 생긴다. 그리고 이능력의 신체강화 부분도 신경써야해서 마구 벌크업 한 것보다 적당히 좋은 근육이 낫다.
"얼굴은 좋아 보이네. 일 할 준비는 됐냐?"
"뭐, 대충은요. 세타도 수리가 대충 끝난듯 보이고. 먼저 뭘 하면 되는데요?"
"일단 지구에서 좀 대기하다가 나중에 사람 모아서 화성으로 이주할거야. 델타 캐슬에도 그런쪽 업무를 주로 하는 부서가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 그런 부서도 있었나?"
"니 동면할 때 생긴 부서인 모양이다. 아무튼 중요한건 관리지. 나중에 사람들 몰려올 때 트러블 안생기도록 관리해라"
"방침은 어떻게 하실건데요?"
"빙침?"
"이주잖아요? 그러면 결국 이주 지역의 분위기나 환경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소리인데 따로 방침 같은 것도 있어야죠. 예를 들어서 평범하게 농업 중시로 가던지, 아니면 전부 기계한테 맡기고 쾌락주의로 가던지. 그런거요"
"흠, 그것도 문제이긴 하네. 나는 생각 안해봤는데, 시온 너는?"
"일단 현재 테라포밍 지역이 넓어지면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을 생각입니다. 어차피 좋은 종자들은 보관중이니 그걸 쓰면 수확량은 걱정 없을테고 대부분의 일들은 기계를 쓰면 됩니다. 그리고......"
"그리고?"
"새로운 문명은 예술과 문화 산업을 중심으로 한 문명으로 발전시킬겁니다"
"결국은 덕질한다는 소리잖아!!!!"
"솔직히 의식주가 해결되면 사람에게 남는건 그거 밖에 더 있습니까?"
".......그렇긴 하지"
"이건 뭐 덕질하겠다고 인간을 사육하는......."
"그런건 아닙니다. 다른 분야도 어느정도 개발을 할 생각이지만 주된 분야는 문화 산업입니다. 솔직히 요즘 세상에 너무나 쓰레기 같은 것들이 많습니다"
하논의 종특인지 아니면 개인의 취향인지는 몰라도 시온은 인간의 문화를 좋아한다. 솔직히 애니나 만화 같은걸 더 좋아하긴 해도 미술이나 조각 같은 예술 쪽 분야도 좋아한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어봤을 때 어느 한 쪽을 고른다 하더라도 다른 쪽을 싫어하는건 아니지 않은가?
인간은 여유가 생기면 그걸 보다 나은 삶에 소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의식주가 보장된다면 그 열정을 어디에 쏟을까?
물론 거기까지 시스템과 인프라를 정비하려면 손이 많이 가지만 이쪽에는 호라이즌과 레이즈가 있다. 그리고 초기 규모는 그렇게 마냥 크게 만들지 않을거니까 조금씩 수정해가면 된다.
"그리고 지금 따로 이주 신청 받고 있습니다"
"어? 벌써?"
"생각보다 우주로 나가고 싶은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 하루만에 신청자가 10만명 넘게 들어왔습니다"
"어우, 그거 다 합격시킬거 아니지?"
"저도 바보는 아닙니다. 일단 따로 호라이즌에 알고리즘을 입력시켜서 쳐낼 사람부터 쳐낼겁니다"
"어떤 사람?"
"인터넷 관종, 남에게 민폐를 끼치고도 반성하지 않는 사람, 중범죄 전과자, 이유 없이 혐오만 외치는 페미, 비건 주의자 등등. 평범한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것들을 선정했습니다. 여기서 걸리면 아무리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합격 안시켜줄겁니다"
"서류만 보고 끝낼거야?"
"면접도 볼겁니다. 우선적으로 첫 이주민은 대략 5000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적네"
"이것도 많이 잡은겁니다. 그나마 유전자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적게 잡았을지도 모릅니다"
"아, 그 부분은 그렇기도 하겠네요. 고립된 사회에서는 근친혼이 발생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유전병으로 쫄딱 망하기 싫으면 그렇게 해야지"
물론 유전자 조작 설비는 있지만 그걸 쓰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대비해두는게 낫다.
고여버린 물은 썩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좁은 사회에서 근친혼을 거듭하면 큰일난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적 다양성, 즉 사람이 필요하다.
"일단 난 청문회 끝나고 봐야겠지. 그 전이던 후던 앨리사 니어를 만나봐야겠고"
"아, 미국의 예지계 포스 유저 말입니까?"
"관리자 단말이라고 하더라고. 만나는 보고 이야기가 통할지 어떨지는 몰라도 나쁜 사람은 아닐것 같은 예감이 들어"
"흠.......그러고 보니 전에 갓-루리루리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뭔데?"
"제 종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잘 알아보라고 충고해주던데. 그 뒤에 제 7군단장이 온다는 소식이 충격적이라서 깜빡했습니다"
"아니?! 제 7군단장이요?! 그 정신 이상한 꼬맹이가 왔어요?!"
"야, 팬텀이 들으면 너 조지러 오겠다. 걔 원본이 팬텀 딸내미잖아"
"다른 인물이니까 됐다고 쳐줘요"
신은 괜히 신이 아니다. 예언 같은거 꼬아서 내긴 해도 나중에 알고 보면 그 적중도가 신통방통하기 짝이 없다. 신으로서의 시야와 예지, 그리고 연산능력이 더해져서 해주는 충고는 괜히 하는게 아니다.
나중에 아는 사람한테 한번 물어봐야지. 그런거 잘 아는 방구석 책돌이 변태 새끼를 이때 써먹지 언제 써먹냐.
그놈이 나랑 같은 사천왕 중에서 한명이란게 제일 아니꼽지만.
"그나저나 다른건 둘째치고 큰 문제가 있습니다"
"뭔데?"
"안한지 꽤 됐습니다"
"............"
내가 레이즈를 보자 그는 눈치를 까고 물러나면서 나한테 슬쩍 물어보았다.
"의무방어전?"
"너 내가 자신있는 분야가 사람 죽이는거랑 요리하는거 빼면 이거인거 모르지?"
뭐든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 난다는데 수천년동안 이것만 하면 어떻겠냐?
시온이 세명 와도 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