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화 〉[중국 최후의 날]
* 전 화가 중복되어서 올라가서 새로운 화로 수정했습니다. 혹시 못보신 분들은 이전 화를 보고 와주세요.
* * * *
라쿤맨이 정체를 밝힌 사실은 빠르게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미 알고 있던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정부는 조금 충격이기는 해도 큰 충격은 없었으나 나머지 국가에서는 상당한 여파가 존재했다.
SNS에서는 라쿤맨의 정체인 최악에 대해서 유언비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물론 개중에는 진짜 초등학교 같은반 수준이던 아는 사람의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은 별거 아닌 수준의 이야기 뿐이였다.
[시발ㅋㅋㅋㅋㅋ오졌다! 라쿤맨 가즈아아아아아!!!!]
[휼륭하다 김라쿤맨. 중국을 조져버리렴!]
[어?! 쟤 최악이 아니야? 나 쟤 초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였는데. 눈매 더러워서 알아볼 수 있어!!]
[구라치지마 새꺄. 초2때 일을 누가 기억해? 나도 기억 안나는구만]
[시발, 아이언맨 패러디 오지네. 님 혹시 마블빠세욬ㅋㅋㅋ?]
반응은 각양각색이고 반신반의가 가득했다.
하지만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고 신상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시온이 있어도 한계는 있다. 게다가 시온이 막지 않는다면 누군지는 드러나기 시작한다.
[쟤 이름 최악인데 눈매는 더러워도 나름 괜찮은 애였음. 친구는 아니였는데 뭐더라......]
[어? 이 새끼 결혼 했네? 마누라가 누구야?]
[잠깐 뒤져봤는데 마누라 외모가 ㄱㅆㅅㅌㅊ임. 로리콘은 존나 개꼴릴듯]
[머임?! 대체 머임?! 얘 마누라가 그 광명동굴 모델녀랑 같은 사람이던데? 포스 유저야!!! 로리랑 성인을 오가는 개쩌는 모습이라니!!!! 시발, 존나 부럽네:::]
라쿤맨, 아니 최악의 고향인 한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즉석해서 최악의 신상을 파악한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기 시작하자 소란이 일었다.
그러나 중요한건 지금 당장이다.
"라, 라쿤맨!!!! 정체를 드러낸 것에 다른 의미가 있습니까? 아니, 정확하게는 한국의 누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라쿤맨! 영국의 BBC의 찰리 오리슨이라고 합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의문스러운데 혹시......"
"라쿤맨!!!!"
"라쿤매애애앤!!!!!"
수변에서는 수십을 넘어 수백의 사람들이 질문을 퍼부었다. 하지만 최악은 그들의 질문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천안문 광장을 넘어 인민대회의장으로 향했다.
이미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그를 안으로 모셨다. 안에도 기자들은 있지만 그래도 나름 돈과 인맥을 지닌 사람들 뿐이다.
이윽고 그가 인민대회의장에 들어가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그에게 집중 되었다.
먼저 자리에 착석하고 있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중국 공산당 소속인 사람들이였다. 최악에 의해 죽었거나 몇몇 개인 사정에 의해 빠진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그러했다.
그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최악은 단상 위로 걸어갔다. 맨 얼굴을 드러낸 그의 모습을 보고 움찔거리는 사람도 있었으나 크게 소란이 나진 않았다. 알고 있는 사람들은 딱히 모르고 있던 사실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원투쓰리. 아, 이 중에 영어 모르는 흑우 없지? 설마 통역가 없이 이 정도 영어 모르는 븅신이 어디 있겠어. 내 발음이 이상한건 둘째쳐도 이 정도로 간단한 단어도 모르면 공산당 때려 쳐야지. 안그래? 장그래? 미생 인생?]
뭔가 급식체 같은 느낌의 인사가 나왔다.
하지만 아무도 태클을 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상대가 이미 중국 인민 2000만명 이상을 쳐죽인 괴물인 이상 태클을 걸 수가 없었다. 다짜고짜 죽으면 어떻게 하는가?
[일단 인사는 여기까지 해두고. 빨리 본론부터 들어가자고. 그게 당신들도 편할거 아니야?]
"크흠!!!"
누군가 헛기침을 내뱉었지만 최악은 신경쓰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이란 나라에 원한은 없어. 지금 얼굴 까고 이야기 하는거라서 말하는거지만 나는 요리를 좋아하거든. 다리 달린건 책상이랑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을 왜 싫어하겠어?]
"......."
[단지 니들이 한 짓이 있으니까 이 짓을 하는거였지. 만약 우리 마누라 건드리지 않았으면 아무도 안건드렸어]
2000만이나 다름없는 목숨을 앗아가놓고 하는 말이다. 개중에 가족이 있는 당원들도 있지만 다들 자제했다. 이 자리를 망쳤다가는 그의 손에 죽던, 주석의 이름 아래에 죽던 어차피 죽을테니까.
가족이 죽어도 살아가야 하는게 잔혹한 현실이다. 아무튼 최악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바로 내 볼일부터 이야기 하자. 대충 이 사태를 끝내는데 바라는 조건이였지?]
