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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화 〉[중국 최후의 날] (227/507)



〈 230화 〉[중국 최후의 날]

태풍의 중심이 된 최악과 시온에 대해 골머리를 싸매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하던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이남석은 생방송으로 나오는 거대한 우주선을 보고 마시던 커피를 뿜었다.

"컥?!?!"

아니 우주선?! 어째서 우주선?! 어째서?!

포스 유저 중에서는 환각을 보이게 만드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화면에 비치는 것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환각은 아니다.

더군다나 이미 올라온 보고 중에서는 시온이 외계인이라는 반신반의한 정보도 있었다. 혼란에 빠져서 사정없이 찍어대고 있는 우주선과  외계인이라는 이야기를 조합한다면 신빙성은 높아진다.

"대통령님!!!"

"......이미 알고 있네. 그렇게 호들갑 떨 필요 없어. 애초에  바깥을 보기만 해도 눈에 들어오는데 오죽한가?"

"아, 죄송합니다!!!"

보좌관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솔직히 그만한 일이라 하더라도 이상하진 않은 일이다.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라의 수장이고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나름의 전문가들이다. 갑작스러운 일이라면 대처하는데 시간이 걸렸을지 몰라도 애초부터 주시하고 있던 상대가 일으킨 일이니 빠르게 조사와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던 시한폭탄이 터진것과 이미 알고 있던 시한폭탄이 터진건 대응과 대처가 다른법이니까.

"수도 방위 사령부에서는 현재 레이더나 기타 탐색 장비로도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저런 거대한 것이 있었다는걸 모를 정도의 스텔스 기능도 갖추고 있었으니 그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흐음......."

"현장에 투입 되어 있던 다른 요원들의 증언과 촬영한 사진을 본다면 환각 따위는 아닙니다. 더군다나 현재 상황으로는 자세한 성능은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저만한 크기의 우주선이 별다른 추진장치 없이 부유하고 있다면 반중력 기술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필연적으로 중력의 힘에서 거스르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연료의 산화 반응을 통한 추진제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언맨의 아크원자로를 비롯해 에너지만으로 비행이 가능한 리펄서건이 상상력의 산물이라 말하는 것이다.

만약 추진제 없이, 그리고 별다른 추진장치 없이 비행을 하고 있다면 그건 반중력 기술임이 거의 확실하다.

"반중력 기술만 하더라도 어이가 없는데 저런 우주선에 무기 하나 없다고 한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합니다. 직접 보는걸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뭘 해보려고 해도 서울 한복판에 떠 있는게 문제군"

중국에서 최악의 깽판에도 불구하고 핵을 쓰지 않은건 어디까지나 그곳이 수도인 베이징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절반가량이 박살났어도 남은게 아까운데다 방사능 문제 때문에 함부로 핵을 날릴 수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상 무슨 대응을 할 수 없다. 인명 피해를 생각해 피난을 한 후에 뭔가 하더라도 재산 피해도 만만치 않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도 결론이 났군"

"대통령님?"

"이런 상황에 우리가   있는게 뭐가 있겠나?"

이남석 대통령은 한숨을 쉬면서 빠르게 현실을 파악했다.

한쪽은 한 나라를 상대로 수도를 부수고 군대마저도 다 죽여버린 괴물이며, 다른 한쪽은  수준을 모를 정도로 발전한 기술력과 우주선을 보유한 사람이다.

적으로 돌린다면 한국 같은 작은 나라는 중국 같은 꼴이 나는데 며칠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아니, 갑자기 왜?"

"........재산을 처분한다는 소리가 거짓말은 아니였던 모양입니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 토지, 건물, 전부 급매 처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주식 시장은 요동치다 못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해외의 다른 투자자들도 다급하게 발을 걸치고 있는데 개중에는 대성 그룹 지분 같은것도 있어서 있는 자금 없는 자금  털어다가 확보해야할 판이다. 사회적, 경제적 여파를 생각하면 주가 조작보다 훨씬 질이 나쁘다.

"안좋아, 이건 정말 안좋아"

이남석 대통령도 바보는 아니다.

저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란걸 안다. 애초에 그녀가 돈이 필요했던건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돈을 전부 처분하고 있다. 만약 그녀가 한 말대로 한다면  거액을 중국 사태 피해자 유가족에게 배상한 후에 이 지구를 떠날 것이다.

"청문회 날짜를 잡고 여론을 다독이게. 그들을 놓쳐서는 안되네. 유일하게 한국이 가진 이점이 있다면 그들이 일단  나라 국민이라는 점이라는 것 뿐이니까"

최악은 사람을 죽인 학살자다. 손수 직접 죽여서 어떤 면에서는 히틀러보다 더하다. 그를 처벌하지 않기에는 세간의 시선과 윤리적인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처벌하기 보다는 포용하는 쪽의 메리트가 너무나도 크다.

