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7화 〉[중국 최후의 날] (214/507)



〈 217화 〉[중국 최후의 날]

백리는 눈을 뜨는 순간 밀려오는 정보의 홍수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영혼의 격이 올라가서 신체 능력도 덩달아 상승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적응하는 일은 누구나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주변에서는 정신을 차린 백리를 보며 중국어로 뭐라고 떠들기는 하지만 이해는 되지 않았다. 영어도 조금 밖에 할줄 모르는 상황에 아는 중국어라고는 '너 밥 먹었니?'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자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통해서 조금씩 언어를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예전의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지성이다.

"깨어났나?"

"아! 권룡여제 용화정......!!"


"그 이름보다는 용하연으로 불러라. 그나저나 중국어를 할줄 알았나?"

"어, 방금 전부터요"

".........?"

용하연은 조금 의문을 표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가 보기에도 백리의 상태는 심상치 않았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이아 포스의 농도는 갈무리 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도 너무나 짙었다. 만약 누군가가 그의 근처에 다가온다면 병약한 사람은 건강해지고 아픈 사람은 상처가

회복될것 같은 수준이였기 때문이다.

이능력이 기본적으로 육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하지만 그런 효과가 나올 정도로 짙은 농도였다.


"일단 포스부터 갈무리 해서 몸에 거두어라. 그대로 바깥으로 나간다면 소란이 일어날테니"


"아, 죄송해요. 저도 이건 처음이라 어떻게 할지 몰라서......"


힘의 크기로 싸움의 승패가 갈리는건 아니지만 백리가 보유하고 있는 가이아 포스의 양은 용하연보다 훨씬 많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용하연조차도 비교가 안될 수준이니 보통 포스 유저에게는 아득한 양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어.......이야기가  길어질텐데......."

백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용하연 외에도 몇몇, 다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새어나가서는 좋은 이야기는 아닐거라고 보인다.

솔직히 사회의 혼란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이야기였다. 가이아 포스라는 이능력의 베일을 벗겨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이 알면 안된다.

용하연이 사람을 물리자 백리는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했다.

저 너머에서  우주의 관리자를 맡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했고 그녀는 앨리사 니어를 통해서 지구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그랜드 마스터를 넘은 초월자 레벨의 권한을 받아서 최악을 막기로 했다고.

".......그런가"


"꽤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네요"

"무림에는 기인이사가 넘쳐나는 법이다. 그 시절의 스승님조차 흉신혈제(凶神血帝)라는 숙적이 있었지. 뭐,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면 그건  시절의 블러디어라고 생각된다만, 아무튼 세상은 넓고 현실성 없는 이야기도 종종 일어나는 법이다"


"그나저나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요? 오늘 며칠이예요?"


"네가 기절한 뒤로 3일이 지났다"


"네?!"

백리가 최악에게 처맞고 기절한 뒤로 3일이 지났다.

당시의 백리의 몸은 꽤나 큰 부상을 입어서 당분간은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는데 용하연이 윽박질러서 공산당 간부들이 러시아에서 몰래 수입해 숨겨둔 재생 포션을 사용해서 회복시켰다.


최악도 백리를 죽일 생각은 없어서 이능력으로 부상을 입힌게 아니라 외상만 치료하면  됐기 때문에 한결 편했다.


백리의 상처는 마스터 유저의 회복력이 더해져서 하루만에 회복되었기 때문에 정신을 회복하는데 꼬박 이틀이나 걸린 것이다.


"혀, 형은요?!"

"네가 기절한 뒤로 순이구와 챠오양구를 차례대로 박살내고 다싱구로 들어섰다. 아무래도 시계 반대 방향대로 베이징의 도시들을 박살낼 생각인 모양이다"

"하......."


허탈해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자신이 정신을 잃은동안 도대체 몇이나 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까?

급하게 병실의 TV를 틀자 뉴스가 나온다. 중국어로 나오는 뉴스였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뿐더러 딱히 중국어를 몰라도 나오는 화면의 참상은 이해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였다.


최악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남는게 있다면 시체와 부서진 건물 잔해들 뿐이다.

도시 하나를 파괴해도 수백만에 달하는 사람들 중에서 생존자는 기껏해야 몇백명이 전부. 그나마도 운이 좋아서 건물 파편 사이에 파묻혀 있던 사람들 뿐이고 최악과 용하연이 싸웠던 창평구는 그나마도 남은 생존자들이 싹다 죽어버린 판이다.

