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9화 〉[중국 최후의 날]
나는 소닉과 헤어진 후 다시금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중간에 또 원종들이 치근덕거렸지만 죄다 조져버린 후 계속해서 대륙 중심부로 이동했다.
대충 어딘지는 알것 같다. 내 기감에도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까.
방향을 알고 있으니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희미한 파장이 감지되고도 있다.
파장은 가이아 포스가 아닌 전혀 다른 힘의 파장이였다. 이 지구에는 가이아 포스 외의 이능력은 없기에 어지간해서는 다른 차원에서 온 프로메테우스가 아니면 쓸 수 없는 힘이였다.
빠르게 그곳으로 이동했다. 거리가 수 백킬로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었지만 도착하는데는 금방이였다.
"여긴........"
소닉, 맥스 로넨의 말대로 식생은 풍부하게 우거져 있었다. 수원도 충분한지 땅은 촉촉한 느낌이 들었고 울창한 풀과 나무들에 비해서 동물은 살고 있지 않았다.
토끼라던가 하다못해 작은 설치류 종류 한마리 없다. 이 일대에만 그런걸로 보이는데 이런 좋은 땅에 한마리도 살지 않는다는건 충분히 미심쩍다.
"드디어 찾았다"
바로 코앞까지 도달하니 알 수 있었다. 이 땅에서 지하로 수 킬로미터 안쪽에 위치한 대공동이 하나 느껴진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 광산을 팔 것도 아니고 인적도 드문 장소에 수 킬로미터나 안쪽에 연구실 같은걸 만들어두니까 못찾을만도 하지.
"이 새끼 숨기도 참 뭐 같이 숨었네. 넌 오늘 뒤졌다"
역장을 강화하고 그대로 역장을 회전시키면서 칼날처럼 벼렸다. 그러니 마치 드릴처럼 내 몸을 중심으로 격렬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대로 땅을 파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정보를 얻는게 중요했던 다른 연구소들과는 다르게 여기는 마지막 남은 곳이다.
데이터를 지운다 하더라도 영자 컴퓨터 같은거에 데이터를 지울 수 있을까? 나도 하드에 숨겨둔 직박구리 폴더는 쉽사리 못지우는데 그놈은 오죽하겠어?
콰가가가가!!!
마치 옛날에 잘 하던 게임 중에 굴착소년 같은 느낌으로 땅을 파면서 내려가다보니 어느새 수 킬로미터는 금방이였다. 어느 지층보다도 단단한 무언가가 역장에 닫는다.
"이건 좀 단단하군. 한방 후려쳐볼까"
나는 주먹을 쥐고 약간 힘을 더해서 그대로 내려찍었다. 한방으로는 부족해서 다시금 한방 더 먹이니 그제서야 천장이 박살났다.
안으로 들어가본다. 수 킬로미터를 파고 들어간 것에 비해서 내부 시설의 크기는 별로 크지 않았다.
한국에 있던 지하 연구소의 절반 정도? 물론 그것만 하더라도 연구소로는 나름 크기가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꽤나 작다.
"어두운데......"
빛이 하나도 없다. 지하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연구 시설이라면 뭐라도 있어야 할게 없었다.
수 킬로미터 지하인데 숨쉴만한 공기는 있고 빛은 없다니, 이 무슨 모순이야?
"기감으로 대충 알아보는 것 보다 그냥 광원을 만들어내는게 낫겠지?"
만약 우리 마누라라면 귀찮다고 소형 태양이라도 만들겠지만 핵분열 같은 것은 문과인 나하고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기껏해야 이능력의 발광 작용을 통해 빛을 만들어내는 것 밖에 못한다. 일단 공기가 있으니 산소도 있겠고, 그러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슬쩍 허공에 기를 뿜어내서 작은 불꽃을 만들려고 하는데........
쿠웅.
"어?"
예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작은 소리가 들린다. 내가 이걸 어디서 들어봤더라? 꽤나 오래전인데다가 좋은 추억은 아니라서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던것 같은데.....
그 소리는 마치 거대한 폭발 같은 것을 방음 처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깥으로 나오는 소리와 같았다. 여기가 공동이라서 소리가 울리는걸 감안해도 꽤나 큰 소리인데 방음 처리 안한 소리라면 얼마나 클까?
그리고 어둠 속에서 강렬한 에너지 파장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순간이지만 나를 긴장시킬 정도의 위협적인 기파는 상당한 물리적인 효과도 깃들어 있었으며 대공동을 뒤흔들 정도였다.
