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7화 〉[중국 최후의 날] (234/507)



〈 237화 〉[중국 최후의 날]

나는 일단 이동을 개시했다. 만약 인적이 드문 곳이 목표라고 한다면 거의 호주의 대부분의 지역이 범위 안에 든다.

내가 기감으로 이 대륙을 전부 뒤져도 사람이 있는 땅보다 없는 땅이 더욱 많고 그 지역들은 원종과 야생동물들의 영역이다.

시발, 원종만 도대체 몇마리야.......

인간보다 동물의 번식력이 월등한건 이해하겠고, 야생의 생태계 속에서 발버둥치면 관리자가 말한 일정 이상의 감정 변화가 일어나는것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거 아니야?

"꿰에에에엑!!!"

"아오 시발 이 개같은 토끼 새끼!!! 니들  멸종시켜버린다?!"

이동하면서 덤벼오는 토끼 원종. 한두마리가 아니라 거의 무리 수준이다. 원종만 따져도  정도인데 그냥 토끼들은 어떨까.

거기다가 그냥 토끼들도 보통은 아니였다. 원종 수준은 아니더라도 중형견에서 대형견 사이 크기의 비범한 토끼들이 몰려왔다. 거의 이 동네 양아치 같은건지 질리지도 않게 몰려든다.

"호주는 토끼 때문에 개고생이라는데........"

호주는 원래 토끼가 살지 않았던 곳이다. 영국 놈들이 사냥을 한답시고 토끼를 몇마리 데려왔다가 무지막지하게 번식해서 자리 잡은게 바로 토끼다.

덕분에 호주의 생태계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냥 거기서 그쳤으면 모를까 그 토끼를 잡는다고 여우까지 데려와서는 그 여우들이 토끼 외에 호주 토종 생물들도 먹어서 생태계 붕괴가 가속화 되었다.

토끼를 잡으려고 해도 약이나 병을 퍼트려도 내성을 생긴 종이 나와서......솔직히 적응하면 답이 없는데다 지금은 원종까지 있다. 보아하니 원종이 아님에도 덩치가 남다른 녀석들도 원종의 새끼쯤 되어 보인다.

"포스 유저의 유전적 형질이 후손에게 이어지는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포스 유저가 생긴지 겨우 20년. 그건 원종도 마찬가지다. 이쪽 연구가 진행중이긴 하지만 기껏해야 1,2세대 정도로는 연구하는데 어림도 없다.

내가 아는 포스 유저 중에 자식이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이경진 아저씨의 이윤양 정도인데. 보면 포스 유저로 각성하기 전에 태어나서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느정도는 이어지는게 틀림없어 보였다. 어지간한 중형견보다 큰 덩치의 괴물 토끼는 그냥 나오진 않을테니까.

몰려드는 괴물 토끼들을 조지면서 나아가다가 이윽고 울창한 숲 앞에 도착했다.  근처에도 원종은 있지만 토끼 원종은 접근하지 않는지 여기까지 쫒아오지 않았다.

"자기들만의 영역이 따로 있나?"

아무래도 원종이 원종인 만큼 나름의 영역 구분이 확실한듯 보인다. 그래서 그 영역을 침범한 나를 죽을듯 살듯 쫒아오고 말이야.

바람에 잎사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꽤나 울창한 숲인데 기감에 걸리는 원종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거의 미동도 하지 않는 수준이라서 조금 의문이 들었다.

대낮인데 잠이라도 자는건가? 아니면 밤에만 움직이는 야행성?

슬쩍 숲 안쪽으로 들어가서 놈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니?! 코알라?! 어째서 코알라?!?!"

옛날에, 아주 옛날에.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한창 유행하던 유희왕 카드를 하던 시절에 코알라 테마 덱이 있었다.

지금은 잘 몰라도 개중에 공격력이 개쩔었던 융합 카드가 거대 코알라랑 복싱 캥거루를 융합한 공격력 4200짜리 거대 복싱 코알라였다.

