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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7화 〉[중국 최후의 날] (224/507)



〈 227화 〉[중국 최후의 날]

나는 중국에서 대놓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건 사람들보고 '날 잡아가 잡숴라'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였다.

애초에 시온을 통해서 나의 신원은 파악해 두었을 것이다. 중국에서의 일은 그들이 하라 냅두고 남은건 나와 백리의 일 뿐이다.

"슬슬 사람들이 오는것 같은데"

"누가 오는데요?"

"누구긴 누구야. 발 존나 느린 우리나라 정부 쪽 사람들이지. 진짜 한국 공권력은 괴수물의 경찰이나 다름없어. 일 다 끝나고 오니까"

"솔직히 부정하긴 힘든데요"

"부정하기 힘든게 아니라 사실입니다. 치안은 좋은데 경찰의 신뢰도를 따지면 거의 무슨 개발도상국 수준입니다"

"아, 시끄러운거 보니까 기자들도 온 모양이다. 하여간에 기레기들은 이럴 때는 냄새 하나 잘 맡아요"

설문조사를 통해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기관이 우체국인 시점에서 이미 말 다했다. 솔직히 한국 경찰들은 견찰이라 부를 정도로 무시 받는 판인데, 오죽하면 그러겠냐?

너무 편협한 시야가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공권력이란 애초에 그런 이미지도 없어야 하는 법이다.

멀리 갈 필요 없이 MC 유재석이 막 폭력 사건을 일으켰다고 하면 어디서 개소리 찌라시라도 듣고 온거냐고 욕할거 아니야.

반대로 여가부가 죠리퐁 보고 어머머, 너무 음란한거 아닌가요? 판매 금지시켜요!!! 한건 유언비어임에도 불구하고 널리 퍼지는것은 그만큼 행동 꼬라지가 그랬으니 유언비어에도 신빙성이 있는거고.

하다못해 사건 터지면 처리라도 제대로 해야지 문제 일으킨 경찰은 딴 서로 보내고 짜르지는 않는다. 참 븅신 새끼들이다.

시온이랑 연관 됐으면 뭐 중국처럼 경찰이란 경찰은 다 조지겠지만.

"예진아, 나 없는 동안  있어. 아마 당분간 감방 신세 질것 같은데 말이야"

"흐음, 그건 꽤나 오랜만입니다. 예전같으면 다 박살내고 안가지 않았습니까?"

"감방?! 감방?! 교도소 말하는거예요?!"

"응, 그 감방. 큰집이라고도 부르는 거기. 다른 때는 모르겠는데 내가 이경진 아저씨랑 약속한 적이 있어서 말이야"

예전에 내가 이경진 아저씨랑 처음 만나서 싸우고 난 뒤에, 만약 내가 가면 벗고 정체를 드러내는 알이 온다면 알아서 잡혀가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말한건 지키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 한 말은 어길 생각이 없다.

물론 잡혀간 뒤에는 내 맘이지만.

"보아하니 이경진 아저씨도 오는 중이네. 나는 슬슬 가볼테니까 집에 있어. 최대한 외출은 하지 말고"

"학교도 가고 못해도 외출은 좀 하고 싶은데......"

"마눌님?"

"뭐, 외출할 곳이야 많습니다. 하다못해 따로 봐둔 휴향용 행성도 있는데 놀러가지도 못하겠습니까? 짧게 사는 인생 놀고먹으면서 살아도 됩니다"

"앗, 아앗.......!!!"

"크으으으, 역시 울 마누라라니까"

예진이의 장래는 크게 걱정없다. 오히려 바라는게 있다면  많은 선택지를 제시해줄  있다. 단지 그 배경이 지구가 아닐 뿐이지.

나는 바깥으로 나갔다. 이미 집 문 앞에는 낮선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몇몇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아, 조인형 팀장은 간만이구만.

그렇지만 그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건 이경진 아저씨다. 화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닌 미묘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심각해?"

".......저지른 짓은  이상이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 그런 대사는 좀 아니지 않나?"

"하지만 약속은 지킬 생각이야. 그냥 나오는거 보면 몰라?"

나는 양손을 들어올려서 무방비 상태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란 제스쳐를 취했다.

다 조까라 그러고 근처에 있는 모든 포스 유저들을 죽여버릴 수 있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게다가 이경진 아저씨하고는 그렇게 사이가 나쁜것도 아니니까.

"잘 다녀오십시오. 매일매일 면회 신청 하겠습니다"

"난 저지른게 많아서 면회가 될지 모르겠다"

"그럴 때는 변호사를 대신 보내서 감방에 있는 것보다 노닥거리면서 이야기 하는게 좋습니다"

"그것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독방에 처넣고 냅두는거 아니야?"

조인형 팀장이 나한테 다가와서 수갑을 채운다. 포스 유저 범죄자 구속용의 특수 수갑이다. 전에 이유성 경위였나? 그 사람하고 만났을 때 한번 차봐서 기억하고 있었다.