어둠 속에서 금색의 안광이 빛난다. 생명체의 것이 아닌 딱딱하고 흉포한 안광은 그대로 나를 덮쳐왔다.
그와 동시에 나는 허공에 광구를 만들어내어 놈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건 거대한 드래곤이였다.
회색빛 비늘과 사족 보행형의 드래곤, 크기만 하더라도 발에서 머리까지 십수미터, 어지간한 아파트에 비할 정도다. 대공동이 비좁게 느껴질 그런 수준이였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오는 그 드래곤인가? 싶지만 아무리 동네 호구스럽게 표현해도 드래곤은 나름 초월종이다. 초월자 특유의 기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놈에게서 느껴지는건 오로지 강렬한 에너지 파동뿐. 그것은 생명체라기 보다는 기계 쪽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박살난 오른쪽 앞발 부분에서 내부 부속품이 보인다.
나는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드래고노이드?"
아니, 그게 왜 여기서 나와?
* * * *
행성, 우주, 그리고 차원, 점차 범위가 넓어지면서 개중에는 문명의 발전에 따라 범차원적으로 활동하는 문명도 있는 법이다.
개중에 내가 종종 말하던 델타 캐슬이 있다. 용하연의 스승인 그레이가 세웠으며 차원 레벨로 뒤져도 손꼽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타 캐슬은 섣부르게 다른 문명과 접촉하거나 하지 않는다. 나와 시온이 인류 문명에 대하여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차원간 교류를 할만한 수준으로 발전한 문명이 아닌 이상 접근하지 않는다.
다만 예전에 나 같은 대마왕들이 겨우 유토피아 한명 밖에 남지 않았을 시절에는 대신 차원 침략 같은걸 하는 문명을 털어버릴 정도로 나름의 정의는 세워져 있는 곳이다.
델타 캐슬의 기술력은 차원을 통틀어도 뛰어나다. 제 1차 차원 전쟁으로 유실된 기술들을 상당수 복원하였고 거기에 더불어서 시온의 차원항행함인 호라이즌도 거기서 건조한 것일 정도다.
그리고 그런 델타 캐슬의 전함 역할을 하는 기체가 바로 드래고노이드(Dragonoid)였다.
그레이의 장기인 마도공학을 베이스로 해서 기술력을 아낌없이 투자하여 만들어낸 기체가 바로 드래고노이드다. 막 중세 시대에 전투기 하나만 떨어져도 무쌍을 찍을 수 있듯이(물론 보급 문제가 제일 중요하지만) 드래고노이드 한기 만으로도 현 지구 문명은 쓸어버리는게 가능하다.
아마 지금 지구 수준으로는 100년이 지나도 드래고노이드 하나 못이긴다. 어지간한 빌딩만한 크기에 아광속으로 날아다니는데다 반물질 폭탄 같은거나 반중간자포 같은걸 쏘아대면서 행성간 단독 워프도 가능한데 시발 이 괴물같은 기체를 누가 이겨.
아무리 시온의 호라이즌이 전투용이 아니더라도 드래고노이드 수십기가 몰려온다면 버거울 정도다.
물론 시온이 나서서 조져버린다면 드래고노이드가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런데 이거.......?"
콰아아앙!!!
묵직한 충격이 나를 덮쳐온다. 놈의 앞발이 그대로 나를 향해서 빠르게 뻗어졌다. 단숨에 건물 한채 정도는 가볍게 무너트릴만한 맹격이 내 전신을 뒤덮었다.
팔 한짝의 무게만 하더라도 십수톤에 달한다. 그것조차 경량화 설비가 달려 있어서 그런 것이다. 더군다나 기계라서 정확도는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나는 놈의 앞발톱 두어개를 잡고 그대로 밀어냈다. 강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이 새끼 수준이 왜 이래?"
정통으로 맞으면 아무리 백리라도 초재생 특성 없이는 무사하지 못할 일격이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고작'이였다.
내가 아는 드래고노이드의 스펙은 이 정도가 아니다. 기체의 물리적 공격에는 약간의 중력을 조작해서 충격량을 몇배로 증폭시켜서 같은 힘으로도 수십배의 파괴력을 만들 수 있다.
여기가 지하 수 킬로미터인걸 감안해서 큰 장비는 못써도 하다못해 열선 브레스 정도는 날아올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이 정도?
"지금 장난 까냐?"
콰드드드득!!!