그 시절 푸른눈의 백룡이 공격력 3000이고 궁극의 푸른눈의 백룡이 4500이였는데 그 정도 되는 공격력이면 개쩔었지. 아무튼 내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면......

거의 그리즐리 곰 만한 코알라가 유칼립투스 나무를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참고로 곰만하단건 곰이 두발로 섰을 때 기준. 대충 3미터 가량 된다.

"........존나 크다"

냄새는 많이 나지만 마치 초거대 봉제 인형 같은 코알라가 새근새근 자고 있는 모습이 상식을 초월했다.

주변에는 그 코알라 원종을 비롯한 다른 코알라들이 저마다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대부분 자고 있는 모습이라서 숲 바깥의 토끼들과 비교하면 평화롭고 한적한 광경이였다.

"이야, 진짜 챔피언이네. 존나 크다"

어지간한 성인 남성보다 두배는 큰 코알라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움보다 두려움이 앞서지만 자고 있으면 아무리 천방지축의 어린아이라도 천사처럼 보이는 법이다.

나는 슬쩍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동물이라면 환장을 하는 우리 마누라에게 이런 거대 동물들은 정말 좋아할거다.

울 마누라가 얼마나 동물을 좋아하냐면, 예전에 기르던 티라노사우르스가 죽은 뒤에는 따로 특수 처리를 해서 쥬라기 공원에 나온것마냥 뼈를 전시해 두었다. 아마 호라이즌 어딘가에 있을거다.

"이야, 진짜 여긴 마굴이구나. 이런 놈이 있으면 그런 괴물 토끼들도 함부로 오진 못하겠지"

코알라는 하루 종일 잠만 자고 먹기만 하는 동물이지만 어떤 동물이던 3미터가 넘어가면 맹수보다 위협적이다. 막 그냥 닭이라도 3미터쯤 된다면 독수리보다 무서울껄.

"토끼 원종들이 생태계 파괴라도 하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유지되고 있구나. 자연의 신비란 수쳔년을 봐도 신기하네"

약육강식 적자생존. 그것이 야생의 법칙이다.

강한 포식자가 약자를 먹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쓰지 않는다면 결국 자연 환경은 언제까지고 이어진다. 그 은혜는 모든 동물과 인간에게까지 이어져 풍요롭게 만든다.

물론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재앙도 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적자생존의 이치에 따라 적응하지 못하면 죽는, 공평한 시련이자 기회다.

그런 대자연의 법칙에서도 예외인 것은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이다.

"여긴 넘어가고 다른 곳으로 가볼까"

울창한 유칼립투스.......아니, 저놈이 먹는건 유칼립투스가 아니라 아포칼립스가 아닐까 싶지만 아무튼 숲을 지나서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나를 쫒아왔던 토끼들도 다른 곳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시금 이동하려던 찰나, 무서운 속도로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저 멀리서 파공성과 함께 공기가 찢어지는 소닉붐의 여파가 보인다.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다. 왜 왔는지도 안다. 내가 도시에서 까발린 소식이 퍼지지 않았을리 없으니까.

이윽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정지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색 야구 모자를 쓴 날렵한 인상의 흑인 남성. 호주는 이민자도 있고 다문화 국가니까 아프리카 계열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체격이 막 큰건 아니지만 팔다리가 길고 근육은 순수한 근력보다는 탄성을 중시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물론 근력이 약한건 아니겠지만 순수한 근력 싸움으로 들어간다면 히비키에게 질거다.

하지만 그런 육체에 걸맞는건 육탄전이 아니라 스피드. 그리고 지구력이다. 빠르고 오래가는......뭐지? 건전지 광고인가?

"미스터 최?"

"근데?"

"호주에는 무슨 일로 왔나?"

"관광"

"그런 말이 설득력이 없다는거 알텐데?"

"그럼 내가 호주에 여러가지로 볼일 있어서 왔다고 하면 어쩔건데? 막으려고?"

"되는데까진 해봐야지!!!"

콰콰콰콰!!!!