한개가 아니라 세개까지 채웠다. 수갑은 굵은데다 두터워서 내 팔뚝의 절반이나 수갑으로 감쌀만한 수준이였다.

근데 솔직히 이거 쓸모 없는데......겨우 이런걸로  구속시킬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어디 정신병동에서 쓰는것 처럼 전신구속구에 재갈까지 물려도 모자랄 판에.

그때 옆에 있던 다른 포스 유저가 시온에게 다가갔다.

"함께 동행해주시지요"

".........? 저희 남편만 잡아가는거 아니였습니까?"

"일단 증언이나 그런 쪽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동행해주셔야 합니다"

"아마 제가 만날 사람은 경찰이 아니라 정부의 높으신 분들 같은데 그런거라면 가지 않겠습니다"

"동행을 거부하신다면 저희는......."

이미 눈치를 깐 이경진 아저씨가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새끼들이 정신 못차린것 같은데? 중국이 어쩌다가  꼴을 당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그만 두.......!!!"

"늦었어"

콰직!!!!

여기는 우리 집 앞이다. 다짜고짜 팔다리 하나쯤 날려도 피 튀기면 나중에 청소하기 귀찮다.

꾸득꾸득,  남자의 몸은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그대로 압축되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몸뚱이가 두르고 있던 장비와 함께 그대로 압축되어 한주먹 크기의 고깃덩이가 되어버린다.

염동력을 응용한 압착 기술이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이 폐차용 프레스기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

"이런 개......!!!"

"중국이 왜 그 꼬라지가 났는지 잘 생각하고 움직이는게 좋을거야. 나야 내 잘못이 있으니까 문제 없는데. 솔직히 울 마누라는 내가 봐도 아무런 죄도 없거든? 이 나라의 법규 질서를 어긴적이 한번도 없다고"

"세금 문제도 한푼의 오차 하나 없으니 걱정 없습니다. 만약 조작된 서류 들고와서 지랄할 생각이라면 역고소를 날려줄 생각입니다"

"봤지?"

나는 어지간해서  세계의 법과 질서를 존중한다. 마음만 먹으면 사회를 박살낼 수 있는 초월자가 고작 나라 하나의 사법체계를 존중한다는게 얼마나 호구스러운 일인지 모르지?

물론 아틀라스를 조지거나 하는 불법적인 일이 좀 있긴 했지만, 애초에 걔네들도 불법이니까 쌤쌤이로 쳐도 라쿤맨으로 활동했던거 외에는 나도 이 나라 법을 어긴건 없다고 자부한다. 기껏해야 김 변호사님 소환술 정도지.

근데 시온 건드리면 예외다.

"시온 건드리면 중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게 될거야. 그걸 바라는건 아니겠지?"

"자네!!!! 얌전히 잡혀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야 나만 건들일 때 이야기고.  알량한 자존심과 약속보다는 울 마누라가  중요하거든?"

조용한 살기가 사방에 퍼져나간다. 포스 유저들도, 몰려 있던 기자들도 그 살기에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시온을 건드리면 다 죽이고 박살낼거다. 그거 하나만 알아둬"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만 지나간다.

이윽고 내가 살기를 거두자 그제서야 제자리에 주저앉는 사람들이 생겼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나는 순순히 그들의 체포에 응하여 우리 집 앞에 주차해둔 차량에 타기 위해 이동했다.

그 와중에 폴리스 라인.......아니, 경찰은 아니니까 잘 몰라도 아무튼 따로 몰려오는 사람들을 막는 포스 유저들이 보인다. 그들 너머에는 기자들과 구경꾼들이 바글바글거렸다.

"라쿤맨! 아니 최악씨! 중국에서 일으켰던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후회는 있으십니까?"

"지금 여론은 최악씨의 행동에 대해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데 지금 소감이 어떠십니까?"

"최악씨!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한마디만!!!"

특종에 목숨을 거는건지 아니면 목숨이 두개라도 되는건지 정신머리 없는 기자들은 차에 탑승하는 나에게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댔다.

솔직히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저런 놈들이야 그냥 무시로 일관하면 그만이고 응해주는건 그저 미끼를 던져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는 얼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솔직히 별 관심도 없다. 애초에 나는 내 주변사람만 무사하면 그만인 이기주의자라고.

"이 인간도 아닌 새끼!!!!!"

퍼억!!!!

어디선가 날계란이 날아와 내 얼굴에 명중했다.

솔직히 피할 이유도 없었다. 피하는 것보다 그냥 맞아주는 편이  귀찮다. 어차피  몸은 역장 덕분에 끈적한 계란 내용물들이 몸에 닿지 않는다.

한번 털어내자 머리카락 하나 젖지 않은 내 모습이 드러난다. 이래서 역장이 편하다니까.

아무래도 구경꾼 외에 다른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나한테 불만이 있던 사람이라던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던가.

내가 한 짓이 있고 날계란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화가 나지는 않는다.

"......괜찮나?"