여태까지 보여준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이상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가는걸 붙잡아야 정상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어떻나?"

"현재 수감 중인 최악과의 면회를 요청하고 있습니다만......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괜히 반발을 살 필요 없어.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고 좋아도 한국이란 작은 나라가 먹기에는 너무  먹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청문회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를 해두는게 좋을테니 김용진 의원과 자리를 마련하게"

"네, 근시일 내로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해 두겠습니다"

최악이 대성 그룹 회장 생신 파티에서 만난적 있던 김용진 국회의원. 여당의 실세인 만큼 이야기 해두면 청문회의 방향을 잡는데 한결 편하다.

부패한 정치인은 욕심을 부리다가 신세를 망치는거지 바보가 아니다. 지금 상황에 어느 쪽이 이득이 될지는 충분히 알 것이다.

"청문회 이후 두사람을 잘 구슬린다면 내가 죽기 전에는 우주 여행도 해볼  있을걸세"

"그건 저도 기대되는군요"

최대한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이남석 대통령은 슬며시 웃었다.

그 미래가 안올지도 모르는 미래에서는 고개를 돌리면서.

* * *   *

한창 핸드폰으로 바깥 상황을 살피고 있던 나는 삼시세끼 꼬박꼬박 잘 먹으면서 놀고 있었다.

이야, 역시 좋네. 범죄자 새끼 인권 챙겨준다고 밥도 잘 나오고 말이야. 어째 군대에서 먹던 밥보다 맛있냐.

물론 범죄에도 죄질이 있기 때문에 마냥 쓰레기 취급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같이 사람 존나 죽인 인성파탄자한테도 이렇게 세금 낭비하는거 보면 다른 녀석들도 알만하다.

"안에 시설은 괜찮으십니까?"

"오, 제이슨 요원? 거 존나 바쁘겠네. 중국에서 보고 울 마누라 만나러 한국에도 가고. 거 참 외근 때문에 바뻐 보이는구만"

"사실 요즘 일 때문에 더 바쁘긴 합니다"

"호라이즌 때문에?"

"알고 계시는군요?"

"핸드폰은  수 있으니까 뉴스 같은건 챙겨보고 있거든"

울 마누라가 이미 이주 준비 다 끝내놓은것 같다. 안그랬으면 화성에  호라이즌을 여기까지 끌고오고 화성 간다고 말하진 않았을테니까.

차원항행함 호라이즌. 이름이야 시온이 좋아하는 SF 호러 영화에서 나온 그거다. 함선 메인 관리 인격 이름은 밀러 선장인거 보면 빼박이다.

가진 기능은 기본적으로 시온이 계속 업데이트 하니까 1년만 지나도 나조차 모르는 기능이 있을 정도라서 정확한 스펙을 아는건 시온 정도다.

아니, 애초에 이과적인 부분은 내가 아니라 시온 담당이라니까. 우주선이면 시온이 제일 잘 알지.

"거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지? 대충 알겠다"

"덕분에 한국 정부도 방침을 좀 바꾼 모양입니다. 청문회에 대한건 마음 놓으셔도 될겁니다"

"어차피 그건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어"

".......그래도 아마 사회 봉사 같은 명목하에 국가 소속으로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이란건 다수가 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지. 근데 내가  사회보다 강한데  그 말을 들어야 하는걸까?"

초월자의 이름 앞에 인간의 문명은 너무나도 위태롭고 나약한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이 별을 죽이기만 해도 지구는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불모지가  것이다. 인류 멸망시키는데는 그렇게까지 큰 힘이 필요없다는 소리다.

적당히 괜찮은 시점에서 그러는거면 모를까 날 가지고 이용해먹으려는 개수작을 부리면 내가 참을것 같냐? 차라리 감옥에 가서 썩는게 낫지.

"내가 존중해주는 시점에서 그만두는게 좋을텐데. 높으신 분들이 그 선을 알랑가 모르겠네"

"만약 문제가 생기신다면 미국으로 오시는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상황이면 화성으로 이주해야  판인데 미국도 나쁘진 않겠는데"

솔직히 조금 혹한다.

이번 생은 그냥 화성으로 이주해서 시온이랑 꽁냥꽁냥 잘 사는 것도 좋은데 그래도 기왕이면 지구에 있는 편이 좋다. 사람 사는 느낌이 있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으니까.

"근데 여기 남으면 기술 좀 달라고 징징거리는 사람들이 많을것 같단 말이야"

내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사에 깊게 관련되지 않는 이유가 그거다.

