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8화 〉[중국 최후의 날] (215/507)



〈 218화 〉[중국 최후의 날]

원흉인 마오슌 위원이 죽은 것은 최악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확인하지 못했다. 시체조차도 최악이 다른 시체더미 속에 내던져서 찾을 무렵에는 이미 썩어 문드러질테니 확인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죽었다는 사실만큼은 알아차렸다. 만약 살아남았다면 어떻게든 발견했을테니 오히려 발견하지 못했다는 쪽이 죽었다는 사실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악은 멈추지 않았다.

콰앙!!!


"도대체! 왜!!!!"

".........."


".........."


시준핑 주석의 고성에도 불구하고 회의실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산제물로서 마오슌 위원을 보내고 죽은게 거의 확실하건만, 정작 최악은 파괴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미 다싱구마저 파괴되어 이내 팡산구로 향했다.

며칠만 더 있으면 베이징 전역이 파괴될 것이다. 각 도시의 크기에 상관 없이 박살내는데 평균 하루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놈은 왜 마오슌을 죽이고도 멈추지 않는거요? 뭔가 말을 해보시오! 아니면 대책이라도!!!!"

"그게........"

이미 내뱉는 시준핑 주석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하다.

그들은 용주방이랑 삼합회를 만들어서 거길 통해 아틀라스와 협력했다. 그 사실은 충분히 규탄 받아야 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과 나라가 망하는건 별개의 문제다. 인체실험을 해서 설령 자리에서 내려오더라도 그 뒤에는 놀고먹을 수 있지만 나라가 망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손가락이나 쪽쪽 빨다가 결국에는 죽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에는 최악을 죽이기로 했지만 아무것도 통하지 않고 별다른 패도 없는 와중에 혹시나 싶어서 마오슌 위원을 내보냈지만 소용없었다.


어차피 마오슌 위원은 시온의 신원을 찾은 것만으로도 쓸모가 다 했기 때문에 그나마 쓸 수 있는 곳에 쓴 것이다.

 의미는 없었지만.


"접촉은 어떻게 됐소?"

"미국과 러시아의 요원들 때문에......."

"그래서 못한다는거요 뭐요?"


그들에게 남은 카드는 핵 밖에 없다. 자폭할 생각이 아니면 날려봤자 의미가 없고 날린다 하더라도 죽일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 방사능 같은건 시온의 제염 장비가 있을테니 전부 처리가 가능해서 없느니만 못했다.

고작 한명에게, 고작 한명에게 14억명이 넘는 강대국이 벼랑 끝에 몰리게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가겠소"


"주, 주석 각하!!"


"아무리 그래도 내 체면이 있지. 내가 직접 갔는데 만나주긴 할거 아니오? 어떻게 해서든 설득해서 그놈을 막아보겠소"

"크흠......."


현 시국에서 핵을 날리는 것보다 가장 현실성이 있는 말이였다.


시온의 집 주변에는 현재 미국과 러시아에서 파견된 요원들로 보호 받고 있었다. 한국도 늦게나마 눈치채고 사람을 보냈지만 두 국가의 압박에 밀려 쫒겨나다시피 했다.

아무리 한국 안의 일이라 하더라도 미국과 러시아  나라에서 대놓고 압박을 가하는데 버틸수가 없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완웅남 2호라고 하는 청년은 어떻게 되었소?"

"아, 현재 권룡여제께서 손수 가르치고 있습니다. 따로 접근을 막으셔서 최소한의 지원 밖에 못해드리지만........"


"흐음......."

백리와 권룡여제는 최소한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을 대련으로 보내고 있었다. 백리에게 부족한 실전감각과 기술을 전해주기 위해서는 그런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영혼의 격이 초월자 바로 직전까지 높아져서  덕분에 뛰어난 오성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앞으로 일주일만 있으면 베이징이 전부 박살날 판인데 길어야 그들이 쓸  있는 시간은 앞으로 이틀 정도가 전부다.

"어떻게든 최대한 지원해보시오. 권룡여제께서 이 시국에 그냥 하는 일은 아닐테니"

용화정이였을 때는 몰라도 용하연인 이상 동기가 중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 만족을 위해 하는 비중이 더 크다. 단지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될 뿐이기에 시준핑 주석은 지원해주기로 했다.


한국행도 베이징 전역이 혼란에 빠져서 공항 조차도 쉽사리 자리가 나지 않았지만 그는 전용 항공기를 가지고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였다. 교통수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완웅남 2호의 신원은 확인이 되었소?"


"예, 완웅남의 지인이기 때문에 신원 확인이 쉬웠습니다. 같은 가게를 운영하던 사장과 직원 관계인데  동생 하는 친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런 사이인데도 그렇게 팼단 말인가?"