나는 놈의 앞발을 잡고 그대로 비틀었다. 태극나선경의 이치를 이용해서 놈의 남은 앞발 하나도 비틀어 뜯어서 뽑아냈다.
뽑아낸 앞발을 내던졌다. 이미 파괴되어 있던 다른 발 때문에 앞발은 죄다 날아간 상태라서 앞으로 쓰러질것 같지만 밸런싱 장비가 따로 있는지 안광이 빛나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언어 기능 있는거 대충 아니까 적대하지 말고 있어봐. 어차피 겨우 한대 가지고는 의미 없잖아"
[.........]
저만한 기술력이 들어간 기체에 그걸 관제하는 인공지능이 없을리 없다.
내가 알기로 드래고노이드에게는 상당한 수준의 영자 컴퓨터가 설치된다고 알고 있다. 마도공학의 결정체인 인공정령을 통한 영자 컴퓨터라서 자율적인 움직임이나 판단이 가능하다.
한글은 차원 레벨로 뒤져보면 1,2퍼센트 정도로 나름 메이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하는 말 정도는 이해하고 있을터.
"델타 캐슬에서 니들이 여기까지 어쩐일이냐? 여기는 외진 차원이라서 관리 구역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권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최흉의 대마왕 최악. 너희들 소속은 아니더라도 이쪽 이야기는 알고 있으니까 이런 수준의 대화라면 충분히 권한이 있다고 보는데?"
[현 기체의 메모리 드라이브에서는 확인 불가. 차원 중계기 접속을 통한 메인 서버 접속이 필요합니다]
".......뭐?"
문득 내 머릿속으로 한가지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까 전의 전투와 놈의 모습, 그리고 현재 대화로 알아낸 정보를 조합하니까 상당히 기묘한 결론이 도출된다. 하지만 그 답이 아니고서야 지금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
"너 몇세대 드래고노이드냐?"
[본 기체는 3세대 기체. 하지만 현재 자동 수리 기능을 통해 수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능 정지 상태 입니다]
"역시나네"
내가 알기로 델타 캐슬의 드래고노이드는 현재 11세대 기체까지 나온걸로 알고 있다. 그 정도면 진짜 하늘과 땅 차이다.
한,두 세대만 건너 뛰어도 한국과 북한 수준의 장비 수준 차이가 난다. 소련 시절 장비를 쓰고 있던 북한이랑 국방부가 아니라 포방부라 불리는 우리나라 장비 수준이 같을리가 없지.
하물며 이능력 접목 기술에서 한 세대만 건너 뛰어도 폴더폰과 스마트폰 사이의 경계나 마찬가지인데 9세대 차이면 오죽할까. 현 지구의 기술력으로도 대적할 수 없는 수준의 장비이지만 저 드래고노이드는 델타 캐슬에서도 박물관에 가야할 수준의 장비다.
"쿵쿵거리는 엔진 소리. 안정성이 확보 안된 그라인딩 식이 아닌 임팩트 식의 파편 충돌 에너지 생성장치를 쓰고 있지? 내 이름도 메모리에 없는거 보니까 대충 알겠군"
[...........]
적성종이 나타날 때 갈라니는 차원진에서 나오는 반투명한 육각 파편. 그것은 차원의 최소 단위인 것으로 그냥 '파편'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원자 같은거라고 할까. 다만 차원이 크기가 있는만큼 눈에 보일정도로 큰거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파편은 파괴할 방법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 파편 두개를 서로 충돌시킨다면 강렬한 에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나름 연구가 되어 있는 문명에서는 그걸 통해서 에너지를 공급한다.
어떻게 보면 핵 발전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핵 발전은 하면서도 방사능 폐기물이 나와서 그 처리가 문제지만 파편 충돌 에너지 생성 장치는 그 외의 다른 폐기물이 생기지 않는다. 설비만 준비되면 에너지 걱정없는 금광이나 다름없다.
다만 단점이 없는건 아니다. 폐기물 같은게 나오지 않는 대신에 차원의 최소 단위인 파편을 이용하는만큼 안전 설비를 소홀하게 하면 그대로 차원이 찢겨나간다. 그러면 뭐, 행성 하나 말아먹는건 쉬운 일이지.
일본에서 지금 후쿠시마 터진것 때문에 난리를 피워도 결국에 지구가 멸망하진 않는다. 그런데 차원진은 잘못하면 성계를 말아먹을 수도 있는 기술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충돌을 통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 임팩트 식의 설비라고 한다면 두개의 파편을 원형으로 돌려서 서로 긁는 식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 바로 그라인딩 식이다.
