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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2화 〉[중국 최후의 날] (239/507)



〈 242화 〉[중국 최후의 날]

나는 관상을 보는 특기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겪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거기서 공통점을 뽑아내고 감각으로 판단하는 빅데이터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주 웃는 사람은 특정 얼굴 근육이 발달한다. 그걸 보고 나는 그 사람이 유머스럽거나 자주 웃는 사람이란걸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예외는 발생한다.

결국  관상이란건 살아온 결과에 대한 판단에 불과하다. 어느정도의 환경과 조건만 주어진다면 바뀌는건 당연했다. 나도 인간이기에 그 관상 보는 능력도 완벽하지 않다.

개중에는 그걸 완전히 벗어나는 존재도 있다. 성형수술을 하거나, 아니면 근래에 인생관이 뒤바뀔 정도의 일을 겪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처음부터 만들어진 생명으로 태어나거나"

그래, 클론 인간 같은거 말이다.

처음부터 인생을 겪으면서 자란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태어나는 존재들이라면  관상 보는 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어지간한 문명도 보통 그런 클론 인간 같은게 나돌아다니지 않는 법이다.

지구 같은 문명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다른 지부에서 만난 프로메테우스들이 기억만 넣은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을 너무 간과했었다.

만약 다른 프로메테우스도 복제 인간이였다면, 원본이 되는 프로메테우스 본인마저도 클론인간이지 않을까?

마치 기계가 만든 기계와 같은 모순이 일어난다. 그래서 미처 생각이 닿지 못했던 점이다.

"라, 라쿤맨?! 아니, 미스터 최!!!"

"알리언 그 새끼 어디로 갔냐고!!"

"모, 모릅니다!!! 박사님은 귀국하시고 잠깐 쉬신다고 하셨습니다!!!!"

미국에서도  악명은 퍼져 있는지, 아니면 내가 멱살을 잡고 두들겨서 그런건지 몰라도 연구원 한명이 그에 대한 행방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쉰다고? 존나 수상쩍은데?

내가 알리언 박사에게서 호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움직인지 거의 하루가 지났다. 조금 늦게 움직이기도 했고 밥 좀 먹은 뒤에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고작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시간이면 충분히 귀국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알리언 박사는 분명 한국에서 미국으로 귀국했을 것이다.

"이 새끼가 어딜 튀려고?"

나는 기감을 넓게 펼쳤다. 간만에 빡시게 한번 가자!

보통 초월자라 할지라도 행성 하나를 전부 자신의 영역 아래에 두는건 로드의 경지였다. 하지만 개중에는 특수한 방법으로 근접한 능력을 보일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나다.

내 능력인 '감각'과 '간섭'이 조합된다면 보다 넓고 정밀한 기감을 펼칠 수 있다. 설령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도 뭘 하는지 전부 알 수 있다는 소리다.

이미 알리언 박사는 나와 만난적이 있다. 한번도 본적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여태까지 몇번이나 만나본 사람이라면 이 별 어디에 있어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나는 미국 어딘가에 있던 알리언 박사를 찾았다. 정확한 위치는 기억할 필요도 없지만 지하에 있는 시설이라는건 다른 것들과 똑같았다.

물론 거의 지층 수킬로미터 아래쪽에 처박혀 있어서 도심 한가운데 있는거라면 발견하기 빡세보이지만 말이다.

적성종이 사용하는 라프 에너지와 비슷한 힘.......그러니까 예전에 프로메테우스가 말하던 티브 문명의 이능력인 마그노 레톤이였나? 그걸 사용하는지 라프 에너지와 비슷하지만 훨씬 순도가 높은 힘이 그 주변을 방어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쩌저저저적!!!

나는 허공을 갈라서 곧바로 그 안으로 들어섰다. 놈을 기점으로 좌표를 설정했으니 바로 앞에서 나올  있었다.

 눈 앞에는 알리언 박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당황하거나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줄 알았다는 둥 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오셨군요"

"니 새끼가 프로메테우스였지?"

말투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거기에 이렇게 대놓고 활동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생각해보면 알리언 박사가 나와 만났을 때 이야기 하던 것들은 다시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23년 전의 최초의 차원진으로 제가 알고 있던 세계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그때는 지옥이였습니다. 저도 당시에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감정이 앞섰죠. 적성종에게서 두려움도 느꼈고, 공포도 느꼈지만 분노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놈들에게 전부 빼앗겼죠. 오랜 친구들, 가족들......남은건  혼자입니다

-저라고 미국에만 박혀 있는건 아닙니다. 연구를 위해서 해외로 나가기도 하죠. 지금은 망해가지만 중국이라던가, 영국이나 러시아, 뭐, 이번처럼 한국도 종종 오갔고요"

-저는 적성종을 박멸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겁니다.

그때는 그저 적성종에 의해서 가족을 잃은 사람의 분노어린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놈은 내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진실 속에 거짓을 섞어 말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거짓을 숨기고 감정을 숨기고, 뻔뻔하게 말하는 사람의 속내를 파악하는건 어려운 일이다.