지금 인민대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은 2000명에 가까웠다. 중국 공산당원의 수와 기타 당원 수를 합치고, 거기에서 몇몇을 빼더라도 그 정도 숫자가 나왔다는 소리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밝히면 니들 패망하는 이야기는 대충 알고 있을거야. 머리가 있는 놈들이면 이해는 할거고]
아틀라스.
중국의 협조를 받아 인체실험을 강행한 비밀조직. 그들의 존재는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비밀이나 마찬가지며 그렇기 때문에 알려져서는 안된다.
지금이야 회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이 아틀라스랑 붙어먹은 사실이 알려진다? 그러면 손절하는 국가도 상당수 생겨서 중국은 끝내 강대국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뭐, 밝히진 않을께. 솔직히 그놈들 조지는건 내 일이고. 니들은 내가 다 박살내기에는 귀찮으니까]
국가 하나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존재. 바로 그게 초월자다.
아니, 국가 뿐만이 아니라 이 별을 상대로도 어려움 따위는 없다. 하루에 도시 하나씩 파괴하는 것조차 느린 것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내가 바라는건......]
최악의 말에 다들 긴장했다. 중국이 명운이 달려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변함없이 중국의 명운을 결정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운명을 말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공산당원들의 목숨이다]
".........?"
"......?!"
한순간 이해를 하지 못하다 1분 정도가 지나서야 현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시준핑 주석조차도 안색을 굳히고 단상 위의 최악을 바라보았다.
방금 뭐라고? 단순히 누구누구의 목숨이 아니라 모든 공산당원들의 목숨?
중국은 독재 국가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당 독재 국가다. 공산당이라는 당이 독재를 행하며 그 대표가 중국의 주석인 시준핑 주석인 것이다.
[너희들은 권력을 휘두르는 주제에 정작 그 힘이 나오는 국민을 사람 취급도 안했지. 그러다가 내 마누라를 그 취급해서 이 사단이 난거고. 그러니 그 대가를 치룰 시간이다]
지금 최악이 하는 말은 전 세계에 즉석해서 번역되어 방송되고 있었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영국, 미국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 말이다. 생방송이기 때문에 중간에 멈출수도 없었다.
[나는 중국 공산당원 전부의 목숨을 원한다. 여기에는 타협도 없고 협상도 없다. 그들의 목숨 전부가 사라질때까지 주시할 것이고 만약 이 조건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다시금 전과 같은 짓을 반복할거다]
몇몇 다른 소속을 제외한다면 공산단원 소속의 인물들의 숫자는 대략 2000여명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독재 정당이였던 만큼 그들은 이 나라의 실세들이다. 만약 그들이 전부 죽는다면 중국이란 나라는 뿔뿔히 흩어질 수 밖에 없었다.
중국은 큰 나라다. 땅 크기만 따지더라도 러시아와 비슷하고 각 지역의 특성이 갈리기 때문에 하나로 융화하기 힘들다. 그래서 티벳과 위구르 같은 지역의 독립 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이야 최악이 협상에 응했으니 어느정도 독립 운동의 기세가 죽었지만 만약 공산당원 전부가 죽는다면.......
중국은 마치 전국시대처럼 여러나라로 쪼개질 것이다. 각 지역의 군벌들에 따라서, 그리고 문화와 민족에 따라서.
"그럴 순 없소!!!!"
한 공산당원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는 열변을 토하면서 최악의 조건을 부정했다. 자기가 죽는다는 소리에 쉽게 응할 사람은 없는 법이다.
"그 조건에 응하느니 차리 우린 끝까지 항전할 것이오!!!"
"맞소!!!!"
"그렇소!! 차라리 싸우다 죽겠지!!!"
[흐응]
최악의 목소리가 마이크에 대고 울린다.
그리고 그는 슬쩍 말했다.
[그러면 그 와중에 죽는게 누군데? 니들은 아니지? 죄다 인민들이잖아. 너희들은 안전한 곳에서 떵떵거리기나 하고]
"..........."
"..........."
"..........."
침묵했다. 2000여명 가까히 모인 인민대회의장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지금 이 방송은 중국 전역에 퍼지고 세계에도 알려지고 있지. 니들이 잘하는 언론 통제 같은건 전혀 안통해. 설령 한다 하더라도 울 마누라가 다 해킹해서 퍼트렸을거야]
최악이 하는 말은 그의 말대로 중국 전역에 퍼지고 있었다. TV나 하다못해 라디오가 있는 지역이라면 그의 목소리가 전부 퍼진다는 소리다.
중국어로 말하고 있으니 통역도 필요 없다. 그의 말은 그대로 세계에 울린다.
[마오슌 위원이 내 아내를 강간하려던 것을 보고 나는 마음 먹었지. 중국이란 국가가 전부 없어지기 전에는 멈추지 않겠다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
하지만 약간의 편법은 존재했다.