임팩트 식은 출력이 높지만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그라인딩 식은 출력은 낮아졌을지 몰라도 그걸 감안하고도 남을 안전성과 지속적인 출력 확보에 성공했다.
시온이 알고 있을만한 이과 계통의 기술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거 특허 가지고 있는 놈이 내 친척이거든.
"이 외진 차원의 이런 외진 행성에까지 고차원적인 대화를 나눌만한 녀석은 초월자 말고 없겠지. 나는 개인적으로 마스터 그레이랑도 알고 있는 사이니까 나름 이야기를 하는게 어때?"
[.......현 기체는 외부의 도움 없이 이 차원을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함. 그러니 요구 조건을 듣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레이 놈과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쁜 사이는 아니다. 솔직히 내가 잘못해서 처맞은거 가지고 지랄하면 그건 자기가 븅신이라고 광고하는 꼴이라고.
나는 원한 사도 이상하지 않은 녀석이니까 한번 죽었다고 해서 째째하게 투덜거리지는 않는다. 약간 감정은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레이라는 이름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드래고노이드도 임전태세에서 엔진의 시동이 잦아들었다. 쿵쿵거리던 임팩트 식의 파편 충돌 에너지 생성 장치가 정지한 것이다.
저거 자폭하면 행성 하나 날려먹는 것도 일은 아닐텐데. 드래고노이드 탑재된 것이라면 중형 정도는 될테니까.
[요구 조건을 듣겠습니다]
"그런데 5세대까지는 드래고노이드가 유인 장비로 사용된걸로 알고 있는데?"
[...........]
"파일럿 어디있냐, 파일럿. 너 같은 인공지능을 상대로 대화하는 것보다, 너도 파일럿이 판단하고 움직이는게 훨씬 낫잖아. 애초에 그러라고 탑승시킨 파일럿이니까"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현 시대의 기술도 마찬가지로, 현재는 유인기가 대부분이지만 슬슬 무인기가 개발되고 있다. 하물며 인공지능도 진작에 개발한 곳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3세대 정도의 기술이라면 인공지능도 그리 많이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딱딱하고 감정없는 그런 인공지능이다. 거의 델타 캐슬 초창기 수준의 인공지능이라서 따로 보조할 파일럿이 없으면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쿠웅!!
놈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가 남은 앞발 하나마저도 뜯어냈으니 오히려 그 자세가 편하긴 할거다. 8세대 드래고노이드 부터는 앞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족보행형이 아니라 이족보행형으로 바꿨는데 말이지.......
그런데 왜 하필 드래곤 형태의 장비냐고 하면, 기반이 되는 기술이 마도공학이라서 마법 쪽 효과가 드래곤 형태일 때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더라.
같은 힘에 기술이라도 드래곤 형태가 대충 몇퍼센트 정도 위. 기계에 그 차이면 엄청 큰 차이지.
[현재 제 파일럿은 현재 동면 상태입니다만. 지금 바로 각성제를 투입하겠습니다]
"뭐?"
철컥! 하고 놈의 가슴팍 부분의 비늘과 갑주가 벗겨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리로 만들어진 듯한 투명한 원통형 설비가 튀어나왔다.
델타 캐슬의 치료용 포트다. 그것도 꽤나 구식의.
안에는 약간의 조명이 있어서 희미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빛은 안에 들어 있는 찰랑이는 액체와 함께 그 안에서 둥둥 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는 정상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다. 그는 왼팔과 오른다리가 잘려나가서 그 절단면이 아물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델타 캐슬에는 잘려나간 신체 부위 정도는 보충할 방법이 널려 있으니까 별로 큰 문제는 아니였지만 지구인이라면 심각한 부상이다. 만약 저렇게 살아남았다면 살아남는걸 걱정해야할 수준의 사건이였을게 분명하다.
치료 설비 안의 액체가 점차 빠져나간다. 안에 있던 남자가 쿨럭거리면서 기침을 했다.
"무슨 일이야, 세타.......캐슬에서 연락 온거 아니면 다시 깨우지 말라고 했잖아........."
"너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새꺄"
".........?!"
나는 놈의 멱살을 잡고 통 안에서 꺼냈다. 혹시나 그럴 일은 없지만 사건의 인과관계는 풀어봐야 아는 법이다.
"너 이 새끼 민증 좀 까봐라"
"?!?!"
일단 신상파악부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