자고로 옛날에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이런 쪽의 능력이 있는게 아닌 이상 초월자도 남의 마음은 모르는게 당연하다. 독심술이라도 배워둘껄, 진짜.

"너 나한테 했던 말중에 어디서부터 구라였냐?"

"전부 거짓말이기도 하고 전부 진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냐"

나에게 했던 말 모두 거짓과 진실을 섞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뒤통수 맞을 줄 알았다면 조금만 더 경계하는건데 말이야. 설마 차라리 내가 미국 대통령이 히틀러의 환생이라는 소리를 믿고 말지 10년 넘게 이름을 들어온 유명인사가 사실은 인체실험하던 안면몰수 메드사이언티스트일지 누가 알았겠냐.

"어떻게 미국의 감시를 피했냐? 아무리 그래도 놈들이 바보는 아니고  일거수 일투족을 다 감시 했을텐데"

"그래서  클론들을 만들었지요. 감시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움직여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저는 이곳에서 이름 높은 과학자로서 일하는 동안 그들은 자기 할일은 한겁니다"

지금 그는 평소에 보던 것보다 한결 어두운 얼굴이였다.

내가 그를 죽이려고 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자신의 계획이 무너지기 직전에 이르러서 그런걸까.

어느쪽인지 몰라도 일단 저 새끼가 죽는건 벗어날 수 없는 결과였다. 운명의 절대자가 어느 정도로 인과율을 수정하던  새끼는 그걸 감안해 조질 정도로 내 심기를 건드렸다.

"전에 만난 놈은 나를 최후의 보루로 여기던데. 너는 다른 모양이지?"

"아무리 기억을 복제해서 주입해도 각자 생각하는건 다르더군요. 크게는 저의 이념과 동조하지만, 작은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었으니까요"

"너는 아무래도 날 싫어하는 부류 같구나"

"애초에 제가 본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게 주도권을 가지는게 당연하겠죠"

쿠웅!!!

주변 시설들이 작게 진동했다. 지금 알리언 박사의 주변에만 하더라도 유리관 같은 것에 들어 있는 누군가의 몸뚱이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런 유리관이 수십개나 된다.

시체가 아니라 몸뚱이라 표현한 이유는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마치 레이즈가 동면 하고 있던 델타 캐슬의 치료용 포트 같이 의식만 없을 뿐 생명을 연장시키는 시설인듯 싶다.

"일부러 날 호주로 보낸 이유도 알겠다. 너는 내가 싫으니까 되도록이면 동귀어진이나 하다못해 호주에 있던 정체불명의 조직이 무너지는걸 바란거겠지?"

"어느 쪽이던 바라던 바였지만, 기왕이면 당신이 패배하는게 더 좋은 방향이였겠죠"

"왜? 내가 있으면 그 다섯 사도란 놈들을 막을  있다고 하지 않았냐?"

"..........."

알리언 박사는 탁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 눈에서는 여러가지 감정이 휘몰아친다. 분노, 증오, 원망, 절망, 그 외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라서 더 읽는건 힘들다. 하지만 놈이 나를 싫어한다는거는 확실하게 알겠다.

"예전에 당신과 처음 만났던 뉴욕 사태의 날. 그날 등장했던 인간형 적성종에 대해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지"

"제가 알기로 그것은  프로젝트의 거의 최종 단계였습니다"

"오, 그게 만랩이면 좋은거 아니냐?"

"단지 그것만이라면 좋겠죠. 하지만 적성종은 부정적인 사념과 감정을 수집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전에 중국의 프로메테우스에게서 들었다.

적성종은 코어를 통해서 죽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해 자기 차원으로 보낸다고. 내가 알기로 그 에너지를 모아서 자기들의 신인 티브인지 뭔지를 깨운다고 했던것 같은데.

나는 종교인을 마냥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신이 없는  세상에서 종교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꼬라지가 그 모양이니까 싫어하는거다.

자고로 광신도만큼 이야기가 안통하고 자기합리화가 쩌는 놈들도 없다. 지들이  잘못을 하던 신의 뜻이라 합리화시키며 넘어가기에 참 좆같다. 지가 죽으면 천국 갈줄 아나보지?

"그런데 최종 프로젝트의 산물로 아주 조금의 사념도 모으지 못한다면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아하"

들었던 바로는 저쪽 문명은 사람을 거의 짐승 취급을 한다던가, 그래서 인간성을 버려가면서까지 놈이 발버둥 치는 이유를 알  있었다.

적성종이 넘어오는건 놈들에게 있어서 사냥이나 사육과 같다.

하지만 키우는 가축이 주인을 문다면 남은건 살처분 밖에 없지.

"그들은 이 지구의 인간을 사육하기 보다는 박멸하는걸 선택할겁니다. 결국에 필요한건 부정적인 사념일 뿐이지 생명이 아니니까요"

"효율이란걸 모르는 놈들이군"

"........글쎄요"

쿠구궁!!

