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화 〉[중국 최후의 날]
예전에 한번, 중국 공산당의 독재에 맞서서 시위가 일어난 적 있었다. 그리고 공산당은 그걸 무력적으로 탄압하여 이후 그것을 천안문 사태라고 불리게 되었다.
마치 한국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같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성공했고 천안문 사태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똑같이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점은 같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여론을 무시하고 억눌러버렸다. 그렇기에 중국은 민주주의를 되찾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에 모든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다면?
중국의 14억의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권력자들을 직접 징치한다면?
군대도 결국은 다수의 힘이다. 그 이전에 군인도 국민이며 그들도 생명이 있는 존재다.
만약 그들의 목숨마저도 위협받는다면......누가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이, 이런.......!!!"
누군가 최악이 떠난 자리에서 소리쳤다. 그리고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한다.
국민들은 현실을 깨달았다. 이미 생방송을 하고 있었기에 언론통제도 하지 못한다.
자신의 심장을 쥐고 흔드는 기분은 직접 느끼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법이다. 심장마비 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공포스럽다. 다시 그걸 느끼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 그러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건 당연했다.
"이......무슨!!!!!"
시준핑 주석 조차도 어이없다는 감정을 토해냈다. 하지만 현실을 변하지 않는 법이다.
"주, 주석 각하! 방금 그 일에 대해서 인민들이 해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천안문 광장에 모인 수십만명의 인민들이!!!!!"
"크윽!!!!"
제 2의 천안문 항쟁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기자들은 방금 있었던 일과 공산당원들의 반응을 찍기 시작했다. 좋게 끝날줄 알았던 일이 끝내 최악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마치 그때의 마오슌 위원처럼, 아무도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자기의 힘처럼 휘두르던 다수의 힘을, 이제 소수로서 다수의 힘을 느낄 차례가 된 것이다.
아무리 억지스럽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일을 말이다.
"빠, 빨리 일단 이 곳을 벗어나세!!!"
"아, 알겠습니.......윽?! 운전기사가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그럼 헬기! 헬기를 부르면 되지 않는가?"
"아무도,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크윽........"
"자, 잠깐만. 보좌관?! 리샹 보좌관!!!!!"
"저리 꺼져!!! 난 공산당원은 아니니까 안죽어도 된다고!!!! 너희만 죽으면 되잖아!!! 난 살거야! 살거라고!!!!"
"으아아아아아아!!!!"
2000여명이 모인 인민대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들은 소수가 되었다.
14억 인민을 호령하던 권력자가 아니라 이제 그 14억 인민 앞의 2000명이라는 소수가 되었다.
그들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헤, 헬기가 온다고 합니다!!! 헬기가!!!"
"자, 잠깐만!!! 지금 인민들이 대회의장의 보안을 뚫고 들어오고 있답니다! 피신하셔야 합니다!!!!"
"아아아아악!!!!"
"꺼져! 저리 꺼지라고! 으아아아!!!"
"지금 뭐하는거요? 나, 난......!!!!"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혼돈이란 단어는 지금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였다.
인민대회의장에서 빠져나가려는 공산당원들의 발버둥이 이어진다. 지금만큼은 그들은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가 아니라 일개 개인으로서 죽는다.
"죽여라!!! 저놈들이 우리 목숨을 위협하는 공산당원들이다!!!!"
"저놈들 때문에 우리가 죽게 생겼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천안문 사태를 잊지 마라!!!!"
"군대도 우리 편이다! 노예가 되기 싫은 사람들이여 일어서라!!!!"
2000명에 가까운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탈출할 수 있었지만 상당수는 탈출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목숨이 걸린 문제 앞에서는 절박해지는 법이다.
그들의 경호원조차 목숨이 아까워 도망가거나 길을 피해주었다. 그게 몰려오는 인민이 무서워서인지, 아니면 최악의 협박이 무서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끄어어어어어억!!!!"
"죽여! 죽여! 죽여!"
"이 자식들이 이 짓만 안했어도 내 친척이 죽진 않았어!!!!"
"개자식들!!! 빌어먹을 놈의 자식들!!!!!"
"크아아아아악!!!!"
"사, 살려.....끄륵!!!!!"
참극이 벌어진다. 다수의 인간들이 몰려 수백명의 공산당원들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들의 편을 들어주는 자들은 없고 오로지 처형 밖에 남지 않는다.
