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9화 〉[중국 최후의 날] (226/507)



〈 229화 〉[중국 최후의 날]

백리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하정욱과 그의 아내인 김유정은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악이 초월자인 것과 최흉의 대마왕인 것 까지. 만약 백리가 조금만 더 이해타산적인 인간이였다면 몰라도 부모에게 사실을 숨길 정도의 인성이 아니였기 때문에 전부 밝혔다.

"흐음........."

하정욱은 백리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난데없이 두명 밖에 없는 자식이 한명은 라쿤맨의 폭주를 막아낸 영웅인데다 한명은 신의 권속이란 사실을 알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뭘 선택하야 할지 모르는 그런 복잡한 상황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하정욱은 현실을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는 소방관인 그의 직업이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백리야"

"네"

"잘했다"

울컥! 하고 백리의 눈에서 눈물이 뿜어져 나온다.

아무도 모르던 일에 누군가가 위로를 하자 거기에 감정이 일어나는건 당연했다.

백리는 소방관의 아이다. 사람을 구하는데 목숨을 걸었다면 칭찬 받는게 정상적인 일이다. 하정욱도 백리의 일을 부정하진 않았다.

그는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다시금 그의 말에 집중했다.

"적어도 내가 널 못가르치지 않았다는건 이해했다. 너는 자랑스런 내 자식이란다"

"으윽......"

부모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일을 벌였던 청년은 이내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자 짙은 눈물을 흘렸다.

"만약 조금만 더 욕심을 바란다면 마지막에 타협 했다는 점이겠지. 하지만 그래도 잘했다. 그러니 너를 탓하진 않으마"

"........타협이라니요?"

백리가 울다가 의문이 들어서 그에게 물었다.

"내가 현장에 투입됐을 때. 내가 안전한 곳만 다니던? 내 일은 사람을 구하는게 중요한거지 아무리 불확실해도 거기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뛰어드는게 일이란다"

하정욱은 소방관이다. 누군가의 목숨이 걸려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내던지는게 일이다.

백리는 소방관이 아니다. 만약 현실적인 조건과 눈 앞의 결과에 선택을 고른다면 분명 후자를 고르게 될 것이다. 불확실한 것에 목숨을 걸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팍팍하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타협을 구하지 않는게 당연하단다. 만약 현실의 안전과 같은 타협을 한다면 남을 구할  없는 법이니까"

하정욱은 여태까지 많은 사람들을 구해왔다.

심지어 20년 전의 대공황의 시기에도 소방관으로 활동하여 사람들을 구했다. 당시에는 신입이였을지 몰라도 그때 구원받은 사람들은 아무도 부정할  없는 사실이다.

"내가 너라면 발을 물고 넘어져도 끝까지 말렸겠지. 하지만 그게 마냥 부정할만한 일은 아니다"

그것은 경험의 차이다.

시간의 절대자 밖에 감안해줄 수 없는 그런 경험의 차이다.

"그래도 너는 최선을 다했다. 내장이 뭉게지는 고통을 넘어서서도 너는 최선을 다했어"

하정욱과 김유정은 눈물을 흘렸다.

자식이 내장이 뭉게는 고통에도 일어나 싸웠다고 하는데 감동받지 않고 걱정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부모 자격 없는 놈들 이외는 없을 것이다.

백리는 고작해야 20대다.

수천년의 경험을 지닌 최악 앞에서 겨우 20년의 세월로 맞서 싸웠단게 경이적인 일이다. 설령 다른 초월자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칭찬했으면 했지 욕하지는 않을 일이다.

"그리고 루리야"

".........넹"

"네가 누구던 너는 우리 아이란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가 하고싶은걸 하려무나"

"으응........."

신의 이름에 비하면 가족의 이름은 낮은 법이다. 하지만 루리는 오히려 그쪽보단 가족의 이름에 더욱 신경을 썼다. 자각은 덜해도 가족이 자신을 받아들여준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몰래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갓-루리루리마저도 '크으으!!! 내가 애들 부모는 잘 골랐네'하면서 흡족할법한 모습이였다.

"루리는 수능에 신경 쓰고. 백리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니?"

"............."

치킨집이야 이제 운영하기 힘들고.  이상 평범한 직장에서 일할 수는 없다. 이미 백리는 최악 때문에 신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리도 나름의 생각은 있었다. 하정욱에서 받은 천성대로 남을 도우며 살아갈 계획을 짜두었다.

"따로 전세계를 돌면서 사람들을 구할 생각이예요. 적성종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파견나가는 쪽이 좋을것 같은데. 별다른 일이 없다면 마스터 유저 보유국이 아닌 곳에 파견

되어서 사람들을 구하는 쪽을 생각하고 있어요"

".........."

"당신 닮은 거예요"

"그래서 걱정 되는거지"

김유정의 대답에 하정욱이 말했다.

남을 돕는 일은 언제나 손해를 보고 남이 알아주지 못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 백리도 성인이다. 하정욱과 같은 성격에 힘까지 가졌으니 나아갈 길은 정해져 있는 법이다.