다시금 연구실이 진동한다. 이윽고 주변에 있던 유리관이 기계까지 통째로 땅 속으로 들어가며 무언가 하려는듯한 기색이 보인다.

하지만 나는 막지 않았다. 알리언 박사는 그런 나를 보면서 물어왔다.

"막지 않는겁니까? 제가 뭘 할지 모르는데요?"

"결국에는 발버둥이겠지. 그러니까 봐주는거야.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곧 뒈질놈 소원도 못들어주겠어?"

"자신감이 넘치시는군요"

"너는 세계가 넓은것도 모르잖아. 비슷한걸로 치자고"

만약 알리언 박사가 왔던 문명이 만약 다른 대마왕이나 초월자를 만났다면 도리어 멸망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차원은 지금도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여기는 외진 차원이다. 아무리 강한 초월자라도 모든 차원을 커버하는건 불가능하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결국 아집과 광기로 얼룩진 문명은 끝이 안좋은 법이다.

쿠우우우우우!!!

 아래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가이아 포스를 비롯한 라프 에너지.....그리고 미약한 다른 힘도 함께.

아마 미약한 힘은 그가 말했던 티브 문명의 이능력인 마그노 레톤이라 불리는 것 같다. 힘의 크기는 작지만 순도가 높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죠. 사람에게 필요한건 인간성이 아니라 힘입니다. 약육강식의 법칙은 저희들에게도 적용되니까요"

"웃기는 개소리를 하고 있네"

"당신이랑은 의견이 맞지 않을거  알고 있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들은 죽은 후에 특수한 에너지 파장에 정보를 담아서 알리언 박사에게 전해줬을 것이다.

대부분은 나에 대한 것이겠지. 몇번 만난적 없는 그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중요한건 나와 놈과의 이념 차이가 정반대라는 점이지.

나는 목숨을 잃는다 할지라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걸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는 설령 인간성을 버려도 살아남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에 대한 집착은 마냥 옳다고 할 수는 없으나 누구도 부정은 못한다. 좀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은 지극히 당연한거니까.

다만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따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자연의 법칙이 그거이기는 한데, 그걸 똑같이 인간에게 적용하면 인간도 짐승이랑 다를게 뭐냐?"

인간은 분류상 같은 동물, 포유류에 속하기는 하지만 인간을 짐승이라고 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보다 약하고 힘든 사람을 보면 동정하고 연민을 느낀다. 그게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이고 그 부분을 인간성이라고 부르는거야"

약육강식만 따져서 인간은 이렇게 번성할 수 없었다. 부족한 면이 있다면 서로 돕고 나아가기 때문에 인류는 사회를 이루고 번영한 것이다.

서로 잡아먹기만 한다면 결국 그건 몰려있는 짐승들에 지나지 않는다. 약육강식 타령을  생각이라면 번짓수를 잘 잡았다.

"그런 식으로 따져오겠다면 나도 한마디 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너를 가축 취급했던 놈들이랑 무슨 차이냐? 결국 약육강식이잖아?"

"저는 그들과 다릅니다!!!!"

격렬한 반응이 돌아왔다. 휘유, 잘 찔러본 모양인데?

알리언 박사는 언성을 높히며 소리친다. 얼굴에는 혐오가 가득한 표정을 띄고 있어서 아까보다 더욱 인간다워보였다.

그래, 그런거지. 아무리 등신같은 사상이나 이념이든 거기에 목숨 걸고 행한다면 나름의 가치는 있는 법이다. 죽을 각오도 없는데 남을 죽이는 새끼보단 죽을 각오 하고 죽을 짓을 하는 놈이 나은거랑 같은 이치지.

"뭐 좀 준비한게 있는 모양이지? 한번 덤벼봐 새꺄"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였습니다!!!! 시간을 준걸 후회하게 만들어드리죠!!!!"

쿠구구구구!!!!!

본격적으로 땅이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닥에 금이 가면서 그 아래에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고깃덩어리 같은 그것은 이곳저곳에 유리관이 박혀 있었다. 아까 보았던 포스 유저의 몸뚱이들이 있던 유리관이다.

"제가 이 차원으로 넘어올 때 차원 좌표를 송신하기 위해 같이 보내졌던 생체 컴퓨터입니다!!! 약간의 개조를  덕분에 모양은 좀 나빠졌지만 기능은 훨씬 좋아졌죠!!!"

"야, 디자인 봐라. 디자이너들은 괜히 있는줄 아냐? 좀 보기 좋은 디자인으로 해두지 그래?"

커다란 생고기 완자 같이 생긴 그것의 중앙에는 눈깔 같은 것이 있었다. 음, 이 느낌은 마치 메탈슬러그 최종 보스를 보는 느낌이야.  왜 탱크 타고 대기권 돌파하다가 느닺없이 난입하는 외계인 대가리 있잖아.

"과연 당신이 제가 만든 최고의 연구 성과를 이길 수 있는지 한번 보죠!!!"

"실망해도 난 책임 못진다?"

우득!!!

나는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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