[그러니 중국이란 나라만 아니면 돼. 각지에서 중국에서 독립을 한다면 나는 그 나라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겠다]
그 소리를 듣고 몇몇 지역에서는 환호성이 넘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프리-티벳!!!!"
"타이완 넘버원!!!!"
"천안문!!!!!"
기세가 죽었던 독립 운동의 여파가 폭발적으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중국이란 나라로부터 독립할 기회는 지금 뿐이라는걸 국민들도 알아챈 것이다.
그리고 정작 그 중심지인 인민대회의장에서는 싸늘하고 분노에 찬 기운만 흐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이길 수 있다고 보시오? 설령 이길 수 있어도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을 죽일 때까지 끝나지 않을거요!!!!"
[아, 그래? 그럼 죽여보지 뭐]
최악은 단상 위에서 가볍게 손을 내밀어 주먹을 쥐었다.
쿠웅!!!
그 순간 세상에 이변이 일어났다.
"크헉?!"
"꺽......."
"허억! 허어어어!!!!"
중국에 있는 모든 지성체들, 중국인을 비롯한 거주 중인 외국인들은 물론 전부 심장을 부여잡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 중국의 대부분의 인구, 즉 14억에 달하는 인구가 전부 한순간에 쓰러진 것이다.
심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그것에 발작하거나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졌다. 안타깝지만 그가 신경쓸게 아니다. .
충격적인 모습이다. 기자들도 그 모습을 찍지 못하고 고통에 허덕여 숨을 거칠게 몰아쉴 뿐이다.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쥔 듯한 기분은 경험하지 못하고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나는, 지금 전 중국의 국민 전부를 죽일뻔 했다]
그제서야 그들은 초월자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다.
초월자에게, 특히나 사회를 죽이는 최흉의 대마왕에게 다수로 협박하는 짓은 미련하고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왜 하필 그의 칭호가 '최흉'인지는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였다. 일개 개인으로 다수와 사회를 무시하고 전부 죽여버리니까 붙은 칭호다.
[내가 바라는건 어디까지나 중국 공산당원의 목숨이다. 이 나라 국민과 인민의 목숨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이럴 수 있음에도 손수 도시를 파괴하면서 죽인건 단순한 경고다. 어떻게 하더라도 결국은 의미가 없을거라는 경고지]
최악은 권능으로도, 순수한 무력으로도 이 중국의 모든 국민들을 죽일 수 있다.
단지 지금 하는건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뜻이다.
천안문 광장에서 이루지 못했던 그들의 뜻을 말이다.
[지금 듣고 있는 중국 인민들에게 말해두겠다. 너희들의 힘을 자기 힘으로 착각하는 등신들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겠는가. 아니면 그대로 그들에게 맡기고 애꿎은 죽음을 맞이하겠는가.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지 않겠다면 나한테 죽을 뿐이다]
중국은 독재 정치의 국가다. 다수의 의지가 아니가 소수의 의지로 앞날을 결정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 뜻이 역전되었다.
권력자의 권력은 어디까지나 다수에게서 나오는 법이다.
다수의 시민이 내는 세금, 그들의 노동력, 그들의 힘. 거기에서 모든 권력이 나오는거지 그들 개인의 힘은 아무런 볼품도 없었다.
그들은 국민의 힘을 자기 힘이라 착각하던 대가를 치루게 될 뿐이다.
[침몰하는 배에는 마지막까지 선장이 남아 있어야 하는 법이지. 그리고 그 선장은 너희들이다. 침몰하게 만든 책임을 져야 할테니]
돈? 그거야 국민들이 낸 세금일 뿐이다. 다수의 것이지 그들 개인의 것은 절대 아니다.
군대? 그것도 국가에 속한 국민의 무력 단체일 뿐이다. 그들이 권력자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뭐가 남지?
권력? 애초에 볼 것도 없다. 권력은 다수에서 나오는데 그들만 남는다면 아무것도 없다.
[제대로 잘 선택해라. 나는 딱 한달의 시간을 주겠다. 만약 내 요구 조건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모든 국민들을 죽일 뿐이다]
협박이지만 확실하게 와닿는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약간의 가능성만 있던 사실이 현실이 되었다. 심장을 쥐는듯한 고통 속에서 정신을 차린 공산당원들이 정신을 차리자 닥쳐오는건 예정된 죽음 뿐이였다.
만약 다 죽는 것과 다수가 살아남는걸 선택하라고 한다면 분명 다수가 살아남는걸 고르지 다 죽는걸 고르는 바보는 없다.
그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답을 정해놓고 고를 뿐인 결과 밖에 없는 길에 서서 고를 수 밖에 없다.
최악은 독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그게 문명의 발전에 도움이 되냐, 그렇지 않느냐를 따질 뿐. 현 중국의 실태는 절대로 좋은 미래 따위는 없었다.
[선택해라. 너희들의 자유는 너희들이 결정해야 하는 법이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차원을 찢고 그 너머로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는 그만 알고 있겠지만 남은 2000여명의 공산당원들은 그저 침묵을 유지할 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는 시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권리를 되찾으며 살아남기 위한 국민들의 시위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