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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화 〉[중국 최후의 날] (237/507)



〈 240화 〉[중국 최후의 날]

드래고노이드에 탑재된 고성능 영자 컴퓨터와 인공지능, 거기에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델타 캐슬의 주민.

솔직히 프로메테우스가 상당히 유사성은 있었으나 나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이유는 두가지, 첫번째로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던 티브란 문명과 델타 캐슬은 전혀 다르며 두번째로는 델타 캐슬의 주민이 인체실험 같은 짓을 하려고 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납득을 해도 두번째는 왜 그렇게 확신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델타 캐슬 애들은 죄다 클론 인간 비스무리한거라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욕구를 어느정도 거세하는 놈들이거든. 그래서 내가 거길 별로 안좋아하는거고.

"누, 누구신지?!"

"내가 느그 사장이랑 같이 막 싸우기도 하고 밥 먹던 사이야 새꺄"

"설마 이 행성 원주민?! 아니, 그런데......"

"마스터 그레이가 이얀이랑 결혼해서 동정대마법사 칭호 땠다는 소식은 들었니?"

"!!!!!!!"

경악하다 못해 거의 발작이라도 일어난듯이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

현재 11세대 드래고노이드가 나온 시점에 3세대 드래고노이드가 있다는 시점. 그리고 정작 파일럿은 동면하고 있었다는 시점에서 나는 한가지 정보를 추측할 수 있었다.

"너, 패잔병이냐?"

"저, 정확하게 말하자면 패잔병보단 낙오병에 가깝지만요.......전투의 승패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니까 말이죠"

"이름은?"

"레이즈라고 합니다. 레이즈 익스페어요"

"1기 멤버 애들은 내가 얼굴  알고 있으니까 3세대 드래고노이드 타고 다니는 레이자 돌림 애들이라면 2기 멤버겠지?"

"아니, 당신은 누군데 우리  사정 다 아세요?! 이 행성 원주민 아니예요?!"

"이 행성 원주민은 맞는데 나름 사정이 있지"

델타 캐슬은 그레이를 베이스로 한 클론 인간 비슷한게 대부분의 인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초창기에만 필요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그런거지 지금은 거기서 나온 사람들이 서로 결혼하고 애를 낳아서 점차 안정화 되고 있다.

개중에는 나온 시기나 수준에 따라서 1기 멤버, 2기 멤버 같이 부르곤 하는데 초창기 1기 멤버 애들은 세포가 특별해서 노화가 없다. 거의 불로불사지.

2기 멤버 애들은 인구수 보충용이지만 나름 심열을 기울여서 수명도 인간보다 훨씬 길고 재능도 뛰어나다.

공통점이 있다면 2기 멤버 까지는 애들 이름이 전부 '레이'돌림이다. 그  형제 있는 집안에서는 돌림자 쓰고 그러는거 있잖아. 그거 비슷하다.

"그나저나 아까 그거 무슨 소리예요?! 마스터 그레이랑 이얀님이랑 결혼했다는거 사실이예요?! 진짜?! 정말로?!"

"이해 해서 볼장 다 봤는데 그런 소리해서 뭐하냐. 너 도대체 여기서 얼마나 있었던거야?"

"어, 음......정신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꽤 오래 있었거든요. 잠깐만요"

그는 치료용 포트 근처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했지만 팔도 다리도 하나씩 없는 상태라서 운신이 힘든 모습이였다.

나는 그가 꺼내려던 장비를 하나 집어서 손에 들려주었다.

"아, 고마워요. 아무튼........음, 이 행성 주기로 계산하면 한 1400년 전 쯤 되겠는데요. 차원력으로 계산하려고 해도 여기는 차원 중계기가 없어서 파악할 수 없네요"

"존나 오래 있었네"

"저도 이렇게 오래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1400년이면 동면하지 않고는 저도 늙어 죽었을걸요"

"2기 멤버는 수명이 길지 1기 멤버처럼 노화가 없는건 아니니까 말이야"

지금부터 1400년 전이라고 한다면 서기 600년 쯤 됐을 것이다. 아마 그 시점의 한국은 한창 삼국시대라서 고구려 백제 신라가 있었을거고.