나름 생각이 있는 공산당원은 그런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만두십시오 여러분! 이렇게 해봤자 이 나라는 쪼개지고 소국이 될 뿐입니다!!! 자기 살을 파먹는 짓은 하지 마십시오!!!!"
당연한 말이였다. 중국의 실세인 공산당원들이 전부 죽는다면 결국 이 나라는 각 지역의 군벌들이나 민족들로 인해 쪼개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곧 국력의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미 눈이 돌아간 인민들에게는 그런건 상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국가가 어떻게 되던간에 자기가 살고 봐야 할거 아닌가?
"뭐? 소국이 어쩌고 어째? 지 살겠다는 개소리 아닌가?"
"죽여라!!! 사지를 뽑아내! 니들만 여태까지 잘도 처먹고 살았겠다!!!!"
"아닙니다! 그게 아니......으아아아악! 끄아아아악! 살려, 크아아아아아악!!!!!"
분노한 인민들을 향해 소리치던 공산당원은 그대로 그들에게 잡혀서 사지가 뽑혀나갔다.
산채로 팔다리가 뜯겨나가는 고통은 아무리 각오한 사람이라도 버티기 힘들다. 하물며 그런 각오도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윽고 사지가 뽑히고 눈과 혀까지 뽑히고 나서야 그는 숨을 거둘 수 있었다.
대의가 있고 분노한 사람들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 설령 중국의 공산당원들이라 할지라도!!!!!
"죽여라!!! 공산당원을 죽여라!!!!"
"너! 너도 공산당원이지!!! 전에 방송에서 봤어!!!!"
"아, 아닙니다!! 저는 그냥 보좌관.....컥!!!!"
분노한 사람들에게 사리분별이 있을거라고 보는가? 전혀 아니다. 그저 눈에 띄고 수상쩍은 사람이라면 다 죽이고 보는 법이다.
무차별적인 대학살, 최악 이상의 참사가 중국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악은 적어도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막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건........아무도 막지 못한다.
분노한 다수의 시민은 전부 죽이기 전까지 막지 못한다. 그걸 알기에 최악도 자신의 일을 그들에게 맡긴 것이다.
이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참사다. 그들은 모든 공산당원들을 죽이고 주석마저도 처형시킬 때 까지 멈추지 않고 움직일 것이다.
세상에 더 이상 그들의 편은 없다.
* * * *
최악은 TV에서 나오는 참사를 보면서 시원하게 웃었다.
"하하하하핫! 크하하하핫! 존나 재밌네!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키하하하핫!!!"
그는 여태까지 수십번의 환생을 거듭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대부분의 쾌락은 경험해 보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통쾌한 기분은 아무리 환생을 거듭해서 시원한 법이다.
시온도 마찬가지로 옆에서 슬쩍 웃고 있었다. 그녀는 좋은 사람이지만 착한 사람은 아니다. 중국 같은 나라가 망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좋아해야 할 일이지 슬퍼할 일은 결코 아니니까.
"흐음, 망하기 전에 중국 문화재 같은건 좀 빼돌려야 하나 싶습니다"
"중국에 그런게 남아있기나 하겠어? 홍위병이 다 작살냈을텐데"
"아, 그러면 냅두겠습니다"
"........두분 너무 천하태평한거 아니예요?! 저 내일부터 학교 어떻게 가라고요?!"
"냅둬. 집에서 검정고시 보거나 아니면 따로 델타 캐슬에 있는 학교 입학 시켜줄께. 솔직히 그쪽이 훨씬 배우는 과목이나 시설이 좋거든"
"그렇게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면 좀 그렇거든요?!"
예진이는 최악과 시온을 보면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지금 뉴스에 생방송으로 나오는 모습은 인간이 처참하게 뜯겨 죽는 모습이였다. 약간의 텀이 있어서 모자이크는 하더라도 그 참상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걸 웃으면서 보고 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예진아, 나는 사회를 좋아하지만 싫어하기도 한단다. 저놈들은 사회를 악용하는 놈들이지. 다수의 힘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등신들이야. 그런데 그런 그들이 다수의 힘 앞에서 무너져 죽는 것을 보면 빚진걸 값을 뿐인 모습으로 밖에 안보이거든. 그래서 존나 웃긴거지! 하하하핫!!!!"
"그래도......."