겨우  한번 깜빡일 순간. 수미터 가량 떨어져 있던 그는 단숨에 가속해서 내 목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속도는 나쁘지 않은데 기술 부족이구만"

콰아앙!!!!

나는 그의 손목을 잡아 그대로 내던지며 말했다.

 * *  *


음속이란 소리의 속도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정 조건의 공기란 매질 속에서 소리의 속도를 뜻한다. 영상 15도였나, 나는 온도 밖에 기억 안나지만.

그리고 그런 음속의 속도를 기준으로 몇배인가를 나타내는 단위가 마하. 마하 2나 마하 3이나 하는건 음속의 2배나 3배를 뜻하는 말이다.

호주의 마스터 유저.......그러니까 이름은 맥스 로넨이였던가? 그는 마스터 유저 중에서 유일하게 음속으로 이동 가능한 마스터 유저라고 한다.

물론 음속 자체를 낼 수 있는 마스터 유저는 널려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격 한두번이 아닌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동 속도 자체가 음속인 마스터 유저는 그가 유일할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랑 그걸 넘은 용하연이랑 백리는 둘째치더라도 말이야.

"뭣?!"

"솔직히 음속에 반응하는 수준의 동체시력을 가진 녀석들은 많지 않겠지. 근데 나한테 기습을 걸고 싶거든 일단 광속부터 들고오지 그래?"

나는 초월자지만 육체가 있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계단 앞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순수한 의지로 이루어진 육체가 아니라서 코 앞에서 광속 펀치 같은게 날아오면 역장 밖에 기댈게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광속에 반응할 수 있는 이유는  두번째 능력인 '감각' 덕분이다.  능력 덕분에 거의 예지에 가깝게 반응하고 먼저 손이 나가서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다.

1초 먼저 반응해도 광속은  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지구 7바퀴 반을 돌 정도로 빠르다. 엄청난 차이인만큼 내 능력이 좋다는 소리다.

"그리고 음속을 돌파하는데 소닉붐이 생기잖아. 기술이 부족하다는 증거야"

"그거야 물리법칙으로 당연한 소리 아닌가?"

"포스 유저는 물리법칙에 걸맞는 존재이긴 하냐?"

"........."

물리법칙은 이 세상을 이루는 기본적인 법칙 중 하나지만 그렇다고 한들 거기에서 얽매이지 않을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초월자에 들어서는 첫번째 관문이 물리법칙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한테 순수한 물리공격은 거의 안통하는걸 보면   있다.

"댁은 적성종보다 원종을 더 많이 상대했지?"

"그걸 어떻게 아나?"

"적성종을 상대했으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익혔을테니까"

원종은 결국에는 동물을 기반으로 한다. 겁을 주고 포식자라는 인식이 박히면 도망간다. 그에 비하면 적성종은 죽이지 않으면 죽을 기세로 덤벼온다.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생물과 동물은 다르니까.

그런 적성종을 겁먹게 하려면 나 정도 되는 압도적인 격차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 애들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지.

"음속으로 달리면서 소닉붐 두르고 퍽퍽 주먹으로 쳐대면 어지간한 상대는 죄다 쓰러졌겠지. 그치?"

"........"

"권압으로 후려치는게 효과적인 방법이기는 한데 그게 치명적인 공격이진 않다고"

나는 인피니티 포스 코어에서 본격적으로 출력을 끌어올려서 전부 육체 강화에 사용해 신체 스펙을 올렸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근력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댁은 인상이 나쁘지 않은데. 호주에서 굴러먹던 마스터 유저 수준이 어떤지 볼까?"

예전이면 몰라도 중국에서 개판치고 지랄한 지금 상황에 나한테 덤벼든다는건 두가지 중에서 하나다.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등신이던가, 그만큼 지켜야 할게 있다던가.

내가 보기에 저쪽은 후자. 내가 도시에서 커밍아웃한게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달려온데다 기습같은거 하지 않고 정면에서 왔으니 나름 인정해줄만 하다.