아무리 차원간의 시차가 있더라도 결국은 시간은 흘러가는 법. 극렬한 시간 차이는 있더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이 행성에서 1400년을 동면하는 동안 델타 캐슬은 발전했다. 그래서 3세대와 11세대라는 드래고노이드의 차이가 발생하는거겠지.

"아무튼 그 때  행성에 떨어진거야?"

"일단은요. 그때 입은 부상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일단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동면하기로 결정했어요"

"꽤 많이 다쳤나봐? 지금만 봐도 팔다리 한짝씩 없고"

"그 당시에는 장기자랑을 하고 있었거든요. 목숨 건진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요"

시온이 러시아에다 뿌린 재생 포션의 원산지는 델타 캐슬이다. 드래고노이드의 파일럿 전용 비상 약품에다가 치료 포트까지 따로 있으니 어지간한 중상은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죽기 직전의 사람을 살리는거지 죽은 사람을 살리는게 아니다. 시기를 놓치면 죽을 수 밖에.

"세타.......아, 그러니까 제가 타고 있는 드래고노이드의 이름인데요. 이 행성에 표류된 후 저는 중상에 세타는 대부분의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명령만 내려두고 황급히 동면 치료 상태에 들어간거고요. 중간에  적은 있는데......"

"언제쯤?"

"이 행성 시간으로 10년 전 쯤이죠. 어느 정도 치료가 된 뒤에는 다시 동면에서 깨어나서 구조 신호를 보내도록 설정하고,  행성의 문화나 현 상황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때는 조금 바쁘긴 했지만 차원 침략을 받고 있을 줄은 몰랐었어요"

10년 전.

나는 예전에 알리언 박사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내가 예진이의 예지를 듣고 미국으로 가서 활동했을 때, 알리언 박사를 처음 만나 그에게 아틀라스란 조직에 대해 물었을  나왔던게 바로 10년 전 이야기다.

"너희는 어지간해서 차원간 교류 가능한 수준이 아닌 문명에는 손대지 않지. 따로 법안도 있고"

"저도 그거 때문에 골치 좀 썩였어요. 델타 캐슬이랑은 연락도 안되고, 차원 중계기도 없는 외진 차원인데다 세타의 기능은 상당수 정지 되어 있고.......아무리 차원 침략을 당하고 있어도 저 혼자 마음대로 나서서 도와줄 수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편법을 썼죠"

알리언 박사가 교류하던 상대는 아틀라스가 아니였다. 아마 서로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정체도 드러내지 않고 몰래 교류하던 상대라면 비밀 단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군다나 3세대 수준이라도 델타 캐슬은 차원 레벨로 손꼽히는 문명이다. 영자 컴퓨터의 수준이 다르다.

생각을 해봐. 컴퓨터가 처음 만들어졌을 시절의 슈퍼 컴퓨터랑, 지금 동네 초등학생도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랑, 어느게  성능이 좋을것 같냐?

연산능력이 다르다. 같은 조건의 시뮬레이팅을 해도 처리 속도와 정확도가 다르다. 그러니 상대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라고 착각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는 현지인에게 주기적으로 세타의 연산 데이터를 보내주었죠. 지금의 저로서는 이게 최선이였어요"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대놓고 해줄 수 없는 입장이라서 힘들었겠네"

"그거야 그렇죠......하다못해 몸만 멀쩡했었어도"

만약 다른 사람이였다면 의심을 해봤겠지만 얘는 델타 캐슬 출신이다. 유전자 레벨로 욕망의 일부를 거세 당한 만큼 최소한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만큼은 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좋지만 나는 싫다. 인간은 좋고 나쁜 욕망을 전부 합쳐서 인간이지 그걸 억제했다면 괜찮은 디스토피아나 마찬가지다.

 관점 때문에 예전에 그레이랑 대판 싸운거고 말이야.

"선조치 후보고를 하려고 해도 이런 몸으로는 어디가서 활동하기도 힘들어요. 블러디어 그 개자식들......."

"일단 넌 팔다리부터 제대로 맞추자. 재생시키는 쪽이 좋아, 의수 쪽이 좋아?"