"그럼 내가 지금처럼 무고한 국민들까지 다 죽였으면 한다고 생각하는거니? 그건 아니지? 그러니까 나는 저들에게 맡긴것 뿐이야. 만약 이 나라가 독재 정권에게 계속 통치 당했을 때의 일을 중국으로 대변해 보여주는 것 뿐이지. 뭐, 한국은 그 전에 들고 일어나는 체질이라서 정말 좋지만 말이야"
최악은 1회차 인생이 한국인으로 태어났을지라도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크게 애정은 없다. 그걸 따지면 그는 한국인이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으로 태어난 적도 있으니 똑같이 편애해야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이 한국을 좋아하는건 그 성질에 있다. 나라가 버려도 스스로 일어나고 나라가 잘못되면 고치기 위해 들고 일어나는 태생적인 성질이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한국은 정말 좋은 나라야. 이만한 나라도 드물어. 적당히 나아가도 대마왕에게서 다수결로 가볍게 통과받는 나라도 드물거든"
대마왕들의 심판은 다수결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모이는 대마왕들은 언제나 홀수다.
하지만 몇명이 모여도 한국이란 나라는 수많은 차원을 뒤져도 심판에서 통과된다. 5명의 대마왕 중에서 한국과 연관된 대마왕만 2명이지만.......애초에 그런걸로 사정을 봐준다면 대마왕으로 뽑힐 일은 없다.
"그러니 지금을 즐겨. 만약 조금만 엇나갔다면 지금 중국의 꼴이 미래의 한국이 됐을거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혀어어어어어어어엉!!!!!"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리가 다짜고짜 현관문을 박차고 그의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TV앞에서 낄낄 웃고 있던 그를 발견했다.
"지금 뭐하는거예요?! 저런짓 안한다고 약속 했잖아요!!!!"
"무고한 사람 안죽였잖아? 그럼 약속 지켰네"
"그게 아니라......"
"너 설마 공산당원들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다른곳도 아니고 중국 실세들인데?"
그 어떤 국가의 권력자라도 부패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정직하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마냥 부정하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 이르려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하물며 중국 같은 일당독재의 국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깨끗한 사람을 찾는게 더욱 어려운 나라니까 말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공산당원들에게 한정 했고, 거기에 그 판결을 내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맡겼지. 그리고 중국의 각 지역의 독립도 긍정했어. 설마 이걸 나쁘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하지만 이건........"
"결국 피해는 뭘 해도 생겨. 인간이 말로만 해서 들었으면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야"
"........"
"꿈을 꾸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걸 선택해. 지금만 하더라도 내 능력이라서 가능한거지 중국의 뿌리깊은 부패는 쉽게 없엘 수 없어"
"이 사태가 끝나고 난 뒤의 일은요? 다시금 똑같은 부패한 권력자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잖아요?"
"흐응, 글쎄"
분노로 만들어진 혁명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법이다.
최악은 이미 그것까지 계산하고 저지른 일이였다. 애초에 이런 일도 여태까지 몇번이고 한적 있는 베테랑이다.
"중국은 다시 뭉칠 수 없어. 군벌들의 세력이 각지에서 지금의 때를 노려서 독립을 하기 시작할거고 한족이 아닌 다른 민족도 그렇겠지. 더군다나 이번 일.......스스로 일어나서 권력자를 족친 일이잖아? 우리는 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몰라서 광화문 시위를 했니?"
".......그건 아닌데요"
"뭐든 한번이 어려운 법이야. 전례가 만들어지면 그만큼 다음은 쉽지. 만약 이어서 또 부패한 정권이 들어선다면 그때는 다시금 똑같은 일이 일어날 뿐이야"
그때는 군대를 동원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군대의 구성원인 군인조차도 반기를 들테니까.
군용 장비를 전부 무인화 시키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이전과 같은 중국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각 지역이 갈라져서 서로 국가를 자처하며 갈라질 뿐. 물론 그 신생 권력자 중에서 결코 이전의 중화인민공화국의 공산당원은 없을 것이다.
"결국 사태는 진정될거야. 단지 이전처럼 돌아가지 않는것 뿐이지"
"........."
"아니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그냥 내가 가서 다 죽여버릴까? 이번에는 귀찮으니까 그냥 때려부수는건 그만 두고 권능으로 싹 다 심장마비로 죽일테지만"
"그건 아니고요"
현실에 순응한 백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최악은 그를 보면서 마음에 든다는 듯이 씨익 웃을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