그도 백리가 처음 병원에 왔을 때의 자료 정도는 읽어보았기에 중상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정말로 친한 사이라면 그렇게 사람을 팰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보좌관은 반대로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그런 사이니까 그런 중상을 입혔다고 생각합니다. 살라딘의 경우 현재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가 폐허가 되었고 살라딘은 죽이려고 했던걸로 보이는지라......."

"봐줬다는 소리군"

"그렇습니다"


시준핑 주석은 조금 생각하다가 덧붙여서 말했다.

"그럼  완웅남 2호의 가족들과 한번 접촉해보도록 하시오. 최대한 온건하게. 마오슌처럼 바보같은 짓거리는  생각 말고"

"알겠습니다"


시준핑 주석은 직접 한국으로  준비를 했다.

단지 그가 예상 못한게 있다면.......백리의 여동생이 상당한 또라이라는 점이였다.

 * * *



루리는 수능 일주일 남은 고3 여고생이다. 그녀에 대한 설명은 다른걸로 길게 하는 것보다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최악이 라쿤맨으로 깽판을 치고 있어도 딱히 관계 없는 이야기였다. 루리는 이미 라쿤맨이 최악이란 사실도 알고 있고 라쿤맨 2호인 백리가 중국으로 가서 얻어 터진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시바! 지금 수능이 일주일 뒤인데 그게 문제냐!!!!!

망할 대한민국은 중국이 망하던 말던 수능은 본다는게 더 엿같다!!!


"머임? 대체 머임?!"

아무리 루리가 특이해도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주로 스트레스 같은게 그렇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사람인 이상 부담감이 있는게 당연하고, 그 부담과 긴장은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온다. 먹는걸로 때워보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보니 난데없이 스트레스가 싹 풀려서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다. 정말 난데없이.


"요상한 꿈을 꾸긴 했는데......."

머리고 맑고 육체도 강건하다 못해 힘이 넘친다.

예전과 비교하면 애초에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수준이 올랐다. 이건 마치.......

"이럴 때는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는게 제일이지!!!"

루리는 시온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차피 이런 일을 상담할 사람이라면 최악이나 시온 정도 밖에 없는데, 최악은 한창 날뛰고 있으니 남은건 시온 밖에 없었다.


통화음이 몇번 울리다 이내 시온이 전화를 받았다.

[루리 학생입니까?]

"넹, 전데용"


[수능 일주일 남았을텐데 그렇게 놀아도 되는겁니까?]

"아니, 그냥 전화 한번 걸었는데 팩트를 스트레이트로 꽂지 마요!!!"

[뭐, 농담입니다. 그런데  전화 했습니까?]

"아니, 별건 아니고......자다 깼는데 갑자기 스트레스가 싹 풀리고 경지까지  오른거 있죠? 이거 뭐 몸에 나쁘고 이상 있는 그런거 아닌가 싶어서요. 어제 막 뭔가 저 같은 애들이랑 만난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음......대충 짐작이 가는게 있는데. 그냥 단순하게 회로가 연결되서 그런거니까 평균치만큼 강해지는것 뿐입니다. 아마 크게 지장은 없을겁니다]

"그럼 작은 지장은 뭔데요?"

[개드립과 섹드립이 늘어납니다]

"평소랑 다를거 없네 뭐!"


개드립과 섹드립은 루리의 자랑이다. 솔직히 그거 두개 빼면 시체 밖에 남지 않는다. 그녀의 원본인 성교의  갓-루리루리가 흐뭇하게 웃고 있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사실 루리가 난데없이 강해진 이유도 별거 아니다. 갓-루리루리라는 공유기를 통해서 연결된 다른 단말들과의 네트워크가 이어져서 그 지식과 힘을 조금씩 받아 강해진 것이다.

이미 예전부터  흔적은 조금씩 보였고 오늘에서야 그게 완전히 이어졌을 뿐이다.


"근데  오빠는 어때요? 뉴스에서는 쥐어 터지고 실려갔다고 나오던데"

[권룡여제한테 맞으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오네쇼타!!!! 아니, 이 경우에는 50대 여자랑 팔팔한 20대의 울 오빠니까 밀프물 대꼴!!!"

[권룡여제 쪽은 좋아하는 사람 있습니다]


"아, NTR물은 안됨"


취향이 확고한 루리였다. 다른건 다 납득하지만 NTR만큼은 안된다. 순애 섹스를 좋아하는 갓-루리루리의 영향 때문에 그런거다.

애초에 정상적인 사람이 누가 자기 여자를 빼앗아가는걸 좋아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겠는가?

"아무튼 살아있으면 됐어. 부모님한테는  오빠 여행 갔다고 구라 쳐놨거든. 얼굴만 알려지지 않으면 되는데 뭐"

[루리 학생도 고생이 많습니다]


"아주머니도 그렇지 않아요? 막 미국 같은 나라에서 CIA의 요원이 와서 굽신거린다던지"

[판 깔고 작두 타도 되겠습니다, 루리 학생]


"그런 쪽 특성이 없는건 아니거든요"


[.......진짭니까?]