"저야 재생 시키는 쪽이......아니, 그런데 진짜 누구세요? 이쪽 원주민이라고 하기에는 차원 레벨로 저희  이야기 아는 사람이 있을리 없고. 설령 그래도 마스터 그레이의 이야기까지 알고 있다면 진짜 이쪽 관계자로 보이는데"

"드래고노이드도 일단 수리는 해야겠지. 이놈이 박물관  레벨인건 둘째 치더라도"

"........그 정도나 시간이 지났을 줄이야"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시온에게 따로 문자를 보냈다.

1400년전 당시에 드래고노이드가 떨어졌다면 당시 원주민들이 신으로 받들어 모시는게 당연하겠지. 아마 뒤져보면 나도 신으로 여기고 찬양하는 놈들도 있을텐데  시절에는 오죽하겠냐. 괜히 신이 내린 대지니 어쩌니 그러는게 아니였다.

어디보자......대충 핸드폰을 기점으로 좌표를 설정할테니까 가만히 있는게 제일 좋겠지?

쩌저저적!!!

이윽고 허공이 갈라진다. 드래고노이드가 들어갈 만큼  차원의 틈새가 갈라지면서 안에는 몇번 본 적 있는 호라이즌 내부의 격납고가 보인다.

"들어가자고.  마누라 전용 차원항행함이야"

"오! 돈 많으신 모양이네요? 차원항행함은 하나 맞추는데도 비싸서 어지간하면 소형으로 건조하는데......이건 규모가 큰데요? 개인용으로 제작 하신건가요?"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울 마누라한테 물어봐. 나도 자세히는 몰라서"

"아내분은 예쁘세요?"

"나름 초월종이니까 예쁘지. 솔직히 절대자 클래스 빼면 비교할만한 사람이 그레이네 막내 여동생 정도 밖에 없을껄?"

"아니, 그분 알고 계시면 얼굴도 아신다는건데. 그걸 보고도  정도라고요?"

"근데 블러디어랑 전쟁 뜨다가 낙오된 모양인데 꽤 예전 사람인가봐?"

"지금은 어떤데요?"

"한창 소강 상태야. 서로 눈치 게임 중이지"

"칼 위의 평화라도 전쟁은 없는게 나아요"

"그렇긴 하지"

격납고에 안치된 드래고노이드는 그대로 수리에 들어갔다.

최신형인 11세대 드래고노이드라면 호라이즌이라도 블랙박스를 열람할 수 없어서 수리가 힘들지만 이건 기껏해야 3세대다. 호라이즌만 하더라도 9세대가 나올 쯤에 건조된 차원항행함이라 그 전 기술이라면 충분히 커버치고 남는다.

나는 일단 레이즈와 함께 선장실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의 몸 상태는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지만 이제는 호라이즌 내부의 반중력 설비를 이용하면 팔다리 하나씩 없어도 이동하는데 문제 없다.

그대로 허공에 뜬 그는 나를 따라서 시온이 기다리고 있는 선장실로 올라갔다.

"오셨습니까?"

"이쪽은 손님"

"이야기는 대충 파악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

레이즈는 시온의 모습을 보고 살짝 놀란듯 보였으나 경악하거나 얼빠진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빠르고 제정신을 차리고 시온이 내민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델타 캐슬의 2기 멤버인 레이즈 익스페어라고 합니다"

"시온 하논이라고 합니다"

".......하논?"

"네, 그 하논 맞습니다"

슬쩍 그의  뒤에 식은땀이 흐르는게 보인다. 아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데. 유토피아도 아니고 울 마누라가 잡아먹을 일은 없잖아.

"초월종이란 이야기는 들었지만 3대 초월종일줄은 몰랐는데!!!!"

"이제 4대 초월종이야"

"아, 하나 늘었어요? 어떤 종족인데요?"

"블러디어"

"아니,  개자식들이 왜!!!!"

"그나마 걔들이 차원종으로 인정 받아서 그런거지 아니였으면 지금의 소강 상태도 없었어"

"그런 타협이라면 뭐......"