초월자인 내 힘이나, 차원 레벨로도 상당한 수준인 시온의 기술력을 생각한다면 지구 같은 문명 하나 쯤은 100년 안에 달에 호텔 세우고 화성으로 휴가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것에는 노력도 의지도 없는 법이다. 마치 오래전 시온을 배신하고 그녀를 붙잡으려고 들었던 곳 처럼.

인간은 스스로 시간을 들여서 발전해야 의미가 있다. 초월자가 개입해서 발전하는 문명은 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설령 그게 아무리 좋은 문명이라도 말이다.

팬텀의 다크 로드 캐슬이나 그레이의 델타 캐슬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거기는 나도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는 초월자가 있는만큼 정말로 낙원이라 생각될만한 좋은 곳이지만 순수하다고

는 생각하지 않는다.

"급격한 문명의 발전은 분명히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야. 당장에 시온이 반중력 기술만 뿌려도 기타 운송업이나 교통수단이 갈아치워지면서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수두룩할텐데  여파를 감당해야 하는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라고"

한국도 그 비슷한 여파를 느끼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만큼 6.25 전쟁 이후 빠르게 피해를 복구하고 성장한 대한민국이지만 거기에 국민의 정신적인 성숙은 동반되지 못했다.

만약 정말로 그런 정신적인 성장이 있었다면 여대생 끼고 양주 마시다 총맞고 뒤진놈 딸년이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었을거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건 인간의 본능입니다. 눈 앞에 그 미래가 있는데 그걸 쉽사리 포기하진 않을겁니다"

"정확히는 거기서 생길 이득을 따지는거겠지"

"최악씨는 인류를 신뢰하지 않으시는겁니까? 부정적인 시야로만 보시는것 같습니다만"

"글쎄"

일이 일인지라 말이다.

나도 물론 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본다. 그러지 않았다면 유토피아처럼 무작정 나쁜거 하나만 있어도 죄다 몰살시키고 다녔을 것이다.

선생님이던 학생이던 맞은 문제만 보는건 아니지 않는가? 틀린 문제를 봐야 부족한걸 알고 고치려고 노력할 수 있는거니까.

"아무튼 제의는 잘 들었어. 일단 생각은 해볼테니까 대답은 보류해둘께. 뭐, 그럴 생각 들면 호라이즌 타고 자유의 여신상 앞에 파킹해둘테니까"

"우주선을 자동차 취급하듯이 말해도 되는겁니까?!"

"......음, 방금 그 말은 언제 내가 한번 했던것 같은데"

그때,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미미한 진동이 건물을 울렸다. 마치 큰 트럭 같은게 지나갔을 때 느껴지는 수준의 정말 약한 진동이다.

"음......?  인근에는 큰 도로도 없는데다 출입도 통제 되어 있으니 차량 때문은 아닐테고. 지진인것 같군요"

"맞아. 대충 태평양 쪽에서 일어난 지진인것 같은데. 꽤 규모가 큰데? 하필이면 그 방향에서 일어난거라 일본은 또 고생하겠는걸"

"그게 느껴지십니까?"

"응"

 기감의 넓이는 최대한 펼치면 이 지구를 덮고도 남는 수준이니까. 고작 태평양에서 일어난 지진 하나 파악 못할리 없다.

하지만 규모가 크다. 예전에도 이거 비슷한 지진이 한번 있었는데......한 10년전? 아니, 그거 조금 안되나?

"꽤나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일본은 터가 안좋아서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나라다. 내 지인 중에 스사노오씨라는 일본신이 하나 있는데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기니까 신빙성이 높다.

그래서 막 그쪽 출신 요괴 같은 애들도 쌔고 막 그러더라.  중 한명의 환생이 현 일본의 마스터 유저인 히비키고.

아무튼 이번 지진의 규모가 커서 그 피해가 걱정된다. 뭐, 일본은 거의 매년 치루는 행사나 마찬가지니까 대처와 복구는 잘 하겠지만.......

"후쿠시마가 한번 더 터지는건 아니겠지?"

"설마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머리가 있다면 어느정도 대비는 해뒀을겁니다. 이번에 후쿠시마가 터지면 일본이 망할텐데요"

"그치? 어지간히 등신 새끼가 아니라면 말이야......."

근데 지금 일본 수뇌부들은 어지간히도 머저리 등신 새끼라서  걱정이다.

.........흠, 방금 생각한거 때문에 불안한 느낌이 더 커졌다.

"아무래도 그냥 미국 가는 것보단 그냥 탈지구 하는게 나을것 같다"

이야, 내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고!!!!

이번 장르는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네! 빨리 콜라 뚜껑 쟁여두거나 좋은 지하철역 하나 알아보는게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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