"거 내가 날계란 맞고 아프겠어? 액체질소에 급속냉동시킨 딴딴한 얼린 계란을 강속구로 던져도 안아픈데"

"미안하네. 조금만 참게"

"됐어. 이런 취급 익숙해"

날계란을 던진 사람 외에도 나한테 분노한 사람은 한두명이 아니였다. 약간 한국어 발음이 이상한 사람이 있는걸로 보아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나 조선족이라서 내가 죽인 사람들 중에 가족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거 생각하면 나도 나름 받아주는게 당연하지. 통하고 안통하고는 둘째 치더라도.

"씹어먹을 놈의 새끼!!! 저놈 마누라년도 찢여발......격?!?! 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으아악?!?!"

나는 바로 그놈을 허공에 들어올려 그대로 염동력으로 놈의 사지를 뽑아냈다. 사방으로 피가 흩뿌려진다.

그놈이 있는 곳이 우리 집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죽였다. 담벼락에 피칠 안해도 될것 같아서 단호박 수준의 반응이 나온다.

평소 같았다면 저런 사람은 조용하게 주먹 한방 먹이거나 아니면 그냥 적당히 처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다 까발려진 이상 공권력에 의존해서 처리할 생각은 없다. 잡혀가야 벌금도 물까말까한 상황에 내가 뭐 때문에 냅둬야 하는데?

나는 피칠갑을 한 기자들에게 으르렁거리면서 말했다. 그들이 찍는 카메라는 아마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는 방송도 몇개 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슬쩍 봐도 알고 있는 방송사가 눈에 띈다.

"자네......"

"원래 아무말도 안하려고 했는데. 한마디만 하고 갑시다. 괜찮지?"

"......마음대로 하게"

피투성이가 되고 참혹한 현장에서도 덜덜 떨면서도 남아 있는 기자들은 본업에 충실한 쪽인지 특종에 영혼을 팔아넘긴 족속인지 몰라도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시온 걸고 넘어진 방금 그 새끼는 운이 나쁜거지. 하필이면 울 마누라를 건드려서........

"거기 기자 아저씨. 이거 지금 방송 나가는거야?"

"네? 아, 네. 중간에 약간의 편집 시간은 있더라도 거의 새, 생방송인건 맞습니다"

"그러면 일단 한마디 하자"

나는 카메라 렌즈 앞에 눈을 마주치고 노려보았다. 하필이면 외모도 별로고 눈매도 더러워서 얼짱 각도를 받아도 모자를 판에 대놓고 있으니 어디 건달 양아치처럼 보일게 당연하다.

그러니 충분히 협박을 할만한 모습일 것이다. 물론 그러지 않아도 하는 놈은 하겠지만 한번 걸러내는 편이 나으니까.

"지금 내가 힘이 없어서 잡혀가는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전혀 아니거든? 어디까지나 이경진 아저씨랑 약속한게 있으니까 거기에 응해주는거지, 지금 상황 보고 내가 만만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건드리지만 않으면 지극히 안전한 사람이다.

만약 나를 교도소에 보내겠다면 거기에 응해서 들어갈 생각이다. 단지 그 이후에 여러가지 이권다툼 때문에 얼마 되지 않아서 나올거라는게 멀지 않은 미래지만 그래도 그게 이 국가의 사법의 뜻이라면 들어가줄 생각이다.

단지 중국에서 그 지랄을 한건 시온을 건드려서 그런것일 뿐. 나라 하나를 작살 내고도 남을 힘을 가지고 있는데 20년 넘게 조용히 산게 그 반증이다.

"딱 한가지 선만 넘지마. 우리 마누라만 건드리지 않으면 적당히 귀엽게 봐줄테니까. 알았지? 난 분명 경고 했다?"

물론 분명히  경고를 무시하는 사람이 나올거다.

이미 잡혔는데 무시하면 좀 어떤가, 시온의 기술이 탐나는데 건드리면 어떤가, 가족이나 친구로 협박을 하면 아무것도 못하겠지......그런 생각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욕심과 욕망, 용기와 만용, 자유와 방종을 구분할 수 없는 인간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수천년을 문명과 사회와 조직을 지켜봐온 나는 그걸 정말로  알고 있었다.

차에 탑승한 나는 좌우에 이경진 아저씨랑 다른 포스유저가 탑승하고 나서야 출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슬쩍 옆에 앉은 그에게 물었다.

"이경진 아저씨. 난 이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돼?"

"일단은 재판을 받아야겠지. 아무리 그래도  나라는 법치국가니까"

"내가 죽인 사람들 한명당 형량 하루라고 쳐도 2000만일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수십번은 죽어야 나올 수 있을것 같은 형량이란 말이야"

"힘으로 빠져나오면 되지 않나?"

"약속한건 지켜. 만약 날뛸 생각이였으면 아저씨는 애초에 우리 집에 들어오지도 못했어"

한국은 좋은 나라지만, 한편으로는 부패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는 봐주도록 하겠지만. 선을 넘는다면 가차없어질 것이다.

최소한 나는 대마왕으로서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말이야.......

적어도 내 개인적인 분노로 소집을 하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부르면 나머지 4명이 다 온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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