"많이 힘들거다. 그래도 괜찮겠니?"

"형한테 처맞다 보니까 어지간한 고통은 별거 아니겠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제가  지구에서 제일 쌔요! 걱정 마세요!!!"

"여차하면 제 친구들 부르면 되니까 걱정 마요!!!"

"야! 니 친구는 좀 아니다 싶으니까 부르지 마!!!!"

"왜!  친구들이 뭐 어때서!!! 나름 한가닥씩 하는 애들인데!!!! 오빤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뭘!!!!"

"너 같은 성격이니까 문제잖아!!!! 그니까 다물고 있어!!!!"

"아빠, 전에 오빠가 저한테 뭔짓 하려고 했냐면요. 아무리 딴 사람이였다고 하지만  기승위 자세로......."

"야아아아아!!!!!"

루리가 다짜고짜 예전에 갓-루리루리가 빙의해서 일으켰던 해프닝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다.

백리가 말릴 덕분에 입이 막혔지만 그래도 백리의 부모님은 미심쩍은 눈으로 백리를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근친은 안돼 이년아!!!!

혼란하기는 했으나 평소와 같은 모습이였다. 하정욱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원하는걸 하려무나"

".........네"

"으음, 이렇게  이상 청와대로 간다!!!!"

"야! 이럴 때도 개드립 치지마!!!!"

"개드립 아닌데!!!!"

"........?"

백리는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루리의 카오스력은 아무도 측정할  없는 법이다.

*   * *  *


최악이 잡혀간 동안 시온은 집에서 기자들의 공세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게 한두번은 아니였으니 익숙한건 당연지사. 지구 같은 현대화된 문명은 많지는 않아도 종종 있었다. 최악이 10번 환생하면  중에서 1,2번은 지구에서 하는 환생이기 마련이

 결국 이런 일은 벌어지기 때문에 익숙하다.

"저 학교는요!!!! 애들한테 전화랑 카톡 엄청 오는데!!!!"

"음, 일단 델타 캐슬에라도 가 있겠습니까? 거기는 온갖 설비랑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정말로 편합니다"

"거긴  어딘데요?"

"음......마치 신석기 시대 사람이 현대에 온 듯한 느낌 수준의 기술력의 차이를 느낄법한 곳입니다"

"엄청 쩔긴 하겠는데 그래도 가는건 좀 그렇거든요?!"

"거기 먹거리는 존나 맛있습니다"

"그건 땡기긴 하는데! 땡기긴 하는데!!!!"

예진이는 약간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모르는 다른 곳으로 가는거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다짜고짜 가본적도 없는 나라에 여행을 간다고 하면 준비와 용기가 필요한데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당장 가라고 하면 꺼려

진다.

"캥! 캥!!!!"

"으음, 우리 댕댕이는 걱정이 많이 되나 봅니다. 그래도 집에만 있으면 안전하겠지만 누군가 집에 들어와서 댕댕이를 죽이면   시리즈 같은 일이 벌어질겁니다"

"어.......아주머니가 하시게요?"

"전 사람 죽이는거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이가 다 죽여버릴거니까 안심하십시오"

"더 걱정되거든요?!"

지금 그들의 집 앞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이미 최악이 라쿤맨인 것과 그로 인해서 백리가 2호인 것도 들통나고 시온이 라쿤걸인 사실마저도  드러난 상황이다. 이제와서 부정하고 숨겨봤자 의미 없다.

국가 소속의 포스 유저마저 돌아간 마당에 시온의 집 주변을 지키는건 오로지 집 내부의 보안 시설 밖에 없었다.

누군가 담을 넘으려다가 단숨에 팔 하나가 날아간 뒤로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게 다행이였다. 오래전 그녀가 최악에게 했던 불법 출입자는 원자 단위로 분해한다는 소리가 과언이 아니

였던 것이다.

".......저래도 괜찮아요?"

"허락도 없이 여자 밖에 없는 남에 집  넘는 남자는 사지를 찢어도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 합법적인 것 같지만요......."

"전 일단 미국 시민권자였고, 그이도 명예 미국 시민권 보유자니까 미국 법으로 적용해도 됩니다"

"아주머니는 미국인 아니잖아요?! 외계인이면서!!!"

"사소한건 넘어갑시다"

한국 법이 좀 선에 낮은것 뿐이지 미국에서는 남의 집에 불법 침입을  경우에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총으로  죽이는건 정당방위가 설립된다.

다만 지금은 그들이 있는 곳이 한국이란게  걸리는 점이지만. 애초에 미국에서 그러는 이유는 총기 소유가 합법화 되어서 불법 침입자가 뭘 들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충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목적을 만족시켜줄 때까지 가지 않을겁니다. 그러니 적당히 응해주고 쫒아내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괜찮을까요? 이상한짓 당하는거 아니예요?"

"아, 그러면 분명 울 남편이 나타나서  조져버릴겁니다"

"그러질 않기를 빌어야겠네요"

예진이는 한숨을 쉬었다.