"얼른 가봐야겠어요. 병원비는 나중에 제가 따로 낼테니까 지금은 가볼께요"

"그 상태로 싸울 생각인가?"

"이미 몸은 예전보다 좋은데요 뭐. 그러니까 지금 당장 싸워야죠"

"내 말뜻은 그게 아니다. 힘은 조금이나마 가까워졌을지 몰라도 기술에서 밀리지 않는가?"

"그렇긴 한데요......."

"그러니 그 부족한 기술을 내가 보충 해주도록 하지"

"네?!"

"제자로 들여주겠다는 소리다"

"아니, 그거 난데없는 소린데. 왜요?!"

용하연도 그냥 생각없이 제자로 들이겠다고 생각한건 아니다.

최악이랑 백리는 이번 사태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생 하면서 지낸 사이가 좋았고 그 덕분인지 그레이의 제자인 용하연을 죽이지 않는것처럼 죽을 만큼 패더라도 죽이진 않았다.

만나본 적도 없는 사손 관계인 용하연과 그나마 정이 남아 있는 백리. 어느 쪽을  봐주면서 싸울지 뻔한 일이다.


"솔직히 그렇게 될줄은 몰랐다만 오히려 이득이군. 어느 정도의 기술만 때려박으면 얼추 봐줄만한 수준까지는 쉽게 올라오겠어"

"저, 정말요?"

"지상에서 보는 것과 산 위에서 보는 경치는 다른 법이다. 격 자체가 위에 있다면 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훨씬 빠르게 경지에 이르게 될거다"

포스량은 이제 백리가 그녀를 앞서지만 백리가 그녀보다 강한가? 하고 묻는다면 당사자인 두사람도 똑같이 고개를 저을 것이다.

지금의 백리에게는 힘은 있더라도 경험과 기술이 부족했다. 애초에 포스 유저로 각성한지 몇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충분할리 없었다.


"이 세계에서 나는 더 강해질 수 없다. 가이아 포스라는 이능력은 나름의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내공이 아니다. 이 세계는 마치 처음부터 이능력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세계의 기반부터 기(氣)라는 것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뭔가 무협소설 비슷한 소리를 하시네요"

"무림인이였으니까. 아무튼 내가 가장 강해질 수 있는 환경은 평범하게 무공을 익힐  있는 그런 세상이다. 내공심법을 운용해도 내공 한점 모을 수 없는데 예전만큼의 강함을 얻는건 무리겠지. 그러니 네가 해야 한다는 소리다"

현재 순수하게 개인의 전투력만 따지면 최악이 부동의 1위, 2위가 용하연, 3위가 백리였다.

백리가 3위라고 별거 아니라 생각할지 몰라도 애초에 백리는 마스터 유저 최하위권이였다가 방금 전의 각성으로 3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내가 너를 제자로 들이마. 그리고 그놈과 싸울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해주지"

".............."

백리는 병원 침상에서 일어났다.


엉거주춤하게 자세를 잡다가 이윽고 그녀에게 구배지례를 올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본건 있구나"

"무협소설 한두권 본게 아니라서요. 잘 부탁드립니다 스승님"



 * * *

베이징의 치안은 전시의 그것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날짜로 따지면 겨우 며칠이지만 사회가 붕괴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였다.

중국의 베이징은 수도이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군다나 최악을 막기 위해서 상당한 숫자의 군대와 장비를 투입했지만 조금의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박살나거나 죽었다.


물론 중국의 군대에 비한다면  숫자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전국에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를 소집해서는 안된다.

특히나 티벳, 위구르, 대만, 홍콩 등등의 지역 인근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을 빼서 수도로 불러 모은다면 그나마 서서히 일어나고 있던 독립 운동이 가속을 가할 것이다.

지금만 하더라도 국가를 유지하는게 위험할 지경인데 독립이라도 하는 날에는 파탄에 이른다. 애초에 지금만 하더라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마오슌 위원"

"주, 주석 각하......."

"길게 말하지 않겠소. 다싱구로 가시오"

더 이상 화낼 기력도 없는 시준핑 주석은 마오슌 위원을 다싱구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였다. 만약 살 길을 찾고 싶었다면 마오슌 위원은 차라리 망명을 결정했어야 했다. 비록 불똥이 튈까봐 그 망명을 받아줄 나라가 있을지는 둘째치더라도.