살라딘 새끼처럼 뒤에서 기습했으면 솔직히 얄짤 없었지. 그 새끼는 백리 덕분에 목숨 건진줄 알아라. 아니였으면 터키까지 쫒아가서 죽였으니까.

콰콰콰콰!!!!

"큭?!"

"음속으로 이동할 정도면 동체시력은 빠를텐데 생각외로 느리네?"

"아니, 어떻게 그 속도로?!"

"소닉 붐이 일어나지 않냐고?"

나는 한순간 거리를 좁혀서 그의 목을 향해 관수를 찔러넣었다. 순수하게 속도를 따지면 방금 전에 주먹을 날리는 그와 비슷한 수준의 속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닉붐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있던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을 정도다.

"숙련과 기술의 문제야. 댁이 음속을 넘어서 이동하면서 소닉붐이 생긴다는건, 공기의 흐름에 거스르기 때문이지. 그리고 거기서 힘의 손실이 장난 아니게 생기고"

나도 대충 움직이면 소닉붐 정도는 일어난다. 하지만 공기의 흐름을 읽고 그 사이를 비집어 열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적은 힘으로 보다 효과적인 가속이 가능하다.

물론 이거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바람을 다루는 능력을 얻어서 공기를 갈라 이동하던가, 그도 아니면 내 역장처럼 따로 설정해서 물리법칙에 간섭할  있게 하던가. 포스 유저는 특성을 깨우치면   있을테니 어느 쪽이던 가능해 보인다.

"소닉붐도 응용하면 나름의 공격기는 되겠지만.......그래도 초음속이라는 속도를 그렇게만 써먹기에는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아?"

".........."

맥스 로넨은 조금 생각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도 본인 스스로의 능력의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듯 하다.

아마 예전부터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속도에 비해서 자신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가 달리는 속도로 초음속에 도달한 이후로는 더 이상 속도가 늘지 않더군. 처음에는 가속 특성의 한계인가 싶었지만 나 자신의 문제였어"

"거기서 더 빨라지고 싶지?"

"이 넓은 땅을 지키려면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호주는 넓고 사람은 적다. 그 인구밀도 덕분에 적성종보다 원종의 습격이 더 많다. 여태까지 내가 본 것들은 캥거루나 토끼, 코알라 같은 초식 동물 원종들이지만 육식 동물이 없는건 아니다.

토끼 잡으려고 들여온 여우라던가, 아니면 고양이들, 그 외에도 독사 종류도 널려 있다. 그런 놈들의 원종이 사람을 먹거나 공격하려고 습격하지 않는단 보장은 없었다.

적성종도 얼마 안오는 수도보다 각지에서 난리피우는 원종이  골치 아픈데, 땅이 넓으니 이동에만 시간을 잡아먹는다. 헬기를 타고 전투기를 타고 그러는 것도 한두번이지 착륙도 제대로 못하는 오지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나온 고육지책이 바로 초음속으로 달리는 것이다. 자기  하나만 있으면 그만이니까.

"생각해보면 댁이 마지막인데? 이야, 전 세계 마스터 유저 다 만나봤네"

자기 일에 충실하게 사는 사람은 좋아한다. 그게 남을 지키는 일이라면 더더욱.

거기다가 모르는 다수를 지키는 일은 오로지 영웅만 할 수 있는 길이다. 고난이 많고 힘들기에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려는 바보.

그런 바보에게 연민과 동경, 그리고 호의를 가지는건 당연하지 않는가?

게다가 맥스 로넨은 내가 만난 마스터 유저 중에서 마지막 마스터 유저다. 터키의 살라딘은 이전에 만났으니 그가 제일 마지막이다.

원래 첫번째랑 마지막은 서비스라 다른 법이야. 그치? 처음은 첫 손님이라고 퍼주고, 마지막은 마지막 손님이라고 남은거 퍼주고 하는 둥, 내가 먹을거 장사해서 알아.

"적당히 다듬어줄테니까 덤벼봐"

내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도발하자 그가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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