나름 현실적이라서 괜찮네. 이야기 하기는 쉽겠다.

"일단 델타 캐슬에 구조 요청은 제가 따로 보내두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드래고노이드는 수리 중이니 다 고쳐지면 나중에 타고 가도 될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신세를 지네요"

"나중에 그레이 앞으로 청구하면 됩니다"

"......그건 좀 깨네요. 아무리 저라도 드래고노이드 수리 비용을 댈 수 있는 정도는 아니고"

"시간 날  저희 함선의 치료용 포트에 들어가십시오. 잘린 팔과 다리도 재생할  있을겁니다"

"기왕 신세 지는거 될수 있는대로 신세지도록 할께요. 정말 감사합니다"

"예의 있는 성격이라서 참 좋네. 그레이랑 의견 차이만 없었으면 좋은 친구 사이 쯤은 됐을텐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까 그쪽 분이랑은 아직도 소개를 못했는데요. 성함이.......?"

"최악이라고 해"

"아! 최씨 가문 사람이신가요? 그런 괴랄한 네이밍 센스는 그쪽 가문 아니면 나오지 않죠!"

"........뭐라 부정하고 싶은데 사실이라서 못하겠다"

"어쩐지, 초월자라고는 생각 했는데 황인종 계통의 초월자는 주로 그쪽에서 나오니까 혹시나 했죠. 아! 데스 로드 킹덤의 최씨 가문 초월자가 한명 나왔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니, 걔는 강인이고. 알고 지내는 사이는 맞는데 초월자가 된건 내가 훨씬 뒤야"

이렇게 차원간 교류가 되는 문명인 수준이면 최씨 가문은 유명하다. 행성 레벨로 로드 한명만 배출해도 명문이라고 하는 판에 우리 집안은 1대와 2대 나이트 로드를 배출했으니 오죽하겠냐.

굳이 로드가 아니더라도 나 같은 초월자들도 배출하는 곳이 우리 가문이다. 사실 숫자만 따지면 우리 가문이 더 많을거다. 류씨 가문이랑 스토리텔러 가문은 분야가 다르니까.

"하논을 아내로 맞이하시고, 초월자시라면 나름 유명하신 분이겠네요. 제가 요즘 이야기를 잘 몰라서 알아보지 못하는게 죄송한걸요"

"모르는게 나을텐데 그래도 알려줘?"

"네?"

솔직히 어디가서 대마왕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중2병인가 하겠지만 아는 사람들은 기겁을 한다.

이게  좋은 일은 아니거든. 뭐라고 해야할까, 옛날 백정이나 망나니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꼭 필요한 일이지만 사람들한테 꺼려지는 그런 일 말이다.

그만큼  일에 애정이 없으면 못한다. 나도 은퇴는 생각하더라도 시작할 때는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시작했어.

"나는 최흉의 대마왕이야. 최악과 최강의 뒤를 이어서 세번째로 대마왕이 됐지"

"........대, 대마왕이요?! 문명을 심판하는 그?!"

"유토피아랑 그레이네 둘째가 하고 있는 그거 맞음"

"히이이이이익?!?!"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거 별로 안좋아해서 차원간 교류를 하는 문명에 갈 때는 몰래 간다.

너 같으면 가볍게 밥 먹으러 왔는데 '동쪽 구역에 최흉의 대마왕이 입국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대피해 주십시오'같은 방송 듣고 싶냐.

 짓도 한두번이지 매번 그러면 빡친다. 난 건들지만 않으면 지극히 안전한 사람인데. 시온 없었을 때 20년 동안 한국에서 군대도 다녀오고 별탈없이 지낸거 보면 몰라?

"제, 제발 델타 캐슬만큼은!!! 저희 고향만큼은 내버려 둬 주세요!!!"

"야, 내가 거기 멸망시키고 싶어도 느그 대빵 있어서 못해"

형제가 쌍으로 지랄할텐데 처맞기 싫으면 짜져 있어야지. 그리고 델타 캐슬 별로라고 생각하는 대마왕은  하나고.

아무튼 나는 해야할게 있다.

이놈이 프로메테우스가 아니면 진짜 프로메테우스는 어디에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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