다싱구는 현재 최악이 파괴하고 있는 도시였다.

"하, 하지만 군용 헬기는 바로 격추시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거야 방송용 헬기를 타면 될거 아니요? 가서 개처럼 죽던지, 용서를 빌던지 알아서 하시오!!!!"

"주, 주석 각하!!!!"

"내가 분명히 섣부른 짓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뭐? 지인들을 인질로 삼아? 나를 지금 뭘로 보는거요!!!"

이미 마오슌 위원이 하려고 했던 일은 들통이  있었다.

어딘가의 친절한 독수리가 정보를 흘려줬는지는 몰라도 남은 삼합회 용주방의 잔당을 긁어모아 밀항을 보내서 최악과 시온의 지인들을 인질로 잡으려고 했던 일은 모르는 공산당원이 없을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이제 마오슌 위원에게 남은 아군은 없다. 보좌관조차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서 보이지 않은지 오래다.

한국에 있는 시온의 신원도 확인했지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요원으로 보이는 자들이 암중에 호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제 남은 방법은 없소. 알겠소? 베이징에 전략핵을 떨어트릴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오"


핵무기는 크게 두가지 종류로 나뉜다. 전술 핵과 전략 핵. 위력을 따지면 후자가  크다.


전술 핵은 핵 배낭과 같이 작은  무기를 전술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 여파를 생각하면 효과는 크지만 그래도 전략 핵무기에 비하면 떨어지는게 확실하다.


중국도 바보는 아니기에 최악에게 어중간한 폭격은 통하지 않는다는걸 깨달았다. 용하연과의 싸운 여파로 도시 절반을 뭉게버리는데 전술 핵 같은게 통할리 없다. 지금도 전략 핵조차 통할까 의심되는 상황이다.


혹시나 싶어서 전에는 쉬고 있을 때를 노려 공격해 봤지만 오히려 비웃듯이 반나절만에 도시 하나를 박살내는 광경에 잘못 선택했다는걸 알았다.

그는 일부러 천천히 도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느긋하게 절망을 안겨주려고.


어느새 절망은 그들의 코 앞까지 걸어와 있었다.


"이대로 일주일만 둬도 베이징은 괴멸할 것이고 한달만 지나도  나라는 파멸할 것이오. 당신 한명의 목숨 따위보다 훨씬 귀중한 것이지. 처음부터 당신 책임이니 당신이 어떻게든 해보시오"

"............."

마오슌 위원의 머리는 요 며칠새 새하얗게 새어버렸다. 워낙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다.


시준핑 주석은  이상 말하지 않았다. 사람을 불러서 마오슌 위원을 끌고나가게 했다.

"이, 이거 놔라! 놓으란 말이다!!!!"

중국 내에서도 몇 없는 상무 위원이지만, 이제 그 이름에 고개 숙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오슌 위원이란 개인에게 있어서 남은건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서 생긴 일로 중국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 애초에 그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대로 끌려나간 마오슌 위원은 발버둥 치는 것을 구속시키고 그대로 방송국 헬기에 실어서 보냈다.


한동안 구속된 채로 고성을 지르고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그기 할  있는건 없었다. 권력마저 잃었다면 그에게 있는건 비루먹은 몸뚱이 하나 밖에 없다.

저 멀리 보이는 다싱구는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고 확실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그 파괴의 진원지에 가까워질수록 마오슌 위원은 몸을 떨다 못해 긴장을 넘어 채념의 경지까지 이르렀다.

인근에서 착륙은 불가능하다. 죽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대충 낙하산 하나 매여주고 그대로 헬기에서 던져버리면 그만이다.

펄럭!!

이내 낙하산이 펼쳐지고 마오슌 위원은 그대로 지상에 착지했다. 다만 군사 훈련을 받지 않아서 착지 자세도 잡지 않아 그대로 땅을 굴렀지만 그에게 그런건 의미가 없었다.


"거 며칠만에 봤는데 신수가 훤하네?"


"완,웅남!!!"

이미 그도 최악의 본명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상관없이 어차피 대상은 똑같았다. 마오슌 위원은 노쇠한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낙하산의 줄이 걸린데다가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았다.