"괜히 영등포 백화점 화재 사건  오빠보고 아빠 만나러 가보라고 한거 아니거든요?"

루리는 바보같아 보이지만 바보가 아니다. 애초에 루리는 학교에서도 이과라서 제일 잘 하는 과목이 수학이다. 단순히 평소에 보이는 모습은 그냥 개인 취향일 뿐.

갓-루리루리라는 최상위 신격의 정보 수집 단말인 만큼 그만한 재능과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단지 거기서 최악과의 만남으로  재능이 가속도가 붙은거지만 말이다.


[제가 그런만큼 루리 학생도 조심하십시오. 일단 저도 따로 경계하고 있습니다만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입니다. 특히나 노처녀 히스테리인 여자가 운명을 다스린다면 말입니다]


"뭔가 존나 한 사람을 콕 찝어서 말하는것 같아!"

[실연당한 노처녀 주제에 성격과 사교성이 나빠서 사람 원한 사는데 좋은 사람입니다.  같았으면 미안해서라도 자살했습니다]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아라써요"

[이해 못한거 다 압니다]


"으헿, 루리는 어려운말 모루겟소요"

[올림픽은 진작에 지났는데 말입니다]

"어떤 올림픽이요? 인면조 나온 우리 올림픽이요, 아니면 참가한 선수들 죄다 방사능 때문에 건강 이상 생긴 올림픽이요?"

[저한테는 방사능은 영양제나 다름없습니다]


"으음, 외계인 종특 개쩜!!!!"

루리의 카오스함은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 혼돈의 절대자 마저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손절할만한 수준이다.

"아무튼 조심하긴 할게요. 어차피 나온다고 해도 죄다 줘패버리고 튀면 그만이지만"

[그거 여고생이 할만한 발언은 아닌데 말입니다]

"여고생 한명의 전투력은 특수 부대원 2인분의 전투력......!"


[그럼 루리 학생은 뭡니까?]


"전 군단 2개분이요"

[설득력이 있으니 태클은 걸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군필 여고생이란 단어가 괜히 있는게 아니였습니다]

"육군 복무신조! 우리의 결의! 하나!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 통일의 역군이 된다! 둘!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갸아아아아아악!!!!! 트라우마가 생기니까 복무신조는 집어치우십시오!!!!]


"으음, 시온 아주머니도 군필 외계인이였네요. 아무튼 조심 하긴 할께요. 애초에 한창 때의 여고생에게 접근하는 성인 남자들은 의심하고 봐야지만요"


루리는 일단 포스 유저라서 외모나 몸매가 탈 고등학생 수준이다. 어디 가서 모델이라고 해도 의심받지 않을 수준이지만 일단은 여고생인 만큼 대한민국의 법의 수호를 받는다.

여고생이랑 사귄다니? 부러......아니, 미치셨습니까, 휴먼?


"아무튼 오늘은 기분 좋으니까 잠깐 놀았다가 다시 공부해야징. 나가서 옷 한두벌 정도만 사다가 들어오면 되겠다"

[돈은 있습니까?]

"오빠가 입막음으로 준 용돈 좀 있어요"

[자고로 돈만큼 기름칠에 좋은 도구는 없는 법입니다. 백리 학생도 사회가 돌아가는걸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간만에 스트레스가 싹 풀리고 기분도 좋아진 루리가 외출에 나섰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나 했겠지만 오늘만큼은 예외다.


수능이 일주일 남았지만 그래도 따지면 일주일이나 남은거다. 여태까지 논 것도 아니니 오늘은 푹 쉬고 다시 공부하면 된다. 마침 오늘은 주말이기도 했다.


"가즈아아아아아아아아아!!!!!!"


군필 여고생쟝 루리 나가신다!!!!


간만에 리미터가 풀린 루리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실례합니다"

".........?"

그런 루리의 앞길을 막는 사람이 있었다. 조금은 어눌한 한국어 발음. 겉보기에는 별다른 특이한 점이 없는 동양인이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중국인과 일본인을 구별할 수 있는건 아니다. 같은 서양인이라고 라틴, 슬라브, 게르만, 켈트, 등등을 구별할 수 있는건 아니지 않은가?


특히나 정장을 입고 대놓고 수상쩍어보이는 사람들이라면!!!!

"혹시 하백리씨의 동생인 하루리양이십니까?"


"맞는데요?"


"저희랑 잠시......"

"선빵필승!!!!"

루리의 어퍼컷이 눈 앞의 남자의 턱에 작렬했다.

그리고 놀란 정장남들을 뒤로하고 도망치면서 소리쳤다.

"꺄아아아아!!! 여기 이상한 사람들이 절 납치하려고 해요!!!!!"

하핫, 혼란하다, 혼란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