시온은 어느정도 준비를 하고 외출할 준비를 했다. 외출이라고 해도 겨우  앞이지만 나름 공식적으로 세간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기에 약간 성장폼을 준비해서 고등학생 수준으로 신체

나이를 맞추었다.

애초에 최악과 비슷하게 미모로 인터넷에서 이름을 날리던 성장폼의 시온이다. 예전에는 따로 조작을 가해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는 여러가지 행적을 통해  알려졌다.

지금만 하더라도 네이버 검색 순위의 서너번째는 '라쿤맨 마누라 나이'라던가 '라쿤맨 마누라 쓰리 사이즈'같은게 올라오고 있었다.

성인 폼은 이해하겠는데 디폴트 폼의 로리 시온의 쓰리 사이즈를 알고 싶어하는 변태는 뭐지? 로리콘인 것인가?

아무튼 시온은 괜찮은 옷을 차려 입고 바깥으로 나섰다. 함부로 외출하지 않고 담을 넘으려고 하면 팔다리를 소멸시키려고 드는  안으로 들어갈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만 기

다리고 있던 기자들은 플래시를 터트리면서 촬영을 개시한다.

"시온씨!!!! 남편 분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모습이 본 모습인겁니까. 아니면 어린 모습이 본 모습인겁니까?"

"현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이 상황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방송사도 있고 약간의 편집  보내는 방송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게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만한 일이란걸 부정하지 않는 방송사는 없었다.

시온은 정문 앞을 나서서 손으로 머리를 다듬어 어께 뒤로 넘겼다.

아름다운 미모와 성숙하진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몸매. 그 모습은 충분히 남자들은 물론 여성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을 수준의 모습이다. 자고로 예술작품에 감동하는데는 성별을 가리

지 않으니까.

"오........"

한순간 특종에 목마른 기자들 마저도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었을 지경이다. 그만큼 시온의 미모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수준의 미모였다.

"........."

"아!!!! 마이크 여기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걸 쓰십시오!!!!"

"여기! 여기 있는걸 쓰세요!!!!!!"

시온이 슬쩍 눈짓하자 눈치 빠른 기자 몇몇이 그녀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최악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자고로 미녀는 뒤로 넘어져도 돈을 줍는다고 했다. 시온 같은 미녀라면 두고 볼 것도 없다.

"저희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자면, 저는 그이의 행동에 조금 과했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부정하지는 않을겁니다"

"죽은 사람들에게 동정심이 없으신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저도 사람이고 죽은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불법이란 것도 알고 있으며 충분한 동정과 연민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온은 무표정이지만 자고로 미녀는 뭘 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 생방송으로 나가는 시온의 모습은 여러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디폴트 폼일 때의 어린 모습이라면 조금 애매했을지도 몰라도 고등학생 수준의 성장 폼이라면 그 미모가  꽃을 피울 시기다. 어린애의 가련함과 성인의 매력을 동시에 품는 절묘할 때

다.

"저는 그이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사과를 가장한 협박을 하면 된다.

미묘하게, 최악만이 알 수 있을법한 미소를 지으면서 시온이 슬쩍 말했다.

"그러니 근시일 내로 저는 모든 재산을 처분해 유가족들에게 배상하고, 이 별을 떠나서 화성으로 이주하겠습니다. 도피가 아닌가 하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이와 함께 다시는 지구로 돌아

오지 않을테니 앞으로 다른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뭐, 뭐라고요?!?!"

"?! 자, 잠깐, 화성? 화성? 경기도 화성 말고 설마 그 화성?!?!!"

기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놀람과 시온의 발언 뒤로 그걸 증명해줄 증거물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스텔스 기능을 풀며 모습을 드러냈다.

키이이잉!!!

길이만 30킬로미터에 달하는 은빛으로 빛나는 우주선. 그 거대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허공에  있는 모습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이는 그것은 조용히 그들의 머리 위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

"여러분들께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마치 검과 같은 형태의 넓고 길며 곡선이 눈에 띄는 우주선은 신비로운 빛과 에너지를 띄며 서울 어디에서도 눈에 띌만한 모습을 보인다. 외부적으로 무기는 보이지 않지만 저렇게 거대

한 함선에 무기 하나 없다는건 말이 안된다. 그저 전투 모드가 아니란게 더 설득력이 있다.

전체적으로 얇고 길다. 하지만 얇다는건 어디까지나 비교적인 수준이지 수 킬로미터 단위의 폭을 자랑했다. 더군다나 안에서 웅웅웅 하고 울리는 심상치 않은 진동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마저도 위협적으로 느껴질만한 것이였다.

쿠우우!!!!

지상에 착지만 하더라도 서울을 박살낼  있을법한 함선은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

"무, 슨......!!"

"어......."

사람들은 턱이 빠질듯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바로 아래에서도 전체적인 크기가 가늠이 안될 정도로 보이는 거대한 우주선은 원근감이 망가질 것 같은 느낌이였다. 태양조차도 우주선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저의 개인용 차원항행함 호라이즌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어디까지나 '개인용'이였다.

절대로 전투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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