대충 걷어차서 땅을 구르게  뒤에 최악은 그를 비웃어 주었다.

"꼴을 보아하니 버림패로 쓸려고 온것 같은데. 중국 정부도 슬슬 끝을 드러내는데? 핵이라도 쓸 생각 아니면 솔직히 이제  이상 쓸 패가 없기도 하겠지"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폭격이나 군대가 통하지 않는다. 마스터 유저 따위가 아니라 초월자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네놈이! 네놈 때문에!!!!"

마오슌 위원은 그를 보며 괴성을 질렀다. 다시금 일어나 달려들었지만 결국에는 다시 땅을 굴러 흙이나 먹게  뿐이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새꺄. 나 때문에 아니라  때문이잖아?"

"이딴 짓거리가 나 때문이라고!"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부수는건  잘못이지. 이 일을 하는건 내 잘못이지만,  일을 시작하게 만든건 누구 잘못이지?"


"그, 그건......."

"그리고 말이야"

최악은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한 일에 대해서 잘못이란걸 이해하고 있고 거기에 대하여 변명할 생각도 없었다. 그가 일으킨 것에 대해 유가족이나 피해자가 와서 돌을 던져도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마오슌 위원이 그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달려든다는 것은......

"넌 아직도 시온을 강간하려고 했던거에 후회는 해도 죄책감이 없는거지?"

"그, 건......."


후회와 죄책감은 같지만 다르다.  다 있는 경우, 하나만 있는 경우, 둘  없는 경우가 있다. 다만 최악은  다 없는 경우라서 이름만큼 최악의 인성을 자랑하는거지만 마오슌 위원은 죄책감이 없기에 더욱 최악이다.

둘 다 있거나, 둘 다 없거나, 그렇지만 애매하게 하나만 있다는건 최악이나 그나 인성은 큰 차이는 있어도 마이너스란건 다르지 않다.


"죽여! 차라리 죽여라!! 죽이라고!!!!"

"내가 왜? 너는 더 고통 받고 괴로워 하다가 죽어야지? 내가 왜 귀찮게 일부러 손까지 써서 널 죽여야 하는데?"

최악은 자비 아닌 자비를 보였다.

마스크에 가려서 보여지진 않았지만 그를 향해 웃어주면서 등을 돌렸다. 다시금 달려들고 싶지만 더 노쇠하고 지친 그의 몸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

마오슌 위원은 비명을 지르며 원망과 절망을 토해냈다. 한계에 몰리다 몰린 그의 정신은 더 이상 현실을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주변에 굴러다니던 뾰족한 돌조각을 주워서 그대로 자신의 몸에 찔렀다. 손목, 배, 가슴, 목, 찌르는 부위는 각양각색이고 깊이도 얕지만 숫자가 많았다. 노쇠한 몸뚱이에는 출혈로 죽을 수 있을만큼.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사람의 몸에서 깊지 않은 상처로 피가 새어나와 죽을 때 까지는 길진 않아도 짧진 않은 시간이 걸렸다.

최악은 그의 그런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주기로 했다.


"자살은, 인간이 선택할  있는 죽음 중에서 가장 최악의 죽음이지"

자살과 자기희생은 다르다.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고귀한 것이 자기희생이라면 가장 천한 것은 자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부러 최악은 그를 자살로 몰고간 것이다. 죽이는건 쉽지만, 자살을 택하게 하는건 더욱 고통스러우니까.

"끄, 으으으으........"

"넉넉하게 1시간 정도 걸리려나. 천천히 봐줄께. 네 죽음을"

최악 외에는 아무도 그의 죽음에 대해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죽는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추한 인간의 마지막은 꽤나 재미있거든. 빈손으로 온 인생 모든걸 잃어버리고 빈손으로 가는 기분이 어때? 네가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장례도 치뤄주지 않고 네 가족들도 내가 전부 찢여발길텐데 말이야. 세상에 이름을 남긴건 좋은 일이겠지만, 그게 평생토록 저주받는 일이라면 꽤나 재미있지 않을까? 축하해, 너나 나나 히틀러 레벨의 인지도를 가지게 됐는걸?"


"으어어......."


죽어가는 와중에도 최악은 그가 죽을 때까지 옆에서 조용히 속삭여주었다.

악마가 저주하는 듯한 말을 한시간 가까히 듣던 마오슌 위원은 그